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정의당 심상정 대표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대안정당 길 가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야권이 들썩인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계파싸움으로 연일 시끄럽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까지 ‘천정배 신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지켜본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구태의연하다”며 묵직한 돌직구를 날렸다.

야권에 재편 바람이 거세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선뜻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 지경이다. 오히려 총선이 다가올수록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는 형국이다.

지난 20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을 목표로 ‘천정배 신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회견장에서 천 의원은 “12월까지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1월 중 창당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을 단일정당으로 맞아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너나 잘해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평가절하했다. 문 대표는 즉각 “천 의원이 크게 착각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공방에 진보세력의 또 다른 축을 맡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나섰다. 두 인물의 설전(舌戰)에 대해 “이율배반적이고 구태의연하다”며 모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심 대표는 “두 지도자의 선의는 믿지만, 통합론도 신당론도 낡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의 ‘야권통합론’에 대해선 남녀 사이에 빗대 그동안 연애도 안하다가 갑자기 같이 살자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천 의원의 ‘신당론’에 대해선 농사에 빗대 ‘정치이모작’을 시도하는 광경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공방을 주고받는 두 사람에 대해 각각 쓴 소리를 날린 심 대표. 그렇다면 과연 그의 머릿속에 있는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일요시사>가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심 대표와의 일문일답.


-인사가 늦었습니다. 대표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당선 후 지난 두 달간 활동을 자체 평가해 주신다면?
▲제 가진 모든 정신적, 육체적 기운을 끌어올려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여당에서 허울뿐인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노동자의 손쉬운 해고를 밀어붙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광폭 행보를 그치지 않고 있는데요.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만들고 또 저희가 가진 방안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알리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또 국민의 투표가치가 평등하도록 교정해야하는데도, 선거제도개혁에 미온적인 양당에 맞섰습니다. 국민의 투표가치가 올바르게 반영될 수 있는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보장’하는 선거법 도입을 위해 끝까지 이 악물고 노력하겠습니다.
 

-현안 질문입니다.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의견이 여당으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정의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지금 여당에서는 농어촌 대표성을 강조하면서 비례대표를 줄이자고 하고 있는데요, 이런 주장은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입니다. 헌재에서는 농촌, 지역대표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1인1표는 평등하다는 표의 등가성을 실현해야한다는 것이었거든요.

표의 불비례성을 줄이려면 헌재 판결정신에 따라야 합니다. 비례성을 더 높여서 비례대표제를 늘리면 됩니다. 전 세계 비례대표제 나라 중에 우리나라 비례대표 의석수가 제일 적은데, 비례를 여기서 더 줄이자는 것은 역주행입니다. 현역 국회의원들 기득권 지키기라고 생각합니다.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보시나요?
▲무작정 늘리자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고, 국민께 신뢰를 얻은 후에 늘리자는 게 본래 제 주장이었습니다. OECD국가 기준으로 국회의원 한 사람당 유권자가 평균 9만명입니다. 저희는 국회의원 한 사람 당 유권자가 거의 두 배인 15만명이에요.

국민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자원외교 같은 문제들을 제대로 감시하려면 의원수가 늘어나는 게 좋습니다. 다만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드는 국민의 거부감도 백 번 이해합니다. 우선 국민을 상대로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비삭감이나 과감한 혁신으로 국민을 닮은 국회가 되어야지요.

비례대표 줄이는 방안, 시대적 역주행
11월 4자 결집, 진보정당 재탄생 신호

-노동운동가 출신으로서 정부와 여당에서 주장하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은 이미 OECD, 한국노동연구원, 입법조사처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청년일자리 만들기의 절대적 대안인 양 홍보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청년실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빈곤을 자백하는 것입니다.


