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사고' 백태

한가위만 같아라? 누군가에겐 악몽이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끝났다. 사건·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이번 연휴에도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가족 간의 불화로 인한 살인, 찰나의 순간 아이를 잃는 등 안타까운 사연이 잇달았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무색하듯 올 추석 연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가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이들은 ‘취업 잔소리’ ‘재산 문제’ ‘재결합 거부’ 등을 범행 이유로 댔다. 

취업 걱정 칼부림 
재산 안줘 칼부림
 
▲취업 잔소리 아버지 흉기로 찔러 = ‘취업해라’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격분한 아들이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경찰서는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한모(32)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7시50분께 부산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중 책상 서랍에 있던 흉기를 꺼내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의 아버지는 목과 복부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의 아버지는 현장에 함께 있던 어머니의 신고로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중태 상태다.
 

한씨는 경찰조사에서 “‘취업은 안 하고 컴퓨터 게임만 하냐’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격분에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취업 문제로 부자간에 골이 깊이 패어있었다”라며 “단기 취업과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던 아들과 아버지가 명절에 말다툼을 벌이다 이같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재산 안 준다” 형수·조카 위협 = 추석 당일 아침에는 재산 문제로 다투던 70대가 형수와 조카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윤(76)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추석 당일인 지난달 27일 오전 8시께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형수 집에서 흉기를 휘둘러 형수, 조카 2명, 조카의 아들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27일 오전 8시께 서울 광진구에 있는 형수의 집에 재산 문제를 상의하러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윤씨는 형수와 언성을 높이며 다퉜고, 이를 말리던 자신의 조카 등을 상대로 준비해 간 흉기를 휘둘렀다. 윤씨 형수와 조카 등 친척 4명이 등과 옆구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윤씨는 자신의 형이 숨지고 나서 혼자 지내온 형수와 재산 문제로 평소 다툼이 잦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재결합 거부’ 전처 오빠 살해 = 경기 시흥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재결합을 거부하는 전 부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 등)로 전모(45·중국)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중국동포 전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30분께 경기도 시흥시 A(36·여)씨의 집에서 A씨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전처인 A씨가 재결합을 거부한다’는 이유였다.
 
 
그의 범행에 A씨 오빠가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전씨는 집 옥상으로 올라가 자해했으나,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외로운 날

쓸쓸한 자살소식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과 소방대원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는 사건도 잇따랐다. 부산에서는 자살기도 4건이 발생했으나 모두 경찰에 구조됐다. 
 
▲“내 앞에 흉기 있다”자살 기도 = 지난달 28일 부산 남구에 있는 한 원룸에서 30대 남성이 자살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 앞에 흉기가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자살하겠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9시49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원룸에서 이모(36)씨가 자살상담센터로 “내 앞에 칼과 가위가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할복하겠다”고 전화를 걸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거지를 파악해 3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을 본 이씨는 흉기로 자신의 목에 대어 휘두르고 “접근하면 죽겠다”며 격분했다. 경찰은 흉기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려 했으나, 부산 남부경찰서 문현지구대 소속 권모 경장이 이씨와 대화를 시도했다. 수분에 걸쳐 이씨를 설득한 끝에 흉기를 회수하고 자살 기도를 막았다.
 
▲구포대교 투신 소동 = 지난달 27일 B(38)씨가 112 신고센터에 전화해 “구포대교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신고했다. 경찰 출동 당시 B씨는 부산 북구 구포대교 난간을 넘어서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있었다. 손만 놓으면 강물로 떨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B씨를 진정시킨 뒤 20분 동안 설득해 인도로 넘어오게 했다. 하지만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B씨는 갑자기 난간 밖으로 넘어가려했고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경찰들이 덮쳐 B씨를 끌어내려 구조했다. 경찰은 B씨를 지구대로 데려가 가족에게 인계했다.
 
3박4일 연휴 기간 비통한 사연 잇달아
살기 힘들어 자살…비극으로 끝난 다툼
 
▲공사대금 못받아 목매 숨진 사장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영월읍에 건립중인 중앙시장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의 하청업체 사장이 추석을 앞두고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영월경찰서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30분께 김삿갓면 대야리 옥동천변 인근 도로 야산에서 정모(51)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회사 동료들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21일 주위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고 회사 동료들과 지인들이 수색을 벌여 다음날인 23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회사 동료 등은 정씨가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에서 철근과 골조 공사 등을 맡았으며 최근 추석을 앞두고 원청업체 등으로부터 공사대금 10억여원을 받지 못한 것을 괴로워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씨가 ‘공사대금 일부를 받지 못한 게 아쉽다’ ‘동료들은 끝까지 공사를 포기하지 말고 공정을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한 유서를 발견, 현재 공사비 체불 여부 등 자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외에도 추석 연휴 동안 울산 중구 한 아파트 8층에서 송모(41·여)씨가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서 송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향 내려가다

