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신흥 조폭 대해부

“서방파 칠성파 안부럽다” 전국구 최고 주먹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 조폭계가 많이 죽었다. 예전처럼 길거리에서 패싸움을 하거나 술집에서 조직간 이권 다툼으로 싸우던 시절은 이젠 옛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한국을 주름잡던 조폭계 주먹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조직은 급속도로 와해됐다. 그렇다고 조폭이 사라진 건 아니다. 조직 규모는 작아졌지만, 여전히 조폭은 존재한다. 최근 새롭게 뜨고 있는 조폭 6곳을 조명했다.

이른바 ‘3대 패밀리’(서방파, 양은이파, OB파)가 악명을 떨쳤던 전국구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이들 3대 패밀리의 우두머리 격인 인물들이 하나씩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여기서 떨어져 나온 조직원들은 '범서방파'나 '범양은이파' 등의 계보를 이어 세력화 했다. 그 조직 규모는 옛날에 비해 턱없이 줄었다. 2013년 7월 말 기준 경찰청이 파악한 전국 폭력조직 평균 조직원 수는 25명이 채 못된다. 과거 서방파의 조직원이 1만명에 달했다는 시절을 생각한다면, 폭력 조직 규모는 구멍가게 수준으로 작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조폭은 존재한다. 지난해 기준 경찰이 파악한 국내 폭력조직은 모두 216개였다. 

원정도박 주도한 
[광주 송정리파]

최근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조폭이 개입돼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원정 도박에 개입한 조폭은 송정리파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마카오의 해외 원정 도박은 송정리파가 주름잡고 있다고 전했다. 행동대원 이씨가 붙잡히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이씨는 2011년부터 마카오 주요 호텔 및 리조트와의 계약을 통해 정킷방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판돈에서 수수료 1.25%를 따로 챙겨받거나, 도박자금을 반반씩 제공하는 방식으로 카지노와 개별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외화로 한 도박자금을 원화로 돌려받아 환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손님을 유치해올 때는 항공권, 숙박, 관광 등 ‘풀서비스’를 제공하며 정킷방으로 끌어들였지만 빌려준 돈을 회수할 때에는 조폭 본색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송정리파는 지난 1월 잘 운영하던 기업을 통째로 빼앗아 회사 자산을 남김없이 빼먹은 사실이 드러났다. 90년대 말까지 속옷을 전문적으로 생산한 국내 굴지의 의류업체 케이비물산이였다. 송정리파는 2000년대 후반 경영난에 시달리던 케이비물산에 측근을 심은 뒤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포착한 경영진이 송정리파에 항의했지만, 도리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을 빼앗아갔다. 이후 송정리파는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주가를 조작해 32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젊은 피 뭉친
[대전 한일파]

폭력조직 한일파는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으로, 대전 시민들을 상대로 폭력, 사기, 미성년자 성매매 등을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대상이다.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한일파 조직원들의 연령은 30대 중반 이하로, 조직 관리자들만 30명이 넘는 대규모 폭력조직이다. 이들은 여타의 폭력조직과 달리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한 범죄에 자주 거론되고 있다, 2013년 청소년 37명이 한일파에 입단해 또래 고교생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경찰에 입건 돼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11년 유령법인 명의의 대포폰을 유통한 혐의 등으로 한일파 조직원 3명을 비롯한 20명이 경찰에 발각돼 대거 불구속 입건됐다. 한일파 조직원 20명은 지난 2009년 4월부터 5월까지 유령법인 57개를 설립하고 법인 이름으로 개통한 휴대전화 627개를 유통업자와 일반인에게 판매했으며, 대포통장 424개를 만들어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넘기는 등 총 1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대대적 단속 기존 조직들 대부분 와해
지역형 형님들 기승…외형 줄이고 더 악랄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유령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등 8명에게 법인 1개당 50만원씩 주고 명의를 빌렸으며, 법인 설립책·명의자, 모집책·개설책 등으로 나눠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2012년에는 가출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벌여 경찰로부터 검거되기도 했다.


