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2차대전' 사생결단 총수 4인4색 출사표

한자리씩 나눠먹기?…1곳은 맨손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서울·부산 시내면세점 운영권(특허권)을 두고 한바탕 전쟁이 열렸다. 전쟁에 참여한 기업은 롯데, SK, 신세계, 두산 등 4개 기업. 각 기업 오너들도 덩달아 바쁘다. 저마다 면세점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관세청은 지난 7월 총 4곳의 시내면세점 신규운영권을 부여한 심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올 11∼12월 서울 3곳(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부산 1곳(신세계 조선호텔면세점)에 대한 운영권 심사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들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입찰 신청서를 받아 본격적인 2차 면세점 대전의 서막이 열렸다.
 
[ 위기에 몰린  ]
[롯데, 사수작전]
 
롯데는 오는 12월 롯데면세점 두 곳(서울 소공동 본점·잠실 롯데월드점)의 특허권이 끝나면서 수성을 해야하는 입장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면세점 운영권을 유지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그는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롯데면세점은 가장 경쟁력 있는 서비스 업체로,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라고 생각한다”며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면세점은 쉽게 돈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동빈은 이날 국감에서 면세점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깊은 점을 무기로 운영권 유지의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 회장의 계획은 롯데면세점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비전2020’에 담겼다. ‘비전 2020’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단일 매장 기준 세계 1위의 면세점인 소공동 본점의 비전을 ‘The Best’(최고 그 이상의 면세점)로 만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13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직접 유치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200만명, 2017년 240만명, 2018년 270만명, 2019년 300만명, 2020년 34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또 롯데면세점은 세계 12개 지점 19개 영업사무소를 기반으로 한류 스타 콘텐츠 상품 개발, 해외 관광박람회 개최, 크루즈 관광 상품 개발, VVIP 퍼스널 쇼핑 컨시어지 운영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은 이 같은 외국 관광객 유치를 통해 5년 간 29조원의 외화수입을 올려 관광수지 흑자국 전환에 기여하는 한편 19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 및 업계 최다인 9만6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서울·부산점 운영권 두고 전쟁 서막
4개 기업 참여…불꽃튀는 경쟁 시작
 
아울러 한국 면세시장을 한 단계 재도약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잠실 월드타워점을 차세대 세계 최고의 관광메카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부적으로 강남역·가로수길·코엑스몰·석촌호수·올림픽공원 등 강남의 주요 관광 거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강남 문화관광 벨트’를 조성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강남과 강북을 잇는 시티투어버스를 별도로 운영해 강북의 외국 관광객을 강남으로 적극 유인,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강남권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지역 전통시장 상인회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 전통시장 먹자골목 관광 상품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명동지역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방안으로는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에 있는 ‘스타에비뉴(Star Avenue)’에 초대형 LED 디지털 터널을 설치해 관광 명소화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건물 외벽을 활용해 미디어 파사드쇼(건물 전체 외벽에 빛을 사용해 이미지와 의미를 만드는 미디어 아트)도 정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비전 2020’에는 다양한 상생문화 확산 방안도 담겼다. 롯데는 올해를 사회공헌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올해 180억원의 예산을 배정, 취약계층 자립 지원기관에 102억원을 기부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며, 2016년까지 중소기업 브랜드 매장을 2배 이상 확대키로 했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 창원, 청주, 양양 등 지방의 중소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브랜드 유치 지원 등 동반성장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롯데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면세시장을 세계 최고로 성장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며 “35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 파워와 인프라, 노하우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강화시켜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과 경제활성화에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 개인적으로도 위기탈출을 위해 이번 면세점 특허권 유지가 중요하다. 최근 롯데가는 ‘형제의 난’으로 내홍을 겪었다. 따라서 이번 면세점 대전에서 신 회장이 면세점에 대한 특허권을 가져온다면 회사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회장님 복귀한] 
[SK, 확장 박차]
 
SK도 워커힐면세점 특허권이 만료되면서 면세점 운영권을 지켜야 한다. 특히 이번 면세점 수성 여부는 최태원 회장에게 중요하다.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복귀한 이후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그는 휴일도 반납한 채 경영 일선에서 회사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맞이한 면세점 대전은 그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다. 최 회장의 워커힐면세점 수성 의지는 강하다. 최 회장이 면세점을 ‘카 라이프(Car Life)’, ‘패션’와 함께 3대 신성장 사업으로 꼽으면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옥중에서도 면세점에 대한 역량을 전사적으로 집중할 것을 당부했을 정도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지난 1차 면세점 대전에서 5500억원을 면세점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후보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규모를 기록했다.
 
