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거물들 붙는' 초접전 격전지 포커스

‘지면 떠나는’ 단두대 대진표 윤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을 향해 뛰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들이 있다. 한국 정치사에 늘 있어왔듯, 이번 제20대 총선에서도 소위 정치 거물들의 출마는 유효하다. 오히려 ‘3김(金) 시대’처럼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 없어 각 지역별로 격전이 예상된다.

흡사 군웅할거의 시대 같다. 상대를 압도하는 몇몇 인물 대신 각자의 경쟁력을 갖춘 이름값 무거운 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시사>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들, 청와대·정부 기관에서 근무했던 공직자들, 여야 정당의 지도부 인사들 위주로 출마 지역과 맞상대를 점검해봤다.

거물 난립
혼돈의 시대

대선주자 1·2위를 나눠 가지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부산에서 대결을 펼칠 것인가는 정가의 최대 관심거리 중 하나다.

일찌감치 부산 영도 출마를 선언한 김 대표와 달리 문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직접 나서 부산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언제든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이를 반영하듯 두 사람의 가상대결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신문>이 의뢰하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2월28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 대표가 부산 영도에 출마, 김 대표와 한판 대결을 펼칠 경우 30%포인트의 격차로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대표는 해당 지역구에서 51.4%의 지지율을 기록, 21.4%에 그친 문 대표를 여유롭게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지난 12월21∼25일 조사, 지역구 성인남녀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반면 전국을 대상으로 한 대선주자 선호도는 문 대표가 우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지난 2015년 12월 4주차 주간집계 결과를 보면 문 대표가 17.6%를 기록, 17.1%의 김 대표를 0.5%포인트 차로 앞섰다. 해당 결과가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김 대표가 지난 25주 동안 유지하던 선두 자리를 문 대표에게 내줬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문 대표에 대한 지지율 상승보다 안철수 의원의 중도층 흡수, 그 여파로 인한 김 대표의 하락이 불러온 결과라는 점에서 문 대표의 장기 수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지난 2015년 12월21∼2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5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용호상박
대선주자

어느덧 대선주자 선호도 3위까지 올라온 안철수 의원의 총선 출마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창당을 선언한 안 의원은 출마 지역구에 대해 “당원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존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이준석 전 의원,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를 꺾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다른 거물들과는 조금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 ‘험지출마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어디로 출마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로 출마를 고집하다 당의 의견을 따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오 전 시장은 정작 당 지도부가 험지를 정해주지 않아 ‘벙어리 냉가슴 앓이’ 중이다.

일찌감치 총선을 향해 뛴 유승민 전 원내대표, 김문수 예비후보자는 ‘대구출마’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비슷하다. 동구을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수성갑에서는 김 후보자와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 간의 치열한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정몽준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지난 7월경 세계축구연맹(FIFA) 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국내 정치와는 다소 멀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국내 선거에는 나갈 수도 없고 나갈 생각도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서울 수복을 위해 정 전 의원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 있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김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도 경우에 따라서 대대적인 설득작업에 돌입할 여지가 있다. 정 전 의원은 그 중 설득대상 0순위로 꼽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총선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해보면 두 여야 대표가 붙을 가능성이 있는 부산이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가운데 서울과 대구를 중심으로 대선주자들의 활동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에 하나 지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물밑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잠룡들 출마 어디로? ‘대선 탐색전’
지도자 카리스마 드러낼 절호의 기회

총선을 위해 돌아온 기관장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역구 출마보다 오히려 새누리당 내 공천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이 모아진다. 친박 좌장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의외로 조용히 총선에 임할 것이란 얘기도 있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1월 둘째 주 이후 행보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사회부총리의 인천 연수 출마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일찍이 정가에서는 제20대 총선을 통해 6선에 성공한 후 국회의장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입법·사법·행정 3부에서 고위직을 지냈다는 이력,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라는 점 등 누구보다 당선에 유리한 상황임에도 암초는 존재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여러모로 내홍을 겪었다는 점에서 향후 총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찌감치 여의도로 돌라온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거구 획정 결과에 총선 행보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과의 선거구 통·폐합 여부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상직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부산 출마가 유력하다. 경산 출신이지만 학창시절을 부산에서 보냈고, 진두지휘했던 고리원전 1호기 폐로가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에서 기장군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또한 분구가 예상돼 첫 선거에 나서는 윤 장관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그 외에도 부산 연제구에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당초 대구 동구갑 출마가 유력하다 최근 북구갑 출마 소식이 들리는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의 행보도 관심이 모아진다.

장관 출신
지역 다지기

여야 지도부 인사들의 총선 준비도 바쁘다. 4선을 지내고 최근 신박으로 각광받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경기도 평택갑 출마가 확실시된다. 맞상대로는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더민주 고인정 평택갑 지역위원장이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출마하는 부산 남구갑은 경쟁률이 낮은 선거구 중 하나로 꼽혀 전망을 밝혔다.
 

