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살생부’ 계파별 손익계산서

여의도 칼바람에 떠는 비박 뜨는 친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결국 올 것이 왔다. ‘살생부’가 존재한다는 얘기가 새누리당을 강타했다.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도 대서특필되는 민감한 시기에 유력 정치인의 입을 통해 나왔으니, 당이 발칵 뒤집힌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사태는 당 대표의 백기투항으로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지도부가 의원들 입단속에 들어갔음에도 계파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당내 분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누리당 ‘공천극장’의 막이 올랐다. 제1막 ‘살생부’는 김무성 대표의 사과로 끝났다.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의 의결사항을 전달받은 그는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전하고, 클린공천지원단에서 진행하는 진상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최고위는 사태의 진원지 중 하나인 정두언 의원을 불러 조사를 실시, 재발을 막기 위한 사항들을 의결했다.

흥미진진…
새누리 공천극장

의결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의 공정성이 저해되는 언행 금지 ▲이를 어길 시 클린공천지원단이 즉각 조사해 엄중 처리한다가 그것이다. 엄중 처리는 공천 배제까지 염두에 둔 말일 가능성이 높다.

사태는 숨 가쁘게 진행됐다. 지난달 26일 언론에 처음 공개됐고 27일 공천면접장에 모습을 드러낸 정 의원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알려졌다. 이날 정 의원은 자신을 포함해 40여명의 이름이 적힌 물갈이 명단이 친박계 핵심인사에 의해 김 대표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즉 휴대폰으로 나도는 찌라시가 아니라 명단이 있고 이것을 친박계 인사가 비박계 수장이자 당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그동안 우리 당에서 진박 마케팅이니 정말 웃기는 일이 많았는데 이런 일도 그 일환이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40인 살생부’라는 뇌관이 터졌다.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4일 정 의원은 김 대표와 평소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K교수로부터 40인 살생부 얘기를 듣게 된다. 앞서 그 교수는 김 대표에게서 존재 여부를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평소 K교수는 김 대표에게 조언을 해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김 대표 측은 K교수에 대해 이미 김 대표와 멀어진 사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정 의원은 같은 내용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으로부터 재차 듣게 된다.

이틀이 지난 26일 정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공천배제 인사 40명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고 버티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정 의원에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의원의 표현에 따르면 당시 김 대표는 그야말로 ‘비분강개’했다. 정 의원은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답했다.

1막 살생부
김무성 사과

정 의원은 한 번 더 확인을 받았다. “대표실로부터 살생부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을 한 언론사 기자를 통해 듣게 된 것. 40인 살생부는 그날 저녁 모 일간지를 통해 기사화됐다. 이후 김 대표 측에선 기사 내용 중 ‘대표에게 들었다’를 ‘대표 측에게 들었다’로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고 정 의원이 직접 해당 기자에게 수정 내용을 전달했다.
 

27일 면접장에 모습을 드러낸 정 의원에게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사실 여부를 물었고 정 의원은 이 위원장을 따로 만나 “대표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튿날인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공식 기구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입장을 밝혔다(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찌라시 작가’ ‘찌라시 전달자’라는 말을 했다. 시중에는 4, 5개 유형의 소위 살생부라는 찌라시가 돌고 있던 상황이었다).

단발마의 총성은 대대적인 포격의 신호탄이었다. 29일 최고위에 참석한 김 대표는 “내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공천 관련 문건이나 살생부 얘기를 한 바 없다”며 정 의원의 말을 전면 반박했다. 이 자리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은 정 의원의 출석을 요구했다.

