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서거 특집> 역대 대통령 묏자리 긴급점검

"현충원이 명당? 풍수학적으로 심각한 문제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던 거산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지난 22일 서거했다. 아들 현철씨는 몇 해 전 YS의 건강이 악화되자 풍수지리학자와 함께 국립현충원의 묏자리를 미리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YS의 묏자리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역대 대통령의 묏자리는 국운과도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YS와 역대 대통령의 묏자리 풍수를 <일요시사>가 긴급 점검해봤다.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던 거산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지난 22일 향년 88세의 나이로 서거했다. 아들 현철씨는 몇 해 전 YS의 건강이 악화되자 풍수지리학자와 함께 국립현충원의 묏자리를 미리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묏자리 선정에 풍수학적으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YS의 아들이 풍수지리학자와 함께 미리 묏자리를 둘러봤다는 점에서 YS의 묏자리는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묏자리는 국운과도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그렇다면 YS와 역대 대통령의 묏자리 풍수는 어떨까? <일요시사>가 도선풍수 제34대 전수자인 박민찬 도선풍수과학원 원장과 함께 YS를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의 묏자리 풍수를 긴급 점검해봤다.

YS와 DJ
묏자리도 경쟁

박 원장은 <일요시사>와 역대 대통령의 묏자리 풍수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할 말은 해야겠다며 작심토로를 이어갔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에 풍수지리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대통령의 묏자리를 조성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일임에도 풍수지리학적 실수를 곳곳에서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박 원장은 역대 대통령들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는 국립현충원 자체가 풍수학적으로 좋지 않은 위치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평범한 풍수학자들이 보기에는 국립현충원은 완벽한 명당이다. 하지만 좀 더 크게 보면 결코 명당이 될 수 없는 위치”라며 “쉽게 말하면 평범한 사람은 나무만 보고 판단하지만 뛰어난 사람은 숲을 보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 아마 평범한 대부분의 풍수학자들은 국립현충원을 100이면 100 명당이라고 하겠지만 좀 더 넓게 따져보면 결코 명당이 될 수 없는 위치”라고 말했다.

묏자리 경쟁만큼은 YS가 DJ 이겼다
박정희 묏자리도 풍수학적으로 잘못돼


박 원장은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지의 풍수를 자세히 보면 한강물이 국립묘지 쪽으로 들어오다가 마포 쪽으로 빠져나간다. 이를 풍수용어로 ‘배신’이라고 하는데 이런 지형은 풍수학적으로 좋지 않은 것이다. 애초부터 국립현충원 터를 잘못 잡은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원장은 “YS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유명하지만 미리 묏자리의 풍수를 봐놨다. 결국 풍수를 믿는다는 것”이라며 “풍수는 미신이 아니다. 습기가 많은 곳에 집을 지으면 당연히 곰팡이가 피는 것과 같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학문이다.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일에도 제대로 된 풍수를 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YS 묏자리
터 잘 잡아

다만 박 원장은 YS의 묘는 악조건 속에서도 터를 제일 잘 잡은 곳이라고 추켜세웠다. 박 원장은 “YS의 묏자리를 미리 가보니 용케도 국립현충원에서 제일 좋은 곳을 골랐다. 뱀이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형상의 지형인데 풍수용어로 물의 ‘배신’이 일어난 지형의 나쁜 기운을 대부분 상쇄시키는 지형이었다”며 “혈 자리도 딱 맞고 좌청룡, 우백호(좌우로 쏟아 올라 있는 산의 형세를 표현하는 풍수용어)와 앞에는 주작이 펼쳐져 있어 좋은 지형이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자리를 잘 잡은 것”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특히 YS의 묏자리에 귀성(귀한 인물이 나는 기운)이 있어 자손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원장은 “국립현충원 자체가 풍수학적으로 좋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YS의 묏자리가)명당이라고까지 부르기에는 부족하지만 길지다. 자손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풍수학적으로 묏자리에 수맥이 흐르는지 여부와 토질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해당 묏자리의 토질은 최상급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인근 지역이라고 해도 묏자리마다 나오는 흙이 다 다르다. YS의 묏자리는 정혈이 되는 마사토가 나오는데 묏자리가 따뜻해 보온도 잘되고 물도 잘 빠진다. 후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풍수라고 거듭 주장했다.

