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한국공항공사 성추문 백태

멀쩡한 팀장이 여직원에 몹쓸짓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최고의 직장. 그러나 조직 내부는 외부의 동경과 달리 마냥 깨끗하지 않다. 조금씩 드러난 인권유린의 흔적은 어쩌면 극히 일부분이다. 모두가 희망하는 공기업이라는 이미지와 심각한 내부부조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는 계속된다. 그 사이 한국공항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전국 14개 공항을 효율적으로 관리 및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이다. 항공산업의 육성·지원에 관한 사업도 공항공사의 몫이다.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최고 수준이고 평균 연봉은 공기업 사이에서도 상위권이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다.

기강 해이 심각

최근 공항공사는 생각지 못한 구설수로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국토교통위원회 국점감사가 도화선이었다. 공항공사의 치부로 여겨지던 성추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 시점이다.

지난달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공항공사에서 직무와 관련해 금품수수, 납품비리, 직무소홀, 성희롱 등으로 징계받은 직원이 31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징계유형별로는 ▲파면 6명 ▲해임 1명 ▲정직 4명 ▲감봉 9명 ▲견책 11명 등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국토위 공기업 중 최근 3년간 성추행 사건 발생 1위는 한국공항공사”라며 “1년에 한 번꼴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 의원은 “비슷한 수위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보안검색을 담당한 직원은 해임됐고, 또 한명은 정직3월 및 강임 조치가 이뤄졌으며 다른 한 명은 정직3월 등의 처분이 널뛰기로 이뤄졌다”며 “공기업 성추행 문제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전담기구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논란이 된 건 공항공사 내부에서 자행된 심각한 성희롱 문제였다. 특히 공항공사 소속 A팀장은 지난 2013년 7월31일부터 2014년 5월30일까지 일년 가까이 같은 팀으로 근무했던 인턴 여직원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더욱이 A팀장은 2014년 11월 퇴근 무렵 여성인턴에게 카톡으로 “오늘 패션 좋다. 사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 인턴 여직원이 상반신만 카톡으로 보내주자 재차 몸 전체가 다 나오게 찍어서 보내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인턴 여직원이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꺼질 것 같다”고 하자 “집에 가서 전신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요구까지 했다. 그러면서 A팀장이 자신의 상반신을 셀카로 찍어 인턴 여직원에게 전송해 그 인턴 직원이 불쾌감과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2013년 7월부터 근무했던 인턴 여직원에게 평소 캐주얼하게 입고 출퇴근하다 어느 날 정장을 입고 출근했더니 “어른이 다 됐다”고 하면서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한 적도 있었다. 또한 2012년 12월부터 3개월 정도 근무했던 다른 인턴 여직원에게는 소속팀 사무실 옆 공간에서 둘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진을 같이 찍은 사실도 있었다.

결국 A팀장은 ‘성희롱 및 품위유지 위반’ 사유로 지난 6월 18일자로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받게 된다.
놀라운 건 징계를 받은 A팀장은 2013년 12월13일 ‘2014년 교통문화발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불과 1년6개월 사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우수사원 표창을 받은 직원이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문제는 공항공사가 이미 성희롱을 비롯한 내부 기강해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천명했음에도 똑같은 사례가 되풀이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성희롱을 했던 A팀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석했고 성희롱 해당 기준을 충분히 숙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팀장이라는 직위상 성희롱 예방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례처럼 겉으로 드러난 성희롱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공기업 내부에 만연한 성희롱을 뿌리째 뽑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성희롱·성추행 1위 공기업…국감서 난타
가해 직원 대통령표창 “내부 통제불능?”

직장 내 성희롱이 법으로 다뤄진 것은 1999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조항을 신설하면서부터다.

해당법 시행규칙은 외모에 대해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일 등 신체적ㆍ언어적 성희롱 기준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사업주는 지체 없이 가해자에게 징계 조치를 내리고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진 지 십 수년이 지나도록 직장 안에서 성희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상하관계가 확실한 직장문화 특성상 피해자가 함구한 채 속앓이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단 대다수 부하직원들이 상대적 약자인데다 용기를 내더라도 내부고발자로 찍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흔하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김석기 사장에게도 커다란 상처가 되고 있다. 경찰청의 요직을 거쳐 공항공사에 부임한 김 사장은 그간 기강확립과 내부통제에 엄격한 인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례가 드러났다는 것은 그간 공항공사의 방만한 운영이 도를 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사이 공항공사는 공기업 가운데 성희롱 1위라는 불명예마저 얻었다.

강 의원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경찰 고위간부 출신이라서 기강 확립과 내부 통제가 엄격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히려 온갖 비리와 직무소홀 등 근무기간 해이가 심각하다”며 “공항공사는 국가 중요 보안시설의 관리·운영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공항공사는 성희롱 이외에도 직무 관련 금품수수와 납품비리, 근무지 무단이탈 등 김 사장 취임 후 비리와 근무 기강 해이문제가 연이어 불거졌다. 2013년 11월 방음창호공사 직무와 관련해 금품수수로 2명이 파면당했고 정직 3개월과 견책도 각각 1명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항행안전장비 납품비리 검찰수사 등으로 직원 4명이 중징계인 파면을 당했다.

빙산의 일각?

특히 지난 1월에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여권위조 등으로 입국이 거부돼 강제 출국을 기다리던 외국인이 공항 담장 밖으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해 청원경찰 5명이 공항 경계근무 실패 등의 사유로 정직·감봉 등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리 만연’ 인천시 대책은?

잇단 공직비리로 불명예를 안은 인천시가 공직기강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인천시는 공직자 및 공기업 직원들의 고질적 토착비리, 시민 생활밀착형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감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 및 향응수수 행위와 공금 횡령·유용, 직무관련자에게 경조사 통지 및 경조 금품 수수 등의 비리에 대해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시행, 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건설·건축·회계 등과 관련해 예산 목적 외 사용과 예산낭비 사례, 부당한 구비서류 요구 및 지연처리, 업무전가, 무사안일 등의 생활 밀착형 민원비리에 대해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감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인천시는 최근 잇따른 공직비위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한 6급 공무원은 위탁사업 협회로부터 사업을 만들어주겠다는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하고 공여자의 동생 취업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6급 공무원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고가교 보수공사에 참여시키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수차례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 논란이 됐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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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