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서울시향 찍어내기 공방

반전에 반전…배후에 거물이?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1년 전 불거졌던 서울시향 사태가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은 박현정 당시 서울시향 대표가 막말과 성희롱을 했다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경찰은 최근 난데없이 서울시향 정명훈 감독의 부인인 구순열씨를 박 전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서울시향 사태의 진실은 무엇일까?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사태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서울시향 직원들이 지난 2014년 12월 박현정 당시 서울시향 대표가 직원들에게 막말과 성희롱, 성추행 등을 했다며 집단투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향 직원들은 호소문을 발표하고 박 전 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정명훈 감독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정 감독의 각종 전횡과 항공비 횡령 의혹도 제기했다. 두 사람의 본격적인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진흙탕 싸움

그런데 얼마 후 서울시 인권보호센터는 박 전 대표의 혐의가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버티던 박 전 대표는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박 전 대표는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는 말만 남긴 채 서울시향을 떠났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후 박 전 대표는 ‘국민 성추행녀’가 됐다. 한동안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과정에서 대표적인 여성 상사 성희롱 사례로 박 전 대표가 거론됐을 정도다. 박 전 대표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을 당했다. 직업도 구할 수 없었다. 박 전 대표를 영입하려던 한 기업은 소비자들의 인식이 안 좋다며 영입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건이 불거진 후 1년 만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달 27일 경찰이 정 감독의 부인인 구순열씨를 박 전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것이다. 구씨가 정 감독의 비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언론에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구씨는 정 감독의 비서에게 ‘시나리오를 잘 짜서 진행하라’고 지시했고, 비서는 ‘남자직원을 고소인으로 섭외했고 모 일간지 기사를 확정했다’ ‘성추행 피해자 곽모씨를 섭외했다’는 등의 답장을 보냈다. 두 사람이 언론플레이를 모의한 듯한 정황이다. 박 전 대표가 그동안 겪은 고통을 감안하면 구씨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직원에 투서 쓰도록 강요?
피해당한 직원 도와준 것?

한편 박 전 대표는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이 일의 배후에 정 감독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어 박 시장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박 전 대표는 “정 감독은 서울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해왔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내가 서울시와 재계약하는 것을 정 감독이 막으려 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은 정 감독 편을 들며 그를 잡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당장 나가라”고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박 시장과의 면담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시향의 평양공연과 문화계의 표가 필요한 박 시장은 해명 기회나 사실 확인 절차 없이 나보고 사건 직후 나가라고 요구했다”며 “서울시향 사태는 박원순과 정명훈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사건 이후 감사과정에서 정 감독의 각종 비위행위가 드러났지만 실제로 서울시는 정 감독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지난 2006∼2011년 정 감독의 매니저에게 연 2회 1매씩 지급되는 항공권(비즈니스석)을 가족이 탑승했고, 출연료는 자신의 법인에 기부하면서 본인이 사업자경비로 부적절하게 공제(손비처리) 받았다. 이런 내용들은 서울시 자체 감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 측은 “정 감독의 부적절한 행위가 재계약을 못할 만큼의 중대하지 않다”며 정 감독과 추가 재계약을 했다.

서울시향 직원들은 여전히 구 씨의 사적인 조언을 일부만 부각시켜 마치 이 모든 일을 꾸며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 감독 측도 “부인은 박 전 대표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직원들의 사정을 알게 되자 심각한 인권문제로 파악해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도록 도와준 것”이라며 “부인이 허위 사실을 날조해 직원들을 사주한 것인지, 실제 피해를 당한 직원을 도와준 것인지는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진실은?

정 감독 측은 경찰이 박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다른 직원의 경우에는 판사가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며 박 전 대표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영장전담 판사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거나 명확하지 않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때문에 서울시향 사태를 둘러싼 정 감독과 박 전 대표의 진실공방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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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