YS의 차남 현철씨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지는데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겠냐고 묻자 박 원장은 “그렇게 빨리는 안 되고 보통 1년 후에야 묏자리에서 좋은 기운이 후손들에게 발산된다. 나무도 옮겨 심으면 1년은 지나야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박 원장은 비석의 위치와 크기도 풍수학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박 원장은 “YS의 묏자리는 비석을 크게 세우면 안 되는 자리”라며 “YS의 묏자리는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형상인데 원래 동물 형상 묏자리에는 비석을 크게 세우면 안 된다. 비석이 동물 형상의 좋은 기운을 짓누른다. 제를 올릴 수 있는 상석하나와 작은 표지비석 하나만 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할아버지 묘소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할아버지의 묘소를 모 대기업에서 화려하게 꾸며줬는데 풍수학적 고려도 없이 너무 큰 비석을 세워놓는 바람에 전 전 대통령의 말년이 안 좋았다는 것이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소는 평생의 라이벌인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묘소와 300미터 거리로 가까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 김은 죽어서도 각각 좌청룡과 우백호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영면을 취하게 된 셈이다. 평생의 라이벌과 가까운 곳에 묏자리를 잡으면 풍수학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박 원장은 이 같은 배치가 의도된 것은 아닐 것이라며 큰 의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리를 잡다보니 우연히 이 같은 배치가 된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묏자리 중 어느 곳이 더 풍수학적으로 좋은 곳인지도 궁금했다. 박 원장은 YS가 묏자리 경쟁에서만큼은 DJ를 확실하게 이겼다고 평가했다.

역대 대통령
이상한 묏자리

박 원장은 DJ의 묏자리에 대해 “DJ도 YS와 겨우 300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좌청룡 우백호 등은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그런데 DJ의 묏자리는 혈이 있는 자리도 아니고 좌향(풍수의 좌우, 앞뒤, 상하 등을 뜻하는 용어)도 잘못됐다. 좌향이 자연을 역행해 비뚤게 나버렸다”고 혹평했다.

박 원장은 특히 “DJ의 묏자리는 처음 조성할 때 흙이 모자라서 외부에서 흙을 조달해서 썼다고 하는데 풍수학적으로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묏자리를 만들 때 흙은 거기 있는 것만 쓰는 것이 원칙인데 풍수학적으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다. 외부에서 퍼온 흙은 옮겨오는 과정에서 기를 다 소실해버린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묏자리를 조성하는 것은 매우 신성하고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라며 “원래는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도 써서는 안 된다. 원칙은 사람들이 삽으로 일일이 파서 하는 것인데 외부의 흙을 퍼서 묏자리를 만든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다. 이게 다 제대로 된 풍수학자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역시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묏자리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이어갔다.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본 풍수
"국립현충원 자체가 흉지, 벗어나야"

박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묏자리는 평범한 풍수학자가 보기에는 최고의 명당자리 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나무만 보고 숲을 보는 데는 실패한 묏자리 선정이었다”고 혹평했다. 박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묏자리는 혈도 맞고 좌청룡 우백호 다른 모든 조건이 국립현충원 내에서 최고라는 점은 인정 한다”면서도 “다만 한강물이 박 전 대통령의 묏자리를 배신하는 형상이 정면으로 보이는데 평범한 풍수학자들은 이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자녀들인 박근혜 대통령이나 박지만 EG회장의 경우 높은 지위를 얻어 운이 트인 것 아니냐고 묻자 박 원장은 “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결혼을 하지 못했고 박 회장도 여러 구설수에 자꾸만 연루돼서 어려움을 겪지 않나, 나쁜 풍수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묏자리도 아주 잘못된 자리에 조성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전 대통령은 양자는 있었지만 친자가 없기 때문에 나쁜 영향을 후손에게 전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풍수학적 묏자리의 기운은 친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의 묏자리를 풍수학적으로 길지에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묻자 박 원장은 일단 국립현충원을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국립현충원 자체가 길지가 아닌데다가 아무리 좋은 길지라도 몇 만평 넓이의 땅에 좋은 혈자리는 한 군데 정도밖에 없다. 그런데 모든 역대 대통령의 묏자리를 한 지역에 모아놓고 풍수학적으로 좋은 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역대 대통령을 한 군데에 모아 안장하는 것보다 따로 따로 길지를 찾아 안장하는 것이 풍수학적으로 더 옳다고 주장했다.

풍수학은 과학
국가적으로 관리해야

박 원장은 풍수는 미신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 원장은 과거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동기감응 실험을 최초로 성공한 경험도 있다. 다섯 사람의 정자를 채취해 정자는 대전에 가져다 놓고 서울에 있는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에게만 자극을 주었더니 같은 시간 자극을 받은 사람의 정자만 수백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대전에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이 같은 실험 결과를 ‘핏줄 간에는 기가 통한다’는 풍수학적 이론의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국회의사당부터 시작해서 풍수학적으로 잘못 지은 건물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풍수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학문인데 이제부터라도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일에 제대로 된 풍수를 볼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박민찬 원장은?]

땅의 형세나 위치를 통해 인간의 길흉화복을 연결 짓는 것이 ‘풍수’다. 이는 신라 말 도선대사를 시작으로 정도전, 이지함 등을 거쳐 몇몇 전문가에 의해 전수되고 있다. <일요시사>와 함께 역대 대통령 묏자리의 풍수를 분석한 박민찬 원장은 도선대사가 만든 도선풍수의 제34대 전수자다.

