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분쟁' 수세몰린 신동주 반격카드

하다 하다…동생 씹고 다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동생에게 ‘한 방’ 먹은 형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간 수세에 몰렸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경영권 분쟁 2라운드의 시작을 알렸다. 그 첫 시작으로 언론사를 순회하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론전일 뿐,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을 한 방에 보낼 ‘희든 카드’가 필요하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비리 첩보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형이 동생을 한 방에 보낼 수 있을까. 

 
지난 10월1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서울 종로 그랑서울빌딩 18층에 새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명은 SDJ코퍼레이션. 신 전 회장의 본명을 딴 것이다. 주요 사업은 전자·생활제품 무역업과 도소매업이다. 
 
인터뷰 자처
 
신 전 부회장은 지난 8월 1차 형제의 난 때 일본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참패를 당해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한국 법인 설립에 대해 “경영권 분쟁의 2라운드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신 전 부회장은 일주일 뒤인 10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그룹과 소송을 진행, 복직은 물론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총괄회장직 복귀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나섰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경영을 관장하며 주로 일본에서만 활동했다. 하지만 이번에 본인의 SDJ코퍼레이션을 출범시킴으로써 한국에서의 활동을 본격화할 것을 예고했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제2차 경영권 분쟁에 돌입했다. 그 핵심 인물로 민유성 DSJ코퍼레이션 고문을 영입한 것이다. 민 고문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산업은행 총재와 산은지주 회장을 겸임했다.
 

민 고문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패한 이후 자문을 맡기 시작했다. 민 고문은 한국어를 못하는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기자회견을 이끌었으며,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신 전 부회장 측의 입장을 대외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또  민 고문은 화려한 인적네트워크를 총동원하면서 법조계 유력 인사 등을 포함한 돌격대 구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소송대리를 맡은 조문현·김수창 변호사는 민 고문의 경기고 동창이이다. 신 전 부회장에 대한 언론대응을 맡은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는 산업은행 홍보팀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민 고문의 인맥으로 신 전 부회장 사단에 가담했다.
 
 
최근 한 언론과 신 총괄회장의 인터뷰를 성사시킨 것도 고문단 작품이란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일정 부분 불식했고 더불어 신 총괄회장의 후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란 정통성도 확보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는 신 전 부회장의 이런 움직임에 “지능적으로 신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이사회 장악에도 나섰다. 신 총괄회장 인터뷰 이후인 10월14일 신 전 부회장은 본인 지분 50%에 더해 신 총괄회장에게 주식 한 주를 증여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광윤사 이사회를 장악, 신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배제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19일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데리고 병원을 간 것을 두고 롯데그룹과 신 회장 측이 또 다시 충돌했다. 롯데그룹은 “2∼3시간 넘게 행선지도 알려주지 않고 고령의 총괄회장을 임의로 이동시켰다”며 신 전 부회장의 병원행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은 “아들이 아버지(신 총괄회장)를 모시고 건강검진을 받고 돌아오는데 비서실에 보고할 필요가 있느냐"고 응수했다. 의외로 신 전 부회장의 행보에 신 회장은 명분마저 잃고 있는 양상이다. 
 
신 전 부회장은 스스로 언론사를 찾아 인터뷰에 나서는 등 연일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1일 언론사 순방에 나서며 경영권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인터뷰 내용도 구체적이고 노골적이다.
 

소수정예 조직 정비…본격 행동 나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신동빈 회장 조롱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일본 롯데를, 신 회장이 한국 경영을 해야 한다는 안을 제시한 것은 물론 “아버지(신 총괄회장)는 이미 나에게 후계 자리를 넘겨준 상황”이라며 자신이 사실상 후계자로 자처하는 등 대담한 태도를 보였다. 
 
신 전 부회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내가 후계자라고 써준 문서가 있다”며 정통성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분쟁이 발생한 현 상황에서는 아버지가 다시 롯데그룹의 경영 총괄에 복귀한 뒤 나와 동생 중 능력이 있는 쪽으로 후계자를 최종 결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가 우리의 역할을 국가별로 나눌지 비즈니스 섹터로 나눌지는 나중의 일”이라며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아버지의 총괄 경영권을 되찾은 뒤 일본은 내가, 한국은 동생이 경영하는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그 동안 속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중국 사업이 엄청난 액수로 손실을 보고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아버지에게 보고되지 못했다”며 “롯데그룹의 중국 투자 관련 자료를 한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고, 손실 규모에 놀라 아버지에게 보고했으나 제대로 모르고 있어 더 놀랐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가 왜곡된 정보로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전 부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정보통신기술 업체에 투자했다가 10억엔의 손실을 보고 해임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은 “10억엔 투자 손실이 났다는 IT 시스템은 현재 일본 롯데에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지난해 가을 일본 코카콜라에까지 판매된 시스템”이라며 “개발 후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다른 기업으로의 판매에 따른 이익도 보게 된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롯데홀딩스와 신 회장의 이런 음해가 바로 현재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시발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와 신 회장은 왜곡된 정보로 음해하고 있다”며 “그러나 결국은 본인들 스스로 불법적 경영권 쟁취 과정의 시작을 공개함으로써 자가당착에 빠진 결과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 전 부회장은 또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신 회장을 코너에 몰아넣을 때까지 경영권 분쟁 상황을 끌고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 해임을 주도했던 고바야시 마사모토와 쓰쿠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을 갱으로 비유했다. 신 전 부회장은 “갱들이 서로 연합해서 금괴를 탈취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자수를 하겠다고 한다면 서로 그냥 두겠는가”라며 “현재 신 회장에게 갱들이 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와 같다”고 말했다. 
 
골만 깊어져
 
신 전 부회장의 이런 행보는 현재 상황이 그만큼 수세에 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한 차례 고배를 마셨을 뿐만 아니라, 신 전 부회장이 ‘진흙탕 싸움을 주도하는 게 아닌가’라는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신 전 부회장에게는 신 회장을 '한 방'에 보낼 반격카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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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