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탈당 예상자 리스트

‘안풍’ 광주 지나 수도권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안(安)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안철수 의원을 쫓아 나가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줄을 서고 있다. 당초 20~30명이라고 했던 데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탈당 도미노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제1야당 지도부는 노심초사해하는 모습이다.

결국 몇 명이 나가는 걸까. 정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박차고 나갈 인사들을 추려보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13일 주말을 끼고 안풍이 불어 닥친 날,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고삐를 틀어쥐면서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연말을 앞두고 다시 거세지는 모양새다. 결국 계파를 고려했을 때 친노계를 중심으로 한 주류세력을 제외하곤 모두 안풍을 탈수 있는 잠재적 후보라는 예상이 정가에서 들려온다.

주류 선택은?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새정치연합을 떠난 뒤 탈당 바람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당초 호기롭게 불렀던 예상 숫자에 비해 비주류 쪽 호응이 적다는 게 언론계의 반응. 몇몇은 ‘왜 새정치연합을 떠나지 못하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며 그 원인을 분석했다. ‘밖은 너무 춥다’는 게 결론이었다.

일단 탈당을 저울질하는 인사들은 사태를 관망해보자는 분위기였다. 문재인 대표가 본인의 사퇴와 비상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구성 등 그간 비주류 쪽에서 주장해왔던 사안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문 대표가 선대위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대표직 사퇴는 사실상 거부의 뜻을 전하면서 분위기는 탈당 쪽으로 전환됐다. 특히 야권 내 군소 계파의 수장인 박지원·김한길 의원이 “문 대표 사퇴 외엔 대안이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혀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정치연합에는 여러 계파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호남의 주승용·김관영 의원, 수도권의 이종걸·최재천·노웅래·문병호·정성호 의원, 충청권의 변재일 의원 등은 김한길계로 알려진 인사들이다. 또한 호남의 김영록·이윤석·김영록 의원, 수도권의 김민기 의원 등 10여명은 박지원계로 불린다. 계파 수장의 탈당은 곧 이들 거취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손학규계의 반응에 새정치연합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최근 지인들과 만나 “이런 때일수록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잇단 탈당 러시는 옳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가에서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의사는 김동철·신학용·양승조·오제세·조정식·우원식·이찬열·이개호·임내현·최원식 의원 등이다. 그 중 이미 당을 떠난 김동철·임내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의 거취에 과연 손 전 고문의 발언이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동철 의원의 이탈은 광주지역 탈당에 불씨를 놨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안 의원이 탈당을 말한 지 나흘이 지난 17일, 예고된 대로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 의사를 전했다. 이어서 사흘이 지난 20일, 김동철 의원 또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당내 네 번째였다.

새정치연합은 광주에서 제1야당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현재 광주를 지역구로 가진 의원은 총 8명, 그 중 최근 떠난 사람은 김 의원을 포함해 지난 23일 탈당 의사를 전한 임내현 의원까지 2명이다. 일찌감치 떠났던 박주선·천정배 의원까지 합치면 광주 의원 중 절반이 무소속인 상태다.

거기다 최근 장병완·박혜자·권은희 의원 등 나머지 광주 의원들도 탈당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크다. 사실상 주류인 강기정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탈당을 했거나 그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광주 의원들이 한꺼번에 탈당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시점을 조율 중이라는 말까지 있다.

김한길·박지원…문제는 계파 추종자
분당 가시화 결국 웃는 건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서울까지 불씨가 옮겨 붙을까 노심초사다. 핵심 키맨은 이종걸·최재천 의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의원은 탈당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MBN은 김한길 의원 측근의 말을 빌려 최 의원이 12월 넷째 주쯤 탈당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서울 의원 중 첫 탈당이라는 점에서 광주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종걸 원내대표 또한 최근 천정배 의원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야권의 주요 무소속 인사들과 만남을 가지는 등 광폭행보를 보여 탈당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그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이 있던 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적 있어 눈길이 간다.

현장에서 그는 “내가 탈당만 세 번 했고, 그 동안 선거를 네 번 치렀는데 그 때마다 내 번호(기호)가 1번도 있고 2번도 있고 3번도 있고 다 달랐다”며 “(그 동안의) 탈당은 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탈당이었고 우리 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탈당이었는데, 이번에는 현실에 맞는 판단과 생각들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군불을 지피는 사람도 있다. 최근 안철수 의원의 수석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문병호 의원은 지난 21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문 대표는 원내대표와 사실상 하나의 팀으로 일하게 되는 정책위의장에 이목희 의원을 인선하면서 이 원내대표와 한 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다”며 “원내대표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자꾸 친노 친정 체제를 강화하면서 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니까 (이 원내대표가) 당에 있고 싶겠느냐”고 전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탈당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히려 탈당이 유력한 권은희 의원에게 “탈당시기라도 조절해 달라”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갈까 말까

박영선·김부겸 등 새정치연합 내 중도파 모임인 ‘통합행동’ 인사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간다. 안 의원과 교집합이 많은 ‘통합행동’은 연일 문 대표를 향한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대구 수성갑에 두 번째 도전을 선언한 김부겸 전 의원은 복수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의 탈당 이후 문 대표의 행보가 조금 우려스럽다”며 “기존의 비노와 비주류에 속하는 분들을 자꾸 건강하지 못한 세력으로 보는 것 같은데 그러한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류 쪽은 안 의원 탈당 이후 ‘분열 책임론’을 펴고 있다. 한 주류 인사 관계자는 “탈당은 당장 눈앞에 먹이만 쫓는 행위”라며 “지금 가장 웃고 있는 쪽이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결국 사태는 야권의 분당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모든 논쟁은 총선 결과로 갈릴 예정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