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인베스트 7000억 사기극 전말

뇌물고리 수면위로…‘게이트’ 열리나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7000억원 규모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불법유사수신으로 거액을 끌어 모은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치인 연루 혐의가 포착됐다. 사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보험 영업사원 출신인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이하 VIK) 대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고 자금을 수신한 혐의로 지난 3일 구속됐다.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거액 투자손실
폭탄 돌려막기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VIK를 정통 VC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다단계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투자금을 모아서 투자를 하는 (VIK의) 방식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VIK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상적인 크라우드펀딩으로 보기 힘들다. VIK가 사용한 투자자 유치 방식이 일반적인 크라우드펀딩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VC업계의 한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은 웹사이트 등을 통해 투자대상을 공개하고 투자자가 투자하는 방식인데 반해 VIK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뒤 직접 투자 대상을 찾는 방식을 사용했다”며 “일반적인 크라우드펀딩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 없이 자금을 수신했다는 점이다. 검찰에 따르면 VIK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유치했다. 정부 인가가 떨어지지 않은 불법유사수신을 벌인 셈이다. 


신종 크라우드펀딩…알고보니 불법유사수신
보험영업사원 출신 대표가 주도 ‘호화생활’
 

유사수신행위법 상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것은 유사수신행위다. 

금융당국은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유사수신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겼을 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VIK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일반인들에게서 투자자금을 모았다. 피해 투자자들은 3만여명, 투자금은 7000억원 규모다. VIK가 갑자기 큰 것은 2013년 무렵 투자했던 투자처에서 이른바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VIK 영업사원들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VIK 영업사원들은 투자자들에게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했다. VIK는 유사수신 혐의를 피하려고 공식적으로 ‘확정수익’, ‘원금보장’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영업사원을 교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가가 나지 않은 투자업체의 원금과 고수익 보장은 금융당국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1인당 투자액
100만∼500만원
 

전문성이 떨어지는 영업사원들도 문제였다. 영업사원들은 보험업계에서 온 경우가 많았다. VIK가 보험사보다 수당을 높게 책정한 것이 주효했다. 이렇게 모인 영업사원들은 전국 5개 영업본부에서 3000여명에달했다. 투자회사로서의 전문성 역시 높지 않았다. 


사내 투자자문 기구를 운영했지만 투자자 전문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드물었다. 투자는 이 대표와 일부 임원들의 독단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들이 이 같은 투자방식을 문제 삼기도 했지만 이 대표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일한 투자방식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자 한 사람의 피해규모는 100만∼500만원까지 다양했다. 일부 투자자의 피해규모는 1000만원을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철 대표는 호화생활을 영위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아 외제차를 구입하고 호텔에서 생활했다. 

VIK는 투자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이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투자금의 20%를 사업비로 활용된 것이다. 통상 여의도 증권가에서 잘나가는 애널리스트도 매년 20% 내외의 수익률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VIK의 투자 실적은 초라했다. VIK는 비상장사 주식이나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에 따르면 VIK는 손실이 발생해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 분배를 하기 어렵게 되자 신규 회원의 자금을 빼내 ‘돌려막기’를 했다. 돌려막기 규모는 2000억원에 달했다.

정치권에 불똥
투자업계 긴장

현재 VIK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면서 투자금 유치를 중단했다. 그러나 VIK는 신문광고를 통해 “현행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고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며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향후에도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따르면 유사수신 업체는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유사수신행위의 표시·광고의 금지)에 따라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영업에 관한 표시 또는 광고를 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자본시장법과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및 사기혐의로 이철 대표와 범모 경영지원부문 부사장을 구속 기소하고, 박모 영업부문 부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VIK가 유사수신행위로 모은 자금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다. 사건이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에게 수억원의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정치권으로 진출을 타진하던 시기 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처장이 2011년 9월부터 약 4년간 이 대표로부터 수수한 금액은 6억2900만원 규모다.

파장 정·관계로 확산
흘러간 정치자금 포착
 

검찰은 지난 1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 전 처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지만 김 전 처장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해 다음날에야 소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처장은 현재의 논란과 관련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처장은 검찰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기자에게 “대한민국 굴지의 싱크탱크를 만들고 싶었다”며 간접적으로 돈을 받은 사실을 암시했으나 혐의 내용 전반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불법자금과 관련해서는 “몰랐다. 제가 알 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로부터 받은 자금 가운데 일부를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냐는 질문에는 “단정적인 질문”이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김 전 처장과 이 대표는 한 단체에서 만나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현재 김 전 처장은 부인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와의 친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김 전 처장은 “내 강의를 들으면서, 나를 굉장히 좋아하고 내 강의를 경청하려는 후배”라고 말했다. 조사실에서도 김 전 처장은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혐의를 부정했던 것과는 달리 이 대표에서 김 전 처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은 치밀했다. 

<MBN>의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부인의 통장을 통해 부사장에게 돈을 보냈다. 돈을 받은 부사장은 다시 부하 직원들에게 돈을 보냈다. 최종적으로 돈을 입금 받은 직원들은 돈을 인출해 김 전 처장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은 총 6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혐의 내용에 대해 부인하자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같은 날 오후 11시30분께 긴급체포했다. 다음날에는 김 전 처장을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되면서 김 전 처장의 정치 생활에 결정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김 전 처장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사회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모 일간지에서 언론인 생활을 했다. 2005년 참여정부시절에는 국정홍보처장직을 거친 후 정치권 진출을 모색했으나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김 전 처장은 2012년 총선 경기 성남 분당갑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다.

총선 앞두고…
배지 떨어지나


지난해에는 6·4 지방선거 경기지사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김상곤 후보 지지의사를 밝히며 사퇴한 바 있다. VIK의 불법유사수신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은 해당사안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VIK 불법유사수신 논란으로 크라우드펀딩 업계가 된 서리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VIK가 자금을 모은 방식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 온 크라우드펀딩이 유사수신 업체 하나 때문에 안 좋은 이미지가 형성됐다”라며 “신생 회사의 자금 유치에 희망이 되는 크라우드펀딩이 이번 사건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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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