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펀드 안 내는’ 간큰 회장님 막전막후

낼 돈 없다고?…대통령이 지켜본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 여부는 어느덧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야심차게 출발한 청년희망펀드의 취지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단 대통령이 직접 나선 만큼 순조롭게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재벌의 참여를 강요한 까닭이다. 다만 몇몇 재벌 총수는 자발적 참여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인상이 짙다. 눈치가 없는 걸까, 아니면 간이 큰 걸까.

재벌 총수들이 릴레이식 동참에 나선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9월 조성된 펀드다. 청년층 취업 기회 확대를 도모한다는 취지에 맞게 펀드기금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쓰일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제안하고 직접 기부를 한 이후 민·관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기부를 받고 있다.

버티는 대기업
안한 곳 상당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가세한 후 재벌총수들의 참여가 가속화됐다. 출범 초기 삼성그룹이 이 회장 명의로 200억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사재를 털어 20억원을 내놓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50억원 기부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0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 7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70억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30억원을 각각 기부했다. 이후에도 재벌 총수 및 대기업의 기부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기부금 액수에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재계 서열 순이다. 그 사이 청년희망펀드 기부금 액수는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좋든 싫든 간에 기부금을 낸 기업들은 청년희망펀드를 기업 이미지 쇄신용으로 적극 활용하는 양상이다. 특히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각축전을 벌였던 롯데, SK, 신세계, 두산은 비슷한 시기에 모두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기부금을 낸 기업들은 앞다투어 기부금 액수와 자신들의 사회공헌사업을 연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기왕 내야 할 돈이라면 최대한 생색내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 기부금을 안낸 기업도 다수 눈에 띈다. 10대 기업 가운데 현대중공업(8위)이 기부금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고 50대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면 약 2/3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자발적 참여라는 점에서 어물쩍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선 마당에 기금을 내지 않는다는 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꼴이다. 다만 그들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VIP 기부 이어 재벌 총수들 릴레이식 동참
재계 서열 따라 금액 책정…할당제 논란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금을 내지 않은 회사 가운데 일부는 정황상 기부금 액수를 제대로 책정하지 못하거나 내기 애매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물론 이들 상당수가 조만간 기부 대열에 동참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KT(11위)는 조만간 청년희망펀드에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재원 마련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액은 기업 규모에 걸맞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금껏 이어진 청년희망펀드 기부는 재벌 총수가 솔선수범해 사재를 내놓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KT를 골치 아프게 만든다. KT는 한 해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이지만 사주가 따로 없다. 황창규 회장은 자사주를 5000주밖에 보유하지 않은 전문 경영인이다. 올해 3분기까지 10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지만 재벌 총수에 비하면 재산이 현저히 적다.

만약 황 회장이 다른 재벌 총수처럼 혼자서 수십억원을 기부하려면 올해 연봉을 전부 내놔도 부족하다. 결국 KT가 회사 규모에 걸맞게 기부액을 책정한다면 임원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내놓을 액수
눈치전 팽팽

기부금은 둘째 문제고 재벌 총수를 둘러싼 각종 악재를 처리하는 것만 해도 정신없는 기업도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회사 자금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구속 기소된 상태다. 매주 금요일마다 검찰과 장 회장 측 변호인이 위법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것만 해도 바빴다.
 

물론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이재현 CJ그룹(14위)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24위) 회장은 이미 기부금을 내놨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과 임원진의 이름으로 청년희망펀드에 25억원을 책정했고 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 및 임원진의 이름으로 20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600억원대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고 조석래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 등의 혐으로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다만 동국제강은 이들보다 회사 사정이 더 나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극도로 나빠진 회사 사정상 기부금을 선뜻 내기 힘든 총수와 기업들도 제법 보인다. 대우조선해양(16위)은 얼마전 산업은행의 추가 자금 지원이 결정되고 나서야 겨우 기사회생했고 대우그룹 공중분해 이후 수차례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25위) 역시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금호아시아나그룹(17위)은 박삼구 회장이 이제야 회사를 수습하고 나선 상황이고 동부그룹(20위)은 최근 5년간 10개 기업을 인수합병 했지만 이 중 8곳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는 등 한창 그룹 재편에 바쁜데다 김준기 회장은 자금 한 푼이 아쉬운 처지다.

