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사고' 백태

한가위만 같아라? 누군가에겐 악몽이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끝났다. 사건·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이번 연휴에도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가족 간의 불화로 인한 살인, 찰나의 순간 아이를 잃는 등 안타까운 사연이 잇달았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무색하듯 올 추석 연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가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이들은 ‘취업 잔소리’ ‘재산 문제’ ‘재결합 거부’ 등을 범행 이유로 댔다. 

취업 걱정 칼부림 
재산 안줘 칼부림
 
▲취업 잔소리 아버지 흉기로 찔러 = ‘취업해라’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격분한 아들이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경찰서는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한모(32)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7시50분께 부산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중 책상 서랍에 있던 흉기를 꺼내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의 아버지는 목과 복부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의 아버지는 현장에 함께 있던 어머니의 신고로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중태 상태다.
 

한씨는 경찰조사에서 “‘취업은 안 하고 컴퓨터 게임만 하냐’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격분에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취업 문제로 부자간에 골이 깊이 패어있었다”라며 “단기 취업과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던 아들과 아버지가 명절에 말다툼을 벌이다 이같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재산 안 준다” 형수·조카 위협 = 추석 당일 아침에는 재산 문제로 다투던 70대가 형수와 조카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윤(76)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추석 당일인 지난달 27일 오전 8시께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형수 집에서 흉기를 휘둘러 형수, 조카 2명, 조카의 아들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27일 오전 8시께 서울 광진구에 있는 형수의 집에 재산 문제를 상의하러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윤씨는 형수와 언성을 높이며 다퉜고, 이를 말리던 자신의 조카 등을 상대로 준비해 간 흉기를 휘둘렀다. 윤씨 형수와 조카 등 친척 4명이 등과 옆구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윤씨는 자신의 형이 숨지고 나서 혼자 지내온 형수와 재산 문제로 평소 다툼이 잦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재결합 거부’ 전처 오빠 살해 = 경기 시흥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재결합을 거부하는 전 부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 등)로 전모(45·중국)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중국동포 전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30분께 경기도 시흥시 A(36·여)씨의 집에서 A씨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전처인 A씨가 재결합을 거부한다’는 이유였다.
 
 
그의 범행에 A씨 오빠가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전씨는 집 옥상으로 올라가 자해했으나,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외로운 날

쓸쓸한 자살소식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과 소방대원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는 사건도 잇따랐다. 부산에서는 자살기도 4건이 발생했으나 모두 경찰에 구조됐다. 
 
▲“내 앞에 흉기 있다”자살 기도 = 지난달 28일 부산 남구에 있는 한 원룸에서 30대 남성이 자살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 앞에 흉기가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자살하겠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9시49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원룸에서 이모(36)씨가 자살상담센터로 “내 앞에 칼과 가위가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할복하겠다”고 전화를 걸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거지를 파악해 3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을 본 이씨는 흉기로 자신의 목에 대어 휘두르고 “접근하면 죽겠다”며 격분했다. 경찰은 흉기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려 했으나, 부산 남부경찰서 문현지구대 소속 권모 경장이 이씨와 대화를 시도했다. 수분에 걸쳐 이씨를 설득한 끝에 흉기를 회수하고 자살 기도를 막았다.
 
▲구포대교 투신 소동 = 지난달 27일 B(38)씨가 112 신고센터에 전화해 “구포대교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신고했다. 경찰 출동 당시 B씨는 부산 북구 구포대교 난간을 넘어서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있었다. 손만 놓으면 강물로 떨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B씨를 진정시킨 뒤 20분 동안 설득해 인도로 넘어오게 했다. 하지만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B씨는 갑자기 난간 밖으로 넘어가려했고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경찰들이 덮쳐 B씨를 끌어내려 구조했다. 경찰은 B씨를 지구대로 데려가 가족에게 인계했다.
 
3박4일 연휴 기간 비통한 사연 잇달아
살기 힘들어 자살…비극으로 끝난 다툼
 
▲공사대금 못받아 목매 숨진 사장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영월읍에 건립중인 중앙시장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의 하청업체 사장이 추석을 앞두고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영월경찰서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30분께 김삿갓면 대야리 옥동천변 인근 도로 야산에서 정모(51)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회사 동료들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21일 주위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고 회사 동료들과 지인들이 수색을 벌여 다음날인 23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회사 동료 등은 정씨가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에서 철근과 골조 공사 등을 맡았으며 최근 추석을 앞두고 원청업체 등으로부터 공사대금 10억여원을 받지 못한 것을 괴로워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씨가 ‘공사대금 일부를 받지 못한 게 아쉽다’ ‘동료들은 끝까지 공사를 포기하지 말고 공정을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한 유서를 발견, 현재 공사비 체불 여부 등 자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외에도 추석 연휴 동안 울산 중구 한 아파트 8층에서 송모(41·여)씨가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서 송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향 내려가다

