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일최이황 권력함수

충성경쟁 종막…친박 트로이카 대충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가 몰고 온 것은 비단 국론분열에 국한되지 않는다. 강행과 책임이라는 파도가 정국을 강타했고, 권력구도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공생하는 듯 이면에서 갈등을 보였던 3인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일최이황’(一崔二黃, 최경환·황교안·황우여)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이하 국정화)가 지난 3일 전자관보를 통해 확정고시 되면서 국정화 ‘핵심 3인’의 역할론도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잇따른 개각 소식이 들려오면서 파장을 낳고 있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왼팔, 그리고 입으로 통했던 사람들 간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최-황 신경전
갈등의 시작

오른팔·왼팔이 따로 놀았다.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엇박자를 보였다. 그러나 책임론은 한 사람에게 쏠려있다.

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으로 부상한 때는 지난 9월23일, 황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최경환만 없으면 살겠는데”라고 말했다.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팔단)로 불릴 정도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황 부총리의 그간 모습과는 달리 파격 발언이었다. 기자들은 물론 배석한 교육부 관계자까지 놀랐다는 전언이다.

발단의 원인은 최 부총리의 말 한마디였다. 황 부총리의 파격 발언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9월22일, 최 부총리는 <제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0월 중 사회 수요에 맞게 대학 정원을 조정하고…(중략)…교육개혁의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서 황 부총리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황 부총리는 이미 부침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 9월10일 있었던 교육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국정화에 대한 야당의 맹공을 받아야했다. 그런 와중에 청와대는 “교육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부총리가 사석에서 한 “검정 체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검정 기준을 높여 서너 개의 교과서만 쓰는 것도 가능하다” 등과 같은 발언들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황 부총리가 최 부총리에 대해 평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단 분석이다. 압박이 강했던 반면 지원은 약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 부총리가 교육개혁이 늦다고 지적하자 황 부총리는 예산이 아쉽다고 반격했다. 정부 예산을 쥔 최 부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전에도 두 사람이 부딪힌 사례가 있다. 지난 2014년 10월경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 지원으로 할지 교육청 재량으로 할지를 두고 교육부와 기재부가 파워게임을 벌인 바 있다. 최 부총리는 해당 예산 문제를 교육청 재량으로 해결하라는 내용의 공동기자회견을 강행했는데, 당시 최 부총리가 황 부총리의 멱살을 잡듯 넥타이를 잡고 기자회견장에서 나왔다는 목격담이 정가에 나돌았다.


두 사람의 갈등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최 부총리의 12월 복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당으로 돌아오면 두 사람 간의 관계가 역전되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최 부총리는 3선 의원이고 황 부총리는 5선 의원이다. 황 부총리는 앞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에게 “(나중에) 당에 가서 (국회의원으로 돌아가) 보자고 했다”며 여운을 남겼다.

황 vs 황
어부지리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이번 국정화 사태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 부총리의 손익계산서를 정의할 수 있는 속담이다. 황 부총리는 국정화 사태를 거치면서 개각의 대상이 된 반면, 황 총리는 국정화를 이끈 1등 공신이 됐다.

황 총리가 지난 한 달여간 보여준 모습은 황 부총리와는 확실히 달랐다. 황 총리는 반대여론이 심해질수록 더욱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통진당 해산에 이어 국정화 사태까지, 정부의 핵심과제를 해결하는 ‘청부사’로 거듭났다고 내다 봤다.

황 부총리가 주무장관임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다면, 황 총리는 소위 ‘역사전쟁’에서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황 총리는 지난 3일에 있었던 대국민담화를 통해 “현행 검정 발행제도는 실패했다”며 “더 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신임을 쌓은 황 총리는 최근 대선주자로까지 분류된다. 당초 이완구 전 총리가 낙마하는 등 부담스러웠던 자리에 연착륙했다는 평이 정가에서 들려온다. 때문에 황 총리에 대한 보수 측 여론 또한 호의적인 상황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친박계가 고려할 수 있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급부상 중이다.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황 부총리의 교체가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이루어 질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정화가 포함된 교육부 정책에 황 총리의 입김이 강해질 공산이 커졌다. 후임 교육부장관이 내정되더라도,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실제 교육부의 일을 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교육부 일을 안정감 있게 처리한다면 보수진영으로부터의 인지도는 지금보다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 총리는 지난 9월경 있었던 한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당 내 정치 지형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언제든지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최경환] 흔들림 없는 자타공인 권력실세
[황우여] 불의의 일격당해…총선 문제없나
[황교안] 대선후보군 급부상 ‘본인 뜻은?’

