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하는 기획부동산 아줌마들 속사정

사기 치려다 사기 당하는 미시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서민들의 목돈 마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월급을 쪼개 적금을 부어도 큰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다. 주식투자는 리스크가 클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투자정보를 구하기도 어렵다. 이 틈새를 파고든 게 바로 기획부동산이다. 그러나 기획부동산은 투자자들에게 대박이 아닌 커다란 상처를 주곤 한다. 비단 투자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획부동산에서 일하는 일반영업직 사원들 역시 피해에 노출된 건 마찬가지다.

기획부동산은 말 그대로 부동산을 기획해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부동산컨설팅 서비스의 일종이다. 보통 기획부동산은 개별 투자정보에 입각해 대규모 필지를 값싸게 구매 한 후 이를 쪼개 작은 토지를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형태를 취한다. 가령 1000평짜리 땅을 5만원에 사서 20만∼30만원에 팔 경우 100평씩 10필지로 분할하면 개별 투자자들은 2000만∼4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그 사이기획부동산이 남기는 이익은 2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직원도 뒤통수

문제는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땅을 판매하고 폭리를 취하는 일부 기획부동산의 행태가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사실이다. 보통 토지는 개발초기에 시세가 저렴하지만 개발이 진행될수록 엄청나게 치솟는다. 기획부동산 대다수가 개발이 이뤄지기 전 미리 토지를 구매한 후 단기간에 시세보다 비싸게 분할해 파는 수법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모든 기획부동산을 사기꾼으로 매도하긴 힘들다. 제대로 된 물건을 공급하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기획부동산이 적지 않고 이들에게 구입한 토지가 시간이 흐른 뒤 대박이 난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실제로 회사 자체 기획안을 가지고 부동산 거래를 유도하는 기획부동산 영업이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객관적이지 못한 정보와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토대로 영업하면서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매매를 종용하거나 개발 불가능한 땅을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계약당시 약속과 달리 개별등기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사례 역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기획부동산이 활개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거짓 정보에 의한 투자자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기획부동산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마저 기획부동산의 폐해에 그대로 노출된 양상이다.

기획부동산에서 일하는 영업직원은 평균연령 40∼60대의 중장년층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월급을 받거나 혹은 회사에서 일하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이들이 밝히는 기획부동산의 가장 큰 매력은 일정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획부동산은 영업사원들에게 매일 일비를 지급하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에 월급을 주거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로 판매금액의 약 10%를 지급한다. 특별히 학력이나 어떤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동 나이대 여성들이 특별한 능력을 보유하지 않는 이상 직업을 새로 구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핏 매력적으로 보인다.

영업직 다수 중장년 여성 “사각지대 내몰려”
월급 못받고 폭언·폭행 시달려…대책 전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40대 이상 여성의 대다수는 사회생활에서 소외된다”며 “막상 일자리를 구해도 청소, 식당 등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별다른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기획부동산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극히 단편적인 부분이다. 수많은 기획부동산이 영업사원들의 이 같은 환경을 악용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으며 약속한 월급을 미지급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월 고정금은 고사하고 일비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오히려 식비를 포함한 부대비용이 더 드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나마 월급 대신 자신들이 판매하는 토지의 구매를 강요하는 건 나은 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기획부동산 영업직원들이 제대로 된 대처를 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통상 기획부동산에서 일하는 영업직원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만큼 사측으로부터 어떤 복지 혜택도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연령대가 높은 영업직원 다수가 이 같은 사안에 무지하기 때문에 정작 회사에서 월급을 주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책임을 묻기도 힘들고 묻는 방법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원으로 계약해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들을 둘러싼 민원이 하도 빈번하다보니 이젠 당국에서조차 이들을 구제할 방도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여기에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며 폭언이 오가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기획부동산에서 근무했던 A씨는 “일비와 월급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왔는데 계약을 하지 못했다는 핑계를 들어 회사는 아무런 돈을 주지 않았다”며 “노동청에 신고하려 했지만 정작 피해 구제 방도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잘못된 계약으로 발생한 투자자들의 금전적 피해를 영업직원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보통 기획부동산에서 일하는 중장년층 여성들은 전화를 통한 영업보다는 주변 지인들에게 땅을 소개하는 형태로 영업을 한다. 일종의 신뢰관계를 통해 영업을 진행하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친구나 친척 지인에게 판매를 유도하게 되고 당치 않는 물건을 팔아서 서로 등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부 몰지각한 기획부동산은 이점을 노려 영업직원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데 스스럼없다.

기획부동산에 몸담았던 B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개발호재가 있는 땅을 소개했지만 이 땅이 개발제한구역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투자자들로부터 사기죄로 몰렸다. 정작 개발자들은 이미 도망친 이후였고 등기도 나오지 않자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 유씨는 모든 변재를 혼자 감당해야 했다. 기획부동산은 빠진 채 중간에 낀 사람만 피해를 본 형국이다.

속앓이만 끙끙

B씨는 “회사 말만 믿고 계약을 진행했는데 결국 사람도 잃고 돈도 잃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려 해도 제대로 귀기울여주는 곳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에 근거지를 둔 기획부동산 대다수는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 몰려 있다. 현재 어림짐작으로 1000개 이상이 난립한다고 여겨질 뿐 기획부동산의 정확한 개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00억 사기 기획부동산 수법 보니…

개발 불가능한 땅을 전원주택단지로 개발할 수 있다고 속여 100억원대 기획부동산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마성영 부장판사)는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컨설팅 회사 사장 한모(47)씨와 아내이자 부사장 이모(52)씨에게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한씨 등은 기획부동산을 운영하면서 2009년 9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춘천시 남산면 산수리 임야 10만5000㎡를 4억7000만원에 사들여 여러 필지로 분할, 전원주택지로 개발할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에게 매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씨 등이 부동산 사기와 배임 등의 수법으로 취득한 금액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개발 사업을 시행하면 부동산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할 것처럼 속여 다수 피해자들의 손해를 부채질했다”며 “피해 금액이 100억원을 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한씨와 이씨는 부부 사이로 수많은 사람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피해자들이 평생 모은 돈이나 노후자금을 편취하는 등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혔음에도 이를 갚지 못하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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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