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복귀’ 새누리 폭풍전야 막전막후

빅초이 가세로 총선사이즈 업(↑) 갈등지수도 업(↑)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빅초이(Big Choi) 복귀. 박근혜정부 실세의 귀환 소식에 정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새누리당 내 두 계파, ‘친박-비박’ 소속 인사들은 겉으론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이면에선 주판알을 퉁기면서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19대 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나온 중폭 개각 소식에 정가는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복귀 소식은 그 자체로도 파급력이 크다. 친박계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열고 세 결집에 나서는가 하면, 비박계는 중진들이 나서 공천 룰 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권 2인자
빅초이 복귀

최근 여당 내에서는 최 부총리를 둘러싼 갖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어 그의 귀환은 향후 총선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당장 공천 룰 전쟁에서 최 부총리의 존재유무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7일 공천특별기구(이하 공천기구) 출범에 합의하면서 위원장으로 황진하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비박계의 요구가 수용된 것이다. 그러나 제도에 있어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는 등 대부분 친박계의 요구사항이 반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6일 공천기구 위원장과 결선투표제에 대한 잠정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일요만찬’에서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는 물론 서청원·이인제·이정현 등 최고위원들까지 모여 격론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현행 당헌·당규에 적시된 ‘당원 50%, 일반국민 50%’에 대해서는 입장차만 확인한 채 추후 논의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으로 정했다. 위원장 인선 건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재논의가 시급하다는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비박계는 결선투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해당 제도가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다 득표자가 전체 과반수 득표에 실패할 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두 사람이 다시 경선을 벌인다는 결선투표제에 당원 50%, 일반국민 50% 비율까지 반영된다면, 비박계 후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당원 50%는 결집력에서 비박계보다 강한 친박계 후보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구·경북(이하 TK), 부산·경남(이하 PK) 등지에서 물갈이론, 수도권에서는 험지출마론이 대두된 상황이라 비박계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해당 제도 도입이 최고위원회의를 거쳤음에도 비박계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는 오롯이 친박-비박 간 파열음으로 이어졌다.

결선투표제
계파갈등 뇌관

지난 9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비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친박계 이장우 대변인이 계급장 뗀 설전을 벌였다. 전언에 따르면, 이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비공개로 전환된 자리에서 “민생이 시급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법안 처리를 걱정하는데 왜 부적절하게 공천 관련 발언을 하느냐”며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이 의원을 몰아세웠다.

앞서 이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결선투표제를 통해 (승부가) 뒤집어진다면 진 사람이 (이긴) 후보를 지원하겠나”라며 “결국 (결선투표제는) 우리당 후보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다. 본선이 따로 있는데 경선을 두 번 치르는 제도가 어느 나라에 있느냐”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지난 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학살’ 얘기를 꺼내면서까지 이 의원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박계 인사들은 “당신(이 대변인)이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이냐”고 맞받아치는 등 친박-비박은 서로 ‘강대 강’으로 맞섰다.


공천기구 출범부터 가열양상으로 치닫는 와중에 결선투표제처럼 중요한 사안은 의원총회(이하 의총)의 추인을 거쳐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바 있는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지난 10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모든 규칙은 결국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의총에서 정해져야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비박계 김용태 의원도 같은 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고위원회에 위임한 것은 공천특별기구 구성이지 공천 룰 전체를 위임한 게 아니다”라며 “룰 자체를 다시 정하려면 의총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의총 추인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당론은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당헌·당규를 잘 보라”며 “지난번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했으면 끝이지 더 이상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실상의 거부 의사였다.

박근혜정부 실세 여의도 복귀, 판 커진다
결선투표제, ‘친박-비박’ 계파갈등 기폭제

이처럼 비박계가 결선투표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중에는 항간에 떠도는 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에서는 최 부총리가 복귀해 TK 공천을 담당하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PK 공천을 맡는다는 출처불명의 얘기가 떠돌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최 부총리의 지역구는 경북 경산시청도군이며, 현 수석의 출신지역은 부산이다. 한 비박계 중진의원의 측근은 해당 의혹에 대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겠나”라고 말하면서도 “만약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친박계는 최 부총리의 복귀에 확실히 힘을 받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송년 세미나와 오찬을 가지며 결속을 다졌다. 포럼이 열리기 전 참석자들은 “진박(진실한 친박)께서 오셨다”며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돋보였다.

주목되는 점은 포럼 초반에는 약 40여명의 참석자가 보였다면, 시간의 지날수록 그 수가 불어나 50여명을 웃돌았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개중에는 처음 보는 의원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커짐에 따라 중도층 또는 비박계에서 친박계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증거로 보인다.

