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향우회 민심 르포> 문재인 지지율 5%의 비밀

"등 돌린 호남민심, 문재인만 모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야권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불과 5%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보다 낮은 수치였다. 문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때 호남에서 90%안팎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호남이 문 대표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남향우회를 찾아 회원들의 생생한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야권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 ±10%)에 따르면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보다 낮은 수치였다. 문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때 호남에서 90% 안팎의 압도적인 지지(광주 92.0%, 전남 89.3%, 전북 86.3% 등)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돌아선 호남
뻔뻔한 친노

핵심 지지층인 호남이 흔들리면서 새정치연합은 곧장 위기를 맞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28재보선 서울 양천구 구의원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고작 227표 차이로 졌다. 패배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호남의 변심이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해당 선거에 지원유세를 갔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호남향우회 관계자들이 자신을 만나 “새정치연합 후보를 찍으면 문 대표를 도와주게 되니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들은 그때 호남향우회만 움직여줬더라도 고작 227표 차이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이 같은 호남의 반(反)친노정서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지역 호남향우회에서 ‘친노 살생부’가 돌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해당 지역 호남향우회 회원들이 친노계 의원과 비노계 의원을 구분해 작성한 명단을 돌려보며 내년 총선에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뽑아주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였다.

"자기(친노)들끼리만 다 해먹으려 해"
"친노 돕느니 차라리 새누리 돕겠다"


모 지역 호남향우회 회원 수천명은 최근 단합대회를 가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범친노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며 성토하고, 공개적으로 낙선운동을 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국 호남향우회중앙회 박광태 회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호남향우회 차원에서 ‘친노 낙선운동’ 등의 단체행동에 나설 생각은 없다”면서도 “친노는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 호남의 대체적 정서인데 문 대표만 그것을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호남에서 시작된 반친노정서는 호남향우회를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호남향우회는 전국적으로 약 13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호남향우회는 매달 모임을 갖기 때문에 여론의 파급속도가 무척 빠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특히 수도권에서는 불과 5% 이내에서 승부가 갈리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호남이 우리당을 외면하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늘 남 탓만
책임은 안 져

그렇다면 호남이 문 대표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호남향우회를 찾아 회원들의 생생한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회원은 문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언성이 높아졌다. 요즘 회원들이 모이면 문 대표에 대한 성토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자기(친노)들끼리만 다 해먹겠다는 심보’라고 했다. 친노가 선거 때마다 공천권을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원은 “경선이라도 공정하게 치르면 승복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례는 지난 4·29재보선이다. 당시 호남인사로 분류되는 김희철 후보는 친노인사로 분류되는 정태호 후보와의 당내 경선에서 불과 0.6% 차이로 패했다.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김 후보가 앞섰으나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 후보가 이를 뒤집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 결과가 요상했다.

당시 한국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에서 동시에 여론조사를 했는데 한국리서치에서는 김 후보가 5%를 이겼지만, 코리아리서치에서는 반대로 정 후보가 10.4%를 이겼다. 양쪽 여론조사기관 간 조사 결과가 15%나 차이가 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일지역, 동일시간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15%나 차이가 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고작 ±5~6% 정도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 측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당 지도부는 묵묵부답이었다. 한 회원은 “친노 XX들이 (당내 경선에서) 그런 식으로 (호남 사람들을) 제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작은 기초의원 선거, 하다못해 당직자들까지 다 자기 사람들(친노)만 앉히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된 서울 양천구 구의원선거에 출마했던 새정치연합 후보도 범친노로 분류되는 김기준 의원의 보좌관 출신 인사였다.

친노진영이 당내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율은 자꾸 줄이고 여론조사나 모바일투표의 비율을 늘리려고 시도하는 것도 호남인사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한 회원은 “우리 회원 중에는 민주당 시절부터 수십년간 (새정치연합)당원으로 활동해온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소중한 한 표는 무시하고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모바일투표나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하니 무시당하는 느낌이고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당원으로 수십 년 동안 활동해온 사람들은 다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정한 후보에게 무조건 투표하라고 하면 누가 가서 투표하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공천권 독식
못믿을 경선

사실 호남과 친노진영의 악연은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대북송금 특검, 열린우리당 창당, 노무현정부의 호남인사 홀대 등으로 인해 호남에서는 친노진영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부터 상당했다. 그래도 호남은 ‘새누리보다는 우리 식구가 낫지 않겠냐’며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를 적극 지지해줬다. 그럼에도 친노진영의 호남 홀대가 계속되자 최근에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한 호남향우회의 회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선 차라리 새누리 주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친노XX’들을 다 물갈이 해버려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원은 “그것이 지금 호남인들의 정서”라며 “예전엔 아무리 미워도 새누리보단 우리 당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차라리 새누리를 찍는 한이 있어도 친노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정서가 강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반성할 줄 모르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 회원은 “안철수나 김한길은 선거에 한 번 지고도 (대표직 사퇴하고) 나갔는데 친노는 총선지고, 대선지고 재보선도 다 지고 버티니까 뭐 저런 인간들이 있나 싶다”며 “최소한 사과라도 하고 반성이라도 해야 하는데 (선거에서) 지고도 늘 핑계만 대는 모습이 싫다”고 말했다.

"문재인 늘 남 탓, 반성부터 해야"
"정통당원 무시하고 여론조사 목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10·28재보선 참패 이후 당 지도부 인사들이 ‘투표율이 낮았다’ ‘노인들만 투표했다’ ‘신경 쓸 거 없다’는 반응을 보여 깜짝 놀랐다”며 “선거에서 진 것보다 반성할 줄도 모르는 ‘염치없음’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문 대표는 늘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왜 선거마다 지는 것이냐?”며 “(문 대표가) 한 번이라도 속 시원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문 대표의 대응은 무척 안이하다. 문 대표는 최근 한 대학 강연에서 “요즘 호남에서 제 지지율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이 지지도 조사가 들쭉날쭉하다”며 사실상 믿기 어렵다고 우회적으로 말해 호남인들의 심기를 또 한 번 건드렸다. 문 대표는 “함량 미달로 당에서 버림받은 일부 인사들이 호남민심을 왜곡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원래 일부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그게 전체 의견인 것처럼 보인다”며 “대다수의 호남인들은 문 대표에 대해 우호적인데 요즘 자신이 호남사람이라면서 문 대표 씹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쪽(신당) 사람들이다. 지난번 혁신안 의결하는 중앙위원회 때도 비노계 5명 나가고 끝인 것 봤지 않나?”고 말했다.

신당 추진세력?
일반 호남민심?

이처럼 친노진영에선 현재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 호남 출신이라서 이들이 호남민심을 왜곡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향우회 회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했다. 한 회원은 “향우회 내에 신당에 참여하려는 인사들이 많고, 그 사람들이 (문 대표를) 노골적으로 자꾸 씹고 다니니까 향우회 내 여론도 그쪽으로 휩쓸려 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원은 “그런 사람들이 향우회에서 공개적으로 반문(반문재인)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표가 잘하고 있다면 그 사람들이 아무리 (문 대표를) 씹고 다녀도 사람들이 동조해주겠나? 문 대표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통렬하게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소수 의견으로는 문 대표의 당 혁신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회원은 “문 대표가 혁신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는데 새정치연합이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무능력한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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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