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4·13 가상대결> 역대급 빅매치 시나리오

둘 중 한 명만…개봉박두 단두대 매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흘러가는 2015년보다 다가올 2016년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있는 지금, 정치권은 제20대 총선을 향한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4·13 총선 빅매치 예상지를 <일요시사>가 선정해봤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출전 대기자 명단을 추려 봐도 면면이 화려하다. 최근 스포츠팬의 이목을 끈 ‘파퀴아오 대 메이웨더’의 대결보다 대진표가 화끈하다. 더불어 시시하게 끝났던 그때 그 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혈투가 예상된다. 지난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기 시작, 4·13 총선을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시작 알린
4·13 총선

서울은 ‘3자 대결’과 ‘우먼파워’, ‘스캔들 매치’가 눈에 띈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는 현역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 전 의원이 가세해 불꽃 튀는 대결을 예고했다.선수들은 출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은 지난 15일 등록을 마치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앞서 지난달 3일 두 후보자는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담판을 짓지 못하면서 판세는 3자 대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상대가 한때 당 대표를 지낸 거물이라는 점에서 당초 여당의 후보 단일화가 점쳐졌다. 그러나 둘 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공천이 결정되는 내년 2월경이 지나야 명확한 대진표가 짜여 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가 가진 상징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제15대 총선 당시 이곳에 출마해 대결했던 신한국당 이명박 후보와 통합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각각 16·17대 대통령에 올랐다. 오 전 시장 또한 내친김에 종로를 기반으로 대선까지 꿈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종로 3선’인 박 전 의원은 출판기념회 등을 열고 일찌감치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 15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후에는 “4선 의원 고지를 넘어 어려운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정개혁을 추진하는 힘 있는 집권여당 지도자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험지출마론’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줄곧 오 전 시장에게 험지출마를 요청해왔다. 지난 23일 다시 한번 오 전 시장 설득에 들어간 김 대표는 그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선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조해 달라고 했다. 오 전 시장도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다만 “종로도 포함해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3자 대결 구도는 아직 유효한 상황이다.

서울·인천
수도권 표심

종로가 남성 3명이 펼치는 ‘브로맨스’ 대결이라면 서초갑은 이혜훈·조윤선의 ‘우먼파워’가 돋보인다. 과연 원조 친박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새로운 친박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중 누가 승자가 될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의 총선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터라 경선이 곧 당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두 사람의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대결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측근이라는 점 덕분이다.

‘원박’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조 전 수석과 같은 날 출사표를 던진 이 전 최고위원은 “서초도 힘 있게 서초의 문제를 해결할 다선 중진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새누리당과 국회에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 경제통이 많아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검증된 능력에 3선의 힘을 더하겠다”고 전했다. 변호사 출신에 초선인 조 전 수석보다 UCLA 경제학 박사에 서초갑에서 재선에 성공했던 본인을 선택해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전 수석은 지난해 6월12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당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정무수석으로 기용돼 약 1년여간 박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한 적 있다.

사퇴할 당시에도 조 전 수석은 “공무원연금개혁이 박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 18일에는 “박근혜정부에 맡긴 책무를 완수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바짝 다가온 총선…격전지는 어디?
스타성 높은 수도권 대진 각양각색

용산구는 의외 인물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상황이다. 항간에 강용석 변호사의 용산 출마설이 제기된 가운데 불륜 스캔들의 상대였던 ‘도도맘’ 김미나씨의 동시 출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MBN은 지난 21일 공화당 신동욱 총재가 김씨에게 강 변호사의 대항마로 용산에 출마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씨는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지만, 지금은 소송 등 주변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강 변호사의 새누리당 복당, 김씨의 출마로 이어진다면 화제성에서는 단연 최고의 대진이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5일 강 변호사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용산 출마 가능성 시사했지만,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출마설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자숙해야 할 사람이 나온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비판한 바 있다.

인천에서 벌어질 ‘입’의 전쟁이 흥미롭다. 청와대의 ‘입’이었던 민경욱 전 대변인과 새누리당의 ‘입’이었던 민현주 전 원내대변인이 인천 연수구에서 만날 예정이다. 특히 민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민 전 ‘원내’대변인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입’으로 통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현재 연수구는 인구 31만명을 기록, 단일 선거구 인구 상한선을 초과했기 때문에 분구가 예상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여의도 복귀가 성사됨에 따라 연수구의 한 자리를 놓고 두 ‘민’의 양보 없는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향방에 따라서 새누리당 내 계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부산
영남 패권

대구와 부산은 총선 최대 격전지로 분류된다. 그 중 대구 수성갑은 잠룡들 간의 대결로 일찌감치 유권자의 주목을 받아왔다.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의 대결. 지난 21일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진 김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결의를 다졌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을 통해 리더십을 배웠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정은에게 돈을 갖다 주면 통일될 거라고 생각하는 정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의 소속 정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어서 김 전 지사는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정당은 오직 기호 1번 새누리당밖에 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정가 전문가는 김 전 지사의 이 같은 발언들을 두고 “인물 간 대결보다 당 대결로 끌고 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라고 해석했다.
 


