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째" 악질 체납자 백태

얼굴에 철판 깔고 ‘맘대로 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아궁이에서 무려 6억원의 돈뭉치가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호화주택에서는 고급 와인만 1200여 개가 방에 가득 쌓여 있다. 누구 것이었을까. 세금 내지 않고 버텨오던 체납자들이 숨긴 돈이다. 상습·고액 체납자들의 재산은닉 백태를 공개한다. 

국세청은 고액·상습 체납자 2226명(개인 1526명과 법인 700곳)의 명단을 인터넷 홈페이지(www.nts.go.kr)에 새로 공개했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국세청은 5억원 이상의 국세를 체납 이후 1년 넘게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의 명단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명단공개 예정자에 대해 사전 안내 후 6개월 이상 소명기회를 부여했다. 명단공개 예정자 중 납부 등을 통해 체납된 국세가 5억원 미만이거나 체납액의 30% 이상을 납부한 경우, 불복청구 중인 경우 등 요건에 해당하는 자는 공개대상에서 제외했다. 고액·상습체납자 2226명의 명단공개 대상을 확정했다.

3조7000억 미납
개인최고 276억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제도는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직접징수 효과뿐만 아니라 체납자의 정보 공개를 통해 체납발생을 억제하는 등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추가된 체납자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총 3조7832억원이다. 1명 또는 법인 1곳 당 평균 17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셈이다. 개인 최고액은 276억원, 법인 최고액은 490억원으로 드러났다. 


고액·상습체납자의 연령은 주로 40∼50대이며, 지역은 수도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명단공개자 1526명 가운데 40∼50대가 62.6%, 체납액의 64.0%를 차지했다. 명단공개자(개인)의 주소지 분포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이 공개인원의 62.6%, 체납액의 61.5%에 달했다.

또 명단공개자(개인)의 체납국세 규모는 5억∼30억원 구간이 공개인원의 91.5%를, 체납액의 66.5%로 집계됐다. 법인 명단공개자 700개 업체의 경우 소재지별 분포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지역이 전체의 65.6%, 체납액의 67.2%로 비중이 높았다. 

명단공개자(법인)의 체납 국세 규모는 5억∼30억원 구간이 공개인원의 88.5%, 체납액의 55.6%를 차지했다. 업종별 분포는 도소매·건설 업종이 공개인원의 53.6%, 체납액의 56.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새로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 1위는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의 박기성 전 대표(54)로 276억원의 세금을 안 냈다. 공군 부사관 출신인 박씨는 구입하지도 않은 부품으로 공군 전투기를 정비한 것처럼 서류를 가짜로 만들어 243억원의 정부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된 바 있다. 

고액·상습 체납자 2226명 명단 공개
‘죽어도 세금 못내’ 체납액 3조 육박

박씨는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으며 조세포탈 혐의로 다시 기소돼 이달 초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47억원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박씨의 개인체납 세금과 별도로 블루니어는 법인명의 세금 179억원도 내지 않아 법인 고액·상습 체납자 순위 7위에 올랐다. 

이어 오메가게임랜드의 신성엽 씨(225억원), 대동인삼영농조합의 김용태 전 대표(219억원)가 개인 체납순위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1월 회삿돈 157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민 퓨쳐비전㈜ 전 대표(49)는 149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10위에 올랐다. 


법인 중에서는 CNH케미칼(대표 박수목)이 490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고, SSCP(대표 오정현)가 체납액 40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연 매출액이 1730억원이던 SSCP는 2012년 9월 12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된 뒤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된 회사다. 

일각에서 부도 이후 오 대표가 조세피난처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830억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오 대표에게 수백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국세청은 올해 9월 ‘현장수색 집중기간’으로 정해 재산을 빼돌려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 체납자들을 추적했다. 상습 체납자들이 재산을 은닉하는 방법은 가지각색이었다. 국세청이 현장 수색을 하자 은닉한 재산을 아궁이에 숨겨 놓기도 했다. 양도소득세 9억여원을 내지 않은 서모씨의 재산을 찾기 위해서 국세청이 현장 수색에 나섰다.

서씨는 부동산 경매로 배당받은 수억원의 자금을 세탁해 집안 어딘가에 현금으로 숨겨놓은 상태였다. 최근 부동산 매매로 거액의 양도차익을 챙긴 서씨가 국세청 감시망에 포착됐다. 양도소득세를 내야 했지만, 서씨는 돈이 없다며 세금을 체납한 뒤 행방마저 감췄다. 국세청은 탐문 끝에 그가 부인 명의로 마련한 경기도의 호화 전원주택에 은거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

가마솥 아궁이에
숨긴 현금 6억원

지난달 초 국세청 조사반원이 그가 숨어 지내던 전원주택으로 들이닥쳤다. 서씨는 국세청 직원들에게 “세금을 낼 돈이 없다”고 버텼다. 완강하게 서씨는 문을 걸어 잠그며 수색을 거부했다. 그러자 국세청 직원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개문 후 주택 내·외부를 수색했다.

당황한 서씨는 빼돌려놨던 현금을 가마솥 아궁이에 급하게 숨겼다. 국세청 조사반원은 경찰과 함께 집 안 곳곳을 수색했지만 현금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한 직원이 우연히 가마솥 아궁이 속에 놓인 검은색 가방을 발견했다. 잿더미 속에서 끄집어낸 검은 가죽가방 속에서 5만원권 등 한화 5억원, 100달러짜리 등 외화 1억원어치의 지폐뭉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전체 액수가 자그마치 6억원에 달했다.

