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정' 검찰 출구 딜레마

살아있는 권력 찌르는 시늉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포스코 비리’ ‘성완종 리스트’ ‘정윤회 문건’.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한민국을 흔들어놨던 사건들이다. 시작점에서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천명했지만, 막상 도착점에서는 힘에 부쳐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 왔다. 결국 강행이냐 숨고르기냐를 결정할 때가 목전까지 온 가운데, 국민의 눈과 귀가 판결로 모아질수록 사정당국이 느낄 고뇌는 커져가고 있다.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해 검찰은 결국 불구속기소로 방향을 틀었다. 3주 전만해도 수사팀에서는 구속영장 발부를 자신한 상황이었다. 복수의 언론은 하나같이 ‘용두사미’를 지적했다. 지난 3월12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발본색원’을 외치며 호기롭게 시작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서 흐지부지 된 것을 꼬집고자 함이다. 전 정권에 대한 ‘손보기’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밀어붙였지만,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포스포 비리
이상득 불구속

당초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 이른바 ‘포스코 핵심’에 대한 소환이 이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수사팀은 이 전 의원을 포스코 비리의 정점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더군다나 돈을 받은 인물들이 이 전 의원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불법 정치자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이 전 의원과 포스코가 유착해 ‘기획법인’을 차리고 측근들에게 이권을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포스코로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밝혀진 티엠테크는 이 전 의원의 핵심 측근인 박모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티엠테크 포함 3개 업체는 이 과정에서 약 30여억원의 이익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신 이 전 의원은 정준양 전 회장 선임과 포스코의 중단된 신제강 공장 공사 재개를 도와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08년 하반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임기를 1년 남겨둔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에게 사임을 요구하면서 후임으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지지하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박 전 차관은 이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명박정부 당시 ‘왕차관’으로 통한 인물이다.

그러나 영장 청구는 3주가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더군다나 김진태 검찰총장이 갑자기 해외일정을 수행하는 등 엇박자를 내 뒷말이 무성했다. 통상 중요한 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이 직접 보고를 받고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해외 출국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다.

결국 수사팀은 지난달 27일 이 전 의원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불구속기소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포스코 비리의 정점에는 이 전 의원이 있다’고 누차 밝혀왔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뇌물공여죄
내부 갈등설

표면상 드러난 불구속 사유는 ‘건강’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이 전 의원이 고령인데다 건강상태를 고려해 대검의 지시로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소환이 있었던 지난달 5일 조사를 마친 후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달 15일부터는 심한 저혈압과 관상동맥 협착증과 같은 증상을 보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드러난 것과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배성로 동양종합건설 회장 등 핵심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미 기각된 상태에서 이 전 의원에 대한 영장까지 기각될 경우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불안이 내부적으로 있었단 주장이다.

결국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대검) 간 ‘갈등설’로 비화됐다.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영장 청구를 강력히 주장한 반면, 대검은 몸을 사렸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갈등설에 대해 “특별히 하나로 정해진 수사팀 의견은 없었다”며 “지속적으로 대검과 의견을 교환해 결정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차기 검찰총장 후보 인선 발표를 전후로 김수남 대검차장과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검찰 안팎으로 뒷말이 나왔다.

드러난 건강상의 이유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검찰 출석 당시 이 전 의원은 장시간 조사가 있었음에도 조서를 꼼꼼히 살펴보는 등 건강상 우려할만한 징조가 없었다는 전언이다.

‘부관참시’라는 세간의 지적 또한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죽은 권력의 사람을 두 차례나 구속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서초동 출입기자들 중 일부에서 동정론도 들려왔다.

특정 기업을 상대로 검찰이 7개월 이상 수사를 계속한 전례는 찾기 힘들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에 공을 들였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지지부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도 곧 결정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전 의원에 대한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문난 수사’ 세 사건 모두 흐지부지
시간만 질질 끌다 서둘러 마무리 형국

‘성완종 리스트’가 세상에 공개될 당시 사람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회장의 자살소식도 충격을 안겨줬지만, 리스트에 적힌 인물들의 면면이 현 정권 실세라 부르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수의 언론은 수사에 나설 검찰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 4월12일 문무일 대전지검장을 중심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 검사 13명 등을 포함한 30여명 규모의 특별수사팀(특수팀)을 꾸렸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리스트 내 인물들의 혐의가 이미 공소시효를 지났다는 점도 특수팀의 힘을 빼는 요소였다. 지난 7월2일 특수팀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완구 전 국무총리·홍준표 경남지사 등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확인된 두 명에 대해서만 불구속기소했고 나머지 6명은 불기소했다.

리스트를 둘러싼 수많은 설들이 난무하면서 수사의 방향이 흐트러졌단 지적도 있다. 이 전 총리·홍 지사 등에 대한 기소 결정이 내려지기 전 이인제·김한길·노건평 등 리스트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과 일부 언론은 “검찰의 수사가 ‘기승전노(盧)’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 트랙으로 수정이 불가피해 진 특수팀은 한정된 인력으로 더 많은 사람을 수사해야 되는 어려움을 맞게 된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는?

결국 지난 7월8일 문 지검장을 포함한 특수팀 소속 검사들은 원래 위치로 복귀하게 된다. 사실상 해체 수순 아니냐고 당시 언론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관계자는 “특수수사팀의 규모가 줄어들었을 뿐 해체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1∼2명이 남아 막바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관계자의 말대로 실제 특수팀은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초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수사를 종결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특수팀 해체가 아니다’고 발표한 관계자는 “남은 인원들을 중심으로 이인제·김한길 의원의 혐의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정윤회 문건’ 수사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지만 EG회장에게 넘어간 것이 청와대 문건이라고 확신하던 수사팀이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재판부는 “복사본은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지난달 19일 1심 무죄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복사 문서가 원본과 같이 인정되고 보호되는 기존 판례에 배치된다”며 “원본과 같은 내용의 복사본이나 추가 출력본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유출이 돼도 괜찮다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 전 비서관의 무죄가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이라도 무조건 보호할 가치가 있는 기밀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자신만만했던 이상득 결국 불구속
성완종·정윤회 연루자들도 ‘멀쩡’


곧 있을 재판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만만회’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보수단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재판부는 박 의원에 대한 첫 공판이 다음달 14일에 열린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엄상필)는 지난달 29일 열린 박 의원에 대한 5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다음 재판은 준비기일이 아닌 본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공판이 열리게 됐다. 재판부는 “그동안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등의 진행 내용을 보려고 했다”며 “1심 판결이 나온 이상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박 의원의 재판에서 정윤회씨와 박지만 EG회장 등 당사자들에 대한 증인 신청을 해놓은 상황이다. 이에 두 사람의 실제 출석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박 의원 측 변호인도 “1심이 끝난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조서 등을 받아보고 나서 정씨와 박 회장에 대한 증인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만만회 재판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윤회 문건 결과와 간접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사건 모두 ‘정윤회’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또한 실체 확인이 힘들다는 측면에서 검찰이 어디까지 기준을 잡고 접근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 의원에 대한 재판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든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게 법조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정윤회·박지만
증인출석 여부는?

세 사건 모두 살아있는 권력과 닿아 있다. 포스코 수사는 하명수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친박 실세들의 이름이 적시돼 있다. 정윤회 사건의 또 다른 이름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이다. 또한 공통적으로 ‘봐주기 수사’, 즉 청와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라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치검찰’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사법부의 대답은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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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