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차벽금지법 발의한 진선미 의원

"차벽은 꼭 넘어야 할 성벽 같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5일 열린 제 2차 민중총궐기대회는 경찰과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주최 측은 차벽이 사라지자 폭력도 사라졌다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다시 한 번 규탄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명 ‘차벽금지법’을 발의해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인권변호사 출신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이다.

“집회 당시 목격한 차벽은 성벽 같았다.”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은 일명 ‘차벽금지법’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집회는 자신들의 주장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하는 것인데 경찰이 차벽으로 시위대를 둘러싸면서 애초부터 정상적인 집회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시위대에게는 차벽이 넘어서야 할 성벽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차벽이 과격시위를 부추긴 셈이다.

하지만 차벽금지법을 발의한 후 비판여론도 거셌다. 차벽을 금지하면 전의경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차벽이 없던 과거에도 과격 시위는 있었음으로 차벽이 과격시위를 부추긴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처럼 차벽금지법을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은 또 한 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차벽 금지법을 발의한 주인공인 진선미 의원을 만나봤다. 

- 일명 ‘차벽금지법’을 발의해 주목을 받고 있다. 차벽금지법을 발의한 이유는?
▲ 경찰의 과잉진압이 극에 달해 한 국민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정부와 경찰은 지침대로 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게 되어 있지만, 경찰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차벽금지법을 발의하게 되었다. 집회는 자신의 주장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하는 행위다. 그런데 차벽은 시민들의 시야를 가려 집회의 목적을 심대하게 침해한다.


- 시위대도 국가가 보호해야할 국민이지만 전의경들도 소중한 아들들이다. 차벽을 금지하면 과격 시위가 일어났을 때 더 많은 전의경들이 부상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 경찰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면 과격시위도 없었을 것이다. 과격시위가 없다면 전의경들이 다칠 일도 없다. 2009년 국책연구기관인 형사정책연구원에서는 차벽 설치시, 집회 참가자들이 차벽을 넘어서야 할 벽으로 인식해 집회가 과격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서 다친 의경들도 대부분 집회 참가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차벽을 지키려다가 차에서 미끄러지고 넘어진 경우가 많았다. 과잉진압은 과격시위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결국 전의경들의 피해도 커진다.

- 새누리당에서는 경찰 차벽 설치가 노무현정부 때부터 시작됐는데 친노로 분류되는 진 의원이 이제 와서 경찰 차벽 설치를 막는 개정안을 발의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 노무현정부 당시 극심한 폭력 집회가 빈번하면서 고심 끝에 차벽을 처음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평화적인 집회까지 차벽을 설치해 오히려 참여자들의 폭력을 유발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 시위대는 광화문 광장에서의 시위를 원하고 있지만 광화문 광장은 미국 대사관이 바로 인접해 있고, 청와대와도 가깝다. 차벽을 설치하지 않아 저지선이 뚫릴 경우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 미국에서는 백악관 담벼락에서도 빈번하게 집회가 이뤄진다. 현행법에 따르면 청와대 100m 앞까지만 집회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광화문 사거리까지는 직선거리로 2km나 된다. 경찰이 광화문에서부터 시위를 막는 건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 하기 위해서다. 법적 근거 없이 경찰이 자의적으로 집회를 막아서는 안 된다.

경찰 과잉진압으로 과격시위 부추겨
시위 자유 보장할 때 평화시위 가능

- 시위대는 불법차벽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찰에서는 일반 시민들은 통행이 가능하도록 차벽을 설치해놨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 헌재의 판결은 특정한 장소에서 집회를 하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차벽 자체가 위헌이고, 당시 시청광장에서는 아예 통행조차 막았기 때문에 더더욱 위헌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통로만 만들어 놓으면 무조건 합헌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 진 의원님께서는 차벽 때문에 시위가 더 과격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미리 밧줄과 사다리, 쇠파이프 등을 준비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 시위대가 차벽을 넘기 위해 밧줄, 사다리 등을 가져온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위 전부터 경찰이 차벽, 물대포, 캡사이신을 총동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다보니 시위 참가자들도 이에 대응해 밧줄과 사다리 등을 동원하게 된 것이다. 경찰이 과잉진압을 예고하면 과잉시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이번 시위에 대해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과격시위였다고 대답했다. 박근혜정부를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 이후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이상한 상황도 벌어졌는데.
▲ 같은 여론조사에서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는 대답도 49%나 나왔다. 한쪽의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과잉진압과 과잉대응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씨의 사례처럼, 공권력은 조금이라도 남용되면 국민의 생명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방어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경찰이 시위 폭력을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기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 보수진영에선 야당이 과격시위를 자제시키고 평화시위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데 오히려 과격시위를 옹호하는 등 70~80년대 운동권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 책임론’을 주장한다.
▲ 야당 의원들은 11월14일 민중총궐기 현장에 나가서도 과격시위는 안 된다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몸으로 막기도 했다. 야당은 과격시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 진압의 폭력성을 지적하고 과격진압과 과격시위의 연쇄를 끊으려고 하는 것이다.

여당에서 시위현장에 나와 본 적 있나? 애초에 폭력을 행사할 의도를 가지고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집회에 참가하는 대부분은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러 온 평범한 시민들이다. 여당에서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 폭도로 몰아세움으로써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복면금지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복면집회가 복면을 하지 않은 집회에 비해서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판단만으로 복면 착용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복면금지법이 통과되면 경찰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단순 집회 참가자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 또한 복면금지법이 통과되면 성소수자, 성매매 여성, 에이즈 감염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집회에 나설 때 인권이 침해당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복면금지법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mi737@ilyosisa.co.kr>
 

 

[진선미 의원은?]

▲환경운동연합 공익법률센터 운영위원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백인변호사단
▲여성신문 자문위원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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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