성묘 가는길에
 
▲졸음운전으로 부부 참변 = 추석을 맞아 친척집에 방문했다 귀가하던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남편이 숨지고 아내가 다쳤다. 지난달 28일 오전 1시45분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고은리 한 도로에서 오모(57·여)씨가 몰던 SM3 차량이 도로 옆 신호등 기둥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편 정모(54)씨가 그자리에서 숨지고 오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추석을 맞아 대전의 친척집을 방문한 뒤 귀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졸음운전을 했다”는 오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도로서 가족 몰살 = ‘죽음의 고속도로’가 추석 명절에 한 가족의 행복을 앗아 갔다. 정체된 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달리던 운전자의 반칙 운전과 중앙분리대가 없어 맞은편 차로에 무방비로 노출된 도로 구조가 빚은 참사였다. 
 
지난달 27일 오전 11시께 경북 고령군 성산면 88고속도로 광주 방면 15km 지점에서 박모(55)씨의 오피러스 승용차가 차량 정체로 서 있던 아반떼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아반떼 차량은 맞은편 차로로 튕겨져 나가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한 뒤 불이 붙었다. 이 사고로 아반떼 운전자 이모(55)씨의 큰딸(22)과 아들(15)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대구와 전남 담양을 잇는 88고속도로는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아 ‘죽음의 고속도로’로 불린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편도 1차로 도로가 전체 구간(183km)의 75%에 달해 충돌 사고에 취약하다. 급커브와 급경사 구간도 많아 베테랑 운전자도 핸들을 잡기 두려운 구간이다. 지난해 한 차로(100km 기준)당 사망자 수는 3.3명으로 전체 고속도로(1.6명)의 두 배가 넘었다.
 

할아버지가 보던 손자 참변
일가족 숨진 귀향길 참사도
 
▲전 먹다 폐로 넘어가 중태 = 80대 남성이 전을 먹다가 전이 폐에 들어가 중태에 빠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58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B(81)씨가 전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B씨는 현장에 출동한 119 구조대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고 호흡과 맥박을 되찾았으나 의식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소방당국은 A씨가 전을 먹던 중 전이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 심정지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기도에서 음식물과 호흡이 구분돼야 하는데, 연세 때문에 기도가 제대로 닫히지 않고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면서 호흡 곤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보던 영아 추락사 = 추석인 27일 고층 아파트에 사는 네 살배기 어린이가 1층으로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6분께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 22층에서 C(4)군이 1층 화단으로 떨어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이 심폐소생술(CPR)을 했지만 출혈이 너무 심해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순간 부주의
가족 잃고 오열
 
C군은 곁에 있었던 할아버지(59)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방 안 베란다에 놓인 탁자를 밟고 올라갔다가 난간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할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휴 112·119 불나는 이유
“20초마다 신고 전화”
 
올 추석 연휴 기간에 20초마다 부산 119 전화벨이 울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추석 연휴 기간 119종합작전상황실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1만9743건으로, 20초 마다 전화벨이 울렸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 기간에 모두 15건의 화재가 발생해 430여 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또 등산 중 실족·자살소동 등으로 64명을 구조했으며, 심정지 환자 소생 등 위급한 환자 1489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당번 약국 안내와 의료상담 건수는 총 6310건이다. 추석 연휴 하루 평균 1262건으로, 이는 평일 230건 대비 5.5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 외에도 배수지원 등 생활 안전 284건, 화재 확인 출동 등 1410건 등 연휴기간 중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119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때 119 신고 1만9743건
112는 연휴 첫날 가장 많아
 
추석연휴 때 접수된 112신고는 연휴 첫날 가장 많아 문단속 등 귀성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014년 추석연휴기간(9월6∼10일) 112신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휴 첫날 절도, 교통사고 등 사건·사고 신고가 가장 많았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작년 연휴 첫날 접수한 112신고는 총 3616건으로 9월 하루 평균 신고량인 2860건보다 26% 많았다. 신고 유형별로는 연휴기간 가정폭력 신고는 총 219건이었다. 하루 평균 44건 접수한 셈이다.  
 
특히 추석 당일과 연휴 마지막 날 가정폭력 신고는 각각 48건으로 9월 평균인 35건보다 37% 더 많았다. 절도 신고는 연휴 첫날 7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9월 평균인 49건보다 42% 많았다. 경찰은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등기나 전단지 등은 집 앞에 쌓이지 않도록 경비실이나 이웃에 부탁할 것을 당부했다.
 
반면 교통사고 신고는 추석연휴 전날 261건을 접수, 연휴기간 하루 평균 205건보다 약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연휴 전날 본격적인 귀성 행렬이 시작돼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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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