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감동의 '강철나비' 은수미

애끓는 호소 외로운 투쟁 ‘먹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야당이 테러방지법 의결 지연을 위한 릴레이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면서 갖가지 기록이 쏟아졌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10시간18분 동안 밤샘연설을 하며, 한국 최장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달성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테러방지법이)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누차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당 돌아가면서
방해 공작 시도

‘강철나비’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이같이 말하고 장장 10시간에 걸친 연설을 끝으로 단상을 내려왔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52년 만의 필리버스터가 야당 의원들의 발언으로 하루 종일 이어졌다. 새벽 0시39분 첫 번째 주자로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을 끝으로 5시간 33분의 발언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왔다. 두 번째 주자로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새벽 2시29분까지 1시간 49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문 의원은 “직권상정에 이르게 된 것은 거대 여야 양당이 싸움만 하는 게 큰 원인”이라며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이들 모두 전날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과 직권상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이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을 용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은 북한과 IS의 위협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조속한 법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이 실행되면 사실상 국정원을 제어할 수 없으며 인터넷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새벽 2시30분께 발언을 시작한 은 의원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에서 했던 ‘내가 여기 서 있는 한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를) 체포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우리가 여기 서 있는 한 테러방지법은 통과하지 못한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은 의원은 발언 내내 다리와 허리를 굽히는 등 스트레칭을 이어가면서도 10시간18분 동안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1969년 8월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행한 10시간 15분의 필리버스터 발언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은 의원은 토론에서 테러방지법안 내용과 관련 기사 등 자료를 제시하며 국정원 권한의 과도한 확대와 통제장치 부재에 따른 국민인권 침해 등을 우려했다. 또 테러방지법안 세부 조항을 지적하며 독소조항의 삭제 또는 변경을 촉구했다.

필리버스터 10시간18분 대기록 세워
국내 최장시간…여의도 ‘강철나비’

새 벽 2시30분께 발언을 시작한 은 의원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에서 했던 ‘내가 여기 서 있는 한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를) 체포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우리가 여기 서 있는 한 테러방지법은 통과하지 못한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테러방지법엔 테러 방지가 없다”고 규정했다, 그는 “거꾸로 집회에 참석한 시민을 테러용의자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처럼, 사이버댓글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테러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 모두를 테러용의자로 만들 수 있는 일종의 테러 생성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반드시 보호해야한다”면서 “문제는 그 칼끝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국민에게로 향해 있단 우려, 주인의 자리에 국민 대신 국정원을 앉힌다는 우려”라며 직권상정을 반대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말미에 물을 마시며 “제가 좀 지쳤나봐요”라며 피로한 기색을 내비쳤다.

은 의원은 마지막 12분 “두렵지만 나서는 것이 참된 용기”라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발언을 소개하다 왈칵 눈물을 쏟으면서 연설을 잠시 멈췄다. 또 그는 “저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울먹이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곧 감정을 추스른 뒤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

은 의원은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는다. 이 법(테러방지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을 당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덜 고통 받는 방법을 제발 정부·여당은 좀 찾자”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제발 피를 토한다든가, 목덜미를 문다든가, 이런 날선 표현들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응원하고 격려하고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야3당 의원들
밤샘 연설 중

이날 토론을 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은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기도 했다. 오전 6시25분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의제와 관련 없는 내용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항의했다. 국회의장은 은 의원에게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은 간략히 발언하라며 주의를 주었고, 잠시간 양 측간에 서로를 비난하거나 항의하는 소란이 있었다. 오전 11시25분 경에는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 중인 은수미 의원에게 의제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며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를 쳐 장내가 혼란하게 했다.

오전 11시30분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테러방지법과 관련없는 발언을 한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은 의원의 “대한민국 정부가 테러방지법엔 신경을 쓰면서 국민이 폭력을 당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테러방지법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본회의장 통로까지 걸어 나와 은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따졌고, 은 의원은 “김 의원 혼자 의제 상관 여부를 판단하느냐, 왜 삿대질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말 같은 얘기를 해야 듣고 앉아 있지. 이렇게 해도 공천 못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은 의원은 “김 의원은 공천에 따라서 행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라면서 “이건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사과할 일 없다”고 거부했다.

국정원 정보수집
조항 삭제 주장

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낸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전날에도 하루종일 지역구를 동다 늦은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바로 발언 자료를 준비하느라 저녁도 거른 채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 의원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달아놓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500여개의 댓글과 관련 자료들을 찾아 300여쪽에 이르는 A4 종이 뭉치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낸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전날에도 하루종일 지역구를 동다 늦은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바로 발언 자료를 준비하느라 저녁도 거른 채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 의원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달아놓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500여개의 댓글과 관련 자료들을 찾아 300여쪽에 이르는 A4 종이 뭉치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10시간 넘게 발언 한 은 의원에 대한 응원과 후원도 쏟아졌다. 지난 2월25일 블로그를 통해 지지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은 의원은 “오늘 아침 통장정리를 하러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테이블 위에 입출금식 통장 8개를 늘어놓고 찍은 사진이었다.

은 의원은 “1만∼2만원씩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한 개의 은행에서 정리된 통장만 8개”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보내주신 소중한 응원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곧 공천심사가 시작된다. 성남 중원에 지인이 있다면 지지 부탁드린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뛰겠다. 진짜 정치 제대로 해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테러방지법 조목조목 지적
인권침해 설명 땐 눈물 삼켜

은 의원은 1963년 12월6일 서울 출생이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3번으로 정치에 입문한 초선 의원이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내의 노동분야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학교에서 가난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82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하여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된 후, 구로공단 봉제공장에 미싱사 보조로 취업해 1년 반 가량 현장활동을 했다.

1992년 초 당시 정부가 반국가 단체로 규정했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활동을 했다. 당시 남한사회주의노동자 동맹 사건의 핵심인물로 분류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강릉교도소에서 복역했다. 1997년 출소한 후 대학으로 돌아가 노동 문제로 정해 심도 있게 공부했다.


2005년 ‘한국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유형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여 여야를 막론하고 노동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노동분야 전문가
학생운동해 복역

2012년 6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발족하고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비정규직 등 노동문제 관련하여 자문직을 역임하여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정책자문위원, 2011년에는 박원순 시장 희망서울 정책자문, 2012년 청년유니온 자문 활동을 했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3번으로 영입,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min1330@ilyosisa.co.kr>

 

[필리버스터는?]

 

주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영국 의회에서는 프리부스터(freebooster)라고 한다.

필리버스터는 16세기의 ‘해적 사략선’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장시간 연설, 규칙발언 연발, 의사진행 또는 신상발언 남발, 요식 및 형식적 절차의 철저한 이행,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 거부, 총퇴장 등의 방법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폐단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의원의 발언시간을 제한하거나 토론종결제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 현재까지 필리버스터의 최장 기록은 1957년 미 의회에 상정된 민권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24시간 8분 동안 연설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를 가장 처음한 것은 1964년 당시 의원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야당 초선 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료 의원인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19분 동안 발언해 결국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국회의원의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하는 국회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가 2012년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면서 부활했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제106조2’에 따르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일단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의원 1인당 1회에 한 해 토론을 할 수 있고, 토론자로 나설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무제한 토론이 끝난다. 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원하고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종결에 찬성할 경우에도 무제한 토론이 마무리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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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