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 최경환 여의도 복귀 막전막후

총선 TK 잡고 대표 노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경제부총리라는 직함이 더 익숙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이임식을 마치고 여의도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20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을 앞 둔 시점이다. <일요시사>는 다가오는 4·13 총선에서 태풍의 핵 역할을 할 최경환 복귀 소식의 앞과 뒤를 진단해봤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대구경북(이하 TK) 물갈이론’은 표면적 살벌함만 있을 뿐 속을 들여다보면 오합지졸에 가까웠다. 과연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그들을 하나로 뭉칠 ‘제너럴(General)’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복귀 소식에 맞춰 새누리당 내에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큰 그림에서 ‘당권재편’, 작은 그림에서 ‘TK 재배치’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BH 메신저
국회 컴백

“경제를 바꾸기 위해 정치권으로 돌아간다.”

지난 12일, 이젠 국회의원 신분이 된 최경환은 세종정부청사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문제해결 능력 복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정치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지도에 없는 길로 지금 다시 새출발하겠다”고 전했다. 사실상 ‘4·13 총선 앞으로’를 알린 신호였다.

계파 간 반응은 엇갈린다. 전체적으로 비박계는 ‘경계’를, 친박계는 ‘환영’의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이다. 각 의원실별로 지역 활동에 여념이 없지만, 눈과 귀는 최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있다.


친박계 회동으로 본격 행보 시작
환영식? 세규합?…여러 시나리오

최 의원과 관련해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향후 김무성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있는 반면, 보는 눈이 많은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권력 싸움에 뛰어들진 않을 것이란 소극론까지 들린다. 일각에서는 최 의원이 청와대의 의중을 대변하는 만큼 공천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 자칫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라는 뇌관이 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연 적극적으로 친박계에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친박-비박’은 그간 팽팽한 힘 싸움을 펼쳤고, 공천권을 둘러싼 향방은 갈지자(之)를 보였다. 내심 낙승을 기대했던 친박계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만한 전개. 때문에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이하 공천특위) 내에서 친박계의 입김이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분위기’라고 표현했다. 어느 계파가 이기고 졌다고 속단은 하지 않지만, 비박계의 약진이 돋보인다는 주장이다. 친박계가 최경환 복귀를 ‘터닝 포인트’로 삼을만 하다.

친박계 구심점
최경환 역할론

최 의원이 적극적으로 당권 싸움에 나설 것이라 보는 이들은 당직에 주목하고 있다. 목소리의 바운더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거론되는 곳은 ‘인재영입위원회(이하 인재위)’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의 위원장이다.

두 자리 모두 파급력이 상당하다. 현재 공석인 인재위원장의 경우 ‘내 사람 심기’가 가능한 자리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최근 야당에 비해 인재 영입의 속도와 성과가 뒤쳐진다며, 지금처럼 김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개인플레이’로 진행할 게 아니라 최 의원을 위원장으로 추대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주장에 반대 입장이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인재위원장이 공석이라 인재 영입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못된 지적”이라며 “인재위원장은 일부러 비워뒀다”고 답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인재를 영입하게 되면 전략공천으로 잘못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친박계를 중심으로 인재위원장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새누리당에서 영입한 6명에 대해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에서 “이미 새누리당 당적이 있는 사람을 새롭게 입당해 영입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소외 지역·사회적 약자·여성·청년 등 새누리당에 많은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는 부류에 속하는 분들에 대한 영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1차 영입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공천특위로부터 폭탄을 넘겨받게 될 공관위의 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지난 11일 공천특위가 규칙을 발표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단적으로 ▲일반 국민과 당원의 비율을 7대3으로 하지만 최고위의 결정에 따라 100% 국민 여론조사도 가능하게 한 점 ▲1차 투표와 결선투표 모두 가산점이 적용되는 점 ▲정치신인과 여성에게만 가산점이 허용된 점 ▲불성실한 의정 활동 등 컷오프 기준이 애매한 점 등이 논란대상이다. 이러한 것들의 디테일한 적용을 관장하는 공관위원장 하마평에 최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최 의원은 이임식이 끝난 후 ‘어떤 당직으로 복귀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직은 없다”며 “평의원”이라고 답했다. 공관위원장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대해서도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을 순 없다는 게 중론. 19일부터 23일까지 대통령 특사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최 의원이 여의도로 복귀하는 시점은 오는 25일쯤으로 예상된다. 공관위 출범이 20일부터 예정돼 있어 시기적으로 얼추 맞아떨어질 수 있다.
 

정가 관계자들은 최 의원이 이임식을 전후로 보인 광폭행보만 봐도 그냥 평의원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최 의원은 지난 8, 10일 잇따라 친박계 중진 및 초선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13일에는 친박계 재선 의원들과 회동을 가졌다. 주선자는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이었다.

