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째" 악질 체납자 백태

얼굴에 철판 깔고 ‘맘대로 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아궁이에서 무려 6억원의 돈뭉치가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호화주택에서는 고급 와인만 1200여 개가 방에 가득 쌓여 있다. 누구 것이었을까. 세금 내지 않고 버텨오던 체납자들이 숨긴 돈이다. 상습·고액 체납자들의 재산은닉 백태를 공개한다. 

국세청은 고액·상습 체납자 2226명(개인 1526명과 법인 700곳)의 명단을 인터넷 홈페이지(www.nts.go.kr)에 새로 공개했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국세청은 5억원 이상의 국세를 체납 이후 1년 넘게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의 명단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명단공개 예정자에 대해 사전 안내 후 6개월 이상 소명기회를 부여했다. 명단공개 예정자 중 납부 등을 통해 체납된 국세가 5억원 미만이거나 체납액의 30% 이상을 납부한 경우, 불복청구 중인 경우 등 요건에 해당하는 자는 공개대상에서 제외했다. 고액·상습체납자 2226명의 명단공개 대상을 확정했다.

3조7000억 미납
개인최고 276억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제도는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직접징수 효과뿐만 아니라 체납자의 정보 공개를 통해 체납발생을 억제하는 등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추가된 체납자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총 3조7832억원이다. 1명 또는 법인 1곳 당 평균 17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셈이다. 개인 최고액은 276억원, 법인 최고액은 490억원으로 드러났다. 


고액·상습체납자의 연령은 주로 40∼50대이며, 지역은 수도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명단공개자 1526명 가운데 40∼50대가 62.6%, 체납액의 64.0%를 차지했다. 명단공개자(개인)의 주소지 분포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이 공개인원의 62.6%, 체납액의 61.5%에 달했다.

또 명단공개자(개인)의 체납국세 규모는 5억∼30억원 구간이 공개인원의 91.5%를, 체납액의 66.5%로 집계됐다. 법인 명단공개자 700개 업체의 경우 소재지별 분포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지역이 전체의 65.6%, 체납액의 67.2%로 비중이 높았다. 

명단공개자(법인)의 체납 국세 규모는 5억∼30억원 구간이 공개인원의 88.5%, 체납액의 55.6%를 차지했다. 업종별 분포는 도소매·건설 업종이 공개인원의 53.6%, 체납액의 56.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새로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 1위는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의 박기성 전 대표(54)로 276억원의 세금을 안 냈다. 공군 부사관 출신인 박씨는 구입하지도 않은 부품으로 공군 전투기를 정비한 것처럼 서류를 가짜로 만들어 243억원의 정부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된 바 있다. 

고액·상습 체납자 2226명 명단 공개
‘죽어도 세금 못내’ 체납액 3조 육박

박씨는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으며 조세포탈 혐의로 다시 기소돼 이달 초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47억원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박씨의 개인체납 세금과 별도로 블루니어는 법인명의 세금 179억원도 내지 않아 법인 고액·상습 체납자 순위 7위에 올랐다. 

이어 오메가게임랜드의 신성엽 씨(225억원), 대동인삼영농조합의 김용태 전 대표(219억원)가 개인 체납순위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1월 회삿돈 157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민 퓨쳐비전㈜ 전 대표(49)는 149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10위에 올랐다. 


법인 중에서는 CNH케미칼(대표 박수목)이 490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고, SSCP(대표 오정현)가 체납액 40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연 매출액이 1730억원이던 SSCP는 2012년 9월 12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된 뒤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된 회사다. 

일각에서 부도 이후 오 대표가 조세피난처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830억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오 대표에게 수백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국세청은 올해 9월 ‘현장수색 집중기간’으로 정해 재산을 빼돌려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 체납자들을 추적했다. 상습 체납자들이 재산을 은닉하는 방법은 가지각색이었다. 국세청이 현장 수색을 하자 은닉한 재산을 아궁이에 숨겨 놓기도 했다. 양도소득세 9억여원을 내지 않은 서모씨의 재산을 찾기 위해서 국세청이 현장 수색에 나섰다.

서씨는 부동산 경매로 배당받은 수억원의 자금을 세탁해 집안 어딘가에 현금으로 숨겨놓은 상태였다. 최근 부동산 매매로 거액의 양도차익을 챙긴 서씨가 국세청 감시망에 포착됐다. 양도소득세를 내야 했지만, 서씨는 돈이 없다며 세금을 체납한 뒤 행방마저 감췄다. 국세청은 탐문 끝에 그가 부인 명의로 마련한 경기도의 호화 전원주택에 은거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

가마솥 아궁이에
숨긴 현금 6억원

지난달 초 국세청 조사반원이 그가 숨어 지내던 전원주택으로 들이닥쳤다. 서씨는 국세청 직원들에게 “세금을 낼 돈이 없다”고 버텼다. 완강하게 서씨는 문을 걸어 잠그며 수색을 거부했다. 그러자 국세청 직원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개문 후 주택 내·외부를 수색했다.

당황한 서씨는 빼돌려놨던 현금을 가마솥 아궁이에 급하게 숨겼다. 국세청 조사반원은 경찰과 함께 집 안 곳곳을 수색했지만 현금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한 직원이 우연히 가마솥 아궁이 속에 놓인 검은색 가방을 발견했다. 잿더미 속에서 끄집어낸 검은 가죽가방 속에서 5만원권 등 한화 5억원, 100달러짜리 등 외화 1억원어치의 지폐뭉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전체 액수가 자그마치 6억원에 달했다.