경영진이 외국 인사거나 혹은 외국계인 기업들도 청년희망펀드에 무반응이다. 국내 기업문화가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다는 핑계가 그나마 먹힐만하다. S-OIL(26위), 한국GM(36위) 등 외국계 회사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기부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얼마전 사모펀드에 인수된 홈플러스(37위)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총수와 기업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일반적인 국내 재벌기업 형태와 조금 차이가 있다.

대림산업(18위), 부영그룹(19위)은 기부금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그간 활동이 일종의 가림막이다. 대림산업의 경우 이준용 명예회장이 얼마 전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전 재산 20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사회공헌사업에 힘쓰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 때도 피해 복구와 유가족 성금으로 당시 재계에서 가장 많은 20억원을 기탁 한 바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역시 연세대학교 기숙사 기증을 비롯해 지난 8월 건국대에 80억원 기부 등 사회공헌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청년희망펀드에 아직 기금을 내놓지 않고도 나름의 이유로 이리저리 빠져 나갈 구멍을 마련해놓은 기업과 총수들이 상당수다. 별다른 이유 없이 기부금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기업도 여럿 된다.

자발적 아닌
사실상 반강제

흥미로운 점은 범현대가에 뿌리를 둔 기업들의 참여가 유독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펀드 설립 초기에 기부금을 내놓은 현대자동차그룹과 3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현대백화점그룹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그룹(8위), 현대그룹(21위), KCC그룹(28위), 한라그룹(33위), 현대산업개발(41위) 등 50위권에 포함된 범현대가 기업 상다수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은 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이유라도 있지만 다른 곳들은 총수가 직간접적으로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외에도 OCI(23위)를 비롯해 30위 내 몇몇 기업들도 청년희망펀드 기부에 동참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술 더 떠 50위까지 규모를 넓히면 참여한 기업의 비율은 더욱 줄어든다. 어쩌면 자신들 앞선에서 기부금을 내지 않은 곳 많은 만큼 일종의 면죄부가 쥐어졌다고 볼 수 도 있다. 물론 자발적인 참여인 만큼 표면상 기부금을 내지 않아도 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이건 겉보기에 국한될 뿐이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청년희망펀드가 재벌기업 사이에 할당제쯤으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얼마?’아직 고민 중인 회장
‘강제로 못내’무시한 회장도

펀드 출범 초기엔 사회 지도층, 공직자, 일반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9월 황교안 국무총리는 “삼성에 2000억원을 내라고 하고 마찬가지로 다른 기업에 돈을 내라고 하면 1조원을 모을 수 있겠지만 기업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력에 제한이 된다”며 기업 기부는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지금은 준강제적인 모금으로 변질된 모습마저 보여준다. 좋은 취지와 별개로 청년희망펀드는 기업의 입장에서 얼핏 ‘울며 겨자 먹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청년희망펀드 기부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에 기부액 규모와 참여 시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청년희망펀드는 이런 배경 탓에 진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그룹 총수의 기부행렬이 청년들의 실업의 아픔을 헤아린 기부가 아닌 마지못해 하는 기부 아니냐는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돈을 내고도 찜찜한 상황이 됐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2000만원과 매달 월급의 20%씩 기부하는 청년희망펀드의 ‘1호 가입자’이지만 이달 중순까지 재벌총수의 참여가 있기 전까지 기부액은 60억원에 그쳤다.

이렇게 되자 청년층을 위한 기부가 아닌 정부의 눈치보기에 불과하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대통령이 앞장선 상황에서 눈치껏 기부금을 내는 게 차라리 속편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 아무리 재벌 총수라도 약자에 속한다. 일부 기업들은 정부 인허가 사업이 걸려 있거나 총수와 기업 핵심 인사들이 수사 명단에 포함된 상황이다.

“낼까? 말까?
내는 게 속편해”

결국 알면서도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있는 재벌기업 총수들이 시기를 봐서 기부 행렬에 동참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눈치 없는 총수 혹은 기업으로 비춰지는 것보다 차라리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게 속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껏 자발적으로 사회공헌사업에 충실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추가로 좋은 일에 동참한다고 봐야지 별수 있겠나”며 “청년희망펀드가 어떤 식으로 쓰일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그냥 있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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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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