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공안정국 시그널 5

복면만 쓰면 선량한 국민도 'IS'?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회 곳곳에서 포착되는 신호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1980년대 대한민국을 휘감았던 ‘공안 만능주의’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노동계 쪽에서 확산되고 있다.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금, 대한민국 지도부는 테러와 국민의 연결고리를 찾기 바쁜 모습이다.

공안정국의 전조가 보인다. 정부와 시민이 강대 강으로 맞섰던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현장,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그 곳 상황에 대해 정부와 보수언론은 집회 참가자의 잘못으로 결론짓고 있다. 정부·여당은 앞선 시위를 ‘폭력행위’로 규정하고 관련법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심지어 자국민을 ‘IS’에 비유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설 뜻을 전했다.

민중총궐기는
폭력집회

지난 24일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당초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직접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작심한 듯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회의장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긴급히 소집한 이유는 이번 순방 직전과 도중에 파리와 말리 등에서 발생한 연이은 테러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고, 이에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급박함 때문”이라며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올 수 있다.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슬람국가(IS)도 지금 그렇게(복면 쓰고) 하고 있지 않느냐”며 관련법안 발의를 정치권에 촉구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감청을 가능케 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비롯해 ‘테러방지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이후 야당은 물론 사회 각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지난 25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발언이 있었던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브리핑을 갖고 “대통령은 지난 14일 집회에 대해 언급하며 집회 참가자를 IS에 비유하기도 했다”며 “아무리 못마땅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을 IS에 비유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성향의 언론은 한 외신기자들의 반응을 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의 알라스테어 게일 한국지국장은 지난 24일 개인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의견을 남겼는데, “한국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자국의 시위대들을 IS에 비유했다. 이건 정말이다”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복면 쓰면
국민도 IS?

민중총궐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경찰의 과잉진압’과 ‘불법폭력 시위’ 사이에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력상황이 발생한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경찰의 과잉진압이라고 답변한 사람이 전체 40.7%, 불순선동세력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38.2%로 나오는 등 오차범위 내에서 존재했다(둘 다의 책임이라는 의견은 15.8%, 잘 모르겠다는 5.3%. 성인 500명을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그 중 과잉진압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공안정국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외적으론 ‘프랑스 테러’, 대내적으론 ‘민중총궐기’를 전후로 공안이 강화될 것을 알리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잡힌다고 주장한다.

그 첫 번째 신호는 ‘복면금지법’이다.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지난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복면금지법)’ 발의를 알렸다. 정 부의장을 포함해 새누리당 소속 의원 32명이 발의한 이 법안의 핵심은 집회 또는 시위장소에서 신원확인을 어렵게 하는 복면 등을 착용하는 행위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사회 곳곳서 포착되는 공안 신호들 추적
테러와 국민 연결고리 찾으려는 대통령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해당 법안 제안 이유를 보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적극 보호 받아야 하나, 매년 집회·시위가 불법적이고도 폭력적인 시위형태로 변질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질서를 혼란케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해당 법안에 대한 전문가들 견해는 찬반으로 갈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복면을 쓴다는 건 불법적인 행위를 은폐하고 수사기관의 검거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면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해당 법안이 실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두 번째 신호는 ‘민주노총 압수수색’을 꼽는다. 지난 21일 해당 집회에서 과격·폭력 시위 여부를 수사 중이던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을 전격 수색했다. 이는 지난 1995년 민주노총이 설립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이 공개한 시위물품들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손도끼, 해머, 밧줄 등 상대방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도구들이 사무실에서 나옴으로써 여론은 민주노총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는 알려진 사실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의 주장에 따르면 시위용이 아닌 퍼포먼스용이라는 것이다.

노조 법률원인 송영섭 변호사는 지난 23일 국회 인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관련 없는 물품을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해머는 퍼포먼스용으로 사용해온 것이며 밧줄은 경찰버스 당기기에 사용된 것과 전혀 다른 모양으로 체육대회 줄다리기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절단기·폭죽 등 경찰이 제시한 물품들은 모두 개인 또는 퍼포먼스용, 아니면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거나 사용된 사실이 없는 물건들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균 포위
백남기 위중

세 번째 신호는 국민에 대한 ‘과잉 공권력’ 문제다. 지난 14일 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는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쓰러진 다음날 수술을 받았지만,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지난 25일 백씨의 큰딸 백도라지씨는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단체들과 함께 청와대 근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찾아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관계자들은 면담요청 사유를 밝히면서 “총궐기 전부터 집회를 폭력시위로 규정하며 평화행진을 차벽으로 막고 물대포를 쏜 경찰의 살인적 폭력진압은 이미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통령은 백남기씨에 대한 공권력의 폭행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국민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백씨 가족과 농민단체 회원들은 지난 18일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을 살인미수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네 번째 신호는 정부의 ‘테러마케팅’이다. 정부가 테러를 홍보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 당시 전병헌 최고위원은 “국정원이 테러마케팅으로 공안정국화 시도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잉 공권력 문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양지로 나선 국정원, 음지로 숨는 국정화

전 최고위원은 국정원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리아 난민 200명의 입국사실을 발표하는 등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이같이 지적했다. 이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한다’는 국정원의 설립취지와 대치되는 부분이다.


시점 자체도 미묘하다고 봤다. 최초로 해당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 1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이같이 보고했다. 민중총궐기가 있은 후 ‘과잉진압’이냐 ‘과격시위’냐를 두고 사회가 사분오열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또한 국정원이 발표할 성질의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난민 문제의 경우 외교통상부나 출입국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맡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테러마케팅을 지적한 전 최고위원은 이어 “(국정원이) 정제되지도 않은 IS관련 첩보들까지 쏟아냈다”며 “‘테러모드형 신 공안정국’이다”라고 비판했다.

공안정국을 알리는 또다른 신호는 ‘국정화 여론몰이’다. 최근 야당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찬성여론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여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차떼기’ ‘명의도용’ 등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가지고 이같이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행정예고 여론수렴 마감일인 지난 2일 찬성의견서 수만 장이 서울 여의도의 대형 인쇄소에서 대량으로 인쇄돼 밤 11시쯤 정부세종청사에 배달됐다”고 전했다. 즉 교육부로 전해진 국정화 찬성의견서가 사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몇몇 사람과 단체에 의해 대량으로 만들어 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정원 권한 ↑
국정화 여론 ↓

결국 테러와 집회의 연결고리 찾기, 그리고 국정화 여론몰이를 통해 정부·여당이 ‘반대의견=전복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짠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공공의 안전’을 뜻하는 단어가 공포의 대상이 된 부분이 아이러니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의 정치인 혼내기
“국회가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가)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자기 할 일을 않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위선이다”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발언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탓하고 야당 탓을 하는 것이 너무 잦고 지나치다”며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지 국민들을 적처럼 생각하는 자세로 국정을 이끌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변인들 또한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유체이탈 화법’ 등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는 이들 중에는 시점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 중이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가장례 중 여야도 정쟁을 삼가고 있는데,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매도하는 수준의 비난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행정부 입장에서 보면 국회의 견제가 때로는 방해처럼 생각되고, 발목을 잡는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망과 탓만으로는 그 어떤 문제든 해결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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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