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발 ‘TK 살생부’ 추적

선택받을 ‘진실한 사람’은 누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진실한 사람만 선택받게 해 달라.” 최근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 들썩이는 모습이다. 전후사정 알 길 없는 뜬금발언에도 마치 옥석을 가리는 감정사처럼 ‘진박’이라는 말까지 만들어가며 명단 추리기에 나섰다. 일각에서 돌고 있는 ‘찌라시(사설정보지)’를 가리켜 ‘살생부’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진박’이라고 들어봤는가. ‘진짜친박’의 줄임말이다. “진실한 사람만 선택받게 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중 ‘진실(眞實)’에서 파생됐다. 경우의 차이는 있으나 정치입문 단계부터 지금까지 줄곧 ‘친박’이었던 사람을 일컫는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진박에 대한 설들이 무성하다. 간택 받지 못하면 ‘토사구팽’ 당할 수 있다는 불안함의 발로로 보인다.

여의도 덮은
‘진박’ 논란

‘칭박’도 있다. ‘자칭 친박’이라는 것이다. 친박·비박의 경계선에서 시류에 따라 흔들렸던 사람을 일컫는다. 지난 12일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이런 원론적인 말씀만 들어도 제 다리가 저린 사람들이 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가박’이라는 단어가 이와 유사하게 쓰인다. 가짜친박의 줄임말이다).

기존 ‘친박·비박’에 ‘진박·칭박’까지, 박의 자가분열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제 ‘탈박·멀박’이라는 단어는 언론보도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야권과는 다르게 ‘박 시리즈’가 새롭게 나타날 때마다 유독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이유는, 살아있는 권력과의 거리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번 진박 사태 또한 다가오는 제20대 총선에 맞춰 공천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선거개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총선 승리”라는 건배사로 구설수에 올랐던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장관의 경우처럼 직접적인 개입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관련 쪽 사람들의 생각이다. 지난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조선일보>를 통해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논란은 이미 점화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야권에서는 ‘탄핵’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대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누가 날 감히 탄핵소추하겠냐는 자신감의 표현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부디 유신의 밀실에서 나오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비박계에서는 직접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진 않겠다는 분위기다.

배신·진실 이어
‘은혜론’ 대두

해당 사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박 대통령의 비박계 죽이기 전략 아니냐는 해석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국회법 개정안 사태를 통해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고 결국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유 전 원내대표에게 청와대가 ‘근조화환’을 보내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가능성을 높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족 측에서 조화와 부의금을 받지 않는다고 알려왔다”며 “그런 경우 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익명의 친박계 의원 중 한 명은 지난 11일 <중앙일보>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6월 말 국회법 파동 당시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했던 것의 연장선”이라며 “박 대통령의 ‘정치용어 사전’에 진실의 반대말은 배신”이라고 전했다. 즉 박 대통령의 진실 발언은 유 전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11일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그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라며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은혜를 갚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은혜론’은 ‘배신’ ‘진실’과 함께 정가를 강타했다.

그렇다면 소위 ‘진실하다’고 평가받는 친박은 누가 있을까. 중진급 선두에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있다. 7선 의원인 그는 자타공인 친박계 좌장이다.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라는 제목으로 평전을 냈을 정도로 ‘의리’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박 대통령은 서 최고위원의 이런 부분을 특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박’ 솎아내기 본격화, 누가 이름 올렸나?
홍문종 “제 발 저린 사람 있을 것” 시사

3선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박 대통령 뒤를 잇는 권력의 2인자로 통한다. 정부 예산을 쥔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박 대통령과 최 부총리가 쌓아온 관계가 돈독하다는 말이다. 또한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당시 후보자의 비서실장을 맡아 승리로 이끈 능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같은 3선인 홍문종 의원은 ‘박심의 대변인’으로 꼽힌다. 홍 의원은 최근 당내 주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례로 박 대통령의 진실 발언에 ‘제 발 저린 사람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 바 있으며, 개헌을 언급하면서 ‘반기문 대통령(외치)-친박 총리(내치)’ 시나리오에 대해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는 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믿음 없인 불가능한 발언”이라고 정가는 보고 있다.

신박(새로운 친박) 3인방(이인제·원유철·이주영)도 진박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최근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박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외 인사들을 포함하면 중진급에서는 10~15명 정도가 진박으로 통한다.