중개업체 대표 이모씨는 소득세 등 수백억원을 체납한 채 서울 성북동의 대저택에서 호화생활을 즐겼다. 국세청은 이씨가 미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회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외국법인 페이퍼 컴퍼니는 재산은닉을 목적으로 설립한 체납자 가족 명의의 유령회사였다.

유령 외국법인
호화주택 취득

국세청은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 주택처분금지가처분 및 소송을 제기해 놓고 즉시 현장을 찾았다.시가 80억원에 달하는 이 저택에서는 와인 저장고에 놓인 고급 와인 1200여병, 명품 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거북선 모양으로 된 금장식 등이 발견돼 압류·봉인조치됐다.

고미술품 감정·판매업자인 김모씨는 양도소득세를 줄여서 신고하는 수법을 써 93억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했다. 김씨는 고액체납이 발생하자 폐업 후 미술품들을 비밀장소에 은닉한 후, 차명으로 사업을 영위하며 타인명의로 임차한 고급 오피스텔에서 호화생활을 즐겼다.
 

미행과 탐문을 통해 김씨의 거주지, 미등록 사업장(미술품 은닉장소)의 위치 등을 확인한 후, 현장수색을 했다. 국세청은 김씨가 숨겨뒀던 고미술품 500여점을 압류했으며, 이중 값비싼 것들을 중심으로 1차 공매를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 경부고속도로 인근 한 골프장은 그린피를 현금 위주로 받아 매출을 속이는 방법으로 체납 처분을 회피해오다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주주간의 이권 다툼으로 인해 경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골프장은 고액체납이 발생하자 카드매출 압류를 피하기 위해 현금 결제를 유도해 왔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국세청은 이렇게 받은 현금을 은행에 입금하지 않고 클럽하우스 내 사무실 금고에 보관, 운영비로 지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기상천외 재산은닉 수법
국세청 잠입해 끝장추적

국세청은 골프장 이용객이 몰리는 토·일요일 후에 현금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월요일 업무시작 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급습, 현장수색을 실시했다. 사무실에는 4개의 금고가 발견됐으며 캐디 사물함, 책상서랍 등에도 분산 보관 중이던 현금 2억원이 발견돼 체납 세금을 현금으로 거둬들였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의 여관건물을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를 신고해 놓고 20억원을 체납한 조모씨가 지인 명의를 빌려 주택을 매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여관 양도대금 사용처를 조사한 결과 아들의 채무를 상환했다. 남은 대금으로 체납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매수한 매수인에게 지급된 것을 확인됐다.

체납자와 주택매수인의 자금흐름 조사를 통하여 체납자가 지인(매수인)의 명의를 빌려 주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매수자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인에게 지급한 주택취득자금에 대해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체납액 수억원을 징수했다.
 

허위근저당을 설정해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도 있다. 윤모씨는 제2차 납세의무자로 자신이 과점주주로 있던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있을 것을 사전에 눈치 채고, 본인 소유의 부동산(3건)을 친인척 3인(형, 누나, 형수)의 명의로 각각 허위근저당을 설정했다. 친인척 3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법으로 체납처분을 회피했던 것.

타인 명의 빌려
숨긴 고가 물품

국세청은 윤씨에 대한 금융추적조사를 실시해 허위근저당임을 확인하고 곧바로 친인척 등 관련인들에 대한 범칙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윤씨는 허위근저당임을 시인하고 회피하려 했던 체납액 수십억원 전액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악의적인 체납자는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성실 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체납자 공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또다시 고액·상습지방세 체납자 공개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시의회 서윤기(새정치민주연합·관악2)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지방세 양도소득세분 4억1000만원(가산금 포함)을 아직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월 검찰 추징금 환수팀이 3남 재남씨 명의의 한남동 빌딩이 전 전 대통령의 명의신탁 재산으로 보고 공매처분한 데 따라 발생한 3억8200만원의 지방소득세(양도소득세분)에 가산금을 더한 금액이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2003년 자택인근의 경호동 건물 공매 처분 이후 발생된 지방세 양도소득세분 4400만원을 체납했다가 2013년 1만4500명의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포함된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검찰 추징금 환수팀이 고가 미술품을 압류해 공매처분하면서 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빠졌다.

서 의원은 “자녀들의 재산은 어마어마한데 본인 재산이 29만원이라 징수를 못하는 실정이라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강력한 징수활동을 전개해 달라”고 말했다. <창>


<기사 속 기사> 조세포탈범 27명 명단 공개
풀살롱 업주가 136억 탈세

국세청은 26일 조세포탈범 27명과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1명의 인적사항 등을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신원이 공개된 조세포탈범은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하거나 장부를 파기하는 등 부정한 행위로 연간 5억원 이상 조세를 포탈한 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강인태(51)씨와 전종철(41)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유흥주점 ‘아프리카’를 운영하며 매출장부를 파기하는 등 수법으로 총 136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포탈했다. 이들은 유흥주점 건물을 통째로 빌려 모텔까지 운영하는 ‘풀살롱’성매매 영업까지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122억여원에 달하는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박종호(43·기업 대표)씨의 이름도 이번에 함께 공개됐다. 국세청은 또 50억원이 넘는 해외금융계좌 금액을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과태료 부과 및 탈루세금 추징뿐만 아니라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다만 국세청은 내년 3월 말까지 최대한 관용을 베풀기로 했다. 미신고 역외소득 등을 재산 자진신고 기간 안에 신고해올 경우 명단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법령에 따라 조세포탈범 및 해외계좌 신고의무 위반자의 명단을 공개해 세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의 건전한 납세의식을 확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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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