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반문연대 뜨는 이유

'친문 vs 반문' 이미 쪼개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다 죽는다. 뭉쳐야 하는데 반문(반 문재인)만한 명분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이 연대를 위해 12인 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현역 의원들의 참여가 절실한 이들은 반문을 기치로 내걸고 새정치연합 내 비노 진영 인사들과 연대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 박준영 신당, 안철수계 신당, 민주당, 정의당 등 4자연대 신당까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내 신당 창당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야권 신당의 난립은 야권 전체의 몰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야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이 최근 연대를 위해 ‘12인 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함께 해보자는 의미에서 각 계파에서 2명씩 파견해 12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무실도 함께 운영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신당 우후죽순
반문으로 뭉쳐라

야권의 한 관계자는 “통합 신당 창당을 위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차피 이대로 선거에 나가면 야권은 다 죽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년 총선 전 통합 야권 신당이 출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통합을 위한 마땅한 명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각 당마다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 유일한 공통점은 반문이라는 것인데 정치는 원래 100가지가 달라도 한 가지가 같다면 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들이 정책이나 정치 노선 등을 통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일단 반문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구심점으로 느슨한 연대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라는 것이다.


비노진영 다시 정치적 기지개 펼까
친노패권 청산 못하면 백약이 무효

현역 의원들의 참여가 절실한 야권 신당으로서는 반문을 기치로 내걸면 새정치연합 내 비노 진영 인사들과 연대하기도 쉬워진다. 현재 비노 인사들은 친노 세력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신당 추진 인사들은 비노 인사들이 당 혁신위원회의 공천안 등에 반발해 곧 추가 탈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재 야권 내 신당 난립 현상은 호남 내 반문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통합 신당은 사실상 반문 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 신당들이 반문을 기치로 내걸고 통합하면 현재 새정치연합 혁신위로부터 사실상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호남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신당 참여가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력한 대권주자가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대표에 가려져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이 희박해진 유력 대권주자들의 신당 참여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미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탈당하면서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 없는 친노 패권정당이라는 점이라고 꼬집고 반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박 의원 외에도 현재 야권 신당 추진 세력들은 너도나도 새정치연합 내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문 대표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고

지난달 30일에는 비노 진영에서 문 대표의 대항마로 손꼽히는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탈노(탈 노무현)를 전면에 내세운 ‘국민공감’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야권 분열의 근원은 친노 대 비노의 프레임이라면서 이제는 야권이 탈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론적인 주장일 수도 있지만 평소 자신은 친노고 친노라는 점이 부끄럽지도 않다고 당당하게 말해온 문 대표로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국민공감의 뚜껑을 열어보니 정치권에서는 탈노가 아니라 반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근식 상임대표는 “(뇌물수수로 구속된)한명숙 전 총리는 훌륭한 민주투사가 되고 새누리당의 구속된 사람은 적이 되는 이런 이중잣대를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한 전 총리를 옹호해온 문 대표를 직접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 국민공감에는 상임대표를 맡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비롯해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경록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등 지난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공감이 안 의원의 외곽지원조직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원래는 발족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안 의원은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고 축사만 보냈다.
 

국민공감 발족식에는 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비노계 이종걸 원내대표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축사자로 나섰다. 천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국민공감 발족 선언문이 제 입맛에 딱 맞다”며 “신당은 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여기 계신 개혁적인 분들이 함께해주시기를 호소한다”고 했다. 국민공감을 잠재적 신당 세력으로 보고 자신과 함께 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또 안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지난달 30일 전격 회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당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당내 친노 진영과 비노 진영의 극한 대립에도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던 김 의원이 다시 전면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의 재신임 승부수 이후 완전히 당내 세력 싸움에서 밀린 비노 진영이 전열 정비 후 반격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은 반문 연대의 구심점으로 삼기 위해 안 의원의 영입에 무척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주선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주장하는 혁신 방향이 문 대표 체제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안 의원이 당에 머무를 명분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깜짝 재신임 카드로 사그라들었던 당내 비노계의 문 대표 흔들기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논란으로 재점화됐다.

안 의원의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모바일 동원력이 강한 친노 진영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룰이라는 것이 비노 진영의 주장이다.

정치적 지향점 달라
반문 유일한 공통점

문 대표가 김무성 대표와의 부산회동에서 비례대표 축소는 절대 안 된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남권 의원들의 반문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새정치연합에서 농어촌 의원의 상당수는 호남이 지역구다. 문 대표의 비례대표 축소 불가 방침이 호남 의원들을 자극하면서 새정치연합 분열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문 대표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탈당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호남과 문 대표의 정서적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호남 중심의 반문 연대 신당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호남에서 문 대표와 친노 진영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고, 현재 야권에서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이 모두 호남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호남권 중심의 반문 연대 신당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야권 신당 통합작업 시작
반문 구심점 느슨한 연대


문 대표를 비롯한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친노 영남 패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반친노 호남 중심의 야권 개편을 시도하면 내년 총선에서 호남에서만큼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신당은 지역주의를 배제하고 반드시 전국적인 정당으로 발족해야 한다. 일부 신당 추진 세력들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고 보자는 절박감으로 이런 유혹에 현혹되고 있다”며 “호남 중심의 야권 신당을 출범시킨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찌됐든 신당 세력은 물론이고 당내 비노 진영도 반문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뭉치는 듯한 모양새가 되면서 문 대표로서는 정치적으로 무척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 세력이 반문이라는 기치아래 뭉쳐 문 대표를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 부으면 그 과정에서 문 대표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변수는 문 대표의 비주류 끌어안기 행보다. 문 대표는 재신임 정국 이후 최고위원들을 자택에 초대해 만찬을 갖는 등 비주류 끌어안기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노 진영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키는 특보단을 꾸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친노패권 끔찍
패권척결이 혁신

이에 대해 친노 진영의 한 관계자는 “비노 진영이 강력하게 반발했던 중앙위에서도 비노 인사들이 우루루 나갈 줄 알았는데 몇 명이나 나갔나? 당내 반문 세력의 실체다. 그냥 몇몇 사람이 시끄럽게 떠드는 수준”이라며 “반문을 구심점으로 신당을 창당한다면 공천 탈락한 떨거지 같은 인사들 끌어들이기는 수월하겠지만 과연 어떤 유권자들이 표를 줄지 의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결국 신당을 추진하는 인사들이 비전도 없고 정치적 지향점도 모호하니 그런 무리수를 두려는 것 아니겠냐”며 “신당을 창당하려는 이유가 고작 공천 탈락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라면 그만 두는 것이 국민들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 세력이 당을 장악하면서 새정치연합은 민생무시 수구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문 대표와 친노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 제1의 목표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 없이는 어떤 혁신도 무의미한 상황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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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