재선 의원 중 선두에 선 인물은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김재원 의원이다. 그 중 윤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의 부친 유수호 전 의원(13·14대) 빈소에 조문을 와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을 언급해 논란을 낳았다. 윤 의원은 당시 자리에 있던 기자들에게 “20대 총선에서 TK 공천을 잘 해야 한다”며 “19대 때 대구에서 (현역) 60%를 바꿔 그 힘이 수도권으로 이어져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넘긴 게 아니냐”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박근혜키즈
전략공천

그 외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태호 최고위원, 장관직을 내려놓고 여의도로 돌아온 유일호 의원 등 5~6명 정도의 재선 의원들이 진박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이장우·김태흠·김도읍·정용기·김진태 의원 등 초선의원 10~15명까지 합하면 그 세가 대략 30~35명 정도로 추정된다.

진박·칭박 선별 작업에 들어간 것을 두고 정가전문가들은 친박계의 ‘전략공천 시나리오’가 발동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추천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 그 예라는 지적이다.
 

정가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앞서 언급된 진박 수뇌부 명단은 비박계 의원들에겐 중요치 않다고 한다. 그들에겐 이미 자신의 지역구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청와대와 정부기관에서 내려오는 ‘박근혜키즈’ 명단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시나리오상 진박계 수뇌부가 전략공천을 관철시키면, 박근혜키즈들이 당선에 유리한 자리로 내려올 것이란 예상이다. 키즈들이 내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 의원들은 살생부에 이름을 오린 것과 진배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30~35명 진짜 중의 진짜, 진박 수뇌부?
TK 겨냥한 살생부, 청와대 출신 ‘주의보’

TK지역에 복수의 청와대·정부 인사들의 출마선언이 가시화되고 있다. 비박계인 박민식 의원은 지난 10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런 지역(TK)에 이른바 청와대 무슨 비서관, 행정부장관 했던 사람, 이런 사람들, 후보를 낙점한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윤상현 의원이 빈소에서 발언한 TK 물갈이론에 대해 “(TK) 정치인들이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행정자치부에서 나온 정종섭 전 장관은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국회가 중요하다”며 “그 길을 가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거론되는 지역구는 대구 ‘동구갑’이다. ‘동구을’이 유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동구을은 현재 류성걸 의원의 지역구다. 류 의원은 정가에서 ‘친유승민계’로 분류된다. 따라서 청와대 의중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출마 지역으로 고향인 경주 대신 동구을이 예상된다는 측면도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지난달 7일 새누리당에 복당하면서 출마가 가시화된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도 친유승민계를 겨냥한 카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전 관장은 대구 북구갑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이곳은 비박계이자 친유승민계로 통하는 권은희 의원의 지역구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당초 대구 서구 출마가 유력시됐다. 그러나 최근 중·남구 출마로 바뀐 모습이다. 윤 전 수석 측은 지난 12일 <대구신문>을 통해 “윤 전 수석의 본가가 서구와 인연이 있는 관계로 서구 출마로 이름이 올라 많이 당황하고 있다”며 “나오려면 출신고교가 위치한 중·남구가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구는 김상훈 의원이, 중·남구는 김희국 의원이 맡고 있는 곳이다. 두 사람 모두 정가에서는 유승민계로 불린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최근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총선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달성군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달성군은 이종진 의원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 또한 비박계이자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여기에 윤상직 산업통산자원부장관의 대구 출마설도 들려오고 있다.

진박에 숨은
변절자들


‘배신의 정치→유승민 사퇴→TK 물갈이론→친·비박 공천전쟁→진박 사태→2차 TK 물갈이론’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흡사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 청와대발 TK 장악 시나리오라는 정가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비박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제19대 총선을 통해 TK지역도 얼마든지 권력자에 의해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위 진박이라는 것에 대한 허상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즉 현재 분류되는 진박 수뇌부 인사 중 MB정부부터 활약하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것처럼 진박도 결국엔 일시적 현상일 뿐이란 분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열흘간 떠나는 박근혜
또? ‘이슈 투척→순방길’ 패턴 반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차 출국한 박 대통령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정치에 이슈를 던진 후 해외순방길에 오르는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부터 열흘간 해외일정을 소화한다.

박 대통령은 최근 ‘진실한 사람’ 발언을 정가에 던졌다. “대통령의 총선 개입 아니냐”는 지적이 야권에서 제기됐다. 이전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선언했고, 이후 한·일·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비록 회담이 국내에서 진행됐지만, 현안에서 멀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월경에는 ‘성완종 리스트’가 정가를 강타했는데,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의’ 문제를 김무성 대표에게 일임하고 떠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보다 해외일정을 소화하는데 더욱 힘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출국에 앞서 박 대통령은 위안부문제와 북핵문제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지난 13일 아시아·태평양지역 통신사 기자들과 만나 가진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아베 일본총리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밝혔으며, 북한에 대해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진척이 이뤄진다면,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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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