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4·13 가상대결> 역대급 빅매치 시나리오

둘 중 한 명만…개봉박두 단두대 매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흘러가는 2015년보다 다가올 2016년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있는 지금, 정치권은 제20대 총선을 향한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4·13 총선 빅매치 예상지를 <일요시사>가 선정해봤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출전 대기자 명단을 추려 봐도 면면이 화려하다. 최근 스포츠팬의 이목을 끈 ‘파퀴아오 대 메이웨더’의 대결보다 대진표가 화끈하다. 더불어 시시하게 끝났던 그때 그 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혈투가 예상된다. 지난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기 시작, 4·13 총선을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시작 알린
4·13 총선

서울은 ‘3자 대결’과 ‘우먼파워’, ‘스캔들 매치’가 눈에 띈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는 현역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 전 의원이 가세해 불꽃 튀는 대결을 예고했다.선수들은 출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은 지난 15일 등록을 마치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앞서 지난달 3일 두 후보자는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담판을 짓지 못하면서 판세는 3자 대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상대가 한때 당 대표를 지낸 거물이라는 점에서 당초 여당의 후보 단일화가 점쳐졌다. 그러나 둘 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공천이 결정되는 내년 2월경이 지나야 명확한 대진표가 짜여 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가 가진 상징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제15대 총선 당시 이곳에 출마해 대결했던 신한국당 이명박 후보와 통합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각각 16·17대 대통령에 올랐다. 오 전 시장 또한 내친김에 종로를 기반으로 대선까지 꿈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종로 3선’인 박 전 의원은 출판기념회 등을 열고 일찌감치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 15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후에는 “4선 의원 고지를 넘어 어려운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정개혁을 추진하는 힘 있는 집권여당 지도자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험지출마론’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줄곧 오 전 시장에게 험지출마를 요청해왔다. 지난 23일 다시 한번 오 전 시장 설득에 들어간 김 대표는 그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선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조해 달라고 했다. 오 전 시장도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다만 “종로도 포함해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3자 대결 구도는 아직 유효한 상황이다.

서울·인천
수도권 표심

종로가 남성 3명이 펼치는 ‘브로맨스’ 대결이라면 서초갑은 이혜훈·조윤선의 ‘우먼파워’가 돋보인다. 과연 원조 친박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새로운 친박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중 누가 승자가 될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의 총선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터라 경선이 곧 당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두 사람의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대결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측근이라는 점 덕분이다.

‘원박’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조 전 수석과 같은 날 출사표를 던진 이 전 최고위원은 “서초도 힘 있게 서초의 문제를 해결할 다선 중진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새누리당과 국회에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 경제통이 많아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검증된 능력에 3선의 힘을 더하겠다”고 전했다. 변호사 출신에 초선인 조 전 수석보다 UCLA 경제학 박사에 서초갑에서 재선에 성공했던 본인을 선택해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전 수석은 지난해 6월12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당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정무수석으로 기용돼 약 1년여간 박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한 적 있다.

사퇴할 당시에도 조 전 수석은 “공무원연금개혁이 박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 18일에는 “박근혜정부에 맡긴 책무를 완수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바짝 다가온 총선…격전지는 어디?
스타성 높은 수도권 대진 각양각색

용산구는 의외 인물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상황이다. 항간에 강용석 변호사의 용산 출마설이 제기된 가운데 불륜 스캔들의 상대였던 ‘도도맘’ 김미나씨의 동시 출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MBN은 지난 21일 공화당 신동욱 총재가 김씨에게 강 변호사의 대항마로 용산에 출마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씨는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지만, 지금은 소송 등 주변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강 변호사의 새누리당 복당, 김씨의 출마로 이어진다면 화제성에서는 단연 최고의 대진이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5일 강 변호사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용산 출마 가능성 시사했지만,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출마설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자숙해야 할 사람이 나온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비판한 바 있다.

인천에서 벌어질 ‘입’의 전쟁이 흥미롭다. 청와대의 ‘입’이었던 민경욱 전 대변인과 새누리당의 ‘입’이었던 민현주 전 원내대변인이 인천 연수구에서 만날 예정이다. 특히 민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민 전 ‘원내’대변인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입’으로 통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현재 연수구는 인구 31만명을 기록, 단일 선거구 인구 상한선을 초과했기 때문에 분구가 예상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여의도 복귀가 성사됨에 따라 연수구의 한 자리를 놓고 두 ‘민’의 양보 없는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향방에 따라서 새누리당 내 계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부산
영남 패권

대구와 부산은 총선 최대 격전지로 분류된다. 그 중 대구 수성갑은 잠룡들 간의 대결로 일찌감치 유권자의 주목을 받아왔다.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의 대결. 지난 21일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진 김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결의를 다졌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을 통해 리더십을 배웠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정은에게 돈을 갖다 주면 통일될 거라고 생각하는 정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의 소속 정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어서 김 전 지사는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정당은 오직 기호 1번 새누리당밖에 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정가 전문가는 김 전 지사의 이 같은 발언들을 두고 “인물 간 대결보다 당 대결로 끌고 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라고 해석했다.
 


