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1순위' 대성그룹 좀비기업 백태

‘간당간당’ 숨만 붙어있는 기생회사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회사구실을 못하는 좀비기업이 재계의 화두다.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좀비기업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도 조만간 좀비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집단 가운데 좀비기업이 많은 그룹은 벌벌 떨고 있다. 대성그룹도 그 중 하나로 보인다. 어쩌면 가장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국회 대정문질문에서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좀비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지적했다. 이 같은 목소리가 점점 확대되면서 좀비기업 청산에 방점이 찍히는 양상이다.
 
30대그룹 22%
대성그룹 36%
 
실질적인 좀비기업에 대한 감독 당국의 움직임도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를 가동해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달 22일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7일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차례로 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강도 높은 좀비기업 퇴출 가이드라인을 채권단에게 주문했다.
 
유암코(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11월부터 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매입해 살릴 기업은 살리되, 좀비기업은 과감하게 정리할 계획이다.
 

여론이 좀비기업을 퇴출하자는 쪽으로 기운 가운데 30대 그룹의 좀비기업 명단이 나오면서 살생부에 오른 기업들은 전전긍긍이다.
 
명단 확인 결과 3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20% 이상은 수입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이었다.  2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 기준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30대그룹의 1050개 계열사(금융회사 제외) 가운데 좀비기업은 모두 236개사로 전체의 22.5%를 차지했다.
 
<재벌닷컴>은 좀비기업을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으로 봤다.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보다 적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영업 활동을 통해 버는 돈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다는 것. 작년 기준으로 30대그룹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좀비기업 비율이 20%를 넘는 곳은 모두 14개 그룹이었다.
 
동부그룹의 좀비기업 비율은 51.2%로 가장 높았다. 동부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41개사 중에서 21개사가 이자보상배율 1 미만으로 현재 대다수가 계열분리 후 기업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미래에셋그룹도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계열사의 비중이 50%에 달했고, 부영그룹도 계열사 14곳 중 6곳(42.9%)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매출·수익 제로
자생력도 제로
 

30대 그룹밖 좀비기업 비율이 높은 그룹은 어딜까. 30대 그룹 밖에 있는 대기업 가운데 좀비기업 비율이 높은 기업을 꼽으라면 대성기업이 유력 후보다. 대성그룹의 자산은 5조9180억원으로 재계 46위(공기업 제외)다.
 
대성그룹의 모든 계열사 사업보고서가 공시돼 있지 않아 정확한 이자보상배율을 확인할 수 없지만 전체의 40% 가까운 계열사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대성그룹은 <일요시사>의 조사결과 2015년 4월 기준 73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3개 줄어든 수준으로 에스케이(82개), 롯데(80개), 지에스(7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규모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성적은 초라하다.
  
우선 지난해 매출이 0으로 사실상의 기업 구실은 못하는 기업은 영컨설팅, 남곡이지구, 대성지주, 파주영농, 노을그린에너지, 대성홀딩스, 에쓰씨지랩 등 7곳이다. 이들 기업들은 회사 운영비가 들어감에 따라 지난해 모두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출판업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영컨설팅은 1994년 설립돼 2008년 대성그룹에 편입됐다. 종업원수는 2명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지분은 김영대 회장(75%)과 그의 친익척(25%)이 100% 소유한 회사다. 2010년 대성그룹에 편입된 남곡이지구는 부동산업을 하며 종업원은 한 명뿐이다. SI 그룹인 대성지주도 종업원은 2명이었다. 파주영농의 경우는 아예 직원이 없었다. 이외에도 매출이 없는 계열사들의 종업원 수는 대기업 계열사라고 보기 힘든 5인 이하의 영세한 수준에 머물렀다.
 
계열 30% 손가락만 쪽쪽…사실상 개점휴업
직원 0명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허당회사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인 회사는 더욱 많다. 매출액이 없는 7곳 외에도 가하이엠씨, 대성아트센터, 대성합동지주, 디엔에스피엠씨, 에스필, 에이원,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글로리아트레이딩, 대성글로벌네트웍, 대성나찌유압공업, 대성산업, 대성에너지제3서비스, 대성투자자문, 디큐브바피아노, 디큐브시티뽀로로파크, 디큐브한식저잣거리, 라파바이오, 에스씨지디스플레이, 에스앤네트웍스, 제이헨 등 20개 기업이다. 총 27곳의 계열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사실상 좀비기업이다. 이는 전체의 36.9% 수준으로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매출액이 부실한 기업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문경새재관광은 지난해 27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리는데 그쳤으며, 오너일가가 모든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제이헨은 단 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외에 포디알에스와 가하컨설팅 등도 간신히 1억원을 넘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내부거래로 간신히 생명을 연장하는 계열사도 수두룩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대성그룹 계열사로는 가하이엠씨·한국물류용역·에스필·대성쎌틱에너시스·에이원·디엔에스피엠씨·대성아트센터·대성나찌유압공업·가하컨설팅 등 9곳이다. 이 곳들은 사실상 개인의 힘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뇌사 상태의 기업들이다.
 
심상찮은 정부
첫번째 타깃?
 
가하이엠씨는 100% 식구 기업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물류협력 역시 99% 이상 일감몰아주기에 기대 회사를 운영 중이다. 에스필·대성쎌틱에너시스·디엔에스피엠씨·대성아트센터·대성나찌유압공업·가하컨설팅 등도 70∼90% 가량 식구들의 비호 속에 회사가 돌아간다.
 
이 외에도 에스앤네트웍스·서울씨엔지·경기도시가스·관악도시가스서비스·남부도시가스이엔지·덕양도시가스서비스·마포도시가스이엔지·서경에너지서비스·서부도시가스서비스·해피그린서비스·일산도시가스이앤지 등의 계열사 역시 국내 매출액 대비 50% 이상을 내부거래로 수익을 올리며 자생력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대성그룹은 지난해 <일요시사>의 조사에서도 좀비기업이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대성그룹은 “실적이 없거나 적은 계열사들은 이제 막 출범하거나 사업을 확장 중에 있는 회사들”이라며 “매출은 시간이 지나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극적인 상황반전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이는 복잡한 회사 내 사연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실제 대성그룹은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고 김수근 창업주의 장남 김영대 회장과 차남 김영민 회장, 3남 김영훈 회장 등 삼형제가 김 창업주가 작고한 2001년부터 치열한 지분 싸움을 벌였다. 또, ‘대성’이라는 간판을 두고도 법정공방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12년동안 경영권과 유산을 놓고 지분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형제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로간 왕래가 끊긴 것으로 전해진다.
 
밥값 못하는 ‘무늬만 기업’
당국 구조조정 기조에 벌벌?
 
현재는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합동지주, 차남 김영민 회장이 서울도시개발, 삼남 김영훈 회장이 대성홀딩스를 통해 각각의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계열분리를 하지 못한 채 대성그룹으로 묶여 있다. 지분이 서로 복잡하게 엮여 있어 한지붕 세가족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 대기업으로 묶여 있는 것이 이들 삼형제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자산 기준 5조가 넘어 대기업으로 묶여 있는 대성그룹은 계열분리를 하지 않으면 정부의 각종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성그룹의 좀비기업들은 빠른 시일내 정리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성그룹의 좀비기업이 양산된 데는 세형제 간 경쟁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성그룹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프로젝트에 대성그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형제 싸움탓?
정리 안하나
 
한 금융전문가는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의지가 확인된 만큼 대성그룹도 좀비기업 정리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지분이 명확하게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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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