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정의당 심상정 대표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대안정당 길 가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야권이 들썩인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계파싸움으로 연일 시끄럽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까지 ‘천정배 신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지켜본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구태의연하다”며 묵직한 돌직구를 날렸다.

야권에 재편 바람이 거세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선뜻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 지경이다. 오히려 총선이 다가올수록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는 형국이다.

지난 20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을 목표로 ‘천정배 신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회견장에서 천 의원은 “12월까지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1월 중 창당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을 단일정당으로 맞아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너나 잘해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평가절하했다. 문 대표는 즉각 “천 의원이 크게 착각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공방에 진보세력의 또 다른 축을 맡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나섰다. 두 인물의 설전(舌戰)에 대해 “이율배반적이고 구태의연하다”며 모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심 대표는 “두 지도자의 선의는 믿지만, 통합론도 신당론도 낡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의 ‘야권통합론’에 대해선 남녀 사이에 빗대 그동안 연애도 안하다가 갑자기 같이 살자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천 의원의 ‘신당론’에 대해선 농사에 빗대 ‘정치이모작’을 시도하는 광경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공방을 주고받는 두 사람에 대해 각각 쓴 소리를 날린 심 대표. 그렇다면 과연 그의 머릿속에 있는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일요시사>가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심 대표와의 일문일답.


-인사가 늦었습니다. 대표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당선 후 지난 두 달간 활동을 자체 평가해 주신다면?
▲제 가진 모든 정신적, 육체적 기운을 끌어올려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여당에서 허울뿐인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노동자의 손쉬운 해고를 밀어붙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광폭 행보를 그치지 않고 있는데요.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만들고 또 저희가 가진 방안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알리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또 국민의 투표가치가 평등하도록 교정해야하는데도, 선거제도개혁에 미온적인 양당에 맞섰습니다. 국민의 투표가치가 올바르게 반영될 수 있는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보장’하는 선거법 도입을 위해 끝까지 이 악물고 노력하겠습니다.
 

-현안 질문입니다.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의견이 여당으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정의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지금 여당에서는 농어촌 대표성을 강조하면서 비례대표를 줄이자고 하고 있는데요, 이런 주장은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입니다. 헌재에서는 농촌, 지역대표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1인1표는 평등하다는 표의 등가성을 실현해야한다는 것이었거든요.

표의 불비례성을 줄이려면 헌재 판결정신에 따라야 합니다. 비례성을 더 높여서 비례대표제를 늘리면 됩니다. 전 세계 비례대표제 나라 중에 우리나라 비례대표 의석수가 제일 적은데, 비례를 여기서 더 줄이자는 것은 역주행입니다. 현역 국회의원들 기득권 지키기라고 생각합니다.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보시나요?
▲무작정 늘리자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고, 국민께 신뢰를 얻은 후에 늘리자는 게 본래 제 주장이었습니다. OECD국가 기준으로 국회의원 한 사람당 유권자가 평균 9만명입니다. 저희는 국회의원 한 사람 당 유권자가 거의 두 배인 15만명이에요.

국민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자원외교 같은 문제들을 제대로 감시하려면 의원수가 늘어나는 게 좋습니다. 다만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드는 국민의 거부감도 백 번 이해합니다. 우선 국민을 상대로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비삭감이나 과감한 혁신으로 국민을 닮은 국회가 되어야지요.

비례대표 줄이는 방안, 시대적 역주행
11월 4자 결집, 진보정당 재탄생 신호

-노동운동가 출신으로서 정부와 여당에서 주장하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은 이미 OECD, 한국노동연구원, 입법조사처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청년일자리 만들기의 절대적 대안인 양 홍보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청년실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빈곤을 자백하는 것입니다.


