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전설의 주당들

정치인에겐 술 잘 마시는 것도 정치력?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최문순 강원지사의 음주실신 사건을 계기로 술에 얽힌 정치인들의 에피소드가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인은 직업 특성상 누구보다 술자리가 잦고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과거 “정치하면서 가장 서러운 순간이 억지로 술을 마셔야 할 때”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정치권 최고의 주당은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전설의 주당들을 살펴봤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 14일, 강원도의회 도정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날 최 지사는 보좌진의 부축을 받고 회의장을 빠져나가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 원인은 강원도의회가 초청한 중국 안후이성 대표단과의 공식 오찬에서 마신 술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 지사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여전히 강력하게 반발하며 최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상상초월
엄청난 주량

최문순 강원지사의 음주실신 사건을 계기로 술에 얽힌 정치인들의 에피소드가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인은 직업 특성상 누구보다 술자리가 잦고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정치인에겐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중요한 정치적 능력이다. 그렇다면 정치권 최고의 주당은 누구일까?

정주영 회장도 술로 이긴 이명박
국내 최초 폭탄주 창시자 박희태?

정치인과 술에 얽힌 에피소드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는 주위 목격담이 전설처럼 회자된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은 현대에 처음 입사했을 때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고 정주영 회장과 모든 신입사원들이 취해 쓰러졌을 때도 혼자만 멀쩡했다고 전해진다. 평소 술이 세기로 유명한 정주영 회장마저 이 전 대통령에게는 당해내지 못하고 먼저 술자리를 끝내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주량은 약 폭탄주 30여 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야당 인사들이 해당 에피소드를 병역비리 의혹의 정황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63년 폐질환으로 군 면제까지 받았는데 건강이 좋지 않았던 사람이 불과 2년 뒤 1965년에 있었던 현대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술도 능력?
애주가 정치인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술을 한 잔도 마시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누리당 대표 시절에는 회식자리가 생기면 친박계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흑기사(술을 대신 마셔주는 사람)’를 자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과거 “폭탄주를 억지로 한 잔 마셔봤는데 힘들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최근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화제가 됐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유명한 애주가다. 박 전 의장은 현역의원 시절 “술 없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며 당내 금주클럽 가입을 거부하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국내에 폭탄주를 처음으로 도입시킨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폭탄주는 원래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마시기 시작한 술이라고 추측된다. 술을 마음껏 마시고 싶어도 돈이 없어 위스키를 잔술로 산 후 싼 맥주에다 타서 마신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우리가 요즘 마시는 폭탄주가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1983년 당시 춘천지검장이었던 박 전 의장이 춘천지역의 검찰과 경찰, 언론사 관계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선보였을 때라는 것이 거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이후 검찰 내에서 폭탄주가 크게 유행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의장은 맥주잔을 가득 채운 폭탄주를 연거푸 20잔 이상 마셔도 끄덕없을 정도로 술이 센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건 전 총리 역시 유명한 애주가다. 아버지인 고(故) 고형곤 박사가 평소 고 전 총리에게 ‘여자’ ‘돈’ ‘술’ 세 가지를 조심하라고 당부했지만 끝내 술 약속만은 지키지 못했다고 한탄한 고 전 총리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고 전 총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술자리를 가지면서 남들보다 먼저 취하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현역정치인 중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가장 대표적인 주당으로 손꼽힌다. 지난 2000년 한국담배소비자연맹이 16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김 대표는 한 번에 소주 3병 이상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피습을 당해 입원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문안한 자리에서도 김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완쾌되면 소주 한 잔 하자”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술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강원도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 이후 뒤풀이 자리에서 한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만취한 김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옆자리에 있던 여기자의 허벅지를 짚고 일어났다는 것. 김 대표 측은 너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사과를 거부하다가 뒤늦게 해당 기자에게 사과했다. 김 대표는 “다른 의도가 있었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달라진 음주문화
금주가 대세

