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신 지형도' 선거판 흔드는 야인들 백태

‘불출마≠정계은퇴’ 포석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 지형도가 재구축되고 있다. 4·13 총선을 앞두고 무게추가 기우는 모습. 쏠리는 쪽은 친박, 반대편에는 비박이 울상을 짓는다. 갑작스레 힘의 기울기가 한쪽을 향한 데는 일찍이 불출마 선언을 한 인사들의 활약이 크다. 이들은 청와대·친박계의 손을 직·간접적으로 들어주고 있다. 나날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불출마 인사들의 행보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새누리당이 공천 문제로 시끄러울 때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들은 제 할 말 다 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다. 공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의 눈치를 덜(?) 본다는 게 정가의 중론. 그러나 보이는 것과 달리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어 흥미롭다.

불출마 인사
친박 확성기?

한 비박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외견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 있다”며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불출마가 정계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출마라는 것은 선거의 유불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계산해 결정하는 것이다. 불출마 이후에 다른 목표가 있다면 지금 보이는 행동들을 포석에 두고 진행하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여권 내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은 5명(이한구·강창희·손인춘·김태호·김회선).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합치면 총 6명이다. 이들 중 비례대표인 손 의원을 제외한 5명은 총선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 지금, 오히려 총선 정국을 이끌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연 태풍의 영향권은 어디까지이며, 얼마나 강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정가에서 가장 뜨거운 사람을 한 명 고르라면 많은 사람들이 새누리당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꼽을 것이다. 공천권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거머쥔 이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당 대표의 영향력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단, 공천 룰을 정하는 데 있어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는 점, 공천장에 당 대표의 도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 위원장이 공천권을 완벽히 거머쥐었다고 보긴 어렵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현역 국회의원으로서는 가장 먼저 불출마 선언을 했다. 4선 의원의 갑작스런 결정이었다. 정가에서는 즉시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진용퇴 압박을 받았다’부터 ‘입각을 노린다’까지 다양한 해석이 붙었다.

이한구·김회선
공천 칼자루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의문이 남았다. ‘시점’이 총선을 1년하고도 2개월이나 남겨뒀다는 점, ‘지역’이 여당의 텃밭인 점이다. 이 위원장의 지역구는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갑)이다.

이 위원장은 정계 은퇴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회견장에서 기자들이 ‘정계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라고 질문하자 이 위원장은 “정계 은퇴가 뭐냐. 난 어떻게 해야 정계를 은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앞으로 1년간은 중요한 문제에 좀 더 시간을 쓰고 싶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의원실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출마 선언 직후 의원실을 찾았을 때 관계자의 입을 통해 “아직 (계획이) 없는 상태”라며 “(이한구) 의원께서 평소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 하셨기 때문에 그쪽으로 계획을 잡고 있을 수도 있다”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 위원장은 친박계 중진으로 통한다. 그러나 불출마 선언 후, 지금의 위원장이 되기 전까지의 행보를 보면 오히려 비박계에 가까웠다. 지난해 9월 정부세종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근혜정부의 4대개혁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렸던 그가 오히려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당시 기자들에게 뿌려진 60매짜리 장문의 보도자료에는 “각 부문별 핵심과제가 누락돼 알맹이 없는 개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혹독한 평가가 포함돼 있었다.

새누리 불출마 5인, 총선 앞두고 부각
국민 위해 쓴소리? “노림수 있을지도”

친박계에 대한 날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상 장례식을 찾은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입을 통해 ‘TK(대구·경북) 교체설’이 나와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이 위원장은 해당 논란에 대해 “정치라는 것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 쓸데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국민을 혼란하게 만들고 자꾸 정치권 이미지만 나쁘게 한다”며 “박 대통령을 이용하려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불출마, 그리고 계파를 가리지 않는 모습은 그를 공관위원장 적격 후보로 만들었다. 비록 김무성 대표가 반대 의사를 폈지만, 비박계 전체에서 반대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친박계는 이한구 의원이 위원장이 되는데 적극 지원했고, 결국 원했던 그림이 만들어졌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후의 상황은 이 위원장과 김 대표 간 극한의 갈등구도로 전개된다. 팽팽할 것 같던 힘 싸움은 그러나 서서히 김 대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한다.
 

‘필리버스터’ 대응을 위한 의원총회가 있던 지난 23일, 현장에 있던 새누리당 관계자는 “의총에서 처음과 끝은 당 대표가 연설을 하지만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회의장 안 분위기도 김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라며 “이전보다 (비박계의) 호응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김 대표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회선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한 후 공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1일 김 대표는 당내 인사 5명, 외부인사 6명으로 구성된 공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당내 인사로는 황진하 사무총장이 부위원장 겸 간사로 임명됐으며 공관위원에는 홍문표 사무1부총장과 박종희 사무2부총장, 그리고 김회선 의원이 임명됐다. 김 위원의 직책은 ‘클린공천지원단장’이다.

김태호·강창희
친박 세몰이?

김 위원은 지난해 10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있던 날 그는 “20대 총선을 꼭 6개월 앞둔 오늘, 저 김회선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음을 밝힌다”며 “열정과 능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애국의 방법”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있을 정도로 총선 준비에 여유가 있었다는 점, 깃발만 꽂아도 된다는 서울 서초(갑) 현역 의원이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이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회선 논개론’까지 나왔다.

