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감동의 '강철나비' 은수미

애끓는 호소 외로운 투쟁 ‘먹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야당이 테러방지법 의결 지연을 위한 릴레이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면서 갖가지 기록이 쏟아졌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10시간18분 동안 밤샘연설을 하며, 한국 최장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달성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테러방지법이)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누차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당 돌아가면서
방해 공작 시도

‘강철나비’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이같이 말하고 장장 10시간에 걸친 연설을 끝으로 단상을 내려왔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52년 만의 필리버스터가 야당 의원들의 발언으로 하루 종일 이어졌다. 새벽 0시39분 첫 번째 주자로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을 끝으로 5시간 33분의 발언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왔다. 두 번째 주자로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새벽 2시29분까지 1시간 49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문 의원은 “직권상정에 이르게 된 것은 거대 여야 양당이 싸움만 하는 게 큰 원인”이라며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이들 모두 전날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과 직권상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이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을 용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은 북한과 IS의 위협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조속한 법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이 실행되면 사실상 국정원을 제어할 수 없으며 인터넷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새벽 2시30분께 발언을 시작한 은 의원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에서 했던 ‘내가 여기 서 있는 한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를) 체포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우리가 여기 서 있는 한 테러방지법은 통과하지 못한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은 의원은 발언 내내 다리와 허리를 굽히는 등 스트레칭을 이어가면서도 10시간18분 동안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1969년 8월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행한 10시간 15분의 필리버스터 발언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은 의원은 토론에서 테러방지법안 내용과 관련 기사 등 자료를 제시하며 국정원 권한의 과도한 확대와 통제장치 부재에 따른 국민인권 침해 등을 우려했다. 또 테러방지법안 세부 조항을 지적하며 독소조항의 삭제 또는 변경을 촉구했다.

필리버스터 10시간18분 대기록 세워
국내 최장시간…여의도 ‘강철나비’

새 벽 2시30분께 발언을 시작한 은 의원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에서 했던 ‘내가 여기 서 있는 한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를) 체포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우리가 여기 서 있는 한 테러방지법은 통과하지 못한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테러방지법엔 테러 방지가 없다”고 규정했다, 그는 “거꾸로 집회에 참석한 시민을 테러용의자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처럼, 사이버댓글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테러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 모두를 테러용의자로 만들 수 있는 일종의 테러 생성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반드시 보호해야한다”면서 “문제는 그 칼끝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국민에게로 향해 있단 우려, 주인의 자리에 국민 대신 국정원을 앉힌다는 우려”라며 직권상정을 반대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말미에 물을 마시며 “제가 좀 지쳤나봐요”라며 피로한 기색을 내비쳤다.

은 의원은 마지막 12분 “두렵지만 나서는 것이 참된 용기”라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발언을 소개하다 왈칵 눈물을 쏟으면서 연설을 잠시 멈췄다. 또 그는 “저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울먹이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곧 감정을 추스른 뒤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

은 의원은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는다. 이 법(테러방지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을 당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덜 고통 받는 방법을 제발 정부·여당은 좀 찾자”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제발 피를 토한다든가, 목덜미를 문다든가, 이런 날선 표현들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응원하고 격려하고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야3당 의원들
밤샘 연설 중

이날 토론을 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은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기도 했다. 오전 6시25분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의제와 관련 없는 내용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항의했다. 국회의장은 은 의원에게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은 간략히 발언하라며 주의를 주었고, 잠시간 양 측간에 서로를 비난하거나 항의하는 소란이 있었다. 오전 11시25분 경에는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 중인 은수미 의원에게 의제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며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를 쳐 장내가 혼란하게 했다.

오전 11시30분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테러방지법과 관련없는 발언을 한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은 의원의 “대한민국 정부가 테러방지법엔 신경을 쓰면서 국민이 폭력을 당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테러방지법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본회의장 통로까지 걸어 나와 은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따졌고, 은 의원은 “김 의원 혼자 의제 상관 여부를 판단하느냐, 왜 삿대질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말 같은 얘기를 해야 듣고 앉아 있지. 이렇게 해도 공천 못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은 의원은 “김 의원은 공천에 따라서 행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라면서 “이건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사과할 일 없다”고 거부했다.

국정원 정보수집
조항 삭제 주장

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낸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전날에도 하루종일 지역구를 동다 늦은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바로 발언 자료를 준비하느라 저녁도 거른 채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 의원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달아놓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500여개의 댓글과 관련 자료들을 찾아 300여쪽에 이르는 A4 종이 뭉치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낸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전날에도 하루종일 지역구를 동다 늦은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바로 발언 자료를 준비하느라 저녁도 거른 채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 의원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달아놓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500여개의 댓글과 관련 자료들을 찾아 300여쪽에 이르는 A4 종이 뭉치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10시간 넘게 발언 한 은 의원에 대한 응원과 후원도 쏟아졌다. 지난 2월25일 블로그를 통해 지지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은 의원은 “오늘 아침 통장정리를 하러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테이블 위에 입출금식 통장 8개를 늘어놓고 찍은 사진이었다.

은 의원은 “1만∼2만원씩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한 개의 은행에서 정리된 통장만 8개”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보내주신 소중한 응원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곧 공천심사가 시작된다. 성남 중원에 지인이 있다면 지지 부탁드린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뛰겠다. 진짜 정치 제대로 해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테러방지법 조목조목 지적
인권침해 설명 땐 눈물 삼켜

은 의원은 1963년 12월6일 서울 출생이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3번으로 정치에 입문한 초선 의원이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내의 노동분야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학교에서 가난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82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하여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된 후, 구로공단 봉제공장에 미싱사 보조로 취업해 1년 반 가량 현장활동을 했다.

1992년 초 당시 정부가 반국가 단체로 규정했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활동을 했다. 당시 남한사회주의노동자 동맹 사건의 핵심인물로 분류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강릉교도소에서 복역했다. 1997년 출소한 후 대학으로 돌아가 노동 문제로 정해 심도 있게 공부했다.


2005년 ‘한국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유형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여 여야를 막론하고 노동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노동분야 전문가
학생운동해 복역

2012년 6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발족하고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비정규직 등 노동문제 관련하여 자문직을 역임하여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정책자문위원, 2011년에는 박원순 시장 희망서울 정책자문, 2012년 청년유니온 자문 활동을 했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3번으로 영입,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min1330@ilyosisa.co.kr>

 

[필리버스터는?]

 

주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영국 의회에서는 프리부스터(freebooster)라고 한다.

필리버스터는 16세기의 ‘해적 사략선’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장시간 연설, 규칙발언 연발, 의사진행 또는 신상발언 남발, 요식 및 형식적 절차의 철저한 이행,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 거부, 총퇴장 등의 방법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폐단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의원의 발언시간을 제한하거나 토론종결제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 현재까지 필리버스터의 최장 기록은 1957년 미 의회에 상정된 민권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24시간 8분 동안 연설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를 가장 처음한 것은 1964년 당시 의원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야당 초선 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료 의원인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19분 동안 발언해 결국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국회의원의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하는 국회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가 2012년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면서 부활했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제106조2’에 따르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일단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의원 1인당 1회에 한 해 토론을 할 수 있고, 토론자로 나설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무제한 토론이 끝난다. 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원하고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종결에 찬성할 경우에도 무제한 토론이 마무리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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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