이 일 때문일까? 애주가였던 김 대표는 달라졌다. 김 대표는 당 혁신 실천방안 중 하나로 금주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우리 정치권이 과도한 음주문화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야기해 왔다”면서 “과도한 음주문화는 수준 높은 토론문화를 없애고, 공부할 시간을 없애고, 체력을 약하게 해 정신을 흐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바로 제가 술을 제일 많이 먹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저는 절주를 한 후 체중이 6kg이 빠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 정치인 중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과 이상민 의원이 남다른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유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지난 2004년 한 언론사 기자와 폭탄주 30잔 이상을 밤새 마시고도 멀쩡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상민 의원도 과거 젊은 기자 4~5명과 술을 마셨는데 그들이 주는 폭탄주를 연거푸 받아 마시고도 술자리에서 혼자 멀쩡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정치권에선 알아주는 주당들이다.

애주가들의 변신, 대세는 금주?
100대1 대작하고도 멀쩡한 주당들

현역 광역단체장들 중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주당으로 유명하다. 원 지사의 서울대 법학과 후배인 강용석 전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원 지사를 최고의 주당 정치인으로 뽑았다. 원 지사는 과거 한번 술을 마시면 소주 2병에 폭탄주 20잔을 마실 정도로 과음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지사에 취임한 이후에는 완벽하게 술을 끊었다. 원 지사는 이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과거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술 마실 기회가 많았는데 2년 전부터 술이 한 방울도 안 들어간다”며 “그래서 농담으로 평생 마실 술을 미리 다 마셔서 총량제에 걸렸나 보다 이러고 있다. 특히 도지사로 업무를 하면서부터는 전혀 안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도민들이 이해만 해주신다면 술 안마시고 맑은 정신으로 도지사 업무에만 집중하겠다”면서 “임기동안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음주 비결은?
정신력?

광역단체장들 중에서는 전현직 대전광역시장들도 모두 유명한 애주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야인으로 돌아간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술과 관련한 수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염 전 시장은 지난 1994년 정부3청사 기공식을 끝내고 시민 100명을 초청한 자리에 일대일로 소주 100잔을 마시고도 멀쩡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1995년 동장 85명과 저녁식사자리에서 150여 잔을 먹었던 일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권선택 현 대전시장 역시 술에 관해서는 지지 않는다. 대전시 부시장 재직시절 대전시축구동호회 선수, 임원 60명과 일대일로 60잔을 먹고, 트로피에다 시민화합주(소주+맥주)를 또 다시 만들어 한잔씩 했던 일이 아직도 회자 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인 술자리 추태 천태만상
"차라리 술 못하는 정치인이 낫다"

새누리당 최연희 전 의원은 술자리 추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최 전 의원은 지난 2006년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을 당시 술자리에서 옆에 있던 언론사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는 성추행을 했다. 최 전 의원은 이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고 말해 더욱 논란이 됐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술자리 추태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미에 동행한 윤 전 대변인은 현지 술자리에서 여대생을 성추행했다. 이 사건은 해외 언론에 ‘세계 8대 굴욕사건’으로 뽑혔다.

대표적 친박인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도 과거 술자리 발언으로 인해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지난 2012년 당 대변인으로 내정됐을 당시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너희들 정보보고를 내가 다 알고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보고하지 말라.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기자질 하지 마”라고 말해 결국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도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9월 김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와 행인을 폭행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도 국회의원 시절 심각한 술자리 추태 사건에 휘말렸었다. 곽 사장은 의원시절 지역구 상공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야당이지만 대구지역 국회의원 의석 12석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대구 상공인들이 열린우리당(현 새정치연합)에는 후원금을 내면서 한나라당에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제인들은 “40여 년 동안 한나라당을 도와줬지만 한나라당이 대구를 위해 뭘 했느냐?”며 반발했다. 그러자 곽 사장이 갑자기 맥주병을 벽에 던졌다는 것이다. 결국 당시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곽 사장과 멱살잡이까지 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새누리당 심학봉 전 의원은 술에 취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현역 의원이 성폭행 혐의에 휘말리기는 심 전 의원이 처음이었다. 검찰은 심 전 의원 측이 피해여성에게 성관계 이후 2000만원을 전달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는 다소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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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