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재보선 결과로 본 4·13총선 대예측

싸우면 지는 나약한 야당 "내년 총선도 떡시루 엎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달 치러진 10·28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또 한 번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선거 전날 정부의 비밀TF팀까지 발각되는 등 유리한 정국이 조성됐지만 선거에는 하등의 영향이 없었다. 정부 여당에 불만이 많은 민심은 새정치연합보다는 차라리 무소속 후보들의 손을 들어줬다. 충격적인 재보선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은 크게 요동치게 됐다.

‘전국 스코어 15:2, 수도권 스코어 9:1’

지난달 28일 치러진 재보선의 최종 성적표다. 전국 24곳에서 실시된 10·28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모두 15곳에서 승리하며 압승을 거뒀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24곳 중 호남 1곳과 인천 1곳 등 고작 2곳만 당선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나머지는 무소속 후보들의 몫이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텃밭인 호남에서 치러진 선거에서조차 3곳 중 단 한 곳에서만 승리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여당의 무덤?
야당의 무덤!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지 않아 이번 재보선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적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곱씹어 볼수록 충격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선거 전날 정부의 비밀TF팀까지 발각되는 등 유리한 정국이 조성됐기에 내심 새정치연합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통상 재보선은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있어 ‘여당의 무덤’이라 불렸다. 게다가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지역 중 상당수는 야권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10곳에서 치러진 수도권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은 단 한 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모두 9개 지역에서 열린 광역의원 재보선은 원래 새누리당 3석, 새정치민주연합 6석이었지만 이번 재보선을 통해 새누리당이 7석, 새정치연합 2석으로 크게 역전됐다. 인천 부평제5선거구, 경기 의정부제2선거구, 의정부제3선거구, 광명제1선거구까지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만 4곳을 새롭게 차지했다.

수도권서 9:1 완패에도 책임지는 사람 없어
'이기는 야당' 만든다더니 필패하는 야당?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에서의 민심이반 현상도 눈에 띈다. 새정치연합은 호남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3곳 중 단 한 곳에서만 승리했다. 그 중 전남 신안에서 치러진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에 밀려 새정치연합 후보가 3위에 머무르는 굴욕적인 상황까지 연출됐다.

부산에서 치러진 재보선 결과도 매우 처참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당 혁신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광역의원 2곳 기초의원 3곳 모두 새정치연합은 전패했다. 지난 지방선거나 총선 등과 비교해보면 새누리당과의 득표율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특히 문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서도 기초의원선거가 실시됐으나 새정치연합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참패하고 말았다.

부산지역 재보선을 진두지휘했던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사상구는 문 대표의 지역구이고 새정치연합 후보는 4선 구의장 출신인데 반해 우리당 후보는 정치신인이었다”며 “부산이 여권세가 강하다고 하지만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지역인데 예상보다 훨씬 크게 압승을 거둬 기뻤다”고 말했다.

새누리 연전연승
새정치 연전연패

당장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문 대표가 지역구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자신의 지역구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이렇게 큰 표차이로 참패했는지 모르겠다”며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지역민심이라면 문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더라도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의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는 마지막 모의고사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유리한 정국에서도 참패를 당하자 새정치연합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충격적인 패배소식이 전해지자 당내 비노인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미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진영은 지난 4·29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넘어간 터였다.

이어 10월 재보선마저 충격적인 참패를 당하면서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와 친노진영이 이번만큼은 선거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노진영의 한 인사는 “문 대표와 당지도부가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총선을 앞둔 마지막 기회인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선거를 치러 또 다시 참패했다”며 “문 대표가 취임 당시 약속했던 것이 ‘이기는 야당’이었다. 그런데 이기는 야당은커녕 비기지도 못하는 야당, 선거 때마다 참패하는 야당을 만들어 놨다”며 문 대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비노진영 인사도 “선거결과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무도 선거결과에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선거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다음날 사과 한마디 안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이쯤 되면 국정교과서 투쟁이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당을 찍어 줄 생각은 없다는 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됐다. 국정교과서에 대해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높은 만큼 이 문제만 물고 늘어지면 국민들이 우리를 선택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재보선 다음날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문 대표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고 야권의 분열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를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단박에 거절했다.

문 대표는 이번 재보선을 치르면서 별다른 지원유세활동도 하지 않았다. 비노진영에선 “이번 선거결과로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우려해 재보선의 의미를 축소시키려고 문 대표가 의도적으로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며 “매우 무책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무책임한 친노
부글부글 비노

당장 당내에서는 이번 재보선의 후폭풍으로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재보선 지원유세를 다니는 과정에서 과거 우리당을 지지했던 단체들조차 이제는 우리당을 못 돕겠다고 해 놀랐다”며 “작은 선거라고 변명하지 말고 문 대표가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해 사실상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진영에서는 이번 선거결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어 앞으로 친노진영과 비노진영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또 이번 재보선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야권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도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됐다. 정부 여당에 불만이 많은 민심은 새정치연합보다는 차라리 무소속 후보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치권에서는 새정치연합 깃발 달고 출마하느니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재보선 결과가 야권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누리, 내년 총선서 180석까지 전망 
브레이크 없는 박근혜정부 독단 우려

반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됐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온갖 억지로 장외투쟁만 일삼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해 국민들이 표로 심판해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야권이 총력을 다해 반대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도 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지만 정작 표심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던 새누리당 내 소장파 의원들도 이번 선거 이후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야권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에만 올인하다가는 내년 총선을 그르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 여당이 이번 재보선 결과에 한껏 고무된 반응을 보이면서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박근혜정부의 독선이 더욱 심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결과는 정부 여당이 잘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 너무나 무능한 야당 탓이라는 것이 중론”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정부는 너무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박근혜정부의 독단적인 국정운영 행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 승리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목표치를 180석까지 높여 잡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내년 총선에서의 목표가 180석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김 대표는 “야권이 새정치연합과 천정배 신당, 정의당 등등으로 나뉘어 있으니까 예전처럼 단일화는 못할 것”이라며 “공천만 잘하면 180석을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선 심해질까?
브레이크 없다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다면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도움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우리 당이 수도권 선거에서 9:1로 깨질 정도면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80석을 가져가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우려했다.

야권은 19대 국회 들어 과반에도 못 미치는 의석수를 차지했지만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면 과거처럼 본회의장에서 몸으로 막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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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