과연 김 전 의원이 ‘보수의 성지’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9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 도전하는 그는 “침체에 빠진 대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대구 정치도 경쟁을 해야 한다”며 “하나의 당이 독점하다 보니 정치인들이 나태해졌고 일을 하지 않는다”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부탁했다.

이 역시 다분히 새누리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인물 지지율에 비해 떨어지는 정당 지지율을 얼마만큼 보완할 수 있을지가 김 전 의원 당선의 길을 열어줄 열쇠가 될 전망된다.

대구 동구을은 바야흐로 전운이 감돈다. 비박과 진박 간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지난 19일 선거 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행보를 알렸다.

별 다를 것 없던 개소식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이 참석해 이 전 구청장을 두고 “그가 진실한 사람이란 것은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나돌던 진박 마케팅이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며칠이 지난 23일에도 홍 의원의 발언은 이어졌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그는 “이 전 구청장이 진실한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며 “내가 같이 지냈던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말씀드렸던 것이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친박 VS 비박’TK·PK 패권 향방은?
전남에 부는 이정현 돌풍은 진행형?


당사자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직접 진화에 나섰다. 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에 참석한 그는 “선거를 위해 박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가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은 그렇게 특정인을 지적해 내려 보내고 할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즉 일련의 사태들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기보다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짓이란 주장이다. 갈수록 친박계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유 전 원내대표의 필승 전략이 언제 가동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은 유독 거물들 간 대결이 많다. YS 출연 이후 부산 정치의 최대 전성시대라 불러도 될 만큼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서구·중동구·영도구를 중심으로 한 삼각벨트가 과연 어떻게 재편될지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각각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다. 선거구 획정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3곳의 지역구가 2곳으로 통·폐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도구 출마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던 김 대표는 물론 총선을 위해 장관직을 사임, 여의도로 돌아온 유 전 장관도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다. 거기다 정 의장 또한 출마 의지를 보여 교통정리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에서의 장외 전쟁도 뜨겁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 된 안철수·문재인은 부산 총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의원이 사퇴를 밝힌 날을 전후로 부산을 향하는 발걸음이 잦아졌다는 점,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던 문 대표 또한 최근 부쩍 부산을 자주 찾는다는 점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분히 제19대 대선을 노린 행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전남에 부는
여당 돌풍

당초 부산 해운대 출마가 유력시 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새누리)당에서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수도권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는 부산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견해다. 과연 ‘진박’으로 불리는 안 전 대법관의 최종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남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대는 최근 이 최고위원을 검찰 고발했던 손훈모 변호사다. 지난 16일 출마 선언을 한 손 변호사는 “정치가 대한민국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그저 동네 국회의원 한 사람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후보가 돼야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0월26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가 정가를 강타했을 때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를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손 변호사는 지난달 5일 이 최고위원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발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폄훼발언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게 고발장의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대결에서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이 최고위원 저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순천투데이>가 여론조사기관 ‘전남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최고위원은 손 변호사를 포함한 새정치연합 후보 6명과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앞섰다.

특히 노관규 전 순천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5명과의 대결에선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 차가 나는 등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4∼6일 동안 순천지역 유권자 108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과연 이 최고위원의 저력이 재보선을 넘어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역시 야권이 재탈환하는 그림이 그려질지 호남 유권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대희·오세훈 어디로 나올까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제안한 ‘험지출마’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과연 어디에 출마할지 당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국 야권의 세가 강한 수도권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호남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사지’에 내모는 모양새가 돼 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야당으로부터 서울을 탈환해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도 서울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한 여권 관계자는 “험지출마가 결국 수도권에 바람몰이를 하자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름값 높은 사람들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라며 원래의 취지를 강조했다.

따라서 중랑구·마포구·광진구 등 강북 행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지역 모두 제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차지했으나 제19대 총선에선 야권에 넘겨 준 곳들이다. ‘수복’이라는 명분이 있는 만큼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의 출마 요청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오 전 시장은 김 대표의 요청에 “종로까지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곳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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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