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에 불만 품은 사람들

총선 코앞인데…예비후보들 ‘부글부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무대’(무성대장) 리더십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오세훈·안대희의 종로·마포 출마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 정가에서는 강력했던 그의 리더십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시점을 과거 사위의 마약사건이 터진 이후로 보고 있다. <일요시사>는 최근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새누리당 내 얘기를 들어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험지 출마를 요청했지만, 오세훈·안대희는 이에 응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선택했다. 당초 김 대표의 요청을 수락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들은 각각 종로와 마포갑 출마를 선언했다(해석에 따라 마포갑을 험지로 보는 사람도 있다). 강북·구로 등 야권의 세가 강한 지역에 출마하길 바라왔던 김 대표 입장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 더군다나 당 내에서는 이를 두고 리더십에 균열이 간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오세훈 종로
안대희 마포

지난 17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여의도당사로 기자들을 부른 그는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종로구에 출마하기로 했다”며 “수도권, 나아가 전국 선거 판세를 견인하는 종로에서 반드시 승리해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오 전 시장에 앞서 안대희 전 대법관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마포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민의 신뢰 없이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을 항상 가슴에 새기겠다”며 “신뢰를 철칙으로 삼아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짜 정치를 하겠다”고 출마의 변을 전했다.

당초 두 사람은 김 대표로부터 소위 ‘험지’ 출마를 요청 받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에 응하겠다는 답도 했다.


김 대표가 지난 2015년 12월23일 국회에서 한 말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당의 선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조(험지에 출마)해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방침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단 오 전 시장은 “종로도 험지이기 때문에 완전히 배제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법관 또한 김 대표의 요청을 수락했다고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이 전한 바 있다.

두 사람은 회견을 통해 결국 종로와 마포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종로와 마포갑이 충분히 험지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가의 해석은 분분한 상태다.

흔들리는
무대 리더십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실제 김 대표는 이 건과 관련해 오 전 시장, 그리고 안 전 대법관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가졌지만,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오 전 시장을 포함해 험지 출마를 요청 받은 사람들의 입에서 “구체적인 출마지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김 대표가 안 전 대법관에게 광진·도봉구 출마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자 안 전 대법관은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안 전 대법관은 김 대표를 향해 “당과 국민을 실망시키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선전포고했다.

결국 20여일이 넘게 사태가 지연되자 두 사람 모두 생각해 둔 출마지로 나섰다는 해석이다. 결과론적으로 당이 마음 급한 후보자들의 발을 묶어둔 모양새가 됐다.

또 다른 해석도 있다. 이른바 험지 출마를 원하는 비박계와 서울 판세를 주도하길 원하는 친박계 사이에서 저울질하다 친박계쪽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오 전 시장의 경우, 정치1번지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하려는 심리도 기저에 깔려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해석이 새누리당 일부에서 들려온다.
 


갑작스런 발표에 내부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친이계로 분류되고 현 새누리당 마포구 당협위원장인 강승규 전 의원은 안 전 대법관의 출마 소식에 “당을 살리고 서울 선거를 필승으로 이끌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진정한 험지에 출마하라”고 말했다.

오세훈, 안대희…말 안 듣는 사람 속출
“상향식 공천·당 경쟁력 약화” 쓴소리

이미 종로 출마를 선언한 박 진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에게 “종로는 종로 주민들을 위한 정책과 관심이 필요하지 대권을 위한 정거장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에 대한 책임의 목소리도 있다. 결국 ‘단도리’를 잘 해내지 못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두 사람의 출마 소식으로 그동안 험지 출마를 요구해왔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머쓱해진 상황이다. 김 대표는 출마를 공식 선언한 날 ‘안대희, 오세훈 두 출마예정자의 출마선언에 부쳐’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내용에는 “본인들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당의 공천 룰에 따른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고 돼 있다. 원론적인 입장 전달이었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언중유골(言中有骨)’이 느껴진다는 해석이 달렸다.