과연 김 전 의원이 ‘보수의 성지’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9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 도전하는 그는 “침체에 빠진 대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대구 정치도 경쟁을 해야 한다”며 “하나의 당이 독점하다 보니 정치인들이 나태해졌고 일을 하지 않는다”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부탁했다.

이 역시 다분히 새누리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인물 지지율에 비해 떨어지는 정당 지지율을 얼마만큼 보완할 수 있을지가 김 전 의원 당선의 길을 열어줄 열쇠가 될 전망된다.

대구 동구을은 바야흐로 전운이 감돈다. 비박과 진박 간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지난 19일 선거 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행보를 알렸다.

별 다를 것 없던 개소식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이 참석해 이 전 구청장을 두고 “그가 진실한 사람이란 것은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나돌던 진박 마케팅이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며칠이 지난 23일에도 홍 의원의 발언은 이어졌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그는 “이 전 구청장이 진실한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며 “내가 같이 지냈던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말씀드렸던 것이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친박 VS 비박’TK·PK 패권 향방은?
전남에 부는 이정현 돌풍은 진행형?


당사자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직접 진화에 나섰다. 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에 참석한 그는 “선거를 위해 박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가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은 그렇게 특정인을 지적해 내려 보내고 할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즉 일련의 사태들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기보다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짓이란 주장이다. 갈수록 친박계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유 전 원내대표의 필승 전략이 언제 가동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은 유독 거물들 간 대결이 많다. YS 출연 이후 부산 정치의 최대 전성시대라 불러도 될 만큼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서구·중동구·영도구를 중심으로 한 삼각벨트가 과연 어떻게 재편될지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각각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다. 선거구 획정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3곳의 지역구가 2곳으로 통·폐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도구 출마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던 김 대표는 물론 총선을 위해 장관직을 사임, 여의도로 돌아온 유 전 장관도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다. 거기다 정 의장 또한 출마 의지를 보여 교통정리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에서의 장외 전쟁도 뜨겁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 된 안철수·문재인은 부산 총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의원이 사퇴를 밝힌 날을 전후로 부산을 향하는 발걸음이 잦아졌다는 점,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던 문 대표 또한 최근 부쩍 부산을 자주 찾는다는 점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분히 제19대 대선을 노린 행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전남에 부는
여당 돌풍

당초 부산 해운대 출마가 유력시 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새누리)당에서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수도권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는 부산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견해다. 과연 ‘진박’으로 불리는 안 전 대법관의 최종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남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대는 최근 이 최고위원을 검찰 고발했던 손훈모 변호사다. 지난 16일 출마 선언을 한 손 변호사는 “정치가 대한민국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그저 동네 국회의원 한 사람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후보가 돼야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0월26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가 정가를 강타했을 때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를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손 변호사는 지난달 5일 이 최고위원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발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폄훼발언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게 고발장의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대결에서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이 최고위원 저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순천투데이>가 여론조사기관 ‘전남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최고위원은 손 변호사를 포함한 새정치연합 후보 6명과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앞섰다.

특히 노관규 전 순천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5명과의 대결에선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 차가 나는 등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4∼6일 동안 순천지역 유권자 108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과연 이 최고위원의 저력이 재보선을 넘어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역시 야권이 재탈환하는 그림이 그려질지 호남 유권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대희·오세훈 어디로 나올까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제안한 ‘험지출마’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과연 어디에 출마할지 당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국 야권의 세가 강한 수도권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호남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사지’에 내모는 모양새가 돼 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야당으로부터 서울을 탈환해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도 서울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한 여권 관계자는 “험지출마가 결국 수도권에 바람몰이를 하자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름값 높은 사람들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라며 원래의 취지를 강조했다.

따라서 중랑구·마포구·광진구 등 강북 행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지역 모두 제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차지했으나 제19대 총선에선 야권에 넘겨 준 곳들이다. ‘수복’이라는 명분이 있는 만큼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의 출마 요청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오 전 시장은 김 대표의 요청에 “종로까지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곳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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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