경기도 화성시갑에서는 8선에 도전하는 서청원 최고위원과 더민주 오일용 화성시갑 지역위원장 간의 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그 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최고위원을 제외한 김을동, 이인제, 이정현 최고위원 또한 지역 활동에 매진 중이다. 이중 전남에서 불씨를 만들어낸 이정현 최고위원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탈당 바람으로 내부 사정이 복잡해진 더민주에서도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미 3선을 지낸 경기도 안양시만안구 출마가 확실시 된다. 야권의 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과의 내부 경선 결과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행동을 같이하는 김한길·박지원 의원의 행보도 유권자의 관심을 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울 광진갑의 김 의원과 전남 목포시의 박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박 의원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루비콘 강가에 서 있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할 각오로 통합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근혜 키즈 후보들 예상대로 출마
공공기관장 출신 정치인 전진배치

정세균 의원이 과연 정치1번지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상대는 박진 전 의원으로 지난 19대 총선의 복수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박 전 의원은 18대 국회 당시 종로구 국회의원이었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차범위 내 박빙의 대결이 예상된다.

손학규·정동영의 출마여부는 미지수다. 토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손 전 고문은 측근발 소식을 통해서도 총선에 나가지 않는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계 복귀설은 단지 설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반응이다. 대신 19대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동영 전 장관 또한 복귀가 불투명한 건 매한가지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속단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휴먼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북 전주덕진에서 정 전 장관은 23.7%의 지지율을 기록, 현역인 김성주 의원이 얻은 28.7%에 단 5%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신뢰수준 ±3.6%포인트).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40.7%여서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지난 12월26∼27일, 만19세 이상 지역 유권자 734명 대상, 표본오차 95%).

일찌감치 창당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은 최근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해 공식 사과함으로써 과거 털어내기를 마쳤다. 그는 지난 12월29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날의 전략적 과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호남의 정치가 이지경이 된 데에는 내게 커다란 책임이 있다”고 시인했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창당을 위해선 꼭 필요한 행동이었다는 평과 표를 얻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대조를 보인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천정배 제압용’이라는 더민주 송영길 전 인천시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청와대 인사
너도나도 출마

그 어느 때보다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의 총선 나들이가 활발하다. 최근 연설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필두로 대구 북구갑에서 최근 영양·영덕·봉화·울진군 출마로 방향을 선회한 전광삼 전 춘추관장, 대구 달성에 출사표를 던진 곽상도 전 민정수석, 대구 서구의 윤두현 전 홍보수석,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갑 출마를 선언한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과 왕보경 전 청와대 연설기록행정관이 펼칠 ‘청와대’ 대결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선 뛰는 노장 열전
4선부터 지자체장까지

70세는 예로부터 드문 나이, 이에 고희(古稀)라 불렀다. 장수가 쉽지 않아 60세만 넘어도 회갑연을 열었던 시대니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주위에는 ‘노당익장(老當益壯)’을 과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다. 제20대 총선을 위해 뛰는 고희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예비후보자 중 70세가 넘은 사람은 총 14명(2015년 12월30일 기준).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4명으로 가장 많이 있었고, 그 다음 인천, 경기도, 전라남도에 각각 2명씩, 다음 대구, 충청북도, 경상남도, 제주에 각각 1명씩이 등록돼 있다. 지역구별로 보면 서울은 중구·중랑구을·관악구을·강남구을, 대구는 중구남구, 인천은 남동구갑·서구강화군을, 경기도는 김포시·여주군양평군가평군, 충청북도에 청주시흥덕구갑, 경상남도에 사천시남해군하동군,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시을에 각각 1명씩이 있다. 전라남도 광양시구례군은 70세를 넘긴 후보자가 2명이다.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은 경기도 김포시의 김두섭 후보자로 1930년생, 올해 87세다. 소속 정당이 한나라당으로 되어 있는 그는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4대 국회 당시 현역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70세 이상 후보들 화제
김포 후보 87세 최고령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이도 있다. 새누리당 소속의 서울 강남구을의 권문용 후보자는 강남구청장만 3선을 지냈다. 같은 새누리당 소속 인천 남동구갑 이윤성 후보자는 전직 KBS뉴스 앵커 출신으로 4선 의원과 국회 부의장까지 역임했다. 경기도 여주군양평군가평군의 새누리당 이규택 후보자는 4선 의원 출신으로 과거 한나라당 원내총무를 지낸 이력이 있다. 그 외에도 전 청주시장이었던 새누리당 한대수 후보자는 충북 청주시흥덕구갑에, 새누리당 사무총장이었던 이방호 후보자는 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에 각각 등록했다.

불명예 기록도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사실이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안덕수 전 의원은 인천 서구강화군을에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상태다. 지난 12월18일 서울 중구 예비후보자로 등록을 마친 새누리당 소속 임춘목 후보자는 지난 1974년 12월5일 살인미수로 징역 3년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대구 중구남구의 새누리당 박창달 후보자는 지난 2005년 1월26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지난 2008년 8월15일 특별복권 됐다. 전남 광양시구례군 김현옥 후보자는 지난 2006년 12월1일 정치자금법위반에 따른 벌금100만원의 처분을 받았고 2010년 8월15일 특별복권 됐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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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