대구지방경찰청 한 관계자는 “아직 한일파 외에 다른 폭력조직에서는 미성년자 영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한일파에서 활동한 청소년들은 주로 자신의 의지로 들어갔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대 실세 조직
[충북 파라다이스파]

충북 파라다이스파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조직으로 꼽히고 있다. 간부급을 기준으로 76명이 활동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파는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1986년 전후 결성된 폭력조직이다. 신원이 확인된 간부만 수십명인 만큼 실제 조직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초반 파라다이스파는 충북 4대 조직으로 불렸다. ‘시라소니파’ ‘화성파’ ‘비룡파’등과 경쟁관계에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시라소니파는 파라다이스파와 조직의 뿌리가 같다. 이들은 ‘야망파’라는 집단에서 갈라져 나왔다.

파라다이스파는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북문로 일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1986년 5월부터 지역 유흥업소 영업부장, 지배인 등의 자리를 확보하며 20년 넘게 경영권을 행사했다. 또 상하 간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확립하여 활동구역 일대 유흥업소의 영업을 방해하거나 폭행·협박하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경쟁 조폭의 출현을 감시하고 유사시에는 흉기를 휘둘러 경쟁세력을 제압했다. 파라다이스파는 거의 매년 기수별로 조직원을 영입했다.

2000년대 들어서 조직 간 마찰이 빚어졌다. 2006년 7월 파라다이스파 조직원들은 시라소니파가 장악한 나이트클럽의 종업원을 엘리베이터에서 수차례 폭행하는가 하면 2007년 8월 주점에서 사소한 말다툼 끝에 또 다시 난투극을 벌였다.

당시 파라다이스파 조직원들은 폭력계 선배인 시라소니파 조직원을 때려 기절시켰고, 싸움이 커지자 주점에서 식칼을 가져와 휘두르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이들의 패싸움에는 알루미늄 배트가 동원됐다.

아울러 파라다이스파는 조직 내 하극상이 발생하자 이를 수습한다며 자신들끼리 손가락을 잘랐다. 이른바 ‘줄빠따’로 기강을 잡은 것은 물론이었다. 이외에도 파라다이스파는 조직원을 모 대학 총학생회장으로 만들어 거액의 학생회비를 횡령했고, 2011년에는 가족 간 재산문제에 개입해 자산가를 납치·살해하는 끔직한 범행을 저질렀다.

끈질긴 생명력
[서남부 이글스파]

수도권에선 조폭들의 입지가 좁아지다 보니 조직 간 세력을 규합해 활로를 찾는 일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조직인 이글스파는 서울 동작구와 금천구 일대의 세력을 연합해 신이글스파를 형성했다.

이글스파는 1978년께 당시 모 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윤모씨 등 12명이 결성한 불량서클 '이글스'에서 출발했다. 윤씨는 1979년 8월께 강간치상혐의로 출교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인근 건달들을 모아 관악구 신림동 신림사거리를 중심으로 금품을 갈취하기 시작했다.

1987년 당시 대선을 앞두고 민정당 관악지구당 청년국장이었던 A씨는 이글스를 선거운동에 동원하기로 계획했다. A씨의 요구에 윤씨는 한가람청년회를 결성한 후 이를 모태로 조직을 체계화했다.


엄격한 위계…기수별 조직원 모집
이익 따라 뭉치는 이합집산 성행

이글스파는 1988년 충북 괴산군 화양계곡에 집결해 씨름과 장기자랑 등 단합대회를 열었다. 대선에 가담한 윤씨 등을 주축으로 신림동 일대의 상권을 차례로 장악했다. 이글스파는 유흥업소에 조직원을 강제 취업시키고 발생한 수익을 갈취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당시 ‘산이슬파’ ‘선우회’등의 군소조직은 이글스파에 편입됐다.

이글스파는 다른 조직과 유사한 행동강령을 정하고 합숙소를 지정해 정기 모임을 가졌다. 매달 축구대회를 열며 조직의 기강을 다졌다. 관악구 일대 중고교 불량학생들을 영입해 조직원으로 키웠다. 2005년 검찰 수사 당시 이른바 '일진'으로 불린 대다수 학생은 예외 없이 이글스파에 가입돼 있을 정도로 유착이 심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검·경은 수차례 집중 수사로 이글스파를 감옥에 잡아넣었다. 그때마다 이글스파는 보란 듯이 부활했다. 재개발현장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아파트 공사 이권에 개입하기도 했다.

