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당 추진' 무소속 박주선 의원

"문재인, 내년 총선보다 당대표 유지에만 관심"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지난 9월22일 현역의원 중에서는 최초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호남 중진인데다 당시 새정치연합 몫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까지 맡고 있어 박 의원의 탈당은 새정치연합에 매우 큰 상처를 남겼다. 어느새 박 의원의 탈당 선언 후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박 의원의 움직임은 너무나 조용하다. 과연 박 의원의 복안은 무엇일까?

호남 3선, 새정치연합 몫 국회 교문위원장까지 맡고 있던 박주선 의원은 지난 9월22일 현역 의원 중에서는 최초로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게다가 박 의원은 탈당 후 기존 신당추진세력에 합류하지 않고 자신만의 신당을 창당하기로 하면서 더 큰 화제가 됐다.

어느새 박 의원의 탈당 선언 후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박 의원의 움직임은 너무나 조용하다. 그는 탈당하면서 현역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현재까지는 새정치연합 내에서 별다른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박 의원의 복안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일요시사>가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박주선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 9월22일 현역의원 중 최초로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당시 탈당을 결심했던 이유가 뭐였나?
▲ 야권의 창조적 재편과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 탈당했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총선 승리, 대선 승리의 가능성이 없다. 야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를 비롯해 호남에서는 ‘이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새정치연합을 대체하고 새누리당과 강력히 맞설 대안정당을 만드는 것이 지지자들에 대한 도리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 일각에선 의원님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탈당한 것이라고 평가절하 한다. 
▲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지금 새정치연합을 봐라. 실패에 책임 있는 분들의 반성은 실종됐고, 면피용 혁신으로 오히려 계파 기득권만 더 강화했다. 폐쇄적인 당 운영으로 당을 위한 충언과 비판마저 봉쇄됐다. 이 같은 사태를 바라보면서 이제 더 이상 새정치연합의 변화는 불가능하고 미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탈당을 결심한 것이다.

- 지난 10·28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대패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 그간 야당에 우호적이었던 서울·인천·경기는 물론이고 강원·전남·경남·충북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치러진 24곳의 선거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다. 그간 야당의 핵심지지기반이었던 호남(목포, 신안)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표의 선거구에서조차 패했다. 이번 선거결과는 ‘혁신은 성공하고 내부갈등은 수습되었다’고 자화자찬했던 새정치연합에 대해 국민이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 하지만 문재인 대표나 당 지도부는 중요한 선거가 아니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인데.
▲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을 반년 앞둔 시기에 치러진 선거다. 참패에 대한 충격은 메가톤급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전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작은 선거였다는 핑계만 대며 침묵하고 있다. 집권이나 총선 승리는 안중에도 없고 야당 대표에 만족하고, 자신들만 재선되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이번 선거는 무능한 야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이 확인된 선거다. 새정치연합에는 미래가 없다. 대안정당의 출현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 지리멸렬한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원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원탁회의에 대해 소개해 달라. ▲ 개혁, 민생,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여·야 정치인, 각계의 신진 인사 분들께 11월10일을 전후로 민생정치와 대안정당 건설을 위한 1차 원탁회의에 참여해달라고 제안했다. 원탁회의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서 제안한 것이다. 이대로 적당히 가면 내년 4월 총선에서는 사상 최악의 참패가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무능한 야권을 방치할 수 없다. 이제 대안정당의 건설은 국민적 염원임이 확인됐다.

"재보선 참패, 신당 만들라는 국민 명령"
"다수 인사 신당 참여, 곧 명단 공개"

- 사실상 새정치연합을 제외하고 신당창당세력끼리 연합을 하자는 제안인가?
▲ 그렇다. 지금까지의 개별적인 구상과 물밑 논의 수준에 그쳤던 새로운 대안정당 건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용기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지금 중요한 것은 말하는 것이나 희망하는 것,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개혁, 민생,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신당을 추진하거나 구상중인 분, 새정연 내의 정치인, 각계의 신진 인사 분들과 함께 원탁회의에 모여, 신당 창당 방향과 노선, 계획을 논의함으로써 신당의 성공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성공에 대한 확신을 드려야 할 때다.

- 신당 추진 세력들의 가치와 성격이 모두 다른데 원탁회의 운영은 어떻게 하게 되나?
▲ 원탁회의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의 원칙을 가지고, 어떤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고 동일한 자격, 동일한 권한, 동일한 책임 하에 출발할 것이다. 원탁회의는 민생중심의 새로운 정치, 미래를 대비하는 생산적 논의를 통해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겠다.

- 신당 세력 연합과 관련해 천정배 의원이나 박준영 전 지사와는 교감을 갖고 있나?
▲ 강물이 흘러 바다에서 함께 만나듯이 결국 새누리당에 맞서는 대안정당의 길에서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준영 전 지사와는 이미 이 문제를 조율해왔고, 천정배 의원과는 조만간 만나 함께 신당을 추진하는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계시다. 지금 교문위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논란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해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 지난 달 28일 4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교과서에 대한 검정시스템, 즉 검정기준과 검정절차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검정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면 검정기준과 검정절차를 강화해 올바른 내용의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이 같은 검정시스템 강화로도 부족하다면, ‘우수 검인정 도서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진정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내년 4월 20대 총선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뜻을 물어 그 결과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넷째, 2017년 국정교과서를 펴내기 위해 내년 4월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 헌법 제72조에서 정한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

- 다소 현실성이 부족한 제안 아닌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있나?
▲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인해 민생이 실종되고 국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당연히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탈당을 선언하면서 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 현재 참신하고 유능한 분들을 만나 신당 참여를 권유하고 설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다수의 인사들이 신당 참여를 약속했다. 조만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비전과 정책개발을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신당 추진을 위한 자문교수단과 1차 회의를 이미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신당 창당과 관련한 여러 가지 생산적인 의견들이 많이 제기됐고, 같은 날 곧바로 오는 11월10일을 전후로 해서 통합원탁회의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함께하는 통합신당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과 호남의 민심이다. 현재 신당을 준비하는 모든 세력이 망라되는 통합신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mi737@ilyosisa.co.kr>


[박주선 의원은?]

▲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 대통령비서실 법무비서관
▲ 제16, 18, 19대 국회의원
▲ 민주당 최고위원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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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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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