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솜스파캐슬 ‘염소가스 유출사고’ 내막

수백명 있는 실내에…“큰일날 뻔했다”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지난 8일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온천테마파크 리솜스파캐슬(이하 리솜)에서 수백명이 머물던 실내로 염소가스가 유입됐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8명의 이용객이 응급처치를 받았고 일부 이용객은 현재까지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실외에서 발생한 가스는 창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왔고, 가스를 마시거나 접촉한 일부 이용객들은 구토와 두통, 눈과 피부의 따가움을 호소했다.
 

당일 사고에 대해 업체 측은 “청소용역업체의 담당 직원이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탕 내 이끼를 제거하기 위해 실외에 있는 구조장비 대여점 근처에서 염소소독제를 물에 희석했다”며 “연기와 가스가 갑자기 발생해 유리문을 통해 실내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분 뒤 안내방송을 통해 이용객들의 퇴장을 요구했고, 현장에 있던 간호사를 통한 응급처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리솜 측의 해명은 당일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들의 증언, 그리고 관할 지자체인 예산군청에 보고된 내용과 상이한 측면이 많아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사고 원인은?

업체 측에 의하면 온천 내 청소를 위한 소독약을 물에 희석하는 일은 한 명의 담당자가 계속 해왔다.

리솜 관계자는 “개장 후 3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청소용액을 만들었지만, 가스가 발생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주 이끼를 제거하기 위해 담당직원이 염소소독제인 ‘하이클론70 분말’ 제품을 지정된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제조했다”며 “염소소독제 희석 과정에 실수나 다른 변수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제품에 문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클론 70은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락스에 비해 유효염소가 17배 이상 함유된 제품이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 3일이 지난 시점까지 업체는 가스가 발생한 하이클론 70의 희석과정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통화에 응했던 리솜 관계자는 “노란색 가스와 냄새의 원인은 생각보다 많은 양의 하이클론이 희석용 통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라며 “사고 당시 하이클론70 600mℓ에 7∼8ℓ의 온천수를 넣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11일 “정해진 담당자가 매주 같은 시간에 가이드라인을 따라 청소용액을 만들기 때문에 변수가 없다”고 했다가 잠시 후 “사고 당시 업장 사정으로 평소보다 30분 일찍 청소용액을 만들다 흰색 연기가 발생했고, 당시 온천수의 온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결국 이번 사고의 가장 커다란 원인이 ‘리솜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가스의 실내 유입은 ‘규정을 따라 제조한다던 청소용액의 농도조차 일정하게 유지하지 않은 것’과 ‘희석용액으로 온천수를 사용한 것’ ‘3년 동안 청소용액을 희석해오던 장소가 실내에 가스를 유입시킬 만큼 가까웠다’는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천수를 희석 사용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온천수에 포함돼 있는 특정 성분이 염소성분과 만나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을뿐더러 더운물로 희석하면 염소가스 발생이 촉진되기 때문에 고농도의 염소소독제에 온천수를 희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관계자로부터 청소하는 사람이 염소가 담겨있는 통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터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솜 측은 사고의 원인으로 온천수 보다는 하이클론 70에 무게를 두고 있다. 리솜 관계자는 하이클로 70을 생산한 일본 업체와 데모 테스트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외서 발생한 가스 실내로 유입
이용객 병원행…구토·두통 호소

리솜 측에 의하면 가스가 실내에 유입되고 나서 10분 뒤 고객들에게 첫 안내 방송을 했다. 이 시간은 염소가스가 수증기 및 습기와 결합해 이용객들의 폐에 들어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렇게 흡입한 염소 가스는 호흡기에 치명적이다. 이를 두고 최선을 다한 초동대처였는지 피해자들과 업체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사고가 있던 날은 꽤나 쌀쌀했다. 외부에서 온천을 즐기기에는 추운 날씨다 보니 이용객들은 주로 실내에 머물고 있었고, 이들 대부분은 사고를 목격했다. 피해자이면서도 목격자이기도 한 이들의 증언은 무척 구체적이었다. 가스 유입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은 “펑펑 소리를 내며 노란빛 섞인 연기가 나왔다” “유리문으로 노란 연기가 보였고 이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냄새로 인해 구역질을 했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가스를 흡입한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다가 냄새와 따가움으로 인해 결국 바깥으로 이동해야만 했다”며 “바깥에는 피부가 따갑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외부에 있는 소형 온천장은 수백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는 크기라 노약자들을 제외한 이용객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업체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만 인정하고 있다.

리솜 관계자는 “흰색 연기와 가스가 실내에 유입되자 직원들은 근처에 있는 이용객들의 피해를 확인하고 더 이상 가스가 번지지 않도록 차단했다”며 “수십명의 직원이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이어 “장내에 대기하던 간호사가 응급처치를 실시했고, 피해자들의 신원을 확보해 피해를 보상하고 있다. 방송안내가 늦은 부분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장 가까이 있었던 일부 피해자들로부터 “리솜이 사고 피해 감추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동이 다 가라앉기도 전에 “연기와 냄새가 인체에 무해하니 그냥 이용하라”는 내용의 장내방송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한 “홈페이지에 공지한 사과문 내용에서도 ‘염소 성분’에 대한 표현이 없는 것은 유독성 가스 누출사고를 단순 악취 해프닝으로 축소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리솜리조트 홈페이지의 사과문을 보면 문제의 소독제에 대해 하이클론 70 내지는 염소소독제가 아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워터파크 청소용 소독제’라고 표현했다. 또한 발생했던 연기와 냄새에 대해서도 염소가스 혹은 유독가스가 아닌 연기 및 독한냄새라고 기재했다.

구역질과 가려움을 호소하던 피해자들은 현장에 있던 관계자로부터 ‘염소’라는 성분에 대한 안내를 받았지만, 해당 연기와 냄새에 대해 리솜 측이 ‘일반적인 청소용 소독제에서 발생한 연기와 독한냄새’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리솜이 관할 지자체인 예산군청에 보고한 내용과도 비슷하다.

10분 후 안내방송

예산군청의 담당 공무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염소누출이 아니라 청소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소 중 소독제가 물에 반응해서 연기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 리솜 관계자는 “사건을 축소하려는 아니라 제품명을 공개할 경우 제조사에 피해가 번질 것을 우려해 ‘청소용 소독제’로 기재했으며, 아직 가스의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독한냄새’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틀린 표현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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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