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안 잡은' 문재인의 승부수

"제 발로 나가주니 오히려 고맙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의 창업주 격인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했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줄줄이 당직에서 사퇴하며 문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문 대표가 숨겨놓은 승부수는 무엇일까?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을 ‘잡지 못한 것’이 아니고 ‘잡지 않은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한 비노계의 공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당의 창업주 격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결국 탈당을 강행했다.

당초 친노계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비노계의 집단행동을 ‘공천권 보장을 위한 협박정치’라고 평가절하 했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문 대표가 사퇴하고 나면 당 전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흔들기
문재인의 버티기

그런데 비노계는 정말 끝장을 보자는 분위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실상 당무거부에 나섰고,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줄줄이 당직에서 사퇴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결국 탈당을 강행했다. 친노계와 비노계의 살벌한 집안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처음에는 비노계가 단순히 차기 총선 공천 지분 확보를 위해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선 건 줄 알았다. 잘 달래서 함께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비노계의 행동과 발언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비노계가 ‘문재인 흔들기’에서 ‘문재인 찍어내기’로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며 “정말 사생결단을 내자고 달려들면 우리가 어떤 제안을 하든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 문 대표도 자신이 사퇴한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리를 내놓겠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으면서 무조건 사퇴하라고 하니 답답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당 인사 세력화 실패 장담
“안철수, 결국 또 실패할 것”

하지만 비노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현재 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필패라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인 문병호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바둑으로 치면 지금 현재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에게)20줄을 지고 있다. 그러면 그걸 뒤집기 위해서 승부수를 던져야 된다. 20줄을 지고 있는데 무난히 20줄을 지는 길을 가서는 안 된다”며 “문 대표가 사퇴하는 것만이 당의 큰 변화를 이룰 수 있고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당의 중진들은 중재안으로 문 대표와 안 의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비대위 체제 조기 구성을 제안했지만 안 의원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 드리지 않은 이유다.

이번에는 안 속아
연대 요청 거절

안 의원 측은 이 같은 제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며 문병호 의원이 언급한 ‘20줄 지는 무난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의원 측은 문 대표 측의 연대 제안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연대하자고 해놓고 선거만 끝나면 번번이 약속을 깨버렸는데 어떻게 문 대표 측을 믿고 연대할 수 있겠나? 문 대표 측과 적당히 타협하고 연대하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또 한 번 이용당하는 꼴밖에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탈당 선언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권 전체의 운명을 건 두 사람의 위험한 치킨게임(※ 두 대의 차가 마주 보고 돌진하다가 먼저 피하는 쪽이 패배하는 게임)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 대표가 버티는 속내는 무엇일까? 우선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사퇴를 하고 나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 대표의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퇴진을 전제로 한 어떤 안이더라도 (문 대표가 사퇴하면)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며 “문 대표 없이는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인사도 “지난 번 문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당무위에서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갈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고작 10명 남짓 나가고 끝이었다. 그걸 보면서 ‘고작 저 정도 사람들이 문 대표를 그렇게 흔들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도 언론에선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이 대부분인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 여론은 문 대표가 사퇴하면 당이 더 큰 위기에 빠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사람들이 전체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비노 인사들은 “친노 진영이 오만한 생각에 빠져 있다. 왜 문 대표가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당에는 문 대표 외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며 비판하고 있다.

당내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하고 나면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꼭 (인기 있는) 대선주자만 당 대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표보다 지지율이 낮은) 다른 당 대표가 당을 이끌었을 때는 오히려 당 안정을 기하고 선거에서도 다 이겼다“며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문 대표를) 엄호하는 것은 대안을 싹부터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도 “(비주류의) 최근 움직임은 문 대표를 일방적으로 제외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상생하자는 것”이라며 “문 대표와 친노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양보하면 되는데 기득권을 조금도 놓지 않으려고 하니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가 버티는 이유는 또 있다. 만약 비노 진영이 집단 탈당을 감행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친노 진영에서는 비노 진영의 집단 탈당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또 설사 비노 진영이 집단 탈당을 감행한다고 해도 내년 총선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야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뭔가 대단한 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 선거 때만 되면 공천 탈락이 예상되는 인사들의 신당 창당은 늘 있었던 일”이라며 “당권을 잡고 있는 친노 진영으로서는 별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 당시에도 친노 진영이 주도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대거 탈당해 정통민주당을 창당하고 출마했지만 선거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당시 한광옥 현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과 김덕규 전 의원, 김영진 전 농림부장관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창당을 주도했음에도 정통민주당 후보들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정통민주당의 최종 정당 득표율은 고작 0.22%에 그쳤다.

이 관계자는 “친노 진영에서는 안철수는 절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문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표현이 좀 그렇지만, 안 의원은 ‘정치 기부자’의 행위를 계속해 왔다”며 “탈당이냐 아니냐 이런 고민보다는 자신을 또 한 번 버리고 내놓을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었다.
 

문 대표와 안 의원 측이 치킨게임을 벌여 야권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면 안 의원이 또 한 번 양보할 것으로 착각하고 안 의원을 잡지 않은 것이란 주장이다. 안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내년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이 상당 부분 안 의원에게 전가돼 장기적으로 보면 문 대표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치킨게임 승자는?
둘 다 죽을까?


안 의원의 탈당으로 궁지에 몰린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번 재신임의 경우 비노 진영을 배제한 채 당무위원회에서 박수 의결로 통과시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엔 정식 투표를 통해 제대로 평가를 받아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또 한 번 재신임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면 예전처럼 재신임 룰을 가지고 싸워서는 안 된다. 설사 불리한 방법이라도 통 크게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다”며 “그렇게 재신임을 통과하고 나면 비노 진영에서도 더 이상 문 대표를 흔들 명분을 잃어버릴 것이고 문 대표와 당의 지지율도 크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신임카드 다시 꺼내 들까?
의석 적어도 친노끼리 뭉치자?

문 대표와 친노 진영이 총선 승리보다 당을 장악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야권은 81석밖에 얻지 못하며 참패했지만 친박연대 등과 연대해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권만 장악하고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 야권 승리보다 자신들이 당권을 장악하느냐 못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을 이끌 시절에는 70~80석으로도 야당 구실을 했다. 구심점 없이 비노와 친노로 나뉘어 덩치만 큰 야당보다는 의석수가 적어도 친노끼리 뭉쳐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1야당을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친노 당 장악
비주류만 외톨이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현재 문 대표의 행태를 보면 심지어 총선에서 패하고도 당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당을 친노 진영이 완전히 장악하고 나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총선에서 패해도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해 문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버티면 우리가 어쩌겠나? 친노계가 60년 역사의 야당을 장악하고 독재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 된다”고 우려했다. 비노 진영의 총공세에도 버티는 문 대표의 마지막 승부수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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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