엇갈리는 말, 진실한 사람은 누구?
“리스트 없다” 무대 백기 들었지만…


사태는 의원총회(이하 의총)로 넘어갔다.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모든 것을 밝히라는 성토가 의원들 사이에서 거셌다는 전언이다. 첫 주자로 단상에 선 김 대표는 “살생부는 없다”고 말했고 이어서 의원들 앞에 선 정 의원은 “(대표가) 앞에서 그렇게 얘기했는데 더 뭘 말하겠나”라며 “최고위에서 모든 걸 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의총 중간에 김을동 최고위원은 “둘 사이에 있었던 대화는 A∼Z까지 다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의총장에 남고 정 의원은 긴급 최고위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살생부의 진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 의원은 “‘당 대표가 찌라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김 대표가 나한테 ‘청와대 관계자가 자기한테 살생부 명단을 언급했다’고 말했다”며 청와대를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청와대에 물어볼 일이 아니다”라며 “얘기를 꺼낸 당사자들이 설명할 일”이라고 논평을 자제했다.

의총이 끝나고 정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제는 빨리 수습해 전열을 정비해야 할 때”라며 “다행히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공천 과정에 외부의 부당한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최고위 의결사항을 전달받은 김 대표는 앞서 내용처럼 사과했다.
 

4일간의 진실게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계파 손익을 따진다면, 향후 4년의 주도권이 결정될 만한 사건이었다. 한 비박계 인사는 29일 “무게추가 친박계로 많이 기울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당초 유출자로 낙인 찍혔던 친박계는 파상 공세를 펼쳤다. 대표직까지 거론하며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그(살생부 사태) 중심에 당 대표 있다는 거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라며 “그럼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안 한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한구·이인제 의원은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특히 이인제 최고위원은 “공관위가 공천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나도 거기 나가서 면접을 봤다”며 “공관위는 개인들의 집합이 아니다. 공관위원들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을 대신해 우리 당의 당헌·당규 정신을 받들어서 공명정대하게 민주적인 경선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손을 들어줬다.

2막 입단속
불똥 주의보

실세 최경환 의원은 자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화일보>와의 대화에서 “지금 파악된 상황으로만 본다면 김 대표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당시 시점은 의총이 열리기 전이었다. 김태흠 의원은 “만약 정 의원의 주장처럼 당 대표가 친박 핵심 인사로부터 물갈이 명단을 받았다고 말한 게 사실이라면, 이건 김 대표가 거짓말까지 한 것이니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며 “지금부터 공천이든 뭐든 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는 뜻”이라고 몰아세웠다.

반면 비박계는 이번 사태로 가장 득을 본 게 누군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애초에 살생부는 없었다는 것이다. 한 비박계 인사는 지난달 29일 “살생부는 없을 것”이라며 “당장 어떤 사람이 써서 돌려도 살생부라는 이름이 붙는 상황에서 관리하는 살생부가 있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즉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정가에서 흘러나오던 소문들의 종합이 이번 살생부 사태 전말이라는 것이다.

친박 의원들이 진상 규명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도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이란 게 비박계의 시선이다. 또 다른 비박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공천이 투명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이었다고 내다본다. 즉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살생부를 조사해봤자 결국 실체는 밝혀지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이 위원장의 공천이 깨끗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가는 비박 “힘 받는 사람이 범인”
논란 이후…공관위 현역 컷오프 시사


해당 사태로 가장 힘이 실리게 된 쪽은 누가 뭐래도 공관위다.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논란이 결과적으로 공관위 입지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 (김 대표가) 공관위의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최고위에서 발표했지 않았느냐”며 “(앞으로) 이 위원장이 상당한 권한을 발휘해서 공천에 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당성을 확보한 이 위원장은 사태가 진정된 지 하루 만에 현역 컷오프를 시사했다. 지난 2일 공관위는 구체적 기준안을 제시했다. 현역의 지지율이 당 지지도보다 낮다든지 몇 가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집중심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알렸다. 공관위 전체회의가 끝난 후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런 경우(현역이 당 지지도가 낮을 경우)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이라며 “무조건 자르는 것(컷오프)이 아니라 일단 집중적으로 심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근 공관위는 내부적으로 단수·우선추천을 적용할 지역과 부적격 현역 등 공천에 대한 윤곽을 어느 정도 잡아놓은 상황이라고 한다. 일례로 공관위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클린공천지원단이 투서 등을 종합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컷오프의 기준이 될 것이란 예상이 있다.