그런 그가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돌아왔다. 클린공천지원단(이하 지원단)은 공천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비리를 ‘심사’하는 곳이다. 예비후보자들에게는 공천 시험대와 마찬가지. 상대방에 대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지원단에 탄원서·진상규명 촉구서 등이 쇄도하고 있다. 내용도 다양해 과거 상대방 후보의 해당행위·전과기록을 고발하겠다며 날아드는 문서들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기존 6명이던 소속 변호사 수를 9명으로 늘린 상황. 총선이 다가올수록 지휘를 맡은 김 위원에게 쏠리는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천? 칼쥔 이한구·김회선에 달렸다
정의화·강창희·김태호…박근혜 지원

‘미스터 쓴 소리’로 통하는 김태호 최고위원 또한 최근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불출마 인사다. 주 무대인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5일 최고위에서 김 최고위원은 공천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국민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는 모습으로 우릴 보고 있다”며 “이렇게 백보드에 개혁을 띄고 붙이고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비판했다(새누리당은 백보드에 써넣을 새로운 문구 공모를 위해 기존 ‘경제를 살리는 개혁, 미래를 구하는 개혁’이라는 문구를 지웠다).

앞서 18일 최고위에서는 김 대표와 이 위원장 둘 모두를 겨냥해 “당의 가장 중심에서 책임 있는 분들이 막가파식 공중전을 통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고 비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8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초심은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고 하고, 판단력이 흐려졌다”며 “이대로 출마를 고집한다면, 자신을 속이고 국가와 국민, 누구보다 저를 뽑아 주신 지역구민 여러분께 큰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복수의 언론은 다양한 분석 기사를 통해 김 최고위원의 속내를 파악하려 애썼다. 종합해보면 ‘자기 정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함’이라는 게 당시 언론의 시각이었다. 최근 비박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김 최고위원의 입각설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최고위원은 원유철 원내대표와 함께 요 근래 최고위를 주도하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22일 최고위에서 김 최고위원이 긴급 8인 회동(당 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공관위원장, 부위원장, 자격심사위원장 등)을 요청한 것도 커진 당내 입지를 잘 보여준다는 전언. 당시 한 사진기자의 앵글에 김 최고위원의 메모지가 잡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둘 중 하나 물러나야‘ ‘자해정치, 국가위기’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비박계는 이를 다분히 의도된 노출로 보고 있다.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강창희 전 의장은 예비후보자 지원사격에 나섰다. 허용범·정윤숙·정진석 등 서울과 충청지역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아다니며 축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지역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서는 강 전 의장이 충청권 ‘진박 마케팅’을 이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정 후보자의 개소식에 홍문종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과 모습을 드러내 논란을 키웠다.

정의화 의장
테러방지법

강 전 의장은 지난 4월 불출마 및 정계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대전 중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그는 “이번 19대를 마지막으로 선거에 더는 나서지 않을 결심을 했다”며 “유능한 후배들이 제 다음을 이어서 젊은 중구, 또 힘 있는 중구를 만들고 발전시켜 주길 기대하면서 불출마 결심을 당원 여러분께 알려 드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역할론에 있어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지만, 그때마다 강 전 의장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과 함께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됐으며, 최근에는 비박계가 내세우는 공관위원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고사했다. 강 전 의장은 정계 은퇴를 번복하지 않고 예비후보자 지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후반기 국회의장도 최근 불출마를 결정했다. 정의화 의장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총선에 불출마할 것”이라며 “제 지역구인 부산은 물론이고, 동서 화합 차원에서 권유가 있었던 호남 등 다른 지역 출마도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출마를 말하기 전까지 정가에서는 정 의장의 출마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본인이 현역 의지가 강했기 때문.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노선은 변경됐지만, 결과적으로 청와대에 선물을 안겨주고 떠나게 됐다. 정 의장은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했다. 그는 “이슬람국가(IS)와 북한의 행태에 근거해보면 현재 ‘국가비상사태’ 요건이 성립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야권이 필리버스터로 저항하고 있는 가운데 변수가 있다. 300석 중 157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8석의 이탈 표가 나오면 다음 회기로 넘어간다(야권에서도 이탈 표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과연 직권상정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정 의장의 결정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초침은 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3월10일을 가리키고 있다. 더불어 그즈음 새누리당 경선 후보자의 모습도 윤관을 드러내게 된다. 여러모로 바쁜 3월의 여의도가 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누리 당사 현수막의 비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 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가에서는 탈출 전략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미 김 대표는 몇 가지 패를 던진 상황이다.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그 중 하나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함께 지난 23일 ‘지역 253석, 비례 47석’에 합의한 것도 탈출 전략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친박계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쟁점법안과 연계키로 한 ‘당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즉 김 대표가 원내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단으로 선거구 문제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공천관리위원회와 갈등을 계속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청와대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종국에는 발을 뺏던 전례를 생각한다면, 김 대표가 먼저 백기를 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 물러서면 김 대표 입장에서는 뒤가 없다. ‘공천권을 국민에게’가 적혀있는 당사 현수막을 걷어내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귀띔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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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