평균 11억원인 대기업 등기이사 임금과 700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사내유보금에는 손도 안댄 채, 성실히 회사에 다닌 죄밖에 없는 고령 노동자에게 임금피크제를 강요하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등기이사 연봉의 10%만 신규 고용에 투자해도 일자리를 1만개 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내유보금에 세율 1%만 적용해도 청년고용기금으로 7조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고용절벽에 내몰려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과 부모세대를 분열시키는 책동은 멈춰야 합니다.

-11월 초 진보정당 창당 소식이 있습니다. 기존의 정의당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현재는 ‘진보혁신회의’라는 이름으로 정의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진보결집 더하기 4자가 모여 진보혁신과 정강정책 등 통합논의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당원의 의견에 달려있습니다만, 진보재편을 꼭 성사시켜 유력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4개의 진보세력이 뭉치다보니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는데요.
▲진보결집은 그간 진보정치가 겪어왔던 많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혁신의 성과를 종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유력정당은 진짜 정당, 군소정당은 압력단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보세력 재편은 과거의 진보정당을 재현하자는 게 아니라 그동안 치열하게 혁신하고 성찰해온 성과를 종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진보정당의 압력단체 시대를 끝내고 유력정당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전통적 지지자를 모아야 합니다.

-천정배 의원을 필두로 한 ‘호남신당’과는 분리 노선인 건가요?
▲천정배 의원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구상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저희의 기본원칙은 정치혁신에 있어서 혁신방향과 의지가 맞는 정치인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입니다. 다만 선거 승리만을 위해 이합집산 하는 것은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우선 진보세력을 결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야권 전체의 혁신과 총선에서의 협력은 천 의원 쪽이든 어디든 광범위하게 협력하려고 합니다.

-정의당 내 유일한 지역구 의원이십니다. 20대 총선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올 수 있는 전략이 있으시다면?
▲첫째로 가장 큰 전략은 정의당 그 자체입니다. 정의당이 가진 당 안팎의 자원을 묶어서 국민께 정의당의 잠재력을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둘째로 지난 10여 년 이상 대한민국 민생정치는 진보정당이 제시한 정책 의제를 가지고 먹고 살았습니다. 정의당 경쟁력은 그런 정책능력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정책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서 정책정당으로 승부하려고 합니다.

-현행 20석이 기준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자신하시는지요?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니까요. 가능성을 믿고 최선을 다해서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거지요.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가 3분의1은 돼요. 저희 정의당이 국민에게 믿음을 준다면 새로운 대안정당으로 정의당을 격려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금피크제, 정부의 정책적 빈곤 자백
박근혜정부, 4년 만에 나랏빚 202조원↑

-정당 지지도에서 지난 7월 4주 차에 7%로 정점을 찍은 이후 4~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한국갤럽 기준). 두 자리 수 돌파를 이끌 묘안이 있으신지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정의당을 강하고 매력적인 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중소상공인, 청년 등 정의당이 앞장서서 대표하고 싶은 세력에 희망과 의지가 되는가를 끊임없이 물으면서요. 그리고 진보정치 시행착오 과정에서 상처받고 지지를 유보해 오신 분들을 다시 모아내겠습니다. 진보통합은 그런 면에서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전환점을 맞은 박근혜정부를 진단해 주신다면?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 말 443조원이던 나랏빚이 4년 만에 202조원이 더 늘어나 내년 나랏빚은 645조원이 넘게 됐습니다. 빚은 늘어만 가는데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임기가 전환점이 돈 시점에 그동안 경제활성화 대책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정의당은 오래전부터 증가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고,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증세’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박근혜정부가 국가재정운용 정상화를 위해 건설적인 논의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이한 국민들과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삶을 살아가시느라 제 한 몸 돌아볼 겨를 내는 게 쉽지 않으실 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가족들과 정말 편안히, 마음과 몸을 뉘이실 수 있는 추석 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대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심상정 대표 프로필]


▲서울대학교 사회교육학 학사
▲정치바로아카데미 원장
▲제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제19대 국회의원(경기도 고양시 덕양구갑)
▲제19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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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