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정읍시 '온천 스캔들' 내막

주민들 다 좋다는데 김생기 시장만 반대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시장의 역할이 막강하다. 시장이 바뀌면 전임 시장이 허가를 내줬던 사업이 까닭 없이 엎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해당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업체와 시민이 애꿎은 피해를 보기도 한다. 전북 정읍시도 전임 시장이 허가했던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지역경제 발전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시장이 바뀌면서 의도적으로 사업을 ‘스톱’시킨 것 아니냐며 불만이다.

전북 정읍시 부전동 1065번지 내장산 입구에 다다르니 흉물스럽게 헐벗은 산이 있었다. 이 곳은 개발되던 사업이 중단되면서 오랫동안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있어 왔다. 내장산 입구는 포클레인과 자동차로 진입로가 막혀 있어 스산한 분위기를 더했다.

지역경제 외면
주민들은 실망

차를 세워두고 산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금 걷다 보니 우리 안에 있던 개들이 짖어댄다. 마침 산을 관리감독하는 관리소장이 나와 기자를 맞았다. 관리소장의 도움을 받아 산 위로 올라가니 허허벌판에 잡초만 무성했다. 유스호스텔과 온천 개발이 중단되면서 산지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란다. 허허벌판 옆으로는 개발 뒤 사용하려고 심어 놓은 소나무만 쓸쓸히 자리잡고 있었다. 

관리소장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개발을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현재는 허가가 취소돼 이렇게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산이 방치돼 있다”며 “경찰들도 우범지역으로 인식해 순찰을 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진행된 사업이 중간에 중단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인근 마을 주민들도 사업이 무산된 데에 따른 아쉬움이 크다. 지역주민 노모씨는 “유스호스텔과 온천 개발이 지역주민에게 많은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사업이 중단되면서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씨는 “정읍시는 관광도시라는 이미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약하다고 생각한다”며 “마땅한 즐길거리가 없는 가운데 대형 사업이 진행돼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사업이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개발지 근처에 사는 주민 최모씨는 “주변에 유스호스텔이나 온천이 생기면 고용효과가 증대되고 상권이 형성되면서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허가가 취소되는 바람에 상권이 죽었다”고 말했다. 

내장산 유스호스텔 사업
시장 바뀌고 갑자기 취소
 

인터뷰에 응한 지역주민 상당수는 이번 사업이 물거품 된 배경을 두고 전임 시장에서 현 시장으로 바뀐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사업을 진행했던 잔디로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잔디로 측은 “강광 전 시장의 투자유치 노력으로 유스호스텔과 온천, 골프텔 사업을 진행했는데 시장이 바뀌면서 잇달아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행정 절차상의 이유로 사업이 무산됐으므로, 사실상 행정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잔디로와 정읍시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잔디로는 강광 시장 재임시절인 2007년 4월 정읍시와 유스호스텔 민자유치사업기본협약(MOU)을 맺었다. 그러나 2010년 김생기 시장 체제에 들어와 관련 사업은 된서리를 맞았다. 정읍시가 2013년 9월 공사 지연을 이유로 투자협정을 파기한 것이다. 잔디로 측은 정읍시가 의도적으로 공사를 방해해 공사가 지연됐다는 주장이다. 

잔디로는 “유스호스텔 착공을 위해 토목공사(전체 52억 가량)를 진행하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막상 건물을 착공하려 하니 MOU체결 당시 쓸 수 있다던 정읍시 지방보조금 100억을 쓸 수 없게 만들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유스호스텔 사업의 수익성이 안 맞아 융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발견된 온천 개발을 허가해 줄 것을 정읍시에 요청했지만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공사 진행 속도가 늦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잔디로는 사업 취소 이후에도 정읍시의 행정폭력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읍시가 사업 취소 후 명령한 적지복구를 기한내 마치지 않았다며 적지복구비용 11억3000만원을 잔디로로부터 강제로 유치시키면서 관련 행정절차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관련 행정절차법 제21조 1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관련 필요한 사항 등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같은 법 제22조 1항에 의하면 의견제출 기한 내에 당사자등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청문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온천 터지자
본전 생각?


