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관전포인트> 영호남 적지 출마자 누구?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승부사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역주의는 우리나라 정치의 오랜 구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서의 출마를 고집해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정치에서 지역주의의 구태는 여전하다. 과연 내년 총선에선 달라질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총선 적지 출마 예상자 명단과 당선 가능성을 분석해봤다.

지역주의는 우리나라 정치의 오랜 구태다. 이런 오랜 구태를 타파하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정치인들이 적지 출마에 도전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19대 국회 들어 영남권 야권 국회의원은 문재인, 조경태 의원뿐이고, 호남권 여권 국회의원은 이정현 의원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내년에 치러질 20대 총선에선 달라질 수 있을까?

여전한 지역주의

우선 새누리당의 텃밭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선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의 활약이 눈에 띈다. 김 전 의원은 이미 지난 19대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한 바 있으며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도 도전했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야권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각각 40.4%, 40.3%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 전 의원은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16∼18대)을 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고 적지 한 가운데 출마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그의 노력은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달 25일의 대구 매일신문 지지율 조사에선 김 전 의원이 43.9%의 지지율로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0.3%p 앞섰다.

오차범위 내 결과이긴 하지만 여당의 텃밭이자,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에서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를 상대로 얻어낸 결과라 고무적이었다. 지난달 30일 경북도민일보 후보적합도 조사에서는 김 전 의원(48%)이 김 전 지사(35.8%)를 압도했다. 만약 김 전 의원이 김 전 경기지사를 대구에서 꺾는다면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경남 김해을에서도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남 김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봉하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이곳에서 재선을 했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김 최고위원은 새정치연합 김경수 경남도당 위원장에게 고작 5133표 차이로 승리했다. 김 위원장은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봉하마을 지킴이로 불리는 인물이다. 20대 총선에선 김 최고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현재 김해을은 공석이 됐다. 그 자리는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이어 받았다.

이 교수는 최근 김해을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지역표 다지기에 한창이다. 이 교수와 김 위원장과의 피말리는 대결이 예상된다. 이 교수가 천하장사 출신으로 인지도는 높지만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영남권에서 가장 해볼 만한 지역구 중 한 곳으로 꼽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일의 영남 3선 의원인 조경태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4선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조 의원은 부산 사하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이 곳 역시 여권의 텃밭이지만 새누리당으로서는 골칫거리 사고 지역이다. 안준태 당협위원장이 뇌물 비리로 재판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당협위원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조 의원에 맞설 수 있는 새 인물 찾기에 나섰지만 경쟁력 있는 인물이 없어 골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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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1차 당협위원장 공모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자 추가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 의원의 4선 성공이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최대 변수가 나타났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사하을 출마설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허 전 시장은 부산시장 3선에 성공한 인물로 지역 내 인지도와 인기도가 매우 높다. 아무리 조 의원이라도 허 전 시장을 상대로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허 전 시장은 새누리당의 출마 요청에 일단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허 전 시장이 총선 출마보다는 장관직 입각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외에도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부산 출마 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새정치연합 비례대표 중에는 홍의락 의원과 배재정 의원이 각각 대구 북을과 부산 사상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아직까진 비례대표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은 다소 낮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호남권에선 유일한 여당 국회의원인 이정현 의원의 재선 여부가 관심사다. 여권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이 의원의 당선은 새누리당이 26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지난 재보선에서 이 의원에게 패했던 새정치연합 서갑원 전 의원과 비례대표 김광진 의원, 노관규 전 순천시장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광진 의원은 비례대표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지역구 활동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과 올 1월 각각 순천과 곡성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었는데 지역구 의원도 아닌 비례대표 의원이 의정보고회를 연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었다. 전남 순천·곡성이 야권의 텃밭이긴 하지만 이 의원의 아성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재보선 당시 예산 폭탄을 약속했던 이 의원답게 이 의원의 당선 후 전남 순천·곡성에는 실제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지역 여론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의원이 힘써왔던 순천만 제1호 국가정원 지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최초 국가정원 지정에는 이 의원이 공로가 컸다는 것이 지역 내 여론이다. 새누리당도 이 의원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새누리당이 순천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소속 국회 예결위원장까지 모두 참석해 호남의 주요 현안과 사업을 청취했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 중에는 주영순 의원이 유일하게 호남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주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호남 몫 비례대표로 선출됐다. 국회 입성 후 비례대표 의원임에도 전남 무안·신안에 지역 사무실을 내고 오랫동안 지역구에서 활동해왔다. 주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새누리당의 정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현재 이 지역 국회의원은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이다.

달라질까?


서삼석 전 무안군수, 새정치연합 주태문 전남도당 사무처장 등도 이 지역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쳐지고 있다. 이외의 호남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들이 출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에 비해 눈에 띄는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전남 나주·화순에서 새정치연합 신정훈 의원과 맞붙어 새누리당 후보로는 드물게 22.2%라는 높은 득표율을 얻었던 김종우 전 나주 동강농협 조합장의 재도전이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과연 내년에 치러질 20대 총선에서는 정치권이 지역주의라는 구태를 조금이라도 벗어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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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