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빅매치' 오세훈 VS 표창원 가상대결

‘박빙 예고’ 젊은 표심 어디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오세훈과 표창원의 대결. 분명한 것은 정치권에 등 돌린 젊은 유권자의 흥미를 돋울 만한 대진이다. 표창원에게선 지금은 홀연히 떠났지만, 3년 전 새정치 신드롬으로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던 ‘그’가 떠오른다. 오세훈은 ‘젊음’과 ‘청렴’이라는, 여권에선 찾아보기 힘든 무기를 지녔다.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으로 바꾸기 전인 지난 12월27일, 문재인 대표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안팎에서 겪던 부침을 한 번에 꺾을 만한 승부수였다. 그러나 더 놀라운 소식은 뒤에 있었다. 문 대표는 표 전 교수를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표 전 교수 또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과도 붙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리전 양상

표 전 교수의 영입 소식이 전해진 날 <중앙일보>는 문 대표 핵심 측근의 말을 인용해 ‘표 전 교수를 오 전 시장의 출마지에 투입해 맞대결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서 ‘오 전 시장이 종로를 고집하지 않고 서울의 다른 지역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서 두 사람의 대결이 총선의 핵심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측근의 말처럼 오 전 시장은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의 압박에 종로 출마를 고집하던 기존 입장을 재고했다. 물론 종로 출마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은 변함없지만, 당에서 말하는 소위 ‘험지’에 출마할 뜻이 있다고 전했다. ‘오세훈 대 표창원’의 대결이 서울 모처에서 벌어질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적어도 ‘대중성’의 측면으로 보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두 사람이 붙는 곳이 총선의 핵심 격전지가 될 것이란 측근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29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가에 복귀한 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을 두고 서울시장직에서 불명예 사퇴를 하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당내 입지는 천양지차다. 재보선 당시 오신환 의원과 함께 ‘오 브라더스’를 결성, 야성이 강한 관악을 지역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낙마할 당시 차기 후보로 거론되던 중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큰일 하실 분에게 총리는 맞지 않다”라는 평을 들었을 만큼 인정받는 모습이다.

긍정적 지표는 곳곳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소간 길어졌던 정치 공백을 뒤로하고 어느 순간 대선주자 여권 2위까지 올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정례조사 결과를 쭉 살펴보면 오 전 시장은 김무성·문재인·안철수·박원순 등 잠룡들과 쟁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라이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5년 11월 3주차 이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오 전 시장은 12월 2주차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어 둘 사이의 격차는 이제 2.5%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황이다(박 시장 9.1%, 오 전 시장 6.6%).

경찰대학 행정학 학사를 졸업, 영국 엑서터대학교 대학원에서 범죄학 박사학위를 받은 표 전 교수는 지난 2012년까지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를 역임한 이력이 있다. 또한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며 강호순, 발바리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해결한 경험이 있다. 방송을 통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이 유권자들 뇌리에 각인된 상태다. 이제 막 정가에 발을 들인 입장이지만, 웬만한 정치인 이상의 인지도를 지녔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특화된 분야를 맡을 수 있는 전문가의 영입이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특히 총선에 앞서 중도 보수를 끌어안을 수 있는 안보 이슈가 진보 측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표 전 교수가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12월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듯 경찰 현안과 지난 국정원 댓글 사건에 있어선 누구보다 전문가다.

[오] 여권 내 20대 선호도 1위 부상
[표] 대중성·전문성 지닌 히든카드

오 전 시장과 표 전 교수가 붙는다면, 핵심 타겟층이 겹칠 것으로 분석된다. 표 전 교수가 입당한 더민주의 20∼30대 선호도가 새누리당에 비해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오 전 시장 또한 여권 인사임에도 전국 19∼29세까지 유권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대결까지 갔을 때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12월 4주차 리얼미터 정례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19∼29세 유권자 중 전체 7.4%가 오 전 시장을 지지, 전체 12명의 후보 중 20.9%의 안철수, 20.6%의 박원순, 15.0%의 문재인 다음으로 4위를 차지했다. 여권 내로 좁히면 단연 1위. 잘 생긴 외모, 젊은 정치인이란 이미지, ‘오세훈법’을 통해 얻은 청렴함이란 수식어가 젊은 층에게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통분모는 비단 지지층만이 아니다. SBS의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두 사람이 선보인 모습은 지금과 같은 높은 인지도의 자양분이 됐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996년 10월14일부터 1997년 9월29일까지 약 11개월 동안 진행을 맡아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표 전 교수의 대표 프로그램 또한 <그것이 알고싶다>다.

그러나 실제 맞대결로 갈지는 미지수다.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는 오 전 시장을 자신이 살던 광진구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광진구갑은 김한길 의원, 광진구을은 추미애 의원이 각각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다. 만약 오 전 시장이 광진에 출마하고 표 전 교수가 따라간다면 당내 경선이 불가피하다. 혹여 김 의원이 무소속으로 광진구갑에 다시 출마한다 해도 오세훈·표창원·김한길 3자 구도가 돼 야권의 표가 분산될 우려가 있다. 서울에 두 사람이 대결할 지역이 많지 않다는 게 정가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또한 표 전 교수를 과연 여권 잠룡과 붙이는 게 맞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지난 12월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표 전 교수는 “(오 전 시장과의 대결이든)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겠다”며 “오 전 시장이 아니라 박 대통령하고 붙어라 해도 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힌 적 있는데, 이에 대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순간적으로 영웅 심리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성사는 미지수

일각에서는 표 전 교수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입당하기 전 복수의 언론은 그간 표 전 교수에 대해 온건한 보수주의자로 규정해왔다. <보수의 품격>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긍정하는 발언을 자주했었다(물론 독재에 대해선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중도 혹은 진보진영으로부터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다.

표 전 장관의 SNS를 보면 “‘신사의 품격’과 ‘전사의 용맹함’을 보여 드리겠다”는 문장이 눈에 띈다. 과연 중도 보수를 표방하던 그가 진보진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오 전 시장과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에 젊은 유권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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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