하루가 지난 18일 김 대표는 다시 한 번 상향식 공천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상향식 공천에 대해 최근 당내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상태다.

신년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낸 김 대표는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은 정치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며 “앞으로 공천 과정에 ‘소수 권력자와 계파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못할 것이며, 그 결과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계파 정치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과 안 전 대법관의 이탈에 대한 단속의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미 무대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는 당내 곳곳에서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력 약화
상향식 공천

상향식 공천으로 인해 인재 영입에 차질을 빗고 있다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이들 말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오히려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

최근 친박계 핵심 중 한 명으로 통하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일단 국민들 눈에 새 인재가 당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 회의석상에서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향식 공천 때문에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지 못한다”는 친박계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친박계는 대책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대통령 특사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야당은 경쟁적으로 인재 영입을 하고 있는데, 우리 여당은 인재 영입 노력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다”며 “선거 때가 되면 국민은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구가 있기 때문에 그런(인재 영입)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에 대한 불만을 일축하고 있다. 지난 20일 새누리당 총선기획단 첫 회의에 참석한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당내 민주주의를 해치는 언행이자 저질적인 해당행위”라고 못 박았다. 최근 친박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해진 일에 대해서 자꾸 비판하는 것이 우리 당에 도움이 될지 하는 것은 중진으로서 좀 신중하게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반응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엄포’로 풀이된다.


또 하나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김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 또한 상향식 공천을 거칠 것이라고 시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비례대표도 당헌·당규에 따라 상향식 공천제를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공모와 심사 후 ‘국민공천배심원단(이하 배심원단)’의 평가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례대표가 슈스케? 대중영합주의 지적
마지막 감투 안에게…‘당근 전략’ 주목
 

검토되고 있는 내용을 종합해보면 방법은 다음과 같다. 30여명으로 구성되는 배심원단이 평가단이 돼 당에서 모집한 후보자, 이를테면 직업과 연령, 사회적 배려층 등 정치적 다양성을 보완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의 출마 이유를 듣고 적합성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즉, 공개오디션을 보겠다는 것. 이에 당 내에서는 “공천이 <슈스케>(슈퍼스타 K)도 아니고 공개오디션은 말이 안 된다”라며 “인기투표로 국회의원을 만들 생각인가”라고 지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급진적인 룰 변경은 옳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모순된 행보에 대한 지적이 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조경태 의원이 지난 21일 새누리당에 입당하는가 하면,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문대성 의원을 설득해 인천 남동갑에 출마하게 했다.

“상향식 공천 하에서 인재영입이란 없다”고 누차 밝혔던 이전 모습과 확연히 다른 모습. 때문에 상향식 공천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인사가 경선 절차를 치르기 때문에 ‘영입’과 ‘등용’은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전략공천은 없다”는 신념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김 대표도 불만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지명직 당 최고위원직 한 자리가 비어있는데 오늘 최고위원회에서 안 전 대법관을 지명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흔들리는 리더십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장기 결석이었던 자리를 안 전 대법관에게 준 배경에 대해 “국가관이 투철하고 법질서 확립에 큰 역할을 하신 분으로, 이 시대의 화두인 정치개혁에 큰 역할을 하실 것으로 기대해서 임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법관을 선택한 일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총선을 채 80여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예비후보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지적이다. 앞서 안 전 대법관의 마포갑 출마 소식에 된서리를 맞았던 강승규 전 의원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당 대표의 고유권한이지만 평시가 아니라 경기(4·13총선)가 진행되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공정 경선을 진행하는 데 대해서는 마포갑 당원과 주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더민주 조경태
총선 영입?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여전히 막강한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한 익명의 관계자는 “과거 김 대표의 입지는 한마디로 난공불락이었다”라며 “그러나 최근 의원총회에서도 수군대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시점은 사위의 마약사건이 터진 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비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줄곧 상향식 공천만 강조해온 상황에서 지금 입장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혹시나 부침을 겪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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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