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복귀’ 새누리 폭풍전야 막전막후

빅초이 가세로 총선사이즈 업(↑) 갈등지수도 업(↑)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빅초이(Big Choi) 복귀. 박근혜정부 실세의 귀환 소식에 정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새누리당 내 두 계파, ‘친박-비박’ 소속 인사들은 겉으론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이면에선 주판알을 퉁기면서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19대 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나온 중폭 개각 소식에 정가는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복귀 소식은 그 자체로도 파급력이 크다. 친박계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열고 세 결집에 나서는가 하면, 비박계는 중진들이 나서 공천 룰 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권 2인자
빅초이 복귀

최근 여당 내에서는 최 부총리를 둘러싼 갖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어 그의 귀환은 향후 총선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당장 공천 룰 전쟁에서 최 부총리의 존재유무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7일 공천특별기구(이하 공천기구) 출범에 합의하면서 위원장으로 황진하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비박계의 요구가 수용된 것이다. 그러나 제도에 있어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는 등 대부분 친박계의 요구사항이 반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6일 공천기구 위원장과 결선투표제에 대한 잠정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일요만찬’에서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는 물론 서청원·이인제·이정현 등 최고위원들까지 모여 격론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현행 당헌·당규에 적시된 ‘당원 50%, 일반국민 50%’에 대해서는 입장차만 확인한 채 추후 논의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으로 정했다. 위원장 인선 건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재논의가 시급하다는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비박계는 결선투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해당 제도가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다 득표자가 전체 과반수 득표에 실패할 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두 사람이 다시 경선을 벌인다는 결선투표제에 당원 50%, 일반국민 50% 비율까지 반영된다면, 비박계 후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당원 50%는 결집력에서 비박계보다 강한 친박계 후보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구·경북(이하 TK), 부산·경남(이하 PK) 등지에서 물갈이론, 수도권에서는 험지출마론이 대두된 상황이라 비박계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해당 제도 도입이 최고위원회의를 거쳤음에도 비박계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는 오롯이 친박-비박 간 파열음으로 이어졌다.

결선투표제
계파갈등 뇌관

지난 9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비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친박계 이장우 대변인이 계급장 뗀 설전을 벌였다. 전언에 따르면, 이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비공개로 전환된 자리에서 “민생이 시급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법안 처리를 걱정하는데 왜 부적절하게 공천 관련 발언을 하느냐”며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이 의원을 몰아세웠다.

앞서 이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결선투표제를 통해 (승부가) 뒤집어진다면 진 사람이 (이긴) 후보를 지원하겠나”라며 “결국 (결선투표제는) 우리당 후보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다. 본선이 따로 있는데 경선을 두 번 치르는 제도가 어느 나라에 있느냐”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지난 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학살’ 얘기를 꺼내면서까지 이 의원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박계 인사들은 “당신(이 대변인)이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이냐”고 맞받아치는 등 친박-비박은 서로 ‘강대 강’으로 맞섰다.


공천기구 출범부터 가열양상으로 치닫는 와중에 결선투표제처럼 중요한 사안은 의원총회(이하 의총)의 추인을 거쳐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바 있는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지난 10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모든 규칙은 결국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의총에서 정해져야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비박계 김용태 의원도 같은 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고위원회에 위임한 것은 공천특별기구 구성이지 공천 룰 전체를 위임한 게 아니다”라며 “룰 자체를 다시 정하려면 의총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의총 추인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당론은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당헌·당규를 잘 보라”며 “지난번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했으면 끝이지 더 이상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실상의 거부 의사였다.

박근혜정부 실세 여의도 복귀, 판 커진다
결선투표제, ‘친박-비박’ 계파갈등 기폭제

이처럼 비박계가 결선투표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중에는 항간에 떠도는 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에서는 최 부총리가 복귀해 TK 공천을 담당하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PK 공천을 맡는다는 출처불명의 얘기가 떠돌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최 부총리의 지역구는 경북 경산시청도군이며, 현 수석의 출신지역은 부산이다. 한 비박계 중진의원의 측근은 해당 의혹에 대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겠나”라고 말하면서도 “만약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친박계는 최 부총리의 복귀에 확실히 힘을 받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송년 세미나와 오찬을 가지며 결속을 다졌다. 포럼이 열리기 전 참석자들은 “진박(진실한 친박)께서 오셨다”며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돋보였다.

주목되는 점은 포럼 초반에는 약 40여명의 참석자가 보였다면, 시간의 지날수록 그 수가 불어나 50여명을 웃돌았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개중에는 처음 보는 의원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커짐에 따라 중도층 또는 비박계에서 친박계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증거로 보인다.