새누리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공멸’이다. 사태를 빠르게 진화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공감대가 계파를 넘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당 관계자 표현을 빌리자면 선거전 계파 갈등은 자칫 국민에게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2막 ‘입단속’은 확전 자제를 원하는 두 계파의 이해관계가 맞아 시작됐고 현재 진행 중이다. 대표의 사과로 이번 사태는 사실상 종결됐다는 게 최고위의 시선이다.

3막 컷오프
경선 레이스

그러나 갈등의 본질은 바뀌지 않은 채 미봉(彌縫)에 그쳐 더 큰 갈등으로 번질 여지가 충분하다. 복수의 당 관계자는 이한구 위원장을 두고 ‘확실’한 친박이라고 말하고 있고, 근본 원인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르면 오는 10일, 새누리당 경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제3막 ‘컷오프’가 막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필리버스터 후일담
새누리당 프레임에 화들짝해 중단?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포함한 야당이 테러방지법 표결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지난 2일 중단했다. 당초 2월 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0일까지 계속 진행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급선회를 결정했다.

필리버스터는 9일간 지속됐다. 지난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한 후 이에 반발한 야당 의원들이 릴레이 반대토론을 시작한 것. 더민주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38번째인 이종걸 원내대표까지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그 중 몇몇 의원들은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3번째 주자로 나선 더민주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이라는 당시 기준으로 헌정사상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우고 내려왔다. 동료 의원들에게 안겨 눈물을 흘리는 사진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이후 최장 기록은 17번째로 나선 정청래 의원에 의해 깨졌다가, 38번째로 나선 이 원내대표가 12시간 31분을 기록하면서 경신됐다.

8 번째로 나선 신경민 의원은 새누리당 19대 총선 공약 중 필리버스터가 있었다며 “(새누리당) 홈페이지에서 공약집을 확인해보라”고 말해 한때 접속자가 폭주,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컷오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강기정 의원은 필리버스터 도중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눈길을 모았다.

국회법상 본회의장에서 주제와 관련 없는 발언이 금지돼 있지만, 당시 사회를 보던 정갑윤 국회 부의장은 제지하지 않았다. 노래를 다 부른 강 의원이 단상을 내려가자 정 부의장은 “(필리버스터에) 나와줘서 고맙다. 사랑한다”고 배웅했다. 강 의원은 단상에 오르기 전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으로부터 당이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 북갑에 전략공천을 할 것이란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10일까지 진행하려다 급선회
38명 의원 단상 올라 열변

필 리버스터 중단이 알려진 지난 1일 34번째로 단상에 오른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은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 소식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계시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 나온 박 비대위원의 발언을 두고 새누리당이 ‘선거용’이라며 비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비대위원은 “여러분이 분노하신 만큼 4월13일 총선에서 야당에게 표를 주시라”며 “야당이 이겨야 평화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야당에게 과반의석을 주셔야 한다. 더민주에 힘을 주시고 야당을 키워주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2일에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어제 더민주의 박모 의원께서 필리버스터 도중에 눈물을 쏟으면서 총선에서 표를 모아달라고 하는 걸 보고 아연실색했다”며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총선을 위한 선거버스터였음을 확인시켜주는 장면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한 야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을 전후로 더민주 내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꽤 나왔다고 한다. 같은 날 저녁 김종인 대표의 입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 선거판을 책임질 것이냐”고 한 발언도 이의 연장선이란 게 정가의 관측이다. 2월을 넘길 경우 여론이 악화돼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의원들 사이에 빠르게 번졌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그 이면에 새누리당의 프레임이 있었다고 본다. 익명의 정가 관계자는 “최근 새누리당에서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이유가 필리버스터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짜고 있었다”라며 “더민주 내에는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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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