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 이색유세 열전

고함은 이제 그만…눈도장 '쿵'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선거 운동 잘못하면 스스로 낙선 운동하는 꼴이 된다?’ 선거의 계절이 또 다시 돌아왔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거리를 지나면 후보자들의 명함이 한 손에 수북하게 쌓일 정도다. 하지만 평범한 선거 운동은 유권자들의 짜증만 유발할 뿐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선거 운동의 변화를 이끄는 후보자들을 살펴봤다.

“소음을 유발하고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정말 시민들을 위해 일하겠느냐? 그런 후보는 오히려 뽑지 않으려고 한다.”

선거의 계절이 또 다시 돌아왔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거리를 지나면 후보자들의 명함이 한 손에 수북하게 쌓일 정도다. 하지만 평범한 선거 운동은 유권자들의 짜증만 유발할 뿐이다. 정치권에선 ‘선거 운동을 잘못하면 스스로 낙선 운동하는 꼴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튀는 아이디어

때문에 요즘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선거 운동의 변화를 이끌려는 후보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색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 후보자는 “평범한 방식으로 명함을 돌리면 귀찮아하고 짜증을 내는 분들도 많았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더니 반응도 좋고 유권자들도 저를 기억해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화려하고 요란한 선거 운동에서 벗어나 검소하고 조용한 선거 운동 전략이 호응을 받으면서, 많은 후보자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유세차 없는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색 선거 운동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다. 이 의원은 야당의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27년만에 여당의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이 의원은 오래된 중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아무런 기계장치도 없는 깔때기 모양의 손 마이크로 유세를 펼쳤다.

이 의원은 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낡은 자전거를 타고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선거 운동을 펼쳤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이 의원이 선거 과정에서 사용했던 낡은 자전거와 손 마이크 등은 선관위가 전시 목적으로 수집했을 정도다.

선관위는 선거가 끝난 뒤 선거와 관련한 홍보자료나 포스터, 전단 등 사료 가치가 있는 것들을 모아 기록관리실에 보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도 많은 후보자들이 이색 선거 운동으로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선거구조차 획정되지 않은 깜깜이 선거판에 뛰어든 정치 신인들은 이색 선거 운동으로 유권자들의 눈길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주 청원구 이종윤 예비후보는 ‘형광 LED 어깨띠’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다. 어두운 거리에서도 이름을 홍보할 수 있는데다 거리에 나설 때마다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인천 남동구 갑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구본철 후보는 신세대의 전유물인 전동스쿠터를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구본철 후보는 “기존 새누리당의 이미지를 벗어나, 새누리당 후보가 젊은 층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권위적이고 무겁던 정치인의 이미지가 아닌 트렌디한 모습으로 젊은 층은 물론 많은 분들이 즐거워하신다”고 말했다.

유권자 짜증 유발…호객식 운동 옛말
‘튀어야 산다’ 시선 잡는 이벤트 화제


제주 서귀포시에 출마한 위성곤 예비후보는 1666-5413으로 무료전화를 걸어 후보의 정책과 활동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만든 쌍방향 소통 시스템을 구축해 눈길을 끌었다. 위 후보는 “선거 때만 되면 다량의 문자 발송으로 유권자 여러분이 문자 노이로제에 걸린다는 말씀에 걱정이 많았다”며 “이번에 유권자와 쌍방향으로 소통 할 수 있고, 문자 짜증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선거운동 방법을 도입하게 됐으니 많은 이용을 바란다”고 전했다.

프리허그라는 생소한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펼친 후보도 있다. 부상일 제주시을 선거구 예비후보는 지난 연말 북극곰 살리기 운동 일환으로 북극곰 인형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며 프리허그 캠페인을 펼쳤다. 전남 여수갑 선거구에 출마하는 신정일 예비후보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기간에 산타복장을 하고 선거 운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거리에서 만난 학생과 어린이들은 산타복장을 하고 나타난 신 예비후보와 사진을 찍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는게 신 예비후보 측의 설명이다. 신 예비후보는 이번 선거의 테마를 “여수에 큰 선물을 주겠다”는 의미로 ‘산타’ 캐릭터로 선거운동에 나서기로 하고, 산타이메일(santa2016@hanmail.net)을 개설하는 등 산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구 북구을 지역구에 출마하는 황영헌 예비후보는 3대(代)를 총동원해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출마 선언 이후 한 달간 매일 아침 차량통행이 많은 팔달교에서 유학 중인 큰아들, 막내 아들과 함께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팔순의 부모와 30년간 함께 살고 있는 막내동생, 제수, 조카들도 선거운동을 거들고 있다. 황 후보는 “팔순의 부모가 새벽부터 불편한 몸을 이끌며 맨손으로 아들의 명함을 돌리고 있다”며 돈독한 가족애를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선거 현장에는 각종 영화 의상을 한 후보자나 인형탈을 쓴 후보자, 손수레 유세차량을 끄는 후보자 등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후보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조선시대 머슴 복장으로 유권자들에게 연신 절을 하며 ‘상전처럼 모시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환경보호를 강조하려고 종이 명함을 나눠주는 대신 명함 모양의 피켓을 목에 걸고 ‘인간 명함’ 유세를 펼친 후보자도 있었다.

특히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거 문화가 크게 변화했다는 평가다. 당시 치러진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로 요란한 유세차량과 확성기가 모두 금지됐다. 그러자 후보들이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려고 '톡톡' 튀는 선거 운동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이색 선거 운동이 정치를 너무 희화화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후보자들이 좋은 공약으로 승부하지 않고 우스꽝스런 복장으로 유권자들의 눈길만 끌려 한다는 비판이다.

유권자 취향 저격

이색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 후보는 “정책, 공약, 신념에 대해서는 진중하고 엄숙한 자세로 고민하지만, 그것을 알리는 방법만큼은 주민들이 보셨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즐겁고 힘이 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색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라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선거 운동을 펼친다고 해서 정책이나 공약 등에 소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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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