또한 최근 여의도로 돌아온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가세해 위용을 더했다는 전언이다. 최 부총리가 복귀하기 전 결집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는 여당 내 평가가 있다.

국가경쟁력포럼
결집 급가속화

당초 세미나에서는 공천 룰과 관련해 비박계를 압박하는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송년 세미나에서는 김 대표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 5법 등 정부에서 추진하는 주요 입법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만 진행됐다. 이에 정가의 한 관계자는 “불화를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새누리당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총선과 관련된 발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기준 전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총선이 불과 4개월 정도 남았는데, 여러 가지 메커니즘이 마련돼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공천 룰을 정하는 것, 인재영입 등 이런 부분에 지도부가 속력을 내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경기장과 경기규칙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았던 윤상현 전 정무특보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결선투표제는) 최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방법”이라고 어필했다.


최 부총리는 화답했다. 포럼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신 정의화 국회의장과 만나 포럼에서 논의된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같은날 오후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의장 집무실을 찾아 면담을 가졌다.

이후 기자들을 만난 최 부총리는 “정부로서 필요한 민생법안이 빨리 처리될 수 있도록 의장이 역할을 잘 좀 해달라고 말했다”며 “의장으로서 역할을 좀 적극적으로 하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해 직권상정을 시사했다. 정 의장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의 복귀가 친박계에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 부총리의 몸집이 입각할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서열 정리에서 내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 결집 나선 친박, “진박이 오셨습니다”
최경환 복귀는 자충수? 뇌관 될 서열정리

일단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최 부총리는 만60세 3선의원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과의 거리는 어느 인사 부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친박계 좌장인 서 최고위원보다 가깝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최 부총리의 복귀가 점쳐지던 시절, 때 아닌 서 최고위원의 ‘용퇴론’이 나와 주목된다. 특히 발원지가 친박계 내부라는 점에서 서열다툼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한 핵심 친박계 인사가 서 최고위원에 대해 ‘구맹주산’이라고 평가했다.
 


서 최고위원이 공격적이니 친박계로 넘어오려는 사람이 적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어서 해당 매체는 “서 최고위원이 친박계의 맹구(猛狗)”라는 그의 말을 전했다. 소식이 전해진 뒤 용퇴론 가능성을 타진하는 복수의 매체가 등장했다.

최근 친박계 허리라인과 서 최고위원의 불협화음이 보여 눈길이 간다. 지난달 16일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공천 룰을 둘러싸고 갈등이 터져 나왔을 때 친박계는 오히려 “(서 최고위원의 말은) 우리의 중론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도 친박계 내부에서는 의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서 최고위원은 논의를 거부하는 등 서로 엇갈리는 모습이다. 최 부총리의 복귀가 이루어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용퇴론이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의 관계에서도 청산해야 될 부분이 있다. 지난 10월경 복수의 언론은 황 부총리와 최 부총리가 드잡이 직전까지 갔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부총리들의 전쟁’을 꺼낸 바 있다. 황 부총리는 만68세 5선의원으로 최 부총리보다 ‘어른’임에도 실질적인 권력은 뒤바뀐 데서 일어난 현상이다. 

당시 교육부 안팍에서는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최 부총리의 독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두 사람이 여의도로 돌아온 시점에서 과거처럼 서열 역전현상이 일어날지, 아니면 정치경력 순으로 정리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비박계 한 관계자는 친박계 서열다툼 가능성에 대해 “친박계는 각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며 “갈등이 크게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서열정리 필수
갈등 가능성은?

정가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올해가 가면 국회 의원회관이 텅텅 비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본격적인 총선모드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선거구 획정은 물론 당내 룰마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뇌관은 곳곳에 깔려있다. 최 부총리의 귀환으로 새누리당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과연 그의 가세가 친박계에 ‘득’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내년 총선 결과가 알려줄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점입가경 ‘청와대-새정치’ 갈등
“입법기능 포기” VS “억지 주장”

청와대가 “국회 스스로 입법기능을 포기했다”고 쏘아붙인 것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국회는 청와대 비서관 회의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지난 9일 정기국회에서 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5법·테러방지법 등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법안의 처리가 무산된 채 종료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여야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테러방지법 등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결국 지키지 못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국회는 청와대 말씀을 열심히 받아써야만 하는 국무회의나 청와대 비서관 회의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이어서 그는 “(청와대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청와대는 일방적으로 정한 법들이 처리되지 않자 입법기능 포기 운운하며 국회를 맹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에 필요한 건 ‘임금님 귀가 당나귀’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라고 응수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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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