 
최 회장의 면세점을 향한 의지는 이번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워커힐면세점 한 곳에 신청서류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돼 막판에 2곳(워커힐, 롯데월드타워점)에 특허권 입찰을 신청했다. 기존 워커힐면세점 수성을 위해서 SK는 워커힐호텔과의 시너지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인 워커힐호텔과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VIP라운지를 운영하며 프라이빗 컨설팅을 제공한다. 아울러 워커힐면세점은 시계·보석 전문 부티크를 국내 면세점 가운데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입찰 부지인 동대문 지역은 지난 7월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경쟁 당시 입지로 삼은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을 다시 내세웠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는 유일하게 건물 지상층에 30대가 넘는 대형버스 주차장을 보유해 교통 정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SK는 케레스타 빌딩에 1만6259㎡ 규모의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1차 수모 당한 ]
[신세계, 복수극]
 
정용진 신세계백화점 부회장은 이번 면세점 대전에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허지역 4곳 모두 신청서를 제출한 것. 지난 7월 1차 면세점 대전에서 고배를 마신 정 부회장에게는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신세계그룹이 노리고 있는 시내면세점은 기존 부산 시내면세점 조선호텔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 롯데소공점, 롯데월드점 등 서울 시내면세점 세 곳이다. 다만 정 부회장은 이번 입찰 경쟁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를 밀어주기로 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그룹이 국내 최고의 유통 노하우를 갖춘 소매유통전문기업으로서 기존 사업자를 대체할 수 있는 ‘준비된 사업자’라고 강조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프리미엄아웃렛 사업 등 85년 역사의 유통업 경험을 기반으로 면세사업 역량을 총 결집하면 관광산업 진흥 및 경제적 파급효과, 고용창출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각사 오너 자존심 건 한판승부
경제발전·지역상생 비전 제시
 
신세계디에프는 서울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강북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제안하고 부산지역에는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 내 B부지에 특허신청을 내기로 했다. 부산의 경우 기존 파라다이스 호텔에 위치한 면세점을 신세계 센텀시티 내 B부지로 확장 이전해 제안키로 했다.
 
기존 6940㎡(2100평) 매장에서 내년 초 오픈 예정인 B부지에 8600㎡(2600평) 매장으로 더 넓어지게 된다. 신세계측은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과 주변의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연계해 부산지역 경제 및 외국인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는 “서울의 경우 한국 관광 1번지인 명동지역에 남대문시장을 연계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복합쇼핑관광단지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다”라며 “부산지역의 경우 신세계 센텀시티로 확장 이전시켜 부산관광의 아이콘으로 재탄생 시킬 계획이기 때문에 특허권 연장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돌파구 찾는 ]
[두산, 도전장]
 
박용만 회장이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약 1만7000㎡(약5143평) 규모로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을 밝히면서 서울시내 면세점 세 곳에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두산의 플랜트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면세점 사업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은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이 없는 점이 상대적인 약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박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폭넓은 재계의 인맥을 갖고 있는 점과 두타 운영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두산은 지난달 29일 “지역 상생형 면세점을 만들어 동대문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동대문 두산 타워를 입지로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에 특허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산 측은 ‘지역 상생형 면세점’ 조성을 위해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해 ‘K-Style’ 타운 조성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추진 ▲지역 내 역사탐방, 먹거리탐방 프로그램 운영 ▲심야 면세점 운영(현재 검토 중)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면세점 운영 성과를 직접 공유하는 차원에서 동대문 지역 브랜드를 발굴, 입점시킴으로써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 제품 판매 면적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갖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두타와 연계해 두타에서 발굴하고 육성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판로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영업이익의 일정액을 지역에 환원하고 동대문 문화 관광 자원 개발, 지역 소상공인 맞춤형 복지 제공, 동대문 쇼핑 인프라 개선, 관광객 유치 및 해외 마케팅 활동 등도 추진키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동대문 두타는 별도의 섬처럼 혼자 존재하는게 아니라 상권 중심에서 한 부분으로 녹아 들어 있기 때문에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주변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면세점과 연계한 관광, 쇼핑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동대문 상권 자체를 방사형으로 확장시키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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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