중개업체 대표 이모씨는 소득세 등 수백억원을 체납한 채 서울 성북동의 대저택에서 호화생활을 즐겼다. 국세청은 이씨가 미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회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외국법인 페이퍼 컴퍼니는 재산은닉을 목적으로 설립한 체납자 가족 명의의 유령회사였다.

유령 외국법인
호화주택 취득

국세청은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 주택처분금지가처분 및 소송을 제기해 놓고 즉시 현장을 찾았다.시가 80억원에 달하는 이 저택에서는 와인 저장고에 놓인 고급 와인 1200여병, 명품 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거북선 모양으로 된 금장식 등이 발견돼 압류·봉인조치됐다.

고미술품 감정·판매업자인 김모씨는 양도소득세를 줄여서 신고하는 수법을 써 93억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했다. 김씨는 고액체납이 발생하자 폐업 후 미술품들을 비밀장소에 은닉한 후, 차명으로 사업을 영위하며 타인명의로 임차한 고급 오피스텔에서 호화생활을 즐겼다.
 

미행과 탐문을 통해 김씨의 거주지, 미등록 사업장(미술품 은닉장소)의 위치 등을 확인한 후, 현장수색을 했다. 국세청은 김씨가 숨겨뒀던 고미술품 500여점을 압류했으며, 이중 값비싼 것들을 중심으로 1차 공매를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 경부고속도로 인근 한 골프장은 그린피를 현금 위주로 받아 매출을 속이는 방법으로 체납 처분을 회피해오다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주주간의 이권 다툼으로 인해 경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골프장은 고액체납이 발생하자 카드매출 압류를 피하기 위해 현금 결제를 유도해 왔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국세청은 이렇게 받은 현금을 은행에 입금하지 않고 클럽하우스 내 사무실 금고에 보관, 운영비로 지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기상천외 재산은닉 수법
국세청 잠입해 끝장추적

국세청은 골프장 이용객이 몰리는 토·일요일 후에 현금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월요일 업무시작 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급습, 현장수색을 실시했다. 사무실에는 4개의 금고가 발견됐으며 캐디 사물함, 책상서랍 등에도 분산 보관 중이던 현금 2억원이 발견돼 체납 세금을 현금으로 거둬들였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의 여관건물을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를 신고해 놓고 20억원을 체납한 조모씨가 지인 명의를 빌려 주택을 매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여관 양도대금 사용처를 조사한 결과 아들의 채무를 상환했다. 남은 대금으로 체납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매수한 매수인에게 지급된 것을 확인됐다.

체납자와 주택매수인의 자금흐름 조사를 통하여 체납자가 지인(매수인)의 명의를 빌려 주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매수자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인에게 지급한 주택취득자금에 대해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체납액 수억원을 징수했다.
 

허위근저당을 설정해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도 있다. 윤모씨는 제2차 납세의무자로 자신이 과점주주로 있던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있을 것을 사전에 눈치 채고, 본인 소유의 부동산(3건)을 친인척 3인(형, 누나, 형수)의 명의로 각각 허위근저당을 설정했다. 친인척 3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법으로 체납처분을 회피했던 것.

타인 명의 빌려
숨긴 고가 물품

국세청은 윤씨에 대한 금융추적조사를 실시해 허위근저당임을 확인하고 곧바로 친인척 등 관련인들에 대한 범칙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윤씨는 허위근저당임을 시인하고 회피하려 했던 체납액 수십억원 전액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악의적인 체납자는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성실 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체납자 공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또다시 고액·상습지방세 체납자 공개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시의회 서윤기(새정치민주연합·관악2)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지방세 양도소득세분 4억1000만원(가산금 포함)을 아직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월 검찰 추징금 환수팀이 3남 재남씨 명의의 한남동 빌딩이 전 전 대통령의 명의신탁 재산으로 보고 공매처분한 데 따라 발생한 3억8200만원의 지방소득세(양도소득세분)에 가산금을 더한 금액이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2003년 자택인근의 경호동 건물 공매 처분 이후 발생된 지방세 양도소득세분 4400만원을 체납했다가 2013년 1만4500명의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포함된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검찰 추징금 환수팀이 고가 미술품을 압류해 공매처분하면서 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빠졌다.

서 의원은 “자녀들의 재산은 어마어마한데 본인 재산이 29만원이라 징수를 못하는 실정이라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강력한 징수활동을 전개해 달라”고 말했다. <창>


<기사 속 기사> 조세포탈범 27명 명단 공개
풀살롱 업주가 136억 탈세

국세청은 26일 조세포탈범 27명과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1명의 인적사항 등을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신원이 공개된 조세포탈범은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하거나 장부를 파기하는 등 부정한 행위로 연간 5억원 이상 조세를 포탈한 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강인태(51)씨와 전종철(41)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유흥주점 ‘아프리카’를 운영하며 매출장부를 파기하는 등 수법으로 총 136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포탈했다. 이들은 유흥주점 건물을 통째로 빌려 모텔까지 운영하는 ‘풀살롱’성매매 영업까지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122억여원에 달하는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박종호(43·기업 대표)씨의 이름도 이번에 함께 공개됐다. 국세청은 또 50억원이 넘는 해외금융계좌 금액을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과태료 부과 및 탈루세금 추징뿐만 아니라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다만 국세청은 내년 3월 말까지 최대한 관용을 베풀기로 했다. 미신고 역외소득 등을 재산 자진신고 기간 안에 신고해올 경우 명단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법령에 따라 조세포탈범 및 해외계좌 신고의무 위반자의 명단을 공개해 세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의 건전한 납세의식을 확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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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