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재보선 결과로 본 4·13총선 대예측

싸우면 지는 나약한 야당 "내년 총선도 떡시루 엎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달 치러진 10·28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또 한 번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선거 전날 정부의 비밀TF팀까지 발각되는 등 유리한 정국이 조성됐지만 선거에는 하등의 영향이 없었다. 정부 여당에 불만이 많은 민심은 새정치연합보다는 차라리 무소속 후보들의 손을 들어줬다. 충격적인 재보선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은 크게 요동치게 됐다.

‘전국 스코어 15:2, 수도권 스코어 9:1’

지난달 28일 치러진 재보선의 최종 성적표다. 전국 24곳에서 실시된 10·28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모두 15곳에서 승리하며 압승을 거뒀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24곳 중 호남 1곳과 인천 1곳 등 고작 2곳만 당선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나머지는 무소속 후보들의 몫이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텃밭인 호남에서 치러진 선거에서조차 3곳 중 단 한 곳에서만 승리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여당의 무덤?
야당의 무덤!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지 않아 이번 재보선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적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곱씹어 볼수록 충격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선거 전날 정부의 비밀TF팀까지 발각되는 등 유리한 정국이 조성됐기에 내심 새정치연합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통상 재보선은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있어 ‘여당의 무덤’이라 불렸다. 게다가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지역 중 상당수는 야권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10곳에서 치러진 수도권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은 단 한 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모두 9개 지역에서 열린 광역의원 재보선은 원래 새누리당 3석, 새정치민주연합 6석이었지만 이번 재보선을 통해 새누리당이 7석, 새정치연합 2석으로 크게 역전됐다. 인천 부평제5선거구, 경기 의정부제2선거구, 의정부제3선거구, 광명제1선거구까지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만 4곳을 새롭게 차지했다.

수도권서 9:1 완패에도 책임지는 사람 없어
'이기는 야당' 만든다더니 필패하는 야당?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에서의 민심이반 현상도 눈에 띈다. 새정치연합은 호남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3곳 중 단 한 곳에서만 승리했다. 그 중 전남 신안에서 치러진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에 밀려 새정치연합 후보가 3위에 머무르는 굴욕적인 상황까지 연출됐다.

부산에서 치러진 재보선 결과도 매우 처참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당 혁신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광역의원 2곳 기초의원 3곳 모두 새정치연합은 전패했다. 지난 지방선거나 총선 등과 비교해보면 새누리당과의 득표율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특히 문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서도 기초의원선거가 실시됐으나 새정치연합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참패하고 말았다.

부산지역 재보선을 진두지휘했던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사상구는 문 대표의 지역구이고 새정치연합 후보는 4선 구의장 출신인데 반해 우리당 후보는 정치신인이었다”며 “부산이 여권세가 강하다고 하지만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지역인데 예상보다 훨씬 크게 압승을 거둬 기뻤다”고 말했다.

새누리 연전연승
새정치 연전연패

당장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문 대표가 지역구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자신의 지역구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이렇게 큰 표차이로 참패했는지 모르겠다”며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지역민심이라면 문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더라도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의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는 마지막 모의고사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유리한 정국에서도 참패를 당하자 새정치연합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충격적인 패배소식이 전해지자 당내 비노인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미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진영은 지난 4·29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넘어간 터였다.

이어 10월 재보선마저 충격적인 참패를 당하면서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와 친노진영이 이번만큼은 선거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노진영의 한 인사는 “문 대표와 당지도부가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총선을 앞둔 마지막 기회인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선거를 치러 또 다시 참패했다”며 “문 대표가 취임 당시 약속했던 것이 ‘이기는 야당’이었다. 그런데 이기는 야당은커녕 비기지도 못하는 야당, 선거 때마다 참패하는 야당을 만들어 놨다”며 문 대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비노진영 인사도 “선거결과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무도 선거결과에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선거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다음날 사과 한마디 안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이쯤 되면 국정교과서 투쟁이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당을 찍어 줄 생각은 없다는 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됐다. 국정교과서에 대해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높은 만큼 이 문제만 물고 늘어지면 국민들이 우리를 선택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재보선 다음날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문 대표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고 야권의 분열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를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단박에 거절했다.

문 대표는 이번 재보선을 치르면서 별다른 지원유세활동도 하지 않았다. 비노진영에선 “이번 선거결과로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우려해 재보선의 의미를 축소시키려고 문 대표가 의도적으로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며 “매우 무책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무책임한 친노
부글부글 비노

당장 당내에서는 이번 재보선의 후폭풍으로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재보선 지원유세를 다니는 과정에서 과거 우리당을 지지했던 단체들조차 이제는 우리당을 못 돕겠다고 해 놀랐다”며 “작은 선거라고 변명하지 말고 문 대표가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해 사실상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진영에서는 이번 선거결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어 앞으로 친노진영과 비노진영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또 이번 재보선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야권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도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됐다. 정부 여당에 불만이 많은 민심은 새정치연합보다는 차라리 무소속 후보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치권에서는 새정치연합 깃발 달고 출마하느니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재보선 결과가 야권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누리, 내년 총선서 180석까지 전망 
브레이크 없는 박근혜정부 독단 우려

반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됐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온갖 억지로 장외투쟁만 일삼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해 국민들이 표로 심판해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야권이 총력을 다해 반대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도 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지만 정작 표심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던 새누리당 내 소장파 의원들도 이번 선거 이후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야권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에만 올인하다가는 내년 총선을 그르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 여당이 이번 재보선 결과에 한껏 고무된 반응을 보이면서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박근혜정부의 독선이 더욱 심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결과는 정부 여당이 잘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 너무나 무능한 야당 탓이라는 것이 중론”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정부는 너무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박근혜정부의 독단적인 국정운영 행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 승리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목표치를 180석까지 높여 잡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내년 총선에서의 목표가 180석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김 대표는 “야권이 새정치연합과 천정배 신당, 정의당 등등으로 나뉘어 있으니까 예전처럼 단일화는 못할 것”이라며 “공천만 잘하면 180석을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선 심해질까?
브레이크 없다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다면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도움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우리 당이 수도권 선거에서 9:1로 깨질 정도면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80석을 가져가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우려했다.

야권은 19대 국회 들어 과반에도 못 미치는 의석수를 차지했지만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면 과거처럼 본회의장에서 몸으로 막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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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