또한 최근 여의도로 돌아온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가세해 위용을 더했다는 전언이다. 최 부총리가 복귀하기 전 결집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는 여당 내 평가가 있다.

국가경쟁력포럼
결집 급가속화

당초 세미나에서는 공천 룰과 관련해 비박계를 압박하는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송년 세미나에서는 김 대표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 5법 등 정부에서 추진하는 주요 입법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만 진행됐다. 이에 정가의 한 관계자는 “불화를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새누리당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총선과 관련된 발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기준 전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총선이 불과 4개월 정도 남았는데, 여러 가지 메커니즘이 마련돼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공천 룰을 정하는 것, 인재영입 등 이런 부분에 지도부가 속력을 내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경기장과 경기규칙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았던 윤상현 전 정무특보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결선투표제는) 최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방법”이라고 어필했다.


최 부총리는 화답했다. 포럼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신 정의화 국회의장과 만나 포럼에서 논의된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같은날 오후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의장 집무실을 찾아 면담을 가졌다.

이후 기자들을 만난 최 부총리는 “정부로서 필요한 민생법안이 빨리 처리될 수 있도록 의장이 역할을 잘 좀 해달라고 말했다”며 “의장으로서 역할을 좀 적극적으로 하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해 직권상정을 시사했다. 정 의장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의 복귀가 친박계에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 부총리의 몸집이 입각할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서열 정리에서 내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 결집 나선 친박, “진박이 오셨습니다”
최경환 복귀는 자충수? 뇌관 될 서열정리

일단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최 부총리는 만60세 3선의원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과의 거리는 어느 인사 부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친박계 좌장인 서 최고위원보다 가깝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최 부총리의 복귀가 점쳐지던 시절, 때 아닌 서 최고위원의 ‘용퇴론’이 나와 주목된다. 특히 발원지가 친박계 내부라는 점에서 서열다툼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한 핵심 친박계 인사가 서 최고위원에 대해 ‘구맹주산’이라고 평가했다.
 


서 최고위원이 공격적이니 친박계로 넘어오려는 사람이 적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어서 해당 매체는 “서 최고위원이 친박계의 맹구(猛狗)”라는 그의 말을 전했다. 소식이 전해진 뒤 용퇴론 가능성을 타진하는 복수의 매체가 등장했다.

최근 친박계 허리라인과 서 최고위원의 불협화음이 보여 눈길이 간다. 지난달 16일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공천 룰을 둘러싸고 갈등이 터져 나왔을 때 친박계는 오히려 “(서 최고위원의 말은) 우리의 중론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도 친박계 내부에서는 의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서 최고위원은 논의를 거부하는 등 서로 엇갈리는 모습이다. 최 부총리의 복귀가 이루어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용퇴론이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의 관계에서도 청산해야 될 부분이 있다. 지난 10월경 복수의 언론은 황 부총리와 최 부총리가 드잡이 직전까지 갔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부총리들의 전쟁’을 꺼낸 바 있다. 황 부총리는 만68세 5선의원으로 최 부총리보다 ‘어른’임에도 실질적인 권력은 뒤바뀐 데서 일어난 현상이다. 

당시 교육부 안팍에서는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최 부총리의 독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두 사람이 여의도로 돌아온 시점에서 과거처럼 서열 역전현상이 일어날지, 아니면 정치경력 순으로 정리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비박계 한 관계자는 친박계 서열다툼 가능성에 대해 “친박계는 각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며 “갈등이 크게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서열정리 필수
갈등 가능성은?

정가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올해가 가면 국회 의원회관이 텅텅 비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본격적인 총선모드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선거구 획정은 물론 당내 룰마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뇌관은 곳곳에 깔려있다. 최 부총리의 귀환으로 새누리당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과연 그의 가세가 친박계에 ‘득’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내년 총선 결과가 알려줄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점입가경 ‘청와대-새정치’ 갈등
“입법기능 포기” VS “억지 주장”

청와대가 “국회 스스로 입법기능을 포기했다”고 쏘아붙인 것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국회는 청와대 비서관 회의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지난 9일 정기국회에서 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5법·테러방지법 등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법안의 처리가 무산된 채 종료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여야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테러방지법 등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결국 지키지 못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국회는 청와대 말씀을 열심히 받아써야만 하는 국무회의나 청와대 비서관 회의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이어서 그는 “(청와대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청와대는 일방적으로 정한 법들이 처리되지 않자 입법기능 포기 운운하며 국회를 맹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에 필요한 건 ‘임금님 귀가 당나귀’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라고 응수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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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