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거물들 붙는' 초접전 격전지 포커스

‘지면 떠나는’ 단두대 대진표 윤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을 향해 뛰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들이 있다. 한국 정치사에 늘 있어왔듯, 이번 제20대 총선에서도 소위 정치 거물들의 출마는 유효하다. 오히려 ‘3김(金) 시대’처럼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 없어 각 지역별로 격전이 예상된다.

흡사 군웅할거의 시대 같다. 상대를 압도하는 몇몇 인물 대신 각자의 경쟁력을 갖춘 이름값 무거운 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시사>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들, 청와대·정부 기관에서 근무했던 공직자들, 여야 정당의 지도부 인사들 위주로 출마 지역과 맞상대를 점검해봤다.

거물 난립
혼돈의 시대

대선주자 1·2위를 나눠 가지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부산에서 대결을 펼칠 것인가는 정가의 최대 관심거리 중 하나다.

일찌감치 부산 영도 출마를 선언한 김 대표와 달리 문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직접 나서 부산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언제든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이를 반영하듯 두 사람의 가상대결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신문>이 의뢰하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2월28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 대표가 부산 영도에 출마, 김 대표와 한판 대결을 펼칠 경우 30%포인트의 격차로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대표는 해당 지역구에서 51.4%의 지지율을 기록, 21.4%에 그친 문 대표를 여유롭게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지난 12월21∼25일 조사, 지역구 성인남녀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반면 전국을 대상으로 한 대선주자 선호도는 문 대표가 우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지난 2015년 12월 4주차 주간집계 결과를 보면 문 대표가 17.6%를 기록, 17.1%의 김 대표를 0.5%포인트 차로 앞섰다. 해당 결과가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김 대표가 지난 25주 동안 유지하던 선두 자리를 문 대표에게 내줬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문 대표에 대한 지지율 상승보다 안철수 의원의 중도층 흡수, 그 여파로 인한 김 대표의 하락이 불러온 결과라는 점에서 문 대표의 장기 수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지난 2015년 12월21∼2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5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용호상박
대선주자

어느덧 대선주자 선호도 3위까지 올라온 안철수 의원의 총선 출마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창당을 선언한 안 의원은 출마 지역구에 대해 “당원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존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이준석 전 의원,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를 꺾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다른 거물들과는 조금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 ‘험지출마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어디로 출마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로 출마를 고집하다 당의 의견을 따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오 전 시장은 정작 당 지도부가 험지를 정해주지 않아 ‘벙어리 냉가슴 앓이’ 중이다.

일찌감치 총선을 향해 뛴 유승민 전 원내대표, 김문수 예비후보자는 ‘대구출마’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비슷하다. 동구을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수성갑에서는 김 후보자와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 간의 치열한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정몽준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지난 7월경 세계축구연맹(FIFA) 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국내 정치와는 다소 멀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국내 선거에는 나갈 수도 없고 나갈 생각도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서울 수복을 위해 정 전 의원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 있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김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도 경우에 따라서 대대적인 설득작업에 돌입할 여지가 있다. 정 전 의원은 그 중 설득대상 0순위로 꼽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총선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해보면 두 여야 대표가 붙을 가능성이 있는 부산이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가운데 서울과 대구를 중심으로 대선주자들의 활동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에 하나 지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물밑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잠룡들 출마 어디로? ‘대선 탐색전’
지도자 카리스마 드러낼 절호의 기회

총선을 위해 돌아온 기관장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역구 출마보다 오히려 새누리당 내 공천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이 모아진다. 친박 좌장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의외로 조용히 총선에 임할 것이란 얘기도 있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1월 둘째 주 이후 행보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사회부총리의 인천 연수 출마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일찍이 정가에서는 제20대 총선을 통해 6선에 성공한 후 국회의장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입법·사법·행정 3부에서 고위직을 지냈다는 이력,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라는 점 등 누구보다 당선에 유리한 상황임에도 암초는 존재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여러모로 내홍을 겪었다는 점에서 향후 총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찌감치 여의도로 돌라온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거구 획정 결과에 총선 행보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과의 선거구 통·폐합 여부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상직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부산 출마가 유력하다. 경산 출신이지만 학창시절을 부산에서 보냈고, 진두지휘했던 고리원전 1호기 폐로가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에서 기장군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또한 분구가 예상돼 첫 선거에 나서는 윤 장관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그 외에도 부산 연제구에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당초 대구 동구갑 출마가 유력하다 최근 북구갑 출마 소식이 들리는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의 행보도 관심이 모아진다.

장관 출신
지역 다지기

여야 지도부 인사들의 총선 준비도 바쁘다. 4선을 지내고 최근 신박으로 각광받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경기도 평택갑 출마가 확실시된다. 맞상대로는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더민주 고인정 평택갑 지역위원장이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출마하는 부산 남구갑은 경쟁률이 낮은 선거구 중 하나로 꼽혀 전망을 밝혔다.
 