일주일에 걸쳐 친박계 초선-재선-중진 의원들과 만남을 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과 친박계는 “고마움에 대한 인사 차원”이라고 선을 긋지만, 친박계 내부 결속 및 세력 확장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면면도 화려해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갑윤 국회부의장,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장관, 홍문종 의원 등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위원장?
공관위원장?

삐걱거리는 TK 정세도 바로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 의원을 중심으로 재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지휘자로서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TK 유권자들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진박(진실한 친박) 타령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짐박(박 대통령에게 짐이 됨)’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 너도나도 진박이라 외쳐대니 정작 누가 진짜인지 판가름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불에 기름을 붓듯,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게 밀리고 있다는 비보가 여의도로 전달됐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 전 지사는 김 전 의원에게 10%포인트 이상의 차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내홍도 발생했다. 달성군에서 이미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에서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출마도 거론됐기 때문이다.

곽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았다고 선전했는데, 그 자리에 최경환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추 전 실장이 나섬으로써 ‘박근혜-최경환’ 대리전이라는 묘한 그림이 그려졌다. 달성군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지역인 만큼 민감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나는 평의원” 주장에도 주요 당직 하마평
흔들리는 TK 단속 나서나…중심역할 기대

진보 언론은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표현을 써가며 그 진위 확인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곽 전 수석이 출마를 선언한 이후 선거사무소에 비박계 인사들이 자주 찾아왔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청와대가 추 전 실장을 내려 보냈다는 설이 있다. 개소식 하루 전날에 벌어진 후보 교체 소식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출마 지역을 중·남구로 옮긴 상황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곽 전 수석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달성군을 떠나 대구 정치의 1번지 중·남구로 가게 됐다”며 “달성 군민과의 약속도 소중하지만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이라는 국가적 명제와 안정적 의석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미 출마를 선언한 지역 예비후보자는 물론 지역 민심 또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박근혜정권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었다는 측면에서 최 의원을 중심으로 한 ‘TK 재배치론’이 힘을 받고 있다. 국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법안들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인데, 만약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자칫 레임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청와대는 우려한다.


TK의 전폭적 지지가 이러한 레임덕 시기를 늦출 열쇠라는 점에서 총선의 핵심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TK를 두고 ‘레임덕 저지 전선’이라는 말까지 있다. 청와대에서 최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근혜정부
레임덕 저지

정가 일각에서는 최 의원이 4·13 총선을 기반으로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설이 존재한다. 지난 2014년 7월 김무성 대표의 취임 이후 줄곧 비주류로 남아있던 친박계가 주류로 나서기 위해 전당대회를 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항간에 친박계 인사들이 김 대표의 지지율이 낮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몸집을 불려 나타난 정권 실세가 4·13 총선까지 주도하게 될지, 흩어진 친박계의 힘을 하나로 뭉칠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누리당 김문수 딜레마
놔두자니 불안, 옮기자니 명분이…

새누리당의 ‘김문수 딜레마’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구 수성갑에 공을 들이고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에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적지 않은 수치로 밀리는 모습이다. 여당은 ‘이러다 혹시 야당에게 뺏기는 것 아니냐’는 소문에 술렁이고 있다.

<영남일보>가 의뢰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 지난 1일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더민주 김 전 의원은 52.0%의 지지율을 기록, 37.4%에 머문 김 전 지사에게 14.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신문>이 지난 4일에 발표한 조사에서도 더민주 김 전 의원이 52.5%, 김 전 지사가 35.1%로 오차범위를 벗어나 크게 앞섰다. 같은 날 <대구일보>의 결과에서도 김 전 의원은 49.3%, 김 전 지사는 39.2%를 기록해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교체설까지 나돌고 있다. ‘최경환 차출설’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점이 있는 경기도 지역으로 김 전 지사가 올라오는 대신 최 의원이 대구로 내려가 수성갑에 출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 전 지사는 이런저런 교체설을 일축한다. 지난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며 “언론에 알려진 것은 많은데 어떤 사람인지 (지역민들이) 직접 물건을 못 봐서”라고 부진의 원인을 진단했다. 최 의원의 차출설에 대해서는 복수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능성을 부인했다.

“대구 수성갑 뺏길라”
김부겸에 여전히 밀려

최 의원 또한 차출설을 일축했다. 지난 9일 경산시민회관에서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시민이 내쫓지 않는 이상 지역구를 옮기는 일은 결코 없다. 절대 안 간다”며 “지역구 이전은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정치공학적인 발상으로 대의정치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즉 선거구를 옮기면 김 전 지사가 정치적 타격을 입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유지했을 때 만약 낙선이라도 한다면 그것대로 타격이 크다는 의미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사람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제 시작”이라며 “지역에서 대해 왈가왈부 할수록 제일 힘든 것은 당사자”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인사는 “선거일이 되면 새누리당 뽑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늦어도 3월 초까지는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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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