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황당한 이혼 사유 백태

힘들면 갈라서…참고 살지 않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혼은 현실이라 했던가. 꿈같던 부부가 갈라서는 과정을 보면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혼하는 이유는 성격차이, 성생활, 외도, 빚 등 다양하다. 하지만 몇몇 사례를 보면 황당한 이유로 이혼해 세간의 눈길을 끌었던 사건들이 있다. 혹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이혼을 당한 사례도 있다. 황당한 이혼 백태를 정리해봤다.  

 
서울시는 지난 20년 동안(1993∼2013년) 서울의 혼인·이혼 변화 양상을 조사해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1996년 정점에서 1997년부터 급격한 감소추세를 보이던 혼인과는 대조적으로 이혼은 1997년을 계기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 정점에 도달한 이후 점차 낮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연간 2만건 이상의 이혼이 발생하고 있다. 

별일 아닌데…
님에서 남으로 
 
이혼 사유 중 가장 주된 원인은 부부간 성격차이로 꼽혔다. 성격 차이는 2003년 이혼사유의 41.5%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며, 2008년에 49.3%를 차지했다. 이후 2011년에는 44.0%로 감소하였으나 다시 증가하여 2013년에는 47.9%까지 상승했다.
 
▲열받은 기러기아빠 =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딸과 아내를 8년간 뒷바라지해 온 ‘기러기 아빠’가 낸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부정행위 등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요인은 없었지만 남편이 아내의 귀국 거부 등으로 오랫동안 고독했다는 점에서 부부간 정서적 유대감이 상실됐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지난 6일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A(54)씨의 부인 B(59)씨는 2006년 딸(당시 13세)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갔고, 국내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A씨는 이들에게 생활비와 교육비를 보냈다. A씨는 2009년 12월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힘들다. 친구들에게 돈 빌리는 문제로 우울하고 외롭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아내에게 국내로 돌아올 것을 권유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후에도 이혼을 요구하거나 국내로 돌아올 것을 권유하면서 경제적 사정과 건강이 좋지 않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A씨 아내는 2012년 3월 8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혼에 동의한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A씨는 5000만원을 송금했다. A씨 아내는 여러 조건을 내세우며 귀국 의사를 내비친 적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2006년 2월 미국으로 간 이후부터 지난해 6월까지 8년 넘게 한번도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다.
 
 
부산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옥곤 판사는 “장기간 별거와 의사소통 부족 등으로 부부간 정서적 유대감이 상실돼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남편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장기간 귀국하지 않은 아내에게도 혼인 파탄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4년간 용돈 10만원 = 한 달 용돈 10만원 준 아내에게 이혼소송을 낸 남편이 법원에서 “이혼은 정당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지난 7월27일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가장인 A씨는 매달 직장에서 받은 월급을 모두 B씨에게 갖다 줬고, 한 달에 10만∼20만원씩 용돈만 받으며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가정주부로 있으면서 돈 관리를 도맡아 했다. A씨는 용돈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건설 현장 노동일을 하기도 했다. 
 
결혼한 지 4년 가까이 되던 해 겨울 어느 날 폭설로 근무지에 비상이 걸려 A씨가 퇴근하지 못하고 다음날 집에 갔는데, B씨는 몸이 아픈 자신을 혼자 뒀다고 불만을 나타내며 지병을 치료하겠다고 친정에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1997년부터 급격히 늘어…매년 2만건

성격차이·외도·빚문제 때문에는 ‘옛말’
 
A씨는 며칠 뒤 갑작스러운 구토 증상으로 병원에 가려고 아내에게 병원비 10만원을 송금해달라고 부탁했지만, B씨는 송금하지 않고 A씨를 찾아왔다. 화가 난 A씨는 B씨를 만나지 않고 휴대전화로 이혼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A씨는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받아 이사비 등으로 쓰고 나머지 3800만원을 B씨에게 송금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부담하는 2800만원의 전세자금 대출 채무를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이를 갚지 않고 그냥 보관했다. A씨는 결국 법원에 이혼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했다.
 
낙태 강요에      
용돈 갈등도
 
재판부는 “피고는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원고와 원고 가족에 대해 인색하게 굴고 원고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원고 역시 속으로 불만을 쌓아가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다.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은 각자 명의대로 소유권을 확정하되 B씨가 보관하는 A씨의 전세자금 대출 채무 2800만원만 돌려주라고 명했다.
 
 
▲며느리에 낙태 요구 = 시아버지가 여아를 임신한 며느리에게 낙태를 요구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이유로 며느리가 이혼과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2일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ㄱ씨가 남편과 시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과 위자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17년 전 현재의 남편과 결혼한 이래 시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ㄱ씨는 결혼 이듬해 첫 딸을 출산하고 2년 뒤 둘째 딸을 낳았다. 이후 다시 4년 뒤에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성별 검사 결과 여아로 밝혀졌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ㄱ씨에게 임신중절수술을 요구했고, ㄱ씨는 결국 이를 받아들여 낙태했다. 시아버지는 ㄱ씨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무라고, 자녀 양육 문제와 생활비 지출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의견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잦았다. ㄱ씨는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대체로 순응하며 살았다.
 
그러나 시아버지와의 갈등, 남편의 무관심과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이 점점 깊어졌다. 결국 ㄱ씨는 결혼 생활 15년 만에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별거하기 시작했다.
 