평균 11억원인 대기업 등기이사 임금과 700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사내유보금에는 손도 안댄 채, 성실히 회사에 다닌 죄밖에 없는 고령 노동자에게 임금피크제를 강요하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등기이사 연봉의 10%만 신규 고용에 투자해도 일자리를 1만개 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내유보금에 세율 1%만 적용해도 청년고용기금으로 7조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고용절벽에 내몰려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과 부모세대를 분열시키는 책동은 멈춰야 합니다.

-11월 초 진보정당 창당 소식이 있습니다. 기존의 정의당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현재는 ‘진보혁신회의’라는 이름으로 정의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진보결집 더하기 4자가 모여 진보혁신과 정강정책 등 통합논의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당원의 의견에 달려있습니다만, 진보재편을 꼭 성사시켜 유력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4개의 진보세력이 뭉치다보니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는데요.
▲진보결집은 그간 진보정치가 겪어왔던 많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혁신의 성과를 종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유력정당은 진짜 정당, 군소정당은 압력단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보세력 재편은 과거의 진보정당을 재현하자는 게 아니라 그동안 치열하게 혁신하고 성찰해온 성과를 종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진보정당의 압력단체 시대를 끝내고 유력정당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전통적 지지자를 모아야 합니다.

-천정배 의원을 필두로 한 ‘호남신당’과는 분리 노선인 건가요?
▲천정배 의원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구상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저희의 기본원칙은 정치혁신에 있어서 혁신방향과 의지가 맞는 정치인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입니다. 다만 선거 승리만을 위해 이합집산 하는 것은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우선 진보세력을 결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야권 전체의 혁신과 총선에서의 협력은 천 의원 쪽이든 어디든 광범위하게 협력하려고 합니다.

-정의당 내 유일한 지역구 의원이십니다. 20대 총선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올 수 있는 전략이 있으시다면?
▲첫째로 가장 큰 전략은 정의당 그 자체입니다. 정의당이 가진 당 안팎의 자원을 묶어서 국민께 정의당의 잠재력을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둘째로 지난 10여 년 이상 대한민국 민생정치는 진보정당이 제시한 정책 의제를 가지고 먹고 살았습니다. 정의당 경쟁력은 그런 정책능력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정책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서 정책정당으로 승부하려고 합니다.

-현행 20석이 기준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자신하시는지요?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니까요. 가능성을 믿고 최선을 다해서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거지요.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가 3분의1은 돼요. 저희 정의당이 국민에게 믿음을 준다면 새로운 대안정당으로 정의당을 격려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금피크제, 정부의 정책적 빈곤 자백
박근혜정부, 4년 만에 나랏빚 202조원↑

-정당 지지도에서 지난 7월 4주 차에 7%로 정점을 찍은 이후 4~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한국갤럽 기준). 두 자리 수 돌파를 이끌 묘안이 있으신지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정의당을 강하고 매력적인 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중소상공인, 청년 등 정의당이 앞장서서 대표하고 싶은 세력에 희망과 의지가 되는가를 끊임없이 물으면서요. 그리고 진보정치 시행착오 과정에서 상처받고 지지를 유보해 오신 분들을 다시 모아내겠습니다. 진보통합은 그런 면에서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전환점을 맞은 박근혜정부를 진단해 주신다면?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 말 443조원이던 나랏빚이 4년 만에 202조원이 더 늘어나 내년 나랏빚은 645조원이 넘게 됐습니다. 빚은 늘어만 가는데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임기가 전환점이 돈 시점에 그동안 경제활성화 대책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정의당은 오래전부터 증가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고,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증세’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박근혜정부가 국가재정운용 정상화를 위해 건설적인 논의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이한 국민들과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삶을 살아가시느라 제 한 몸 돌아볼 겨를 내는 게 쉽지 않으실 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가족들과 정말 편안히, 마음과 몸을 뉘이실 수 있는 추석 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대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심상정 대표 프로필]


▲서울대학교 사회교육학 학사
▲정치바로아카데미 원장
▲제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제19대 국회의원(경기도 고양시 덕양구갑)
▲제19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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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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