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한국공항공사 성추문 백태

멀쩡한 팀장이 여직원에 몹쓸짓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최고의 직장. 그러나 조직 내부는 외부의 동경과 달리 마냥 깨끗하지 않다. 조금씩 드러난 인권유린의 흔적은 어쩌면 극히 일부분이다. 모두가 희망하는 공기업이라는 이미지와 심각한 내부부조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는 계속된다. 그 사이 한국공항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전국 14개 공항을 효율적으로 관리 및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이다. 항공산업의 육성·지원에 관한 사업도 공항공사의 몫이다.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최고 수준이고 평균 연봉은 공기업 사이에서도 상위권이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다.

기강 해이 심각

최근 공항공사는 생각지 못한 구설수로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국토교통위원회 국점감사가 도화선이었다. 공항공사의 치부로 여겨지던 성추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 시점이다.

지난달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공항공사에서 직무와 관련해 금품수수, 납품비리, 직무소홀, 성희롱 등으로 징계받은 직원이 31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징계유형별로는 ▲파면 6명 ▲해임 1명 ▲정직 4명 ▲감봉 9명 ▲견책 11명 등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국토위 공기업 중 최근 3년간 성추행 사건 발생 1위는 한국공항공사”라며 “1년에 한 번꼴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 의원은 “비슷한 수위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보안검색을 담당한 직원은 해임됐고, 또 한명은 정직3월 및 강임 조치가 이뤄졌으며 다른 한 명은 정직3월 등의 처분이 널뛰기로 이뤄졌다”며 “공기업 성추행 문제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전담기구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논란이 된 건 공항공사 내부에서 자행된 심각한 성희롱 문제였다. 특히 공항공사 소속 A팀장은 지난 2013년 7월31일부터 2014년 5월30일까지 일년 가까이 같은 팀으로 근무했던 인턴 여직원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더욱이 A팀장은 2014년 11월 퇴근 무렵 여성인턴에게 카톡으로 “오늘 패션 좋다. 사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 인턴 여직원이 상반신만 카톡으로 보내주자 재차 몸 전체가 다 나오게 찍어서 보내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인턴 여직원이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꺼질 것 같다”고 하자 “집에 가서 전신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요구까지 했다. 그러면서 A팀장이 자신의 상반신을 셀카로 찍어 인턴 여직원에게 전송해 그 인턴 직원이 불쾌감과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2013년 7월부터 근무했던 인턴 여직원에게 평소 캐주얼하게 입고 출퇴근하다 어느 날 정장을 입고 출근했더니 “어른이 다 됐다”고 하면서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한 적도 있었다. 또한 2012년 12월부터 3개월 정도 근무했던 다른 인턴 여직원에게는 소속팀 사무실 옆 공간에서 둘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진을 같이 찍은 사실도 있었다.

결국 A팀장은 ‘성희롱 및 품위유지 위반’ 사유로 지난 6월 18일자로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받게 된다.
놀라운 건 징계를 받은 A팀장은 2013년 12월13일 ‘2014년 교통문화발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불과 1년6개월 사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우수사원 표창을 받은 직원이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문제는 공항공사가 이미 성희롱을 비롯한 내부 기강해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천명했음에도 똑같은 사례가 되풀이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성희롱을 했던 A팀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석했고 성희롱 해당 기준을 충분히 숙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팀장이라는 직위상 성희롱 예방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례처럼 겉으로 드러난 성희롱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공기업 내부에 만연한 성희롱을 뿌리째 뽑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성희롱·성추행 1위 공기업…국감서 난타
가해 직원 대통령표창 “내부 통제불능?”

직장 내 성희롱이 법으로 다뤄진 것은 1999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조항을 신설하면서부터다.

해당법 시행규칙은 외모에 대해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일 등 신체적ㆍ언어적 성희롱 기준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사업주는 지체 없이 가해자에게 징계 조치를 내리고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진 지 십 수년이 지나도록 직장 안에서 성희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상하관계가 확실한 직장문화 특성상 피해자가 함구한 채 속앓이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단 대다수 부하직원들이 상대적 약자인데다 용기를 내더라도 내부고발자로 찍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흔하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김석기 사장에게도 커다란 상처가 되고 있다. 경찰청의 요직을 거쳐 공항공사에 부임한 김 사장은 그간 기강확립과 내부통제에 엄격한 인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례가 드러났다는 것은 그간 공항공사의 방만한 운영이 도를 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사이 공항공사는 공기업 가운데 성희롱 1위라는 불명예마저 얻었다.

강 의원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경찰 고위간부 출신이라서 기강 확립과 내부 통제가 엄격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히려 온갖 비리와 직무소홀 등 근무기간 해이가 심각하다”며 “공항공사는 국가 중요 보안시설의 관리·운영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공항공사는 성희롱 이외에도 직무 관련 금품수수와 납품비리, 근무지 무단이탈 등 김 사장 취임 후 비리와 근무 기강 해이문제가 연이어 불거졌다. 2013년 11월 방음창호공사 직무와 관련해 금품수수로 2명이 파면당했고 정직 3개월과 견책도 각각 1명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항행안전장비 납품비리 검찰수사 등으로 직원 4명이 중징계인 파면을 당했다.

빙산의 일각?

특히 지난 1월에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여권위조 등으로 입국이 거부돼 강제 출국을 기다리던 외국인이 공항 담장 밖으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해 청원경찰 5명이 공항 경계근무 실패 등의 사유로 정직·감봉 등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리 만연’ 인천시 대책은?

잇단 공직비리로 불명예를 안은 인천시가 공직기강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인천시는 공직자 및 공기업 직원들의 고질적 토착비리, 시민 생활밀착형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감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 및 향응수수 행위와 공금 횡령·유용, 직무관련자에게 경조사 통지 및 경조 금품 수수 등의 비리에 대해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시행, 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건설·건축·회계 등과 관련해 예산 목적 외 사용과 예산낭비 사례, 부당한 구비서류 요구 및 지연처리, 업무전가, 무사안일 등의 생활 밀착형 민원비리에 대해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감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인천시는 최근 잇따른 공직비위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한 6급 공무원은 위탁사업 협회로부터 사업을 만들어주겠다는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하고 공여자의 동생 취업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6급 공무원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고가교 보수공사에 참여시키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수차례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 논란이 됐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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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