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특집 5>MB ‘명’ 받은 재계총수 12인의 추석나기

상생 로드맵 특명에 회장님 골머리 아프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20일과 24일을 합쳐 장장 9일에 걸친 연휴에 모두가 한껏 들뜬 모습이다. 뭘 하며 보낼지 구상하느라 일도 손에 안 잡힐 지경이다. 반면 재벌 총수들은 해외 출장을 떠나거나 국내에 머물면서 경영 구상에 몰두하는 등 바쁜 한가위를 보낼 전망이다. 특히 이번 추석은 재계 총수들에게 ‘잔혹한 휴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상생 협력을 재차 주문했기 때문이다. 총수들은 하나같이 큰소리를 떵떵 쳤지만 어딘지 고민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다. 마땅히 더 내놓을 상생협력 카드가 없는 것이 그 이유. 이에 따라 재벌 총수들은 이번 추석을 상생협력안 구상에 온통 쏟아 부어야 할 처지가 됐다.


이건희 회장, 와세다대 명예박사 학위 받으러 일본행
정몽구 회장,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행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달 20일 일본 와세다대학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 편으로 일본으로 떠난다. 와세다대 측은 이 학교 출신인 이 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제 사회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해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1965년 이 대학 정치경제학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영 접어두고
가족과 보내기도

삼성 측 관계자는 “와세다대에서 이 회장에게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전해와 이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이번 출장길에 일본 재계 지인들과 만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이번 일본 방문에는 부인 홍라희 여사를 비롯해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가족도 동행한다. 이에 따라 온 가족이 추석 연휴를 일본에서 보낼 가능성이 높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역시 명절을 포기하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21일로 예정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시장에서 수입차 부문 점유율 1∼2위를 기록 중인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을 통해 동유럽 공략을 강화한다는 복안이어서 이번 준공식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준공식에는 푸틴 러시아 총리가 참석해 현대차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측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은 동유럽 공략의 교두보가 되는 만큼 연휴 중간임에도 빡빡한 일정을 강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부친을 따라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정 부회장은 추석 직후 열리는 파리모터쇼에 대비하고 4분기 글로벌 영업 전략을 구상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낼 전망이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주요 경영진과 함께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북미 등 현대중공업 해외 법인과 공사 현장을 방문,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숨 가쁜 경영을 잠시 접어 두고 추석 연휴를 국내서 가족과 지내며 하반기 전략 구상에 몰두하는 총수들도 적지 않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후 16일 귀국했으며, 추석연휴동안은 가족과 함께 지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8일에 이어 다시 중국 방문길에 올라 현지사업을 점검한 뒤 한가위에는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그룹 현안을 챙길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매년 그랬듯이 추석 연휴기간에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한 하반기 경영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강덕수 STX 회장 등은 특별한 스케줄 없이 국내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총수에게 추석 연휴
잔혹한 휴일 될 것

20일과 24일을 합쳐 장장 9일에 걸친 추석 연휴에 세인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다. 하지만 재벌 총수들에겐 어느 때보다 머리 아픈 추석이 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을 앞둔 지난 13일, 대기업 총수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을 총수가 직접 챙길 것을 ‘명’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7월부터 이 대통령이 상생협력을 강조함에 따라 제각각의 상생 관련 대책을 쏟아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1조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하고 1차 협력업체 숫자를 늘리는 내용의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모든 계열사에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에 조만간 종합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상생협력 방안은 일종의 ‘중간 발표’ 성격이 강했다”며 “그룹 안에서는 더욱 진전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와의 공정거래 협약식을 통해 추가 방안을 내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철판을 2·3차 협력사에게도 공급하고 원자재값이 5% 변동될 때마다 이를 반영하는 상생협력 방안을 내놨다. 일단 기존 방안을 정착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부문을 다시 찾고 있다.

SK그룹은 중소기업에 경영 지식을 전수하는 ‘상생아카데미’와 중소기업의 인재 육성을 지원하는 ‘상생인턴십’ 제도 등을 확대·운영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간담회 직후 동반성장 방안과 상생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실천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LG그룹도 ‘그린 신사업 기술’의 공동개발을 위해 1000억원을 지원하고 7400억원의 협력사 지원 펀드를 마련하는 등 지난달 내놓은 방안을 실천하는 데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대기업 제각각 상생 대책 내놨지만… 아직 부족하다?
총수들 상생협력 대책 구상하며 추석 보내야 할 처지


한화는 김 회장이 상생협력 방안을 직접 챙기기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GS그룹은 협력업체들의 기술 개발과 특허 등록을 지원하고, 한진그룹은 협력업체의 해외판로 개척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KT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유사한 상생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도 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83개사는 올해 중소 협력업체에 3조 7836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2조 7291억원보다 38.6% 증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직접 총수를 만나 상생을 강조하고 나선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기업 총수들은 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고민이 많은 표정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방안에서 크게 발전된 안이 나오기 힘든 것이 그 이유다. 마땅히 더 내놓을 상생협력 ‘카드’가 없다는 것.

상생문제의 해법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규정이나 법, 강제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공언했지만 총수들은 ‘상생 보따리’를 풀어놔야 할 처지다. 이날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가 사정과 연결되지 않는다”며 일부 기업들이 앓고 있던 ‘사정 스트레스’를 덜어줬기 때문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 ‘공정 사회’를 강조한 이후 검찰이 기업 비리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설이 떠돌면서 잔뜩 움츠리고 있던 몇몇 기업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이에 따라 총수들은 ‘상생과 관련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게 됐다.

총수들 추석 후
내놓을 카드에 주목

이 때문에 총수들은 이번 추석 연휴를 상생협력안 구상에 온통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이에 따라 총수들의 글로벌 경영과 휴식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추석이 지난 후, 재벌 총수들이 어떤 상생협력 카드를 내놓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 날 모임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석채 KT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강덕수 STX 회장 등 굵직한 대기업 총수가 총출동했다. 이는 재계 서열 순위에 따른 것으로 신격호 롯데 회장은 일정상의 문제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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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