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줄줄 엮인' 터널공사 비리 백태

혈세 빼돌리는 수법도 가지가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전국 터널공사 현장에서 공사자재를 설계량보다 적게 시공하거나 공사 기법을 조작하는 수법 등으로 공사비를 빼돌리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공사는 대부분 대형 시공업체가 수주하기 마련. 몇몇 대형 시공업체가 국민 혈세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시공업체 A사는 지난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강원도 대관령터널 굴착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비 71억원을 과다 청구했다. 설계도에는 A사가 공사를 맡은 원주∼강릉 구간에 최신 굴착공법을 사용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A사는 공사비를 더 챙기기 위해 훨씬 값싼 공법을 택했다. 최신 공법에 필요한 비싼 자재들을 전부 사용한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자재를 절반 가까이 줄여 공사한 것이다.

공법 조작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공사비 빼돌리기 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9월 말까지 7개월 동안 고속도로·터널·철도 등 전국 64개 주요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터널분야 부패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총 9개 공구에서 자재 누락, 공법 조작 등의 수법으로 관련 공사비 수백억원을 과다 청구한 사실을 적발했다. 올해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이 발주한 고속도로·철도 터널공사 시공업체들이 부당하게 빼돌린 금액은 91억원에 이른다. 부정·비리 사실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추가로 지급됐을 45억원까지 합하면 모두 136억원 규모다.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설계보다 적게 투입하거나 값싼 공법을 이용한 뒤 공사비를 과다 청구하는 등의 수법을 썼다. 주요 적발 사항은 ▲공사 자재 (락볼트) 부족 시공 ▲비싼 설계상공법 대신 값싼 공법으로 시공 후 공사비 차액 편취 ▲비싼 전자뇌관 수량을 부풀려 공사비 과다 청구 ▲미시공 공사비의 기성금 수령 등이 있다.


특히 공사비 편취 사례 대부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철도노선 구간에서 적발됐다. 철도 건설 현장의 소음·진동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무진동 바위파쇄나 전자발파 등 공사비가 비싼 최신 공법으로 설계한 뒤 실제로는 다단발파 등 상대적으로 값싼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하거나 설계변경 과정에서 전자뇌관 수량을 속이는 등의 수법으로 공사비를 빼돌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울산포항 복선전철 ㅇ공구를 시공한 B사는 경북 경주 인근 입실터널 종점부를 굴착하면서 설계상 특허공법인 ‘수퍼웨지’(무진동 바위파쇄) 공법이 아닌 다단발파 공법으로 발파·굴착하고도 일부 구간만 다단발파로 시공한 것으로 속여 공사비 차액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례가 적발됐다.

수퍼웨지 공법의 경우 ㎥당 공사 단가가 20만원이지만 다단발파 공법은 4만원대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B사는 공법 굴착구간은 177m인데, 이중 37m만 다단발파로 시공해 공사비 4.7억원을 점감했다. 발주처를 속이고 공사비 20억원을 편취한 셈이다.

2013년 성남여주 복선 전철 ㅇ공구를 시공한 C사도 마찬가지다. C사는 경기도 성남시 인근 도심 굴착구간 220m 중 일부 구간만 수퍼웨지 공법으로 굴착하고, 나머지는 공사비가 싼 공법으로 굴착하고 설계대로 전체 구간을 수퍼웨지 공법으로 시공한 것처럼 위장해 공사비 11억을 과다 수령했다.

대형 시공사 공사비 편취 적발
9개 공구서 140억원 과다 청구

공사자재를 부족하게 시공한 경우도 있다. 2012년 경 울산포항고속도로 ㅇㅇ공구를 수주한 D사는 터널 지보재인 락볼트(갱도를 지지하기 위해 암반 내에 뚫은 구멍에 꽂아넣어 사용하는 자재)를 부족하게 시공했다. 설계 및 기성 수량인 7만5000여개보다 3만1000여개 부족한 4만4000여개만 구입. 하도급업체에 지급하여 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사 기성금은 설계수량대로 전액 수령하여 17억원을 편취했다.

공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성비를 과다 청구하기도 했다. 강원도 강층철도 ㅇㅇ공구를 시공한 E사는 대관령터널을 굴착하면서 설계내역상 반영된 선대구경 보링(다단발파, 전자발파 등 공법으로 발파시 소음 및 진동을 줄이는 공법) 공법으로 1275m굴착했다. 하지만 E사는 1375m를 시공한 것으로 속여 공사기성금 11억원을 과다하게 청구했다.


권익위는 이번 점검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제도상 문제점들을 관계기관과 함께 개선할 계획이다.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화약 취급 장부의 보존기간은 ‘기입을 완료한 날로부터 2년간’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터널공사 등 토목공사가 통상 5∼10년간 비교적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간 설정의 실효성이 없어 ‘해당 공사구간의 준공 후 1년’등으로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시행령」의 관련규정을 제도개선 권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화약류는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여러 종류의 화약과 뇌관의 종류와 용도를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위 법령의 관리 서식도 함께 개선하도록 경찰청에 권고하기로 했다.

터널의 안전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락볼트 등을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는 수법이 세금계산서·거래명세서·송장 등을 쉽게 위변조하여 속일 수 있었던 점에 주목했다. 앞으로는 세금계산서의 서식란에 ‘제출처’등 항목을 신설하고, 발주기관의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명기하도록 하여 발주기관이 공사현장의 세금계산서를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현행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상 세금계산서 서식 일부를 개정하는 내용을 국세청에 권고할 예정이다.

그밖에 발파 소음 및 진동으로 인한 민원 발생 원인이 터널 굴진시 시험발파를 실시하지 않았거나, 시험발파를 실시한 경우에도 발파 제원보다 화약량을 임의로 늘린데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현장의 소음진동계측 방법의 개선과 함께 관련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권고했다.

자재 누락

권익위 관계자는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터널공사 구간의 공사비 빼먹기 실태가 이번 조사를 통해 일부 사실로 밝혀졌다”며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건설 비리는 반드시 추방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 수수료’ 아시아드CC 비리 

부산시 출자기업인 아시아드CC 전 대표가 측근을 통해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건네받고, 부산시민공원 건설을 담당하던 4급 공무원이 건설업자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가 쇠고랑을 찼다. 

검찰은 6개월간의 수사 끝에 7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드CC의 김모 전 대표는 2012년부터 2년 동안 코스관리 용역업체 N사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4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측근을 N사의 아시아드CC 현장소장에게 보내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N사가 부담해야 할 코스관리비용 1억900만원을 아시아드CC에 전가했고 회사자금 7100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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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