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박' 거부한 안철수의 노림수

'새판' 짜든지 '친노' 빼고 헤쳐모이든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문재인) 안(안철수) 박(박원순) 연대’를 거절하고 당 내외 모든 야권주자들이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를 역제안 했다. 이로써 야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정치권에선 문 대표와 안 의원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최악의 경우 안 의원이 탈당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이 문안박 연대를 거절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문재인) 안(안철수) 박(박원순) 연대’를 최종적으로 거절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3인이 당권을 분점해 총선을 치르자는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당의 화합과 당 밖의 통합이 이루어질 지 미지수고 지지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문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혁신전당대회
문안박 연대

안 의원은 대신 문 대표에게 “더 담대하고 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문 대표를 포함한 모든 야권주자들이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를 개최하자”고 역제안 했다. 안 의원은 본인 또한 전당대회에 참여하겠다며 “꼴찌를 해도 좋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감당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 의원의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절했다. 혁신전대를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를 열면 ‘공천 줄 세우기’ 전당대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내년 총선까지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문 대표 측이 제안을 거부하자 “더 좋은 안이 무엇인지 내놓아야 한다”며 거듭 문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안 의원이 탈당의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안철수, 연일 강공드라이브
'복당녀' 박근혜 전술 따라하기?

실제로 안 의원은 문 대표의 문안박 연대를 거절한 다음날 야권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를 방문해 의미심장한 행보를 이어갔다. 안 의원은 광주를 찾아 첫 일정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친노세력의 패권적 행태를 무너뜨려야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신당 지지가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고, 패널로 참석한 호남지역 인사들이 ‘호남 홀대론’ ‘문재인 지도부 퇴진’ 등을 언급할 때마다 청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 본 한 당 관계자는 “주제는 야당의 혁신이었는데 마치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세력에 대한 성토장 같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안 의원은 또 광주에서 청년사업가들과 간담회를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안박 연대에 대해 “본인 입으로 얘기할 때는 적어도 (문안박 중) 자기 이름을 제일 뒤에 넣어야 하지 않겠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사실상 문 대표와 친노진영을 겨냥해 “개인이나 각 계파의 이해타산이나 대선출마 욕심이 앞서면 공멸한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진흙탕싸움 시작?
문-안 정면충돌

지난 대선 이후 안 의원은 사실상 문 대표와 줄곧 대립하는 관계였지만 안 의원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문 대표를 겨냥한 행보를 이어나간 적은 처음이다. 대선출마와 신당창당 등을 포기하면서 이름을 빗대 ‘철수정치’를 한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안 의원은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나지 않고 ‘강철수(강한 안철수)’가 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문 대표에게 밀리기만 했던 안 의원이 내년 총선과 향후 대선을 목표로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안 의원이 문 대표를 압박해 결국 내년 총선에서 지분 챙기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평가절하 했지만 안 의원이 겨우 지분을 챙기려고 했다면 문안박 연대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지분을 조금 더 챙긴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친노세력이 주도하는 당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안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친노세력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것이고 드디어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안 의원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세 결집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안 의원이 광주를 찾았을 땐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안 의원과 동행했다. 문 대표가 지난달 18일 광주 조선대 강연에 나섰을 때 광주지역 국회의원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안 의원은 광주를 방문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호남 물갈이론으로 궁지에 몰린 호남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 의원은 “왜 호남만 물갈이 되어야 하느냐”며 “특정지역을 떠나 전체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주류 인사들은 안 의원의 혁신전대 주장에도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호남 중진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안 의원이 제안한 혁신전대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치켜세웠고, 비주류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은 안 의원의 혁신전대와 관련해 “문 대표가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기 위한 결단을 신속히 내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심지어 “당 내에서 혁신과 통합의 실천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흐름을 선택할 수도 있다”며 안 의원의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문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은 윤후덕, 신기남, 노영민 의원 등 공교롭게도 모두 문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중진 의원들이 최근 각종 구설에 휘말리자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당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거센 공격도 퍼붓고 있다. 

이 같은 당내 움직임에 발맞춰 외부에서 신당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 한 후 각자 신당창당을 추진해온 천정배 의원과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김민석 전 의원 등은 최근 연대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빙부상을 당한 박주선 의원의 상가에 모여 신당통합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고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상가에는 국민모임에 참여해 신당창당을 추진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방문해 신당 추진 인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신당 추진 인사들은 지난달 25일 광주에서 열린 토크쇼에서 다시 한 번 모여 문 대표를 성토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친노가 나가든지
우리가 나가든지

이날 토크쇼에는 신당 추진 인사들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비노인사인 조경태 의원과 유성엽 의원도 패널로 참석했다. 지난달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박주선 의원 주도로 열린 ‘통합신당 추진위원회’ 출범식에는 신당창당에 우호적인 발언을 해왔던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이 축사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친노를 제외한 모든 야권세력이 외부에서 뭉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외곽에서 신당창당 작업을 완료하면 결국 안 의원도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 본인도 혁신전대 제안을 문 대표가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혁신전대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결국 문 대표와 갈라 설 명분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겠냐”며 “신당 추진 인사들이 창당 작업을 마치고 나면 거기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키워나가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곽에서 뭉치는 신당세력
비노진영도 내부서 세력화

신당 추진 세력의 구상은 내년 총선에서 원내 제3당 정도의 의석을 확보해 다당제 의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여당과 야당이 투쟁만 하는 국회보다는 다당제 하에서 양당의 충돌을 완화하고 또 조정하는 정치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신당이 비록 원내 제3정당에 머무른다고 해도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 향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신당이 호남에서만 돌풍을 일으켜도 교섭단체 요건(20석)은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08년 박근혜 대통령이 구사했던 전술을 벤치마킹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시 총선에서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음에도 끝까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남았다. 박 대통령의 측근들은 친박연대라는 신당을 통해 총선에 출마했고 친박연대는 돌풍을 일으켰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남아 그들의 복당을 꾸준히 요구했고 복당한 친박연대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그때 측근들을 따라 당을 뛰쳐나갔다면 고작 제3당의 당수로 정치인생을 마감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될까?
문국현 될까?

이와 마찬가지로 안 의원 역시 당에 끝까지 남아 내년 총선을 치른 후 문 대표가 물러나고 나면 신당인사들과 통합함으로써 자기 세력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다. 문 대표가 물러나고 나면 가장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는 누가 뭐래도 안 의원이다.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패하고 나면 자연히 당권은 안 의원에게 넘어오게 되는데 안 의원이 탈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총선 패배 이후 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통합전대가 치러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 한 관계자는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치러지는)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에 패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21대 총선에선 제1당으로 복귀하는 것이 최종 목표 아니겠느냐”며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야권세력이 연대해야 하는 데 통합전대만큼 좋은 방법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의원이 지금 이 시점에서 통합 전대를 제시한 것은 내년 총선을 위한 포석이 아니라 총선 이후를 겨냥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연 안 의원의 마지막 승부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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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