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한국공항공사 성추문 백태

멀쩡한 팀장이 여직원에 몹쓸짓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최고의 직장. 그러나 조직 내부는 외부의 동경과 달리 마냥 깨끗하지 않다. 조금씩 드러난 인권유린의 흔적은 어쩌면 극히 일부분이다. 모두가 희망하는 공기업이라는 이미지와 심각한 내부부조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는 계속된다. 그 사이 한국공항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전국 14개 공항을 효율적으로 관리 및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이다. 항공산업의 육성·지원에 관한 사업도 공항공사의 몫이다.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최고 수준이고 평균 연봉은 공기업 사이에서도 상위권이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다.

기강 해이 심각

최근 공항공사는 생각지 못한 구설수로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국토교통위원회 국점감사가 도화선이었다. 공항공사의 치부로 여겨지던 성추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 시점이다.

지난달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공항공사에서 직무와 관련해 금품수수, 납품비리, 직무소홀, 성희롱 등으로 징계받은 직원이 31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징계유형별로는 ▲파면 6명 ▲해임 1명 ▲정직 4명 ▲감봉 9명 ▲견책 11명 등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국토위 공기업 중 최근 3년간 성추행 사건 발생 1위는 한국공항공사”라며 “1년에 한 번꼴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 의원은 “비슷한 수위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보안검색을 담당한 직원은 해임됐고, 또 한명은 정직3월 및 강임 조치가 이뤄졌으며 다른 한 명은 정직3월 등의 처분이 널뛰기로 이뤄졌다”며 “공기업 성추행 문제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전담기구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논란이 된 건 공항공사 내부에서 자행된 심각한 성희롱 문제였다. 특히 공항공사 소속 A팀장은 지난 2013년 7월31일부터 2014년 5월30일까지 일년 가까이 같은 팀으로 근무했던 인턴 여직원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더욱이 A팀장은 2014년 11월 퇴근 무렵 여성인턴에게 카톡으로 “오늘 패션 좋다. 사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 인턴 여직원이 상반신만 카톡으로 보내주자 재차 몸 전체가 다 나오게 찍어서 보내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인턴 여직원이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꺼질 것 같다”고 하자 “집에 가서 전신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요구까지 했다. 그러면서 A팀장이 자신의 상반신을 셀카로 찍어 인턴 여직원에게 전송해 그 인턴 직원이 불쾌감과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2013년 7월부터 근무했던 인턴 여직원에게 평소 캐주얼하게 입고 출퇴근하다 어느 날 정장을 입고 출근했더니 “어른이 다 됐다”고 하면서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한 적도 있었다. 또한 2012년 12월부터 3개월 정도 근무했던 다른 인턴 여직원에게는 소속팀 사무실 옆 공간에서 둘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진을 같이 찍은 사실도 있었다.

결국 A팀장은 ‘성희롱 및 품위유지 위반’ 사유로 지난 6월 18일자로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받게 된다.
놀라운 건 징계를 받은 A팀장은 2013년 12월13일 ‘2014년 교통문화발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불과 1년6개월 사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우수사원 표창을 받은 직원이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문제는 공항공사가 이미 성희롱을 비롯한 내부 기강해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천명했음에도 똑같은 사례가 되풀이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성희롱을 했던 A팀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석했고 성희롱 해당 기준을 충분히 숙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팀장이라는 직위상 성희롱 예방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례처럼 겉으로 드러난 성희롱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공기업 내부에 만연한 성희롱을 뿌리째 뽑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성희롱·성추행 1위 공기업…국감서 난타
가해 직원 대통령표창 “내부 통제불능?”

직장 내 성희롱이 법으로 다뤄진 것은 1999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조항을 신설하면서부터다.

해당법 시행규칙은 외모에 대해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일 등 신체적ㆍ언어적 성희롱 기준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사업주는 지체 없이 가해자에게 징계 조치를 내리고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진 지 십 수년이 지나도록 직장 안에서 성희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상하관계가 확실한 직장문화 특성상 피해자가 함구한 채 속앓이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단 대다수 부하직원들이 상대적 약자인데다 용기를 내더라도 내부고발자로 찍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흔하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김석기 사장에게도 커다란 상처가 되고 있다. 경찰청의 요직을 거쳐 공항공사에 부임한 김 사장은 그간 기강확립과 내부통제에 엄격한 인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례가 드러났다는 것은 그간 공항공사의 방만한 운영이 도를 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사이 공항공사는 공기업 가운데 성희롱 1위라는 불명예마저 얻었다.

강 의원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경찰 고위간부 출신이라서 기강 확립과 내부 통제가 엄격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히려 온갖 비리와 직무소홀 등 근무기간 해이가 심각하다”며 “공항공사는 국가 중요 보안시설의 관리·운영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공항공사는 성희롱 이외에도 직무 관련 금품수수와 납품비리, 근무지 무단이탈 등 김 사장 취임 후 비리와 근무 기강 해이문제가 연이어 불거졌다. 2013년 11월 방음창호공사 직무와 관련해 금품수수로 2명이 파면당했고 정직 3개월과 견책도 각각 1명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항행안전장비 납품비리 검찰수사 등으로 직원 4명이 중징계인 파면을 당했다.

빙산의 일각?

특히 지난 1월에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여권위조 등으로 입국이 거부돼 강제 출국을 기다리던 외국인이 공항 담장 밖으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해 청원경찰 5명이 공항 경계근무 실패 등의 사유로 정직·감봉 등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리 만연’ 인천시 대책은?

잇단 공직비리로 불명예를 안은 인천시가 공직기강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인천시는 공직자 및 공기업 직원들의 고질적 토착비리, 시민 생활밀착형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감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 및 향응수수 행위와 공금 횡령·유용, 직무관련자에게 경조사 통지 및 경조 금품 수수 등의 비리에 대해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시행, 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건설·건축·회계 등과 관련해 예산 목적 외 사용과 예산낭비 사례, 부당한 구비서류 요구 및 지연처리, 업무전가, 무사안일 등의 생활 밀착형 민원비리에 대해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감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인천시는 최근 잇따른 공직비위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한 6급 공무원은 위탁사업 협회로부터 사업을 만들어주겠다는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하고 공여자의 동생 취업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6급 공무원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고가교 보수공사에 참여시키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수차례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 논란이 됐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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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