그러나 정읍시는 잔디로의 적지복구 기한(2014년 4월30일∼2015년 5월31일)이 끝난 후 이틀만인 지난 6월3일 사전 공지 없이 11억3000만원의 예치금을 유치시켰다. 사실상 사전 안내없이 예치금을 유치시킨 셈이다. 정읍시 측은 이미 예치금 유치를 위한 공문을 여러차례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공사기한이 끝난 이후에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앞서 실질적으로 공지를 해야하는 의무를 져버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울러 정읍시가 유치한 예치금 규모도 행정적 괴롭힘을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정읍시가 보증보험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금액은 보험사고 발생 당시 객관적으로 산정되는 복구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읍시는 보증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액 전액인 11억3000만원을 지급받아 예치했다. 
 

잔디로 측은 적지복구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였음에도 이를 감안하지 아니하고 전액을 청구해 유치시키는 것은 행정목적 달성을 위함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보복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22일 정읍시에 제출된 제7차 감리보고서에 따르면 적지복구공사는 ▲토공 85% ▲부대공 100% ▲식재 20%가 진행됐다. 정읍시 측은 잔디로 유스호스텔 사업과 관련해 “이미 행정절차가 끝난 사안”이라며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데 있어 관련법에 어긋난 점이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중소기업인 잔디로 측은 적지복구 예치금으로 11억3000만원의 현금이 묶여 사실상 다른 사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온천공 발견 신고가 취소된 점도 잔디로 측이 보복행정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2011년 정읍시는 잔디로가 발견한 온천공 신고를 적합판정을 내렸지만 2013년 9월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잔디로 측은 “갈팡질팡 행정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정읍시가 잔디로의 온천공 신고 적합판정을 취소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것은 온천공 개발계획 승인신청이 지연됐다는 이유였다. 

흉물스런 개발부지…지역민들 ‘부글’
기업 압박해 기부채납이 최종 목적?

하지만 온천법에 따르면 시장·군수는 온천발견신고를 수리했을 때 수리한 날로부터 일정기간 이내에 온천공보호구역 지정 등을 해야하는데 정읍시는 온천공보호구역 지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읍시는 온천발견신고를 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온천공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천공보호구역의 지정승인신청 등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리를 취소했다. 잔디로 측은 이같은 행정절차상의 문제가 있어 온천발견신고 수리 취소 처분 및 대집행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잔디로 측은 정읍시의 일련의 행정폭력이 유스호스텔 및 골프장, 온천 등의 부지를 받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김생기 시장 당선 후 시장이 이 토지를 헐값에 넘기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이를 거부하면서부터 행정폭력이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정읍시가 공문을 통해 해당토지 매각과 기부채납을 종용했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정읍시는 공문을 보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잔디로 측에 토지매각과 기부채납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낸 것은 잔디로 측이 땅 사용과 관련해 향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문의해와 일종의 제안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자치단체장의 인허가권은 지역사회의 경제 사회개발과 보편타당성의 원칙에서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행정은 행정법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면 무효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법적 다툼 시작
시는 일체 함구

정읍시 측은 관련 사항에 대해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읍시와 김 시장에게 관련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요청했으나, 정읍시 측은 잔디로의 개발 건과 관련 법정 다툼 중이기 때문에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읍시 개발사업 형평성 논란
‘어딘 되고 어딘 안되고’  


정읍시가 잔디로의 온천개발 사업을 막은 것은 산지관리법 규제인 보전산지 보호가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정읍시는 내장산 내 보전산지인 관광호텔 신축부지를 준보전산지로 완화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전라북도는 지난 7월10일 남원 스위트호텔 연수원에서 각 시군 관계자 및 업체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끝장토론회를 열었다. 정읍시는 이 자리에서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유발 효과를 이유로 보전산지로 지정된 내장산 관광호텔 신축부지 4425㎡를 준보전산지로 해제해줄 것을 주장했다.

현행 계획관리지역 안에서는 4층까지만 건축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또 10층 규모의 관광호텔 신축을 위해서 지구단위 계획수립(관광휴양형)을 위한 부지 3만㎡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계획부지 중 보전산지가 호텔소유 부지임에도 산지관리법 규제로 사업 추진에 애로가 크다는 주장이다.

이에 산림청은 관광호텔 신축(10층규모)을 위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필요한 토지를 보전산지에서 준보전산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후 정읍시는 도시관리계획을 변경(계획관리지역 지정)하고 관광휴양형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호>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