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수형자 차별관리 실태

“BBK 김경준은 봐주면서…”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교도소를 비롯한 교정시설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형기 동안 교육·교화 및 직업훈련 등을 실시하는 곳이다. 그러나 명시되어 있는 교정시설의 업무 및 규칙이 모든 수형자들에게 동등하게 발휘된다고 보긴 어렵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교도소 곳곳에서 온갖 특혜와 봐주기가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다. 천안교도소에서 드러난 불합리한 사안들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2010년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에 설립된 천안교도소는 연면적 41만3257㎡ 규모에 최대 1230명 수용이 가능한 교정시설이다. 외국인 수형자 교정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조성된 만큼 전체 외국인 수형자의 약 1/3이 이곳에 몸담고 있다. 시설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손꼽힌다.

불합리한 교정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최근 천안교도소는 곳곳에서 잡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교도소 내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미 상당수 수형자들이 인권 차별을 거론하고 있다. 천안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A씨가 언급한 내용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

사기죄로 2년형을 선고 받고 천안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A씨는 약 1년 전부터 천안교도소 측의 부당한 대우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수형자의 질병에 대처하는 교도소 측의 대응이 문제였다.

당시 A씨는 피부에 생긴 이상증상을 염려해 진료를 요청했지만 교도소 측의 미진한 대응으로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 A씨를 진료한 교도소 내 의무과장은 단순 피부병으로 진단하고 간단한 약 처방을 거듭했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그 사이 추가 진료만 수십 차례를 넘나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A씨의 고통이 더해진 건 당연했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A씨는 결국 교외진료를 받게 됐고 드러난 증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피부병이 아닌 성병으로 진단이 나온 것이다. 증상이 과도하게 심해져 바로 입원 수속을 밟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게 외부 의료진의 평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도소 측이 의료진 소견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수형자의 치료에 앞서 업무상 불편함을 감수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외부에서 입원하면 수많은 인력이 수형자 감시를 위해 동행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온갖 특혜·봐주기 암암리에 자행
아픈 수형자 뒷전…거물은 모시기

결국 한 번의 수술로 완치가 가능했던 A씨는 통원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고 2∼3차례로 나누어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심각한 고통을 몇 번이나 느껴야 했다. 수형자라는 현실에 앞서 A씨에게 큰 상처가 된 시간이었다.

물론 A씨의 사례에서 드러난 불합리한 처우는 모든 수형자에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다만 힘없는 수형자들의 경우 비슷한 형태의 어려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달리 말하자면 교소도 내에서 거물급으로 분류되는 수형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특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의 사례 역시 비슷한 사안이다.

BBK 사건으로 잘 알려진 김씨는 주가 조작 및 회삿돈 수백억원 횡령 혐의로 지난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 판결을 받고 현재 천안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그가 외국인 수용소인 천안교도소에 수감된 건 당연한 수순이다.

수형자들 사이에서 김씨를 거물급으로 바라본 것 역시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리고 김씨를 대하는 교도소 측의 대응은 일반 수형자들과 태도와 사뭇 달랐다. 이 과정에서 온갖 특혜와 편의가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얼마 전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특혜의 한 단면이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투자자문회사 BBK의 공동창업자라는 의혹을 폭로한 김씨는 지난 9월 국가기관의 정보공개 거부로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제9민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김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가 200만원을 김경준에게 추가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김씨가 교도소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재판을 하고 승소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교도소 측의 편의가 상당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씨를 바라보는 특혜 의혹에 대해 A씨는 자기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게다가 김씨에게 주어진 특혜는 일반적인 수형자들이 절대 취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는 게 핵심이다.

통상 교도소에서는 수형자들을 1∼4급수로 나눠 교정을 진행한다. 여기에는 수감자의 형량, 죄질, 복역 태도 등 다양한 조건이 결합된다. 급수별 통제도 다르다. 3∼4급수 수감자는 외부와 전화가 불가능하고 2급수 한 달에 3번, 1급수 한 달에 5번 통화 가능한 식이다.
 

교도소 안에서는 기상에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짜인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한다. 텔레비전을 보고 편지를 쓰는 등 방 안에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약 3시간. 하루에 약 8시간은 교도소 내 인쇄·목공·봉제 공장에서 작업해야 한다. 면회는 통상 한 달에 4번 가능하고, 4급수의 경우 교도소장의 허락을 받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예외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김경준 1급수 대우
내부 입막음만 신경

그러나 김씨의 경우 예외가 적용됐다. 일단 김씨가 1급수로 분류된 것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접견제한이 없고 한달에 전화를 5번까지 가능한 1급수로 분류되기에는 김씨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도소 내 작업장에서 김씨의 얼굴은 보기 힘들었다.

1급수로 전환되려면 그만큼 교도소 안에서 노력이 필요한데 김씨는 복역당시부터 이 모든 게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교도소 직원들은 쉬쉬하며 넘어가는 게 부지기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만약 A씨의 말대로 김씨가 다른 수형자들에 비해 자유로운 환경을 누렸다면 특혜로 의심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A씨는 “힘없고 아픈 사람보다는 힘있고 직원과 친분있는 재소자만 신경을 쓰고 돌봐주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모든 재소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직원들의 눈총과 이곳에서의 차별이 두려워 내색조차 못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전했다.

반면 천안교도소 측은 A씨가 밝힌 일부 거물급 수형자들에 대한 특혜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내부 규정상 수형자의 신분 및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외부에 발설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도소 관계자는 “아무리 교도소 처우가 좋아졌어도 자유가 제한되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모든 기준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적용되고 있으며 김씨를 비롯한 세간에 알려진 수형자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힘없으면 참아”

문제는 내부에서 행해지는 잘못된 움직임이 포착되더라도 교도소 측에서 제대로 짚고 넘어갈 수 있느냐다. 부조리 개선에 앞서 내부 고발 및 처우 문제가 공론화 되지 않도록 입막음 하는 데 힘쓰는 듯한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씨는 자신의 진료 과정에서 드러난 공공연한 잘못을 교도소 측이 인정하면서도 이 사실이 알려지길 꺼려 강압적으로 함구를 요구했다고 밝힌 상황이다.


A씨는 “이곳에서는 힘없는 사람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반대로 각종 특권이 행해지기도 한다”며 “법이라는 이름아래 가장 투명해야 할 곳에서 자행되는 모순이 언제쯤 바로잡힐 지 요원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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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