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시간 지하철서 음악 듣다 ‘난청’올라

지하철 소음으로 볼륨 더 높여, 자각증상 왔을 땐 이미 ‘청력손상’

직장인 김은희(27·가명)씨는 요즘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으로 출퇴근시간마다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의 즐거움이 됐다. 김씨는 “지하철을 타고 1시간가량 이동하는데 음악을 듣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는 것 같아 좋다”며 “하지만 지하철 소음과 주변사람들의 소리 때문에 음량을 평소보다 높이게 돼 혹여 귀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하철에서 듣는 음악
천둥번개 데시벨 수준

MP3와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요즘 지하철을 타면 김씨와 같이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과도한 볼륨은 음악이 아니라 ‘소음’과 마찬가지이므로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을 때는 지하철 소음인 80~90dB 보다도 높은 음량으로 조절해 90dB~100dB까지 볼륨을 높이게 된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국내 작업장에서 1일 8시간 근무자의 소음허용한계가 90dB, 4시간 근무자는 95dB, 2시간 근무자는 100dB로 제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숭실대학교 소리과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90dB, 천둥번개가 가까이 칠 때 소리가 90dB~110dB정도”라며 “더구나 귀속에 삽입해 꼽는 이어폰은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고 고막에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청세포의 손상을 더 많이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소음성 난청은 신경이 망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불가능하고 보청기를 끼거나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는 방법밖에는 없다. 또 스스로 자각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왔다면 이미 귀 건강이 상당히 악화된 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회화영역(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의 주파수가 200~2000Hz라면 소음으로 인한 손상은 그보다 높은 4000Hz나 8000Hz의 고주파부터 망가지기 시작한다”며 “이때부터 손상이 가속화돼 회화영역을 침범하면 그때서야 청각이 손상됐다는 걸 느끼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승근 교수는 “여성과 아이들의 목소리가 고음영역대에 속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여성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거나 ‘스’ ‘츠’ ‘크’ ‘프’ 등의 자음소리를 못 알아듣는 상태가 되면 많이 손상된 것”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난청이 오는 시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미국 브리검영여성병원 연구진이 1988~1994년과 2005~2006년에 각각 발생한 12~19세 청소년 청력손상 환자 수를 비교한 결과 15%에 불과한 청력손상 환자수가 20년 사이 전체의 19.5%로 증가했다. 10대 5명 중 1명이 청력손상을 앓고 있는 것이다.

한림대 청각학전공 김진숙 교수는 “클린턴 대통령은 소음성 난청으로 40대부터 보청기를 꼈는데 이는 락 음악을 크게 듣던 히피세대를 거쳐 온 영향도 크다”며 “대개 노인성 난청은 60~70대에 오는데 이어폰으로 높은 볼륨의 음악을 지속적으로 자주 듣다보면 난청이 오는 연령대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로 출퇴근시간에 음악을 듣는 직장인들과 달리 공부를 할 때나 심지어 잠을 자면서까지 이어폰을 꼽고 있는 청소년은 귀에 더 무리가 올 수 있다. 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한국청소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매일 1시간씩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15년 후 귀가 나빠지고 하루 3시간씩 들으면 5년 뒤, 5시간씩 들으면 3년 뒤 청각손상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40대부터 보청기 낀
클린턴 대통령도 ‘소음성 난청’?


또한 성인과 청소년의 청각구조는 다를 것이 없지만 성인에 비해 청소년은 ‘분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청각손상의 위험에 더 노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림대 청각학전공 김진숙 교수는 “청소년들은 소리의 진동이 귀에 유해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별력이 성인에 비해 떨어져 이어폰을 꼽고 있는 시간이 더 많다”며 “원숭이 실험결과 지속적으로 소음을 들었을 경우와 같은 음량이라도 끊었다 듣는 것은 세포손상의 차이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이 청각에 손상을 미친다는 인과관계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이어폰에 대한 품질표시기준만 있을 뿐 안전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김진숙 교수는 “이어폰 자체가 인체에 해로운 것이 아니라 음량에 따라 영향을 받고 음량을 조절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안전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며 “대신 이어폰 사용이 청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식이 대중에 많이 홍보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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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