ㄱ씨는 이혼 소송을 내면서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위자료 5천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ㄱ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민법 840조에 규정된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은 “남편이 부인의 가출 이후 관계 회복을 바라면서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해 왔고, 시아버지도 자신의 존재로 인한 아들 부부의 고통을 뒤늦게 알고서 분가를 허락하는 등 노력하는 점, 원고가 가출 전까지 이혼을 요구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구걸한 12억 들고 튄 남편 = 30년 동안 구걸로 16억원 상당의 재산을 모은 시각장애인 부부가 돈을 들고 잠적한 남편 때문에 갈라서게 됐다. 법원은 재산의 절반을 부인에게 나눠주라고 명령했다.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장모(68)씨와 최모(59·여)씨부부의 생계 수단은 구걸이었다. 1976년 결혼해 4남 3녀를 둔 이들이 30년 넘게 구걸로 모은 재산은 확인된 금액만 15억9200만원. 부부는 남편 장씨가 가정의 경제권을 독점하고 자녀들까지 동원해 구걸을 시켜 다툼이 잦았다. 
 
 
아내는 ‘자녀들만큼은 구걸시키지 말자’며 반대했지만 돌아오는 건 남편의 욕설과 손찌검뿐이었다. 자녀들에게도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장씨는 자녀들이 장성해 더이상 완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자 2010년경 시중 은행 4곳에서 현금 12억여 원을 출금해 자취를 감췄다. 실제 장씨 명의의 순재산은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와 은행에서 빌린 부동산 대출금까지 합하면 20억원에 육박했다. 
 
깐깐한 남편

무심한 아내 
 
반면 아내 최씨 이름으로 된 재산은 0원. 최씨는 거주지는 물론 생사도 알 수 없게 된 남편으로부터 사는 아파트라도 지켜보겠다는 심정에 이혼을 결심하고 지난해 법원 문을 두드렸다. 
 
서울가정법원은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권태형)는 최씨가 제기한 이혼청구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남편은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공시송달’에 의한 이혼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재산 취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부가 노력해 형성 또는 유지한 공동 재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재산분할 비율을 50 대 50으로 해 7억9600만원씩 나누라”고 판단했다.
 
▲메모로 잔소리한 남편 = 아내에게 수시로 메모를 남겨 잔소리를 한 남편의 행동은 이혼 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99년 김모(46)씨와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아온 박모(37·여)씨는 남편이 학원강사로 일하기 시작한 2003년부터 밤늦게 귀가해 ‘김치 쉬겠다. 오전에 뭐한 건가’ ‘주름 한 줄로 다려줄 것’ 등 살림살이에 일일이 간섭하는 메모와 문자메시지를 남기자 참다못해 결혼 7년만에 이혼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는 박모씨가 남편 김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지난 2011년 10월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시로 메모와 문자메시지로 지적을 해 아내를 불안과 긴장 속에 살게 했다”면서 이혼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
황당무계 이유 눈길
 
▲두집 살림한 외국인 = 본국에 처자식을 둔 사실을 숨긴 채 한국 여성과 결혼하고 본국을 드나들며 '두 집 살림'을 한 외국인 남성에 대해 체류 불허 처분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C씨는 2002년 7월 산업연수생(D-3)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 머물다 2005년 말 한국여성 D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국민의 배우자(F-2)로 체류자격 변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C씨는 결혼 8년 만에 D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고 이듬해 법원의 조정을 거쳐 위자료 등을 포기하기로 하고 이혼했다. 이후 C씨는 난민인정 신청을 한 뒤 출입국관리소에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신청했으나 출입국관리소는 올해 초 ‘혼인의 진정성 결여 및 배우자의 귀책사유 불명확 등 사유’로 연장을 불허하고 보름 안으로 출국하라고 명령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C씨는 “한국에서 8년 동안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해 오다 아내의 음주, 폭행 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인데도 출입국관리소가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두집 살림에
돈 들고 퇸 남편도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본국에 처와 아들 2명이 있음에도 D씨와 혼인신고 당시 미혼이라는 취지의 허위 공증서류를 제출해 혼인신고를 했다”며 “D씨와의 혼인 중에도 파키스탄의 부인 사이에 아들 2명이 새로 태어난 사실 등이 인정된다. D씨와의 혼인관계가 유지될 수 없었던 데에는 원고의 책임이 있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국에선…기상천외 이혼 사유 
외계언어 사용해 파경
  
영국의 부부들이 이혼할 때 근거로 삼는 기상천외한 이유가 화제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이혼법은 당사자 간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며, 간통·배우자 유기 등 5가지 이유가 있어야 이혼이 가능하다. 상당수 파경커플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내세워 이혼 절차를 밟기에 황당한 사연들도 때론 등장한다.
 
한 부인은 남편이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외계인 ‘클링온 족’의 언어를 사용하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복장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이혼 소송을 냈다. 한 남편은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참치 요리를 부인이 악의적으로 반복해 내놓았다며 이혼 신청을 했다.
 
또다른 남성은 부인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다른 남자와 시시덕거렸으며, 정작 본인은 그것을 그만 둘 수 없다고 까놓고 이야기했다며 이혼 절차에 들어갔다. 이밖에 ‘부인이 TV 안테나를 악의적으로 망가뜨렸다’ ‘평소 즐겨 먹는 요리를 일부러 버렸다’며 이혼을 청구한 남편도 있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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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