성묘 가는길에
 
▲졸음운전으로 부부 참변 = 추석을 맞아 친척집에 방문했다 귀가하던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남편이 숨지고 아내가 다쳤다. 지난달 28일 오전 1시45분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고은리 한 도로에서 오모(57·여)씨가 몰던 SM3 차량이 도로 옆 신호등 기둥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편 정모(54)씨가 그자리에서 숨지고 오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추석을 맞아 대전의 친척집을 방문한 뒤 귀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졸음운전을 했다”는 오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도로서 가족 몰살 = ‘죽음의 고속도로’가 추석 명절에 한 가족의 행복을 앗아 갔다. 정체된 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달리던 운전자의 반칙 운전과 중앙분리대가 없어 맞은편 차로에 무방비로 노출된 도로 구조가 빚은 참사였다. 
 
지난달 27일 오전 11시께 경북 고령군 성산면 88고속도로 광주 방면 15km 지점에서 박모(55)씨의 오피러스 승용차가 차량 정체로 서 있던 아반떼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아반떼 차량은 맞은편 차로로 튕겨져 나가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한 뒤 불이 붙었다. 이 사고로 아반떼 운전자 이모(55)씨의 큰딸(22)과 아들(15)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대구와 전남 담양을 잇는 88고속도로는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아 ‘죽음의 고속도로’로 불린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편도 1차로 도로가 전체 구간(183km)의 75%에 달해 충돌 사고에 취약하다. 급커브와 급경사 구간도 많아 베테랑 운전자도 핸들을 잡기 두려운 구간이다. 지난해 한 차로(100km 기준)당 사망자 수는 3.3명으로 전체 고속도로(1.6명)의 두 배가 넘었다.
 

할아버지가 보던 손자 참변
일가족 숨진 귀향길 참사도
 
▲전 먹다 폐로 넘어가 중태 = 80대 남성이 전을 먹다가 전이 폐에 들어가 중태에 빠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58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B(81)씨가 전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B씨는 현장에 출동한 119 구조대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고 호흡과 맥박을 되찾았으나 의식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소방당국은 A씨가 전을 먹던 중 전이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 심정지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기도에서 음식물과 호흡이 구분돼야 하는데, 연세 때문에 기도가 제대로 닫히지 않고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면서 호흡 곤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보던 영아 추락사 = 추석인 27일 고층 아파트에 사는 네 살배기 어린이가 1층으로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6분께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 22층에서 C(4)군이 1층 화단으로 떨어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이 심폐소생술(CPR)을 했지만 출혈이 너무 심해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순간 부주의
가족 잃고 오열
 
C군은 곁에 있었던 할아버지(59)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방 안 베란다에 놓인 탁자를 밟고 올라갔다가 난간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할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휴 112·119 불나는 이유
“20초마다 신고 전화”
 
올 추석 연휴 기간에 20초마다 부산 119 전화벨이 울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추석 연휴 기간 119종합작전상황실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1만9743건으로, 20초 마다 전화벨이 울렸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 기간에 모두 15건의 화재가 발생해 430여 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또 등산 중 실족·자살소동 등으로 64명을 구조했으며, 심정지 환자 소생 등 위급한 환자 1489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당번 약국 안내와 의료상담 건수는 총 6310건이다. 추석 연휴 하루 평균 1262건으로, 이는 평일 230건 대비 5.5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 외에도 배수지원 등 생활 안전 284건, 화재 확인 출동 등 1410건 등 연휴기간 중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119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때 119 신고 1만9743건
112는 연휴 첫날 가장 많아
 
추석연휴 때 접수된 112신고는 연휴 첫날 가장 많아 문단속 등 귀성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014년 추석연휴기간(9월6∼10일) 112신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휴 첫날 절도, 교통사고 등 사건·사고 신고가 가장 많았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작년 연휴 첫날 접수한 112신고는 총 3616건으로 9월 하루 평균 신고량인 2860건보다 26% 많았다. 신고 유형별로는 연휴기간 가정폭력 신고는 총 219건이었다. 하루 평균 44건 접수한 셈이다.  
 
특히 추석 당일과 연휴 마지막 날 가정폭력 신고는 각각 48건으로 9월 평균인 35건보다 37% 더 많았다. 절도 신고는 연휴 첫날 7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9월 평균인 49건보다 42% 많았다. 경찰은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등기나 전단지 등은 집 앞에 쌓이지 않도록 경비실이나 이웃에 부탁할 것을 당부했다.
 
반면 교통사고 신고는 추석연휴 전날 261건을 접수, 연휴기간 하루 평균 205건보다 약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연휴 전날 본격적인 귀성 행렬이 시작돼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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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