'요지경' 국회의원 후원금 360억 완전해부

감시 사각지대, 사실상 로비창구?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모은 후원금 내역이 공개됐다.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2015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후원금 모금 총액은 362억2980만원이었다.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고액 기부다. 직업란에 자영업이나 회사원으로 적거나 아예 직업을 적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들이 어떤 의도로 고액 기부를 했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수상한 국회의원 후원금을 <일요시사>가 전수조사 해봤다.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모은 후원금 내역이 공개됐다.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2015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후원금 모금 총액은 362억2980만원이었다. 국회의원 총원 300명 중 의원직을 상실했거나 후원회를 해산한 의원 9명은 모금액 산정 명단에서 제외됐다.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억2450만원이었다.

이는 19대 국회가 출범한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어 각 의원실이 지난해 후원금 모금에 전력을 다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다. 정치에 대한 국민적 혐오와 무관심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후원금 총액은 전년(2014년)의 504억1170만원과 비교하면 28.2% 줄었고, 평균 모금액은 전년(1억 6860만원)보다 26.2% 줄었다.

후원금 크게 줄어
커지는 정치혐오

정당별로는 정의당의 1인당 평균 모금액이 1억588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1억2680만원, 새누리당 1억2290만원, 무소속 1억980만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후원금을 모금한 국회의원은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로 1억7340만원을 모금했고, 1260만원으로 가장 적게 후원금을 모금한 사람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이었다.

정치권은 깨끗한 정치후원금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왔지만 국민들은 좀처럼 정치후원금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19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 후원금을 통한 입법로비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왔고, 이완구 의원은 국무총리 청문회 과정에서 지난 2013년 새누리당 공천 희망자들로부터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그들이 자신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 의원에게 고액 후원금을 냈던 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천과 관련해 (잘 보이려는) 그런 점도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조폭 두목이 주고 의원끼리 상부상조
사연 없는 후원금 얼마나 될까?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2013년 고액 후원자 6명 중 무려 5명이 선거 출마 예정자였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 발전을 위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여건상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거액의 후원금을 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국회의원 후원금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신원이 불분명한 이들의 고액 기부다. 우리나라는 연간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의 이름과 직업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직업 등을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아 이름만으로는 이들이 어떤 의도로 해당 의원에게 고액 기부를 한 것인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에도 연간 300만원 이상의 고액을 후원하면서 직업을 불분명하게 적거나 주소·전화번호를 기재하지 않아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500만원 쾌척?
500만원 상납?


어찌됐든 고액 기부자 명단을 살펴보면 자신의 지역구 소속 지방의원이나 선거 출마예정자들에게 후원금을 받는 구태는 지난해에도 포착됐다. 국회의원은 지역 지방의원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의당 임내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 장영희 비례대표 구의원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 주석수 구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주 의원은 직업란에 구의원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기타'라고 적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김영주 전 의원으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두 사람은 과거 선진통일당에서 함께 활동했다. 지난 총선에서 이 의원은 선진통일당 대표를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고 김 전 의원은 선진통일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당직자가 공천 대가로 요구한 50억원을 약속한 혐의로 실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무직자나 주부가 고액의 기부를 하는 수상한 정황도 다수 포착됐다. 지난해 고액 기부자 명단에서 무직자는 9명이었고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은 사람은 31명이나 됐다. 이들은 대부분 500만원씩 최대 한도액을 후원금으로 냈다. 보통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은 사람들이 부인을 통해 기부하는 경우가 많아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은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3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가 단 2명뿐이었다. 그런데 정 의원의 고액기부자 중 한 사람은 지난해 12월4일 20만원을 기부한 후, 4일 후인 25일 300만원을 기부하고 또 4일 후 29일에 10만원을 기부하는 등 다소 특이한 패턴으로 기부를 해 눈길을 끌었다.

더민주 김광진 의원도 3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가 2명밖에 없었지만 전체 국회의원 중 후원금 모금액 13위를 차지했다.

