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1순위' 대성그룹 좀비기업 백태

‘간당간당’ 숨만 붙어있는 기생회사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회사구실을 못하는 좀비기업이 재계의 화두다.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좀비기업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도 조만간 좀비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집단 가운데 좀비기업이 많은 그룹은 벌벌 떨고 있다. 대성그룹도 그 중 하나로 보인다. 어쩌면 가장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국회 대정문질문에서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좀비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지적했다. 이 같은 목소리가 점점 확대되면서 좀비기업 청산에 방점이 찍히는 양상이다.
 
30대그룹 22%
대성그룹 36%
 
실질적인 좀비기업에 대한 감독 당국의 움직임도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를 가동해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달 22일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7일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차례로 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강도 높은 좀비기업 퇴출 가이드라인을 채권단에게 주문했다.
 
유암코(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11월부터 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매입해 살릴 기업은 살리되, 좀비기업은 과감하게 정리할 계획이다.
 

여론이 좀비기업을 퇴출하자는 쪽으로 기운 가운데 30대 그룹의 좀비기업 명단이 나오면서 살생부에 오른 기업들은 전전긍긍이다.
 
명단 확인 결과 3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20% 이상은 수입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이었다.  2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 기준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30대그룹의 1050개 계열사(금융회사 제외) 가운데 좀비기업은 모두 236개사로 전체의 22.5%를 차지했다.
 
<재벌닷컴>은 좀비기업을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으로 봤다.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보다 적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영업 활동을 통해 버는 돈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다는 것. 작년 기준으로 30대그룹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좀비기업 비율이 20%를 넘는 곳은 모두 14개 그룹이었다.
 
동부그룹의 좀비기업 비율은 51.2%로 가장 높았다. 동부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41개사 중에서 21개사가 이자보상배율 1 미만으로 현재 대다수가 계열분리 후 기업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미래에셋그룹도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계열사의 비중이 50%에 달했고, 부영그룹도 계열사 14곳 중 6곳(42.9%)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매출·수익 제로
자생력도 제로
 

30대 그룹밖 좀비기업 비율이 높은 그룹은 어딜까. 30대 그룹 밖에 있는 대기업 가운데 좀비기업 비율이 높은 기업을 꼽으라면 대성기업이 유력 후보다. 대성그룹의 자산은 5조9180억원으로 재계 46위(공기업 제외)다.
 
대성그룹의 모든 계열사 사업보고서가 공시돼 있지 않아 정확한 이자보상배율을 확인할 수 없지만 전체의 40% 가까운 계열사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대성그룹은 <일요시사>의 조사결과 2015년 4월 기준 73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3개 줄어든 수준으로 에스케이(82개), 롯데(80개), 지에스(7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규모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성적은 초라하다.
  
우선 지난해 매출이 0으로 사실상의 기업 구실은 못하는 기업은 영컨설팅, 남곡이지구, 대성지주, 파주영농, 노을그린에너지, 대성홀딩스, 에쓰씨지랩 등 7곳이다. 이들 기업들은 회사 운영비가 들어감에 따라 지난해 모두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출판업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영컨설팅은 1994년 설립돼 2008년 대성그룹에 편입됐다. 종업원수는 2명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지분은 김영대 회장(75%)과 그의 친익척(25%)이 100% 소유한 회사다. 2010년 대성그룹에 편입된 남곡이지구는 부동산업을 하며 종업원은 한 명뿐이다. SI 그룹인 대성지주도 종업원은 2명이었다. 파주영농의 경우는 아예 직원이 없었다. 이외에도 매출이 없는 계열사들의 종업원 수는 대기업 계열사라고 보기 힘든 5인 이하의 영세한 수준에 머물렀다.
 
계열 30% 손가락만 쪽쪽…사실상 개점휴업
직원 0명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허당회사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인 회사는 더욱 많다. 매출액이 없는 7곳 외에도 가하이엠씨, 대성아트센터, 대성합동지주, 디엔에스피엠씨, 에스필, 에이원,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글로리아트레이딩, 대성글로벌네트웍, 대성나찌유압공업, 대성산업, 대성에너지제3서비스, 대성투자자문, 디큐브바피아노, 디큐브시티뽀로로파크, 디큐브한식저잣거리, 라파바이오, 에스씨지디스플레이, 에스앤네트웍스, 제이헨 등 20개 기업이다. 총 27곳의 계열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사실상 좀비기업이다. 이는 전체의 36.9% 수준으로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매출액이 부실한 기업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문경새재관광은 지난해 27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리는데 그쳤으며, 오너일가가 모든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제이헨은 단 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외에 포디알에스와 가하컨설팅 등도 간신히 1억원을 넘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내부거래로 간신히 생명을 연장하는 계열사도 수두룩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대성그룹 계열사로는 가하이엠씨·한국물류용역·에스필·대성쎌틱에너시스·에이원·디엔에스피엠씨·대성아트센터·대성나찌유압공업·가하컨설팅 등 9곳이다. 이 곳들은 사실상 개인의 힘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뇌사 상태의 기업들이다.
 
심상찮은 정부
첫번째 타깃?
 
가하이엠씨는 100% 식구 기업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물류협력 역시 99% 이상 일감몰아주기에 기대 회사를 운영 중이다. 에스필·대성쎌틱에너시스·디엔에스피엠씨·대성아트센터·대성나찌유압공업·가하컨설팅 등도 70∼90% 가량 식구들의 비호 속에 회사가 돌아간다.
 
이 외에도 에스앤네트웍스·서울씨엔지·경기도시가스·관악도시가스서비스·남부도시가스이엔지·덕양도시가스서비스·마포도시가스이엔지·서경에너지서비스·서부도시가스서비스·해피그린서비스·일산도시가스이앤지 등의 계열사 역시 국내 매출액 대비 50% 이상을 내부거래로 수익을 올리며 자생력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대성그룹은 지난해 <일요시사>의 조사에서도 좀비기업이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대성그룹은 “실적이 없거나 적은 계열사들은 이제 막 출범하거나 사업을 확장 중에 있는 회사들”이라며 “매출은 시간이 지나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극적인 상황반전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이는 복잡한 회사 내 사연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실제 대성그룹은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고 김수근 창업주의 장남 김영대 회장과 차남 김영민 회장, 3남 김영훈 회장 등 삼형제가 김 창업주가 작고한 2001년부터 치열한 지분 싸움을 벌였다. 또, ‘대성’이라는 간판을 두고도 법정공방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12년동안 경영권과 유산을 놓고 지분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형제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로간 왕래가 끊긴 것으로 전해진다.
 
밥값 못하는 ‘무늬만 기업’
당국 구조조정 기조에 벌벌?
 
현재는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합동지주, 차남 김영민 회장이 서울도시개발, 삼남 김영훈 회장이 대성홀딩스를 통해 각각의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계열분리를 하지 못한 채 대성그룹으로 묶여 있다. 지분이 서로 복잡하게 엮여 있어 한지붕 세가족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 대기업으로 묶여 있는 것이 이들 삼형제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자산 기준 5조가 넘어 대기업으로 묶여 있는 대성그룹은 계열분리를 하지 않으면 정부의 각종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성그룹의 좀비기업들은 빠른 시일내 정리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성그룹의 좀비기업이 양산된 데는 세형제 간 경쟁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성그룹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프로젝트에 대성그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형제 싸움탓?
정리 안하나
 
한 금융전문가는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의지가 확인된 만큼 대성그룹도 좀비기업 정리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지분이 명확하게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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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