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는' 두 부총리 딜레마

‘사분오열’ 가르는 사람 따로 ‘봉합수술’ 떠안는 사람 따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좌청룡·우백호’가 딜레마에 빠졌다.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금융개혁’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떠안았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핵폭탄을 넘겨받았다. 설상가상 두 사람 모두 정가복귀 마지노선까지 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한때 새누리당 ‘투톱’으로 활동했던 두 사람이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와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2013년 각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정가에 이어 관가에서까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손’ ‘왼손’에 비유되는 두 사람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금융개혁’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좌청룡·우백호
최경환·황우여

최 부총리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중 하나인 금융개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최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10월 중 창업 및 성장단계 기업 지원 강화를 위해 정책금융 재편방안을 마련하고 인터넷은행·크라우드펀딩 등 새로운 금융모델을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일찍이 박근혜정부는 4대 개혁(공공·교육·금융·노동)을 발표한 이후 금융개혁에 의지를 보여 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말 ‘경제관련 규제완화’를 외쳤고, 구체적으로 ‘액티브X’와 같은 비효율성을 제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러나 금융개혁 핵심 주체 간 방향성이 달라 난항이 예상된다. 최 부총리와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금융권 노조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금융개혁이 탄력을 못 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반면 금융노조 측은 정부가 금융 비효율성의 근원인 ‘관치금융’과 ‘낙하산인사’ 문제에 메스를 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주체인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의 ‘자율성 확대’를 개혁의 중심으로 보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의 중심은 자율성 확대”라며 “다만 금융사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만큼 통제시스템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세 주체가 모두 엇박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 부총리는 최근 ‘금융개혁이 더딘 이유는 노조의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개혁이 촉각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자충수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11일 최 부총리는 페루 리마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입사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딜레마]
금융개혁 난항

최 부총리의 발언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금융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며 “이제 와서 이를 영업시간과 금융노동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장 또한 마찬가지다. 최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은행 업무를 잘 몰라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분석을 내놨다. 익명의 한 은행권 관계자는 “셔터를 내려도 내부에 불이 켜져 있는 경우를 봤을 것”이라며 “시재·공과금 마감하느라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류정리 등 기타 자투리 업무까지 하고 나면 8~9시 퇴근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최 부총리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위한 노림수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인 출신답게 ‘노동시간’과 ‘강성노조’ 문제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금융개혁에 자신감을 보여 왔다. 최 부총리의 뚝심도 그렇지만, 대구고 인맥을 활용해 금융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사장, 구동현 산은캐피탈 사장,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등이 최 부총리와 대구고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2013년 여당 ‘투톱’, 관가에서 재회
금융노조 반발 “최경환 현실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금융권에서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국민연금 인사와 관련해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충돌한 것이다.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에게 ‘연임 불가’를 통보한 것이 발단이었다. 최 이사장은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었다. 홍 본부장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최 부총리와 대구고 15회 동기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개혁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도 연계되어 있다. 야당은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할 경우 4대개혁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은 “지금 정부도 노동개혁과 같은 여러 가지 개혁에 대해서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될 부분들이 많지 않나”며 “만약에 이렇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야당의 반대, 또 역사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면 결코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에 협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개혁이 늦어질수록 조바심이 나는 쪽은 최 부총리일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의 제20대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가복귀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최 부총리는 11월 또는 늦어도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는 12월에는 정가 복귀가 예상됐었다. 만약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거나 늦춰질 경우 최 부총리가 느낄 딜레마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황우여 딜레마]
역사교과서 총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정가는 물론 사회 이슈 중에서도 가장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학생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하기 위해선 지금의 검인정 제도가 아닌 단일화된 역사교과서 발행이 필요하다’며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

사학계와 야권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이화여대 등 전국 대학교 역사교수들은 집필거부를 선언하고 있으며, 현장의 교사들은 반대서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하나의 관점에서 기록된 역사가 불러올 수 있는 ‘다양성’과 ‘창의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은 거리로 나섰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골라 서명운동에 나섰으며, 박지원 의원 등은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펼쳤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15일 회동을 갖고 ‘국정화 저지’에 뜻을 모았다. 바야흐로 ‘문재인-심상정-천정배’로 이어지는 야권연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심 대표는 천 의원과 만난 이날 “박 대통령이 야당을 뭉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당·청은 합심해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학생들이 보는 자습서와 선생님들의 교사용 지도서는 완전히 좌편향 내용을 담고 있다”며 “좌편향 교과서는 발톱을 가진 교과서이고, 그렇기에 국정교과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직접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언급한 적 없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7종 (역사)교과서를 보면…(중략)…결과적으로 헌법가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설명이 많이 나온다. 그걸 바로 잡자는 게 개편 방안”이라고 말하는 등 당·청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정화 반대 사학계 집단 집필포기
“국민 가르지 말라”던 대통령 어디?


국정화 추진은 지난 12일 확정됐다.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한다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모든 관심은 교육부와 황 부총리에게 집중된 상황이다.

황 부총리는 국정화 역풍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황 부총리가 더 이상 교육부장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복수의 언론은 황 부총리가 당 대표 시절 발표된 여의도연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자가당착을 지적했다.

2013년 11월자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정화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고 특정 정권의 치적을 미화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경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 발행 당시 여의도연구원 이사장은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 부총리였다. 해당 보고서에 대해 여의도연구원 측은 담당 연구위원의 개인적 소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황 부총리의 부담감을 언급한다. ‘집필포기’ ‘서명운동’ 등 국정화로 가는 과정에 험로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칫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장관으로서 느낄 책임감은 물론 내년 총선 출마라는 현실적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만약 국정화가 야권 및 사학계의 반대로 무산된다면 화살은 온전히 교육부와 황 부총리에게 쏠릴 수 있다.

목전에 둔
개혁역풍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출국에 앞서 박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해 “결코 정쟁이나 이념 대립에 의해서 국민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는 이미 ‘사분오열’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과 박근혜정부 사이에 있는 최·황 두 부총리의 역할론이 주목받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순방 징크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3박 6일 동안 진행된 가운데 어김없이 ‘순방 징크스’ 얘기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었던 지난 2013년 5월경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나 국내에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 추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경에는 중남미 순방 길에 오른 첫날 ‘성완종 리스트’가 터져 정가가 발칵 뒤집힌 바 있다.

지난 6월경에는 반대로 국내에서 ‘메르스 사태’가 터져 해외일정인 한·미 정상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 외에도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남북정상회의록 공개·이석기 내란음모·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사퇴·리퍼트 미국대사 피습사건에 이르기까지 약 13차례 크고 작은 일이 겹쳐 발생했다. 이에 세간에서는 ‘우연’보다 인과관계에 힘을 싣는 ‘징크스’라 표현하게 됐다.


나갈 때마다 일 터진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순방 징크스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를 꼽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야당에서 나왔을 정도로 작은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연’이 겹친 징크스를 두고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억지스럽다는 의견이 있다. <경인일보> 배상록 정치부장은 칼럼을 통해 “사건으로만 치자면 대통령이 외국에 있을 때보다 국내에 있을 때가 훨씬 더 빈번할 터, 대통령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굳이 결부시키지 않을 뿐이다”라며 “‘대통령이 나가기만 하면 일이 터진다’며 비아냥거리거나 이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건 아무래도 좀 치졸하고 억지스럽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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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