고액 기부자 2명 중 1명은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회장이다. 김 의원의 장인은 광주 남구 P호텔 사장이고, 여 회장은 장인의 친동생이다. 여 회장은 직업란에 기타라고 적고 김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여 회장은 지난 1991년 호남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의 자금책 및 고문급 간부로 지목돼 4년을 옥살이했다.

김대중정부 시절 ‘이용호 게이트’에도 연루돼 3년형을 선고받았고, 복역 중 다른 죄가 추가돼 총 8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여 회장이 연루된 사건은 인기드라마 <모래시계>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당시 여 회장을 검거한 검사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하지만 여 회장은 홍 지사가 공명심에서 누명을 씌웠고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 회장은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에게도 400만원을 후원했다.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일명 ‘품앗이 후원금’도 여전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친노인사가 비노인사에게 후원금을 내거나 친박인사가 비박인사에게 후원금을 내는 등 계파와 정당을 뛰어넘는 후원금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친노인사로 분류되는 한명숙 전 의원은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한 박주선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려 하는 등 친노진영에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온 인사다. 결국 당내에서 친노진영과 극심한 갈등을 겪다 지난해 9월 탈당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 핵심으로 불리는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인 비박계 김영우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윤 의원이 김 의원에게 후원금을 기부했던 날은 하필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이 극에 달해 있던 시기였다. 두 사람은 이에 대해 지역구 간 자매결연을 맺는 등 평소부터 친분이 있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이계안 전 의원은 더민주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목희 정책위의장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이 전 의원은 동양피엔에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동양피엔에프는 이목희 의원의 지역구인 금천구에 소재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총 500만원을 후원했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이 같은 당 유의동 의원에게 500만원, 더민주 이상직 의원은 같은 당 우윤근 의원에게 500만원을 각각 후원했다.

기초의원 삥뜯기?
대가성 짙어

일부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와 연관된 기업이나 이익단체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일례로 국토교통위에 소속되어 있는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은 (주)세광종합기술단 이재완 대표이사에게 500만원을,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건설업체 대표에게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더민주 박수현 의원도 우석건설 박해상 회장에게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매달 40만원씩 480만원을 후원받았다.

유명 기업인들의 고액 후원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은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과 이종진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최 회장은 윤재옥 의원에게 후원할 때는 직업란에 회장이라고 적시했으나, 이종진 의원을 후원할 때는 직업란에 자영업이라고 적었다. 손석효 전 아가방 회장도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총 500만원을 후원했다.

수상한 고액기부자 지난 해도 득실
상임위 관련 기업이 밀어주기도


이준호 포스코플랜텍 부사장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는데 증권가에선 포스코플랜텍이 유승민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박도문 대원그룹 회장은 정갑윤 국회부의장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금 모금액만 따져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950만원을 모아 1위를 차지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9000만원으로 2위, 같은당 윤상현 의원과 이인제 의원은 각각 8500만원과 8480만원을 모금해 3, 4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전체 후원금의 절반 이상을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금으로 채웠다. 윤상현 의원은 고액 후원자 17명이 모두 최대한도액인 500만원을 한번에 냈다. 지난해 최연소 고액 기부자는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1991년생 골프선수 조윤지씨다.

가장 통큰 고액 후원자는 박문수씨로 그는 직업란에 기타, 자영업 등이라고 적어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9월2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각각 500만원씩 1500만원을 한꺼번에 후원한 통 큰 후원자다.

이처럼 300만원 이상 고액 정치후원금 기부자는 그나마 명단이 공개되고 있지만 300만원 미만 기부자는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를 악용해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이 로비 방법으로 종종 사용되고 있어 문제다. 또 연말이 되면 어차피 10만원 이하의 정치후원금은 환급이 된다는 이유로 회사 직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300만원 미만의 정치후원금 기부자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시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질적으로 정치후원금은 대가성이 포함돼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이 통과됐는데 정치후원금 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중앙선관위가 후원금을 일괄적으로 모금해서 의정활동 실적에 따라 후원금을 배분한다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후원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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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