경기도 화성시갑에서는 8선에 도전하는 서청원 최고위원과 더민주 오일용 화성시갑 지역위원장 간의 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그 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최고위원을 제외한 김을동, 이인제, 이정현 최고위원 또한 지역 활동에 매진 중이다. 이중 전남에서 불씨를 만들어낸 이정현 최고위원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탈당 바람으로 내부 사정이 복잡해진 더민주에서도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미 3선을 지낸 경기도 안양시만안구 출마가 확실시 된다. 야권의 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과의 내부 경선 결과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행동을 같이하는 김한길·박지원 의원의 행보도 유권자의 관심을 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울 광진갑의 김 의원과 전남 목포시의 박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박 의원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루비콘 강가에 서 있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할 각오로 통합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근혜 키즈 후보들 예상대로 출마
공공기관장 출신 정치인 전진배치

정세균 의원이 과연 정치1번지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상대는 박진 전 의원으로 지난 19대 총선의 복수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박 전 의원은 18대 국회 당시 종로구 국회의원이었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차범위 내 박빙의 대결이 예상된다.

손학규·정동영의 출마여부는 미지수다. 토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손 전 고문은 측근발 소식을 통해서도 총선에 나가지 않는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계 복귀설은 단지 설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반응이다. 대신 19대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동영 전 장관 또한 복귀가 불투명한 건 매한가지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속단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휴먼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북 전주덕진에서 정 전 장관은 23.7%의 지지율을 기록, 현역인 김성주 의원이 얻은 28.7%에 단 5%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신뢰수준 ±3.6%포인트).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40.7%여서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지난 12월26∼27일, 만19세 이상 지역 유권자 734명 대상, 표본오차 95%).

일찌감치 창당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은 최근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해 공식 사과함으로써 과거 털어내기를 마쳤다. 그는 지난 12월29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날의 전략적 과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호남의 정치가 이지경이 된 데에는 내게 커다란 책임이 있다”고 시인했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창당을 위해선 꼭 필요한 행동이었다는 평과 표를 얻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대조를 보인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천정배 제압용’이라는 더민주 송영길 전 인천시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청와대 인사
너도나도 출마

그 어느 때보다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의 총선 나들이가 활발하다. 최근 연설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필두로 대구 북구갑에서 최근 영양·영덕·봉화·울진군 출마로 방향을 선회한 전광삼 전 춘추관장, 대구 달성에 출사표를 던진 곽상도 전 민정수석, 대구 서구의 윤두현 전 홍보수석,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갑 출마를 선언한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과 왕보경 전 청와대 연설기록행정관이 펼칠 ‘청와대’ 대결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선 뛰는 노장 열전
4선부터 지자체장까지

70세는 예로부터 드문 나이, 이에 고희(古稀)라 불렀다. 장수가 쉽지 않아 60세만 넘어도 회갑연을 열었던 시대니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주위에는 ‘노당익장(老當益壯)’을 과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다. 제20대 총선을 위해 뛰는 고희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예비후보자 중 70세가 넘은 사람은 총 14명(2015년 12월30일 기준).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4명으로 가장 많이 있었고, 그 다음 인천, 경기도, 전라남도에 각각 2명씩, 다음 대구, 충청북도, 경상남도, 제주에 각각 1명씩이 등록돼 있다. 지역구별로 보면 서울은 중구·중랑구을·관악구을·강남구을, 대구는 중구남구, 인천은 남동구갑·서구강화군을, 경기도는 김포시·여주군양평군가평군, 충청북도에 청주시흥덕구갑, 경상남도에 사천시남해군하동군,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시을에 각각 1명씩이 있다. 전라남도 광양시구례군은 70세를 넘긴 후보자가 2명이다.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은 경기도 김포시의 김두섭 후보자로 1930년생, 올해 87세다. 소속 정당이 한나라당으로 되어 있는 그는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4대 국회 당시 현역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70세 이상 후보들 화제
김포 후보 87세 최고령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이도 있다. 새누리당 소속의 서울 강남구을의 권문용 후보자는 강남구청장만 3선을 지냈다. 같은 새누리당 소속 인천 남동구갑 이윤성 후보자는 전직 KBS뉴스 앵커 출신으로 4선 의원과 국회 부의장까지 역임했다. 경기도 여주군양평군가평군의 새누리당 이규택 후보자는 4선 의원 출신으로 과거 한나라당 원내총무를 지낸 이력이 있다. 그 외에도 전 청주시장이었던 새누리당 한대수 후보자는 충북 청주시흥덕구갑에, 새누리당 사무총장이었던 이방호 후보자는 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에 각각 등록했다.

불명예 기록도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사실이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안덕수 전 의원은 인천 서구강화군을에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상태다. 지난 12월18일 서울 중구 예비후보자로 등록을 마친 새누리당 소속 임춘목 후보자는 지난 1974년 12월5일 살인미수로 징역 3년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대구 중구남구의 새누리당 박창달 후보자는 지난 2005년 1월26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지난 2008년 8월15일 특별복권 됐다. 전남 광양시구례군 김현옥 후보자는 지난 2006년 12월1일 정치자금법위반에 따른 벌금100만원의 처분을 받았고 2010년 8월15일 특별복권 됐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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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