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향우회 민심 르포> 문재인 지지율 5%의 비밀

"등 돌린 호남민심, 문재인만 모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야권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불과 5%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보다 낮은 수치였다. 문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때 호남에서 90%안팎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호남이 문 대표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남향우회를 찾아 회원들의 생생한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야권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 ±10%)에 따르면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보다 낮은 수치였다. 문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때 호남에서 90% 안팎의 압도적인 지지(광주 92.0%, 전남 89.3%, 전북 86.3% 등)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돌아선 호남
뻔뻔한 친노

핵심 지지층인 호남이 흔들리면서 새정치연합은 곧장 위기를 맞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28재보선 서울 양천구 구의원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고작 227표 차이로 졌다. 패배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호남의 변심이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해당 선거에 지원유세를 갔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호남향우회 관계자들이 자신을 만나 “새정치연합 후보를 찍으면 문 대표를 도와주게 되니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들은 그때 호남향우회만 움직여줬더라도 고작 227표 차이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이 같은 호남의 반(反)친노정서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지역 호남향우회에서 ‘친노 살생부’가 돌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해당 지역 호남향우회 회원들이 친노계 의원과 비노계 의원을 구분해 작성한 명단을 돌려보며 내년 총선에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뽑아주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였다.

"자기(친노)들끼리만 다 해먹으려 해"
"친노 돕느니 차라리 새누리 돕겠다"


모 지역 호남향우회 회원 수천명은 최근 단합대회를 가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범친노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며 성토하고, 공개적으로 낙선운동을 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국 호남향우회중앙회 박광태 회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호남향우회 차원에서 ‘친노 낙선운동’ 등의 단체행동에 나설 생각은 없다”면서도 “친노는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 호남의 대체적 정서인데 문 대표만 그것을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호남에서 시작된 반친노정서는 호남향우회를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호남향우회는 전국적으로 약 13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호남향우회는 매달 모임을 갖기 때문에 여론의 파급속도가 무척 빠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특히 수도권에서는 불과 5% 이내에서 승부가 갈리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호남이 우리당을 외면하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늘 남 탓만
책임은 안 져

그렇다면 호남이 문 대표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호남향우회를 찾아 회원들의 생생한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회원은 문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언성이 높아졌다. 요즘 회원들이 모이면 문 대표에 대한 성토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자기(친노)들끼리만 다 해먹겠다는 심보’라고 했다. 친노가 선거 때마다 공천권을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원은 “경선이라도 공정하게 치르면 승복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례는 지난 4·29재보선이다. 당시 호남인사로 분류되는 김희철 후보는 친노인사로 분류되는 정태호 후보와의 당내 경선에서 불과 0.6% 차이로 패했다.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김 후보가 앞섰으나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 후보가 이를 뒤집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 결과가 요상했다.

당시 한국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에서 동시에 여론조사를 했는데 한국리서치에서는 김 후보가 5%를 이겼지만, 코리아리서치에서는 반대로 정 후보가 10.4%를 이겼다. 양쪽 여론조사기관 간 조사 결과가 15%나 차이가 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일지역, 동일시간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15%나 차이가 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고작 ±5~6% 정도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 측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당 지도부는 묵묵부답이었다. 한 회원은 “친노 XX들이 (당내 경선에서) 그런 식으로 (호남 사람들을) 제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작은 기초의원 선거, 하다못해 당직자들까지 다 자기 사람들(친노)만 앉히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된 서울 양천구 구의원선거에 출마했던 새정치연합 후보도 범친노로 분류되는 김기준 의원의 보좌관 출신 인사였다.

친노진영이 당내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율은 자꾸 줄이고 여론조사나 모바일투표의 비율을 늘리려고 시도하는 것도 호남인사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한 회원은 “우리 회원 중에는 민주당 시절부터 수십년간 (새정치연합)당원으로 활동해온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소중한 한 표는 무시하고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모바일투표나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하니 무시당하는 느낌이고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당원으로 수십 년 동안 활동해온 사람들은 다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정한 후보에게 무조건 투표하라고 하면 누가 가서 투표하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공천권 독식
못믿을 경선

사실 호남과 친노진영의 악연은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대북송금 특검, 열린우리당 창당, 노무현정부의 호남인사 홀대 등으로 인해 호남에서는 친노진영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부터 상당했다. 그래도 호남은 ‘새누리보다는 우리 식구가 낫지 않겠냐’며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를 적극 지지해줬다. 그럼에도 친노진영의 호남 홀대가 계속되자 최근에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한 호남향우회의 회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선 차라리 새누리 주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친노XX’들을 다 물갈이 해버려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원은 “그것이 지금 호남인들의 정서”라며 “예전엔 아무리 미워도 새누리보단 우리 당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차라리 새누리를 찍는 한이 있어도 친노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정서가 강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반성할 줄 모르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 회원은 “안철수나 김한길은 선거에 한 번 지고도 (대표직 사퇴하고) 나갔는데 친노는 총선지고, 대선지고 재보선도 다 지고 버티니까 뭐 저런 인간들이 있나 싶다”며 “최소한 사과라도 하고 반성이라도 해야 하는데 (선거에서) 지고도 늘 핑계만 대는 모습이 싫다”고 말했다.

"문재인 늘 남 탓, 반성부터 해야"
"정통당원 무시하고 여론조사 목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10·28재보선 참패 이후 당 지도부 인사들이 ‘투표율이 낮았다’ ‘노인들만 투표했다’ ‘신경 쓸 거 없다’는 반응을 보여 깜짝 놀랐다”며 “선거에서 진 것보다 반성할 줄도 모르는 ‘염치없음’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문 대표는 늘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왜 선거마다 지는 것이냐?”며 “(문 대표가) 한 번이라도 속 시원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문 대표의 대응은 무척 안이하다. 문 대표는 최근 한 대학 강연에서 “요즘 호남에서 제 지지율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이 지지도 조사가 들쭉날쭉하다”며 사실상 믿기 어렵다고 우회적으로 말해 호남인들의 심기를 또 한 번 건드렸다. 문 대표는 “함량 미달로 당에서 버림받은 일부 인사들이 호남민심을 왜곡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원래 일부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그게 전체 의견인 것처럼 보인다”며 “대다수의 호남인들은 문 대표에 대해 우호적인데 요즘 자신이 호남사람이라면서 문 대표 씹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쪽(신당) 사람들이다. 지난번 혁신안 의결하는 중앙위원회 때도 비노계 5명 나가고 끝인 것 봤지 않나?”고 말했다.

신당 추진세력?
일반 호남민심?

이처럼 친노진영에선 현재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 호남 출신이라서 이들이 호남민심을 왜곡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향우회 회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했다. 한 회원은 “향우회 내에 신당에 참여하려는 인사들이 많고, 그 사람들이 (문 대표를) 노골적으로 자꾸 씹고 다니니까 향우회 내 여론도 그쪽으로 휩쓸려 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원은 “그런 사람들이 향우회에서 공개적으로 반문(반문재인)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표가 잘하고 있다면 그 사람들이 아무리 (문 대표를) 씹고 다녀도 사람들이 동조해주겠나? 문 대표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통렬하게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소수 의견으로는 문 대표의 당 혁신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회원은 “문 대표가 혁신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는데 새정치연합이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무능력한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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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