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추적> 반기문-박근혜 밀월행보

친박계, 차기 대통령 만들기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해 벽두부터 국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놨다. 반 총장이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새해 인사 통화에서 위안부 협상 지지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밀월행보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해 벽두부터 국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놨다. 반 총장은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새해 인사 통화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해 “위안부 문제가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면서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례적인 인사치레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평소 민감한 질문을 잘 피한다고 해서 ‘기름장어’라는 별명까지 가진 반 총장임을 감안하면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반 총장이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뻔히 알고도 박 대통령 힘 실어주기에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반 총장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는 데 반 총장의 발언을 적극 이용한 것이다.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밀월행보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라인 본격화
박근혜 편들기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반 총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대통령 취임 첫해에만 반 총장을 3차례나 만났다. 2014년 10월에는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친박 주류 의원들이 세미나를 열고 난데없이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세미나의 주제는 ‘2017년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였고 부제는 ‘반기문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였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 추류 의원들이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놓고 공개 세미나까지 연 것이다. 내용은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였다. 발제를 맡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여론조사를 보면 반 총장을 제외하면 사실 정권 연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운을 띄우자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낸 안홍준 의원은 “당내 인사로 정권 창출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유엔총회 기간엔 반 총장과 박 대통령이 모두 7차례나 직간접적으로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뉴욕 도착 이후 첫 일정으로 반 총장 관저에서 만찬을 진행한 데 이어 유엔개발정상회의 기조연설,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오찬, 유엔총회 기조연설, 유엔 사무총장 주최 오찬, 유엔평화활동 정상회의 등을 함께 했다.

특히 당시 반 총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행했던 새마을운동을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반 총장은 “한국사람 중 한사람으로서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새마을운동이 회원국에 도입되고 실행되고 있어 감명을 받았다”며 “박 대통령의 노력으로 새마을운동을 개도국에 소개하고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맨해튼 중심에서 새마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당시 반 총장의 발언을 두고 박 대통령을 향한 낯 뜨거운 구애라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낯 뜨거운 구애?
친박과 상견례 중?

게다가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만난 지난 9월은 마침 추석연휴 기간이었다. 당시 국내 정치권은 정쟁에 한창 몰두하고 있을 시기였다. 반면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세계무대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쓰고 있는 그림을 연출했다. 지난해 추석 여론전의 승자는 단연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밀월행보의 절정은 지난 해 두 사람이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나란히 참석한 장면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반 총장의 열병식 참석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일본 외무성은 반 총장의 중국 열병식 참석은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를 유엔 측에 전달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이번 기념행사는 쓸데없이 과거에 초점을 맞춘 것이며 유엔 사무총장은 중립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강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항의했다. 또 일본은 “(중국 정부가 민주화 시위를 억압한)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장소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해 군사 퍼레이드를 관람하기로 결정한 것에 (올바른 결정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미래를 위해 과거의 교훈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비판을 일축했다. 반 총장이 ‘역사’나 ‘교훈’ 등 일본 정부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강경한 입장을 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당시 열병식에는 중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서방국 정상들은 대부분 불참했다. 만약 반 총장마저 참석하지 않았다면 균형외교를 추구하며 서방 동맹국 중 거의 유일하게 참석을 결정한 박 대통령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을 것이다.

박 대통령에 위안부 협상 지지 발언
대선 앞두고 노골적으로…정치권 발칵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박 대통령의 수호천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외교적 고비 때마다 박 대통령 뒤에는 반 총장이 있었다. 집권 4년차를 맞는 박 대통령이 여전히 40%에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외교 성과다.

실제로 신년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동안 가장 잘 한 것을 묻는 질문에 외교적 성과와 원칙 있는 대북 정책이라는 답변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일례로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의 신년 통화에서 위안부 협상 타결을 높게 평가한 것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던 박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됐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북한과 맞설 때마다 대통령의 편에서 북한을 압박했다.

이처럼 두 사람이 밀월행보를 지속하는 것은 서로의 니즈(Needs)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친박계로서는 반 총장만큼 매력적인 카드가 없다. 현재 친박 진영에선 마땅한 차기주자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수호천사?
지지율 상승

여권 내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비박계다. 친박계는 여전히 새누리당 내 최대계파지만 마땅한 차기 대권주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차기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비박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반 총장은 지역과 연령을 넘나들며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물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 총장은 양극인 호남과 영남에서 모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20대와 60대 지지율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여야의 차기 대선 후보들이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게다가 반 총장이 대선 캐스팅보드로 불리는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정치권에 불어 닥친 개헌론과 대입해보면 반 총장의 경쟁률은 더 높아진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혁신하기 위해 최근 정치권에선 이원집정부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외교와 국방 같은 외치의 경우는 대통령이, 나머지 내치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담당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된다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외교부 장관 등을 거친 반 총장이 가장 적임자일 수 있다. 이미 전례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쿠르트 발트하임은 1972년부터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뒤 1986년 본국으로 돌아가 대통령이 됐다. 오스트리아는 이원집정부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다.


임기 마지막해…본격적인 동행?
달라진 행보 확실한 친박 줄서기

지난해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콕 집어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개헌 논의는 여당 내에서 금기시되어 왔던 일인데 난데없이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 의원이 개헌을, 그것도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권력으로 힘이 쏠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를 하루빨리 내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친박계가 비박계를 견제하기 위해 반 총장을 차기 대선후보로 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권을 꿈꾸고 있다면 반 총장도 친박계의 도움이 절실하다. 아무리 반 총장의 인기가 높다지만 반 총장은 정치경험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 정치적 기반도 없다. 선거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하부 조직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물론 반 총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한다면 순식간에 수많은 인사들이 모여들겠지만, 짧은 기간 어중이떠중이 모여든 인사들로는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조직력을 기대할 수 없고 대선캠프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잡음에 시달릴 위험성이 크다.

반 총장이 북한 방문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대권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 총장은 올해가 마지막 임기인데 한반도 평화 안착과 관련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선이 실시되는 내년에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끝내고 금의환향하려면 올해에는 북한 문제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반기문 밀고
이원집정부제 실시?

정치권에서는 경색된 남북 관계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의 최대 화두는 통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 총장이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한다면 반기문 대망론이 더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은 대선 출마설이 불거질 때마다 그런 소문이 유엔 사무총장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정작 대선 출마설에 불을 지피고 있는 사람은 반 총장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문은 친노 배신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2004년 6월 ‘이라크 김선일씨 피살사건’ 당시에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해임하라는 정치권의 압박에도 자리를 보전하는 등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기까지 노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반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년 반이 지난 2011년 12월에서야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를 해 친노계 인사들 사이에서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반 총장이 대권을 염두에 두고 향후 변절자라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친노’ 및 야권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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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