스펙 보고 뽑는
[용산 이태원파]

전국구를 표방하다 2009년 경찰에 일망타진된 이태원파가 다시 활동하고 있다. 이태원파는 용산구 일대에서 그간 패거리 형태로 활동하던 두 조직이 합쳐 만들었다. 조직원을 뽑을 때 외모와 학력을 본 것으로 유명했다. 이태원파가 내건 조건은 키 175㎝ 이상, 대졸자 혹은 미남. 토익과 토플 등 영어시험 고득점자를 우대했다. 얼굴에 흉터가 있거나 거대한 몸집과 험상궂은 인상은 활동에 지장이 많다는 이유로 준수한 외모를 우대했다.


이태원파는 일본 야쿠자 조직 운영 형태를 모방했다. 후계자로 지목된 조직원과 함께 정기적으로 전국을 일주하며 지방 대표 조폭들로부터 향응 등을 하며 친목을 다져왔다. 이태원파가 전국을 일주하며, 지방의 조폭들과 관계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이태원파는 ‘조폭 같지 않은 조폭’ 스타일을 추구했다. 협박이나 폭력 등을 행사해야 할 경우 지방 조폭 등을 서울로 불러들여 뉴타운 등지에서 용역을 맡기는 등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9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태원파 조직원 3명을 유흥업소와 보도방 업주를 상습적으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협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칼차고 다니는
[인천 크라운파]

크라운파는 1993년 인천시 중구 신흥동에 있던 ‘크라운나이트 클럽’에서 시작됐다. 신흥동 일대에서 활동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력이 약해졌고, 2009년 재결성됐습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등에서 활동하던 ‘크라운파’는 2010년 8월 한씨가 두목으로 취임하면서 다시 세력을 확장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폭력조직을 운용하며 세를 과시하기 위해 문신을 드러낸 채 축구 대회를 하거나 팬션 등지에서 11차례 단합대회를 열었다. 여기에 조직원들의 탈퇴를 막고 기강을 확립한다는 이유로 야구방망이나 각목 등으로 기수에 따라 내려가며 때리는 소위 줄빠따를 때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조직은 2010년 2월부터 같은해 10월까지 다른 폭력조직과의 집단 패싸움에 대비하기 위해 흉기 등을 갖고 음식점에 집결했다. 또 유흥업소에서 문신을 보여주며 업주를 위협해 금품을 뜯기도 했다.

이들은 ‘크라운은 타 조직에 절대 꿀려서는 안 된다’ ‘타 조직원과 전쟁(패싸움)이 길어지면 야구방망이와 회칼을 항상 차에 갖고 다녀야 한다’ ‘조직원이 구속되면 밖에서 도와준다’는 내용의 행동 강령을 만들어 실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크라운파는 2010년 일어난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 ‘집단 칼부림’ 사건으로 유명하다. 당시 간석식구파의 한 조직원이 크라운파 조직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왔다가 조직을 옮긴 옛 동료와 싸우다 흉기로 찔렀다. 이후 두 조직의 조직원 130여명이 맞붙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국 조폭지도 보니… 경기도 형님들 ‘바글바글’

경기도가 전국에서 조폭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황인자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 관리대상 폭력조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로 경기도가 30개 조직(84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2개 조직(516명), 부산 22개 조직(402명), 경남 17개 조직(391명), 충남 17개 조직(302명), 전북 16개 조직(344명), 강원 14개 조직(235명) 등의 순이었다.

30개 조직에 846명 소속
서울 부산 경남 충남 순

조폭들의 범죄 유형별로 보면 2015년의 경우(7월말 기준) 폭력 행사 1255명, 서민 상대 갈취 101명, 유흥업소 갈취 98명, 사행성 불법 영업 61명, 마약류 불법 유통 32명, 인신매매 및 성매매 23명, 불법 및 변태영업 15명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 조폭의 서민 상대 갈취 검거는 전체 101건 중 72건으로 지난해 9건에 비해 크게 늘어나 시민들의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황인자 의원은 “경찰의 집중 단속에도 불구하고 조폭의 수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 것은 신흥 조직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기존 조직의 검거와 함께 새로운 조직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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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