▲현 도선풍수과학원 원장
▲도선대사 제34대 후계자
▲청계천 세계무궁화축제 추진위원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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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서 탈옥한 조직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8일 본지가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를 최초 보도한 이후, 외교부 측은 루카스 베르사민 필리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탈옥한 이들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박씨에 대한 검거 작전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새벽 탈출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약 2년 전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주 구치소로 이감됐다. 3명 모두 불법 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와 차량을 이용해 탈옥했다. 필리핀 교정 당국은 지난 2일, 인원 점검 때 박씨 일당이 탈옥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마린스 수르 구치소에 대해 현지 제보자는 “담장이 낮고, 보초도 허술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에 탈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그들은 비쿠탄 교도소보다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들어 이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탈옥한 일당이 도피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 현지에 콜센터를 차린 보이스피싱 1세대다.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냈다. 박씨가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금액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로 해임된 경찰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경찰 근무 당시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해 온 박씨는 2021년 10월6일 마닐라 인근서 붙잡혔다. 당시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이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붙잡힌 박씨는 “필리핀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국내 송환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한 노림수였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박씨는)비쿠탄 내에서 식사를 판매하는 아저씨로 통했다”며 “박씨가 송씨, 신씨와 어울리면서부터 교도소 내에 마트를 인수해 장사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증언했다. 보이스피싱과 결합한 마약 유통 대포폰으로 텔레그램 마약방 개설 비쿠탄 교도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죄수들이 직접 돈을 벌거나 영치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죄수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조직을 꾸려 보이스피싱, 대포폰, 마약 유통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신씨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동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와 신씨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도 쏟아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는 타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칩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씨는 불법 유심칩 1개당 한국 돈 약 25만원을 받고 팔았다. 신씨에게 산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철저히 숨길 수 있게 된 송씨는 텔레그램으로 마약 전달책을 모집하고 유통하는 이른바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신씨가 재테크 사기,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천명의 회원들은 송씨가 운영하는 마약방으로 초대됐다고 한다. 송씨는 채팅방서 ‘두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또 박씨는 신씨의 도움을 받아 수억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마약과 거리가 멀었던 박씨가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을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씨가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라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라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한국 싫어” 가짜 범죄 다수의 전달책이 송씨의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정황은 곳곳서 드러났다. 송씨가 고용한 운반책은 2022년 1월25일, 수원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힌 김모씨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7분께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했다. 앞서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모텔 안에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상선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마약방 회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전했다. 송씨가 넘긴 마약을 유통하려고 한 사람은 또 있었다. 지난해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강주천은 지난해 6월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체포됐다. 탈옥 후 체포 당시 1kg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강주천은 도피 자금을 벌기 위해 송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밥 먹듯… 탈옥 시도 비쿠탄 관계자들은 이른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 큰돈을 벌자, 박씨와 송씨 일당도 마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봤다. 지난해 중순 박왕열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이젠 나보다 송씨가 마약왕에 가깝다”며 “한국으로 보내는 양이 내가 보낸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앞서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 원대의 마약을 공급했다.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에게 팔렸다.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2022년 12월 NBP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해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 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그동안 경찰은 박씨 일당 등 한국인 범죄자의 강제송환을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씨 일당은 필리핀서 죄를 짓고 형을 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원 모텔서 잡힌 전달책 상선” 박왕열 “이젠 송씨가 마약왕”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 사범들 사이에 만연하다. 현재 필리핀 도피 사범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범죄자들은 필리핀 현지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든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많게는 3000만원서 적게는 100만원 정도가 든다. 제보자에 따르면 “가짜 케이스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라며 “강간, 사기, 폭행 정도의 가짜 범죄를 만들어 재판에 출석하면서 국내 송환을 계속 미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최소 징역 15년서 25년 이상 집행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재판부는 2012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중국과 필리핀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에게 26억여원을 가로챈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송씨의 경우,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 또는 그럴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것에 대한 처벌이 가해진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내려질 수 있다. 필리핀 당국과 한국 정부도 탈옥범들을 추적 중인 가운데, 현지 법 적용을 고려하면 다시 붙잡히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서 저지른 다른 범죄의 조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아 한국으로 송환되려면 최소 6년이 걸린다. 특히,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크다.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국내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의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머나먼 국내 송환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지난 14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필리핀 외교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만나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편, 박씨 일당 외에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돼있던 한 남성도 최근 현지 교도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필리핀 현지 경찰이 쫓고 있는 한국 국적의 수배범만 박씨 일당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배범들은 대부분 사기 혐의로 수배가 걸려 있었다. 이 중에는 10건 이상 수배가 걸린 수배범들도 있었다. 그만큼 교정시설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