반면 황 부총리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들려오는 개각소식에 정가의 해석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국정화가 확정고시 됐기 때문에 황 부총리가 더 이상 정부기관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원론적 반응부터 경질설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여의도 복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금의환향’이냐 아니면 ‘경질’이냐의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황 부총리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국정화 사태로 인해 자칫 ‘박심’으로부터 멀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면 공천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론되고 있는 예상자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최근 여당 내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연수구 출마 예상자는 황 부총리를 제외하고 3명이다(새누리당 민현주 의원, 정승연 인하대 교수, 탤런트 송일국). 최근 김회선·김태호 의원 등 친박계로부터 총선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자칫 세대교체 바람이라도 분다면 황 부총리 입장에선 가장 우려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본인도 직접 밝혀왔듯 황 부총리의 최종목표는 국회의장에 오르는 것이다. 이는 빠르면 20대 국회부터 가능하다. 과연 황 부총리는 뜻을 이룰 수 있을지, 그 첫 번째 관문은 국정화 사태를 털고 공천권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황-최 중심
신 권력구도

정가 일각에서는 황 총리를 ‘대독총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최 부총리는 ‘실세’라는 게 중론이다. 대한민국 공식 의전 서열로 본다면 국무총리는 5위, 경제부총리는 12위지만, 실제 권력은 최 부총리가 앞선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연내 ‘4대개혁’ 완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교롭게 황 총리가 대권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최 부총리와 함께 친박계 대선후보군 두 명이 이들 개혁과제를 이끌게 됐다. 새로운 투톱 체제가 형성된 모습이다.

황 총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화를 언급했다. 이슈를 띄운 박 대통령은 이후 곧바로 한·일·중 정상회담에 나섰다. 국정화를 맡겨놓고 갈 수 있었던 것은 황 총리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란 게 정가의 중론이다.

최 부총리는 현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일 SBS 생방송 프로그램 <제13차 미래한국리포트: 광복70년-좋은 정부의 조건>에 참석한 최 부총리는 “지금까지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입장을 전했다.

만약 최 부총리의 발언이 개헌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대권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발언에 대해 기재부는 “좋은 정부의 조건과 관련해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정화 사태가 불러온 정치권 지각변동
겉으론 공생…이전투구 3인 관계 주목

두 사람은 서로 업무스타일이 다르나, 보수진영으로부터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자를 끌어안을 적임자로 평가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 총리는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대구·경북(이하 TK)에서 보냈다. 그 중 대구고검 검사장으로 1년5개월을 지냈다. 지방생활 중 가장 오래 머문 곳이 대구였다. 때문에 지역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부총리는 알려진 것처럼 경북 경산시·청도군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의원이다. 때문에 지역 유력인사는 물론 고위 공무원들까지 꿰고 있다고 정가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5급 이상의 지역 공무원 모임을 주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결국 최 부총리가 정가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12월까지 투톱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부총리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 통과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표를 의식한 예산 책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4일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 부총리의 입김으로 내년도 TK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7000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총선용 예산’이라는 쓴 소리 속에서도 실세 부총리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있다.

내년도 예산심사
실세 힘 실릴까?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6월경 최 부총리를 지금의 자리에 임명했다. 한 달여가 지난 7월경에는 황 부총리를 기용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러 지난 6월경에는 황 총리가 취임해 지금의 친박 트로이카를 구축했다. 이제 다시 박근혜호는 트로이카에서 투톱으로, 투톱에서 다시 황 총리 중심의 원톱 체제로의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과연 이 중에서 친박계 대선후보가 나올지, 아니면 ‘반기문’이라는 외부 영입이 이루어질지 친박계 권력구도에 눈길이 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정화 사태 '막말 백태'
“종북·친일은 그나마 낫다” 

국정화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막말 전쟁으로 비화된 모습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검찰에 고발됐다. 법무법인 ‘진솔’의 손훈모 변호사는 같은 날 오전 전남 순천지청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데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손 변호사의 고발과는 별개로 전남 순천지역에서는 지난 4일부터 ‘이 최고위원 소환 청문회 개최를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순천은 이 최고위원이 지난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곳이다.

상대 비꼬는 모욕발언
명예훼손 고발 잇달아

막말은 이 최고위원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북한이 쓰는 남남갈등 전술을 돕고 있다”며 쏘아붙였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비밀TF 사무실을 급습한 야권 의원들을 두고 ‘화적떼’에 비유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도 막말 릴레이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정화 저지를 위한 버스투어에서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가”라며 국정화를 추진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현 교과서가 전체적으로 부끄러운 역사를 담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은 무속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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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