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공안정국 시그널 5

복면만 쓰면 선량한 국민도 'IS'?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회 곳곳에서 포착되는 신호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1980년대 대한민국을 휘감았던 ‘공안 만능주의’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노동계 쪽에서 확산되고 있다.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금, 대한민국 지도부는 테러와 국민의 연결고리를 찾기 바쁜 모습이다.

공안정국의 전조가 보인다. 정부와 시민이 강대 강으로 맞섰던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현장,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그 곳 상황에 대해 정부와 보수언론은 집회 참가자의 잘못으로 결론짓고 있다. 정부·여당은 앞선 시위를 ‘폭력행위’로 규정하고 관련법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심지어 자국민을 ‘IS’에 비유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설 뜻을 전했다.

민중총궐기는
폭력집회

지난 24일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당초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직접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작심한 듯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회의장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긴급히 소집한 이유는 이번 순방 직전과 도중에 파리와 말리 등에서 발생한 연이은 테러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고, 이에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급박함 때문”이라며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올 수 있다.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슬람국가(IS)도 지금 그렇게(복면 쓰고) 하고 있지 않느냐”며 관련법안 발의를 정치권에 촉구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감청을 가능케 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비롯해 ‘테러방지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이후 야당은 물론 사회 각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지난 25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발언이 있었던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브리핑을 갖고 “대통령은 지난 14일 집회에 대해 언급하며 집회 참가자를 IS에 비유하기도 했다”며 “아무리 못마땅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을 IS에 비유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성향의 언론은 한 외신기자들의 반응을 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의 알라스테어 게일 한국지국장은 지난 24일 개인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의견을 남겼는데, “한국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자국의 시위대들을 IS에 비유했다. 이건 정말이다”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복면 쓰면
국민도 IS?

민중총궐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경찰의 과잉진압’과 ‘불법폭력 시위’ 사이에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력상황이 발생한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경찰의 과잉진압이라고 답변한 사람이 전체 40.7%, 불순선동세력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38.2%로 나오는 등 오차범위 내에서 존재했다(둘 다의 책임이라는 의견은 15.8%, 잘 모르겠다는 5.3%. 성인 500명을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그 중 과잉진압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공안정국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외적으론 ‘프랑스 테러’, 대내적으론 ‘민중총궐기’를 전후로 공안이 강화될 것을 알리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잡힌다고 주장한다.

그 첫 번째 신호는 ‘복면금지법’이다.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지난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복면금지법)’ 발의를 알렸다. 정 부의장을 포함해 새누리당 소속 의원 32명이 발의한 이 법안의 핵심은 집회 또는 시위장소에서 신원확인을 어렵게 하는 복면 등을 착용하는 행위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사회 곳곳서 포착되는 공안 신호들 추적
테러와 국민 연결고리 찾으려는 대통령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해당 법안 제안 이유를 보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적극 보호 받아야 하나, 매년 집회·시위가 불법적이고도 폭력적인 시위형태로 변질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질서를 혼란케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해당 법안에 대한 전문가들 견해는 찬반으로 갈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복면을 쓴다는 건 불법적인 행위를 은폐하고 수사기관의 검거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면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해당 법안이 실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두 번째 신호는 ‘민주노총 압수수색’을 꼽는다. 지난 21일 해당 집회에서 과격·폭력 시위 여부를 수사 중이던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을 전격 수색했다. 이는 지난 1995년 민주노총이 설립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이 공개한 시위물품들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손도끼, 해머, 밧줄 등 상대방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도구들이 사무실에서 나옴으로써 여론은 민주노총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는 알려진 사실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의 주장에 따르면 시위용이 아닌 퍼포먼스용이라는 것이다.

노조 법률원인 송영섭 변호사는 지난 23일 국회 인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관련 없는 물품을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해머는 퍼포먼스용으로 사용해온 것이며 밧줄은 경찰버스 당기기에 사용된 것과 전혀 다른 모양으로 체육대회 줄다리기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절단기·폭죽 등 경찰이 제시한 물품들은 모두 개인 또는 퍼포먼스용, 아니면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거나 사용된 사실이 없는 물건들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균 포위
백남기 위중

세 번째 신호는 국민에 대한 ‘과잉 공권력’ 문제다. 지난 14일 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는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쓰러진 다음날 수술을 받았지만,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지난 25일 백씨의 큰딸 백도라지씨는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단체들과 함께 청와대 근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찾아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관계자들은 면담요청 사유를 밝히면서 “총궐기 전부터 집회를 폭력시위로 규정하며 평화행진을 차벽으로 막고 물대포를 쏜 경찰의 살인적 폭력진압은 이미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통령은 백남기씨에 대한 공권력의 폭행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국민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백씨 가족과 농민단체 회원들은 지난 18일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을 살인미수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네 번째 신호는 정부의 ‘테러마케팅’이다. 정부가 테러를 홍보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 당시 전병헌 최고위원은 “국정원이 테러마케팅으로 공안정국화 시도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잉 공권력 문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양지로 나선 국정원, 음지로 숨는 국정화

전 최고위원은 국정원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리아 난민 200명의 입국사실을 발표하는 등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이같이 지적했다. 이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한다’는 국정원의 설립취지와 대치되는 부분이다.


시점 자체도 미묘하다고 봤다. 최초로 해당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 1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이같이 보고했다. 민중총궐기가 있은 후 ‘과잉진압’이냐 ‘과격시위’냐를 두고 사회가 사분오열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또한 국정원이 발표할 성질의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난민 문제의 경우 외교통상부나 출입국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맡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테러마케팅을 지적한 전 최고위원은 이어 “(국정원이) 정제되지도 않은 IS관련 첩보들까지 쏟아냈다”며 “‘테러모드형 신 공안정국’이다”라고 비판했다.

공안정국을 알리는 또다른 신호는 ‘국정화 여론몰이’다. 최근 야당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찬성여론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여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차떼기’ ‘명의도용’ 등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가지고 이같이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행정예고 여론수렴 마감일인 지난 2일 찬성의견서 수만 장이 서울 여의도의 대형 인쇄소에서 대량으로 인쇄돼 밤 11시쯤 정부세종청사에 배달됐다”고 전했다. 즉 교육부로 전해진 국정화 찬성의견서가 사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몇몇 사람과 단체에 의해 대량으로 만들어 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정원 권한 ↑
국정화 여론 ↓

결국 테러와 집회의 연결고리 찾기, 그리고 국정화 여론몰이를 통해 정부·여당이 ‘반대의견=전복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짠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공공의 안전’을 뜻하는 단어가 공포의 대상이 된 부분이 아이러니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의 정치인 혼내기
“국회가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가)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자기 할 일을 않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위선이다”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발언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탓하고 야당 탓을 하는 것이 너무 잦고 지나치다”며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지 국민들을 적처럼 생각하는 자세로 국정을 이끌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변인들 또한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유체이탈 화법’ 등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는 이들 중에는 시점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 중이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가장례 중 여야도 정쟁을 삼가고 있는데,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매도하는 수준의 비난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행정부 입장에서 보면 국회의 견제가 때로는 방해처럼 생각되고, 발목을 잡는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망과 탓만으로는 그 어떤 문제든 해결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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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