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롯데마트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한 다음날과 아들의 돌이었다고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직원은 생때같은 자식과 가족을 두고 왜 자살을 선택해야 했을까. 일각에서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겠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롯데마트의 총괄 매니저 K(43)씨가 경상북도 김천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씨는 롯데마트 옥상에서 투신해 정문 현관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K씨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내일이 돌인데…
다만 K씨가 업무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천경찰서 수사팀장은 “최근 K씨가 일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히 힘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K씨는 롯데마트 김천점 서열 2위(총괄매니저)다. 최근 롯데 경영권 문제가 겹치면서 매출 실적 등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 동안 김천점은 다른 롯데마트 지점에 비해 전체적으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두 달 전에는 김천점이 유통기한이 지난 요구르트를 판매하다가 신고를 당했다.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을 판매한 영업주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영업정지 및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총괄 매니저인 K씨에게는 이 악재가 가장 큰 스트레스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지인들은 K씨가 이 문제로 고심해왔다고 전했다. K씨의 지인이라고 최모씨는 “K는 자신이 개점부터 근무한 영업점 정문 현관 앞에서 투신했다. 유서에 차마 쓰지 못했던 억울함을 표현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여기에 롯데마트가 관행적으로 법규위반으로 인한 벌금 등을 직원들에게 전가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근무했던 A씨는 “유통은 본사에서 매출 압박이 심하다. 이 과정 위법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게 한 번씩 걸리면 책임자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게 직원들 사이에서 책임 떠넘기기 식으로 전가된다”고 말했다.
한 제보자는 롯데마트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과정 해당 직원들 간 폭력사건까지 일어난 적도 있다고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 밝혔다. 지난 21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이번 사건에 대해 “K씨는 지난 2월부터 지속적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최근 식품매장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팔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앞서 지난 2월경에는 롯데마트 김천점에서 직원이 상품을 옮기다가 고객을 덮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는 아직도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합의도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천점 총괄매니저 매장 옥상서 투신
유통기한 경과 적발…스트레스 때문?
K씨는 매출실적 압박과 잦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에 대한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K씨는 주변에 “걱정하지 마라.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최근 들어 부쩍 힘들어했다는 것이 동료들의 전언이다. K씨는 “마트 직원들 가슴 아프게 한 거 있으면 미안하고 그동안 많은 도움 못줘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동료들에게 남기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K씨는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가 숨진 다음날은 아들 돌인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고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고, 팩트가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업무상 스트레스로 (K씨가) 목숨을 끊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은 유족들에게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번 유통기한 법규위반으로 인한 책임 전가 의혹에 대해 롯데마트는 책임 전가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책임전가 의혹
롯데마트는 “이 사건의 경우 전체 매장 식품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사고 보고서를 작성해 본사에 넘긴다. 실제로 과징금은 본사에서 처리한다”며 “아무래도 밑에 직원이나 주변 직원이 보기에는 매니저가 모든 일을 처리한 것으로 보고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경영권 다툼이었던 ‘형제의 난’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회사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탓에 이미지 쇄신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와중 롯데마트 직원 자살로 또다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범한판토스 직원 자살 미스터리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에서 한 여성이 투신해 숨졌다.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여의도 KTB투자증권 건물 15층에서 범한판토스 직원 신모(39·여)씨가 투신했다. 신씨는 투신 직후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신씨는 남자들이 대부분인 범한판토스에서 간부 자리에 오르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주위에서 평가도 좋았다”고 말했다.
신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신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최근 증세가 심해져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병원 예약까지 해 둔 상태로 전해진다.
경찰관계자는 “최근에 불면증이 심해 병원을 예약 해놓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씨가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낮 시간에 발생한 자살 사건인 만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편 범한판토스는 항공·해상·철도 운송·통관·내륙 운송·창고 운영·프로젝트 화물 운송·국제특송·물류컨설팅 등 각종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종합물류기업이다. 1977년 설립된 회사로, 현재 아시아와 미주,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40개국에 총 180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