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엘시티 거품 논란

‘집값 대박’ 비싸도 너무 비싸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가 있다. 누구나 살고 싶은 환경이다. 그만큼 비싼 건 당연지사. 그런데 비싸도 너무 비싸다. 누군가는 이곳의 주인이 되어 바다의 풍경을 만끽하겠지만 소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부산의 랜드마크로 회자 될 ‘해운대 엘시티’ 이야기다.

해운대 관광리조트 엘시티 개발사업은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옛 한국콘도와 주변부지 6만5934㎡에 85층 주거타워 2개동과 101층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주거용으로 건설되는 엘시티 더샵 2개동은 전용면적 144㎡, 161㎡, 186㎡ 아파트와 펜트하우스 등 882가구로 이뤄진다.

도 지나친 가격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조성공사인 만큼 화제가 된 건 당연했다. 견본주택 개관일인 지난 8일부터 단 3일간 누적 방문객수가 5만명에 달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엄청난 몸값이다.

해운대관광리조트 개발사업 시행사인 ‘엘시티PFV’가 밝힌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펜트하우스(320㎡) 2가구의 분양가는 67억9600만원에 이른다. 평당 7000만원을 웃도는 분양가가 책정된 셈이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펜트하우스 6가구 가운데 나머지 4가구(분양면적 316.67㎡, 95평형)의 분양가도 45억600만∼49억8600만원으로 평당 4600만원을 웃돈다.

바다 조망권 등 입지 특수성이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해운대 엘씨티 더샵의 높은 몸값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대 엘시티 더샵에 대한 분양가 거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해운대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도를 지나친 가격이라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다.


엘시티 더샵에 앞서 2008년 등장했던 해운대 우동 아이파크 423㎡(128평형)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57억6360만원(평당 4500만원)으로 거래됐다. 당시 분위기와 입지조건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둘 사이에는 10억원 이상 금액 차이가 발생한다.

평당 가격을 감안하면 둘 사이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수도권 최고급 아파트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는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 포레 377㎡ 펜트하우스의 분양가(52억5200만원, 평당 4605만원) 역시 엘시티 더샵에 못 미친다.

펜트하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의 분양가 역시 인근 시세를 한참 넘어선다. 전체 882가구의 평당 가격은 평균 2730만원으로 부산에서 분양된 역대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다. 올해 부산지역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271만원이었다. 이마저도 지난해(971만원)보다 무려 31% 오른 가격이다.

‘해운대 랜드마크’ 펜트하우스 70억 육박
청약은 일단 성공…분양은 ‘글쎄’

엘시티 더샵의 분양가를 거품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이유는 공교롭게도 이곳의 입지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는 국내 최고 휴양지로 손꼽힌다. 휴가철에 다녀가는 사람이 100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만큼 숙박, 요식업, 오락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다만 이 같은 시설은 외부인이 해운대를 찾을 경우 쓰임새가 극대화된다. 달리 말하자면 거주자들에게는 특별한 이점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엘시티 더샵이 바다와 인접한 곳에 조성되는 만큼 여가 생활에 편리함을 더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항상 붐비는 관광지의 특성이 오히려 주거 만족도를 해치는 악재로 돌변해도 그리 놀라울 건 없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엘시티 더샵 청약은 일단 성공적이지만 청약이 분양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고 무작정 예측하긴 어렵다”며 “뛰어난 상품성을 고려하더라도 과도한 분양가”라고 말했다.


반대로 부산 지역 부동산업계 종사자 상당수는 엘시티 더샵의 성공적인 분양을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첫 시작부터 관심이 남달랐다는 게 주된 이유다. 게다가 해운대라는 지역적 특성상 분양가 책정을 일반 아파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견본주택 개관 후 17개나 마련된 상담창구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대기번호를 뽑고 줄을 설 정도였다. 엘시티 더샵이 부산지역 최고 분양가에 대형 평수인데도 불구하고 높은 입지적 가치와 전용률, 고급 커뮤니티시설 등을 갖춘 게 주효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분양가 소문에 견본주택 현장을 찾은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인색한 평을 내놓지만 실수요자들도 대거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개관 이틀째에는 국세청 담당자들이 견본주택 현장에 방문해 올바른 부동산 거래에 대한 당부와 견본주택 일대 점검에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엘시티 더샵의 미래 투자가치에 대한 긍정적 평가 역시 한몫 거들고 있다. 통상 초고층 주택은 부동산시장이 호황기를 누릴 때 나타나는데 이 같은 건물은 문화, 여가, 휴식이라는 개념을 모두 포함하는 복합된 성격을 지닌다. 그 정점에 있는 게 바로 엘시티 더샵이다.

이런 의미에서 고급주택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엘시티 더샵은 최고의 상품이라 평해도 무방하다. 해운대 인접지역에서 엘시티 더샵을 능가할만한 최고 수준의 주거시설은 당분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는 "층·향별로 차등을 두고는 있지만 바다조망은 물론 백사장까지 끼고 있는 만큼 엘시티 더샵 분양가는 일정부분 납득할 만하다“며 ”가치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는 데 토를 달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 사람은 산다

한편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부산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의 청약은 1순위에서 모두 마감됐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엘시티 839가구(특별공급 43가구 제외) 1순위 청약 결과 1만 4천969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7.84:1로 나타났다. 전용면적별로는 144.25㎡(264가구) 35.65:1, 161.98㎡(287가구) 8.43:1, 186.00㎡(282가구) 8.46:1, 244.29㎡(펜트하우스 4가구) 24.00:1, 244. 61㎡(펜트하우스 2가구) 68.50:1이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글로벌 마천루 전쟁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세계 각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300m 이상 초고층 빌딩은 총 79채, 건설공사가 진행중인 곳은 100곳이 넘는다. 세계 각국이 연이어 초고층 빌딩 조성공사에 뛰어든 이유는 초고층빌딩의 높은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관광수입 뿐만 아니라 임대수익도 극대화된다. '타이페이101' 빌딩이 대표적인 사례다.


타이페이101이 문을 연 지 4년째인 2008년에 대만 관광객은 이전보다 약 70%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타이페이101은 대만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도쿄의 '롯본기 힐스' 역시 평범한 주거지역을 하루 1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재탄생시켰다.

국내에서도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이 불고 있다. 특히 부산의 관광특구인 해운대는 50층 이상인 고층 빌딩만 25개에 달한다. 초고층빌딩을 찾는 사람을 모두 수용할만한 편의시설은 아직 미흡하지만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게다가 초고층건물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대안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단순 랜드마크를 넘어 초고층빌딩은 한정된 구역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최적의 방향일 수 있다”며 “다만 갑자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경우 초고층빌딩 조성사업은 오리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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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