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흔드는 '운동권 마피아' 해부

끼리끼리 문화에 흔들리는 당내 화합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치적 고비 때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운동권 출신 소수 강경파들에 휘둘리는 모양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당내에서 소수지만 당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토론을 주도하고 있다. 일부 강경파들이 분위기를 이끌면 다수의 온건파들은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침묵하는 게 현재 새정치연합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재력가 청부살해’ 김형식 서울시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한명숙 전 총리, ‘김정은 존경’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허영일 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부대변인의 공통점은 모두 운동권 출신 인사라는 점이다.

극도의 폐쇄성

야권의 특성상 당내에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어느새 이들은 당내에서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른바 운동권 출신들은 자기들끼리 동지라는 호칭을 쓰는 등 공공연히 ‘운동권 언어’를 쓴다. 이런 운동권 문화에 전문가 출신 정치인들은 섞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운동권 출신 강경파들이 새정치연합 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이른바 전투력과 조직력이 남다르다. 당론을 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강경파가 분위기를 이끌면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침묵하는 게 현재 당내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때문에 운동권 출신 강경파들의 의견이 곧 당론이 되고 다수의견이 되는 구조다.

당내 운동권 강경파들의 투쟁은 어느새 선명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포장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타협의 정치는 실종되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 국회선진화법까지 시행되면서 여야 대치-야권의 법안처리 비협조-국회파행의 악순환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중요한 고비 때마다 강경파에 의해 휘둘리곤 했다. 창당 초기인 작년 4월에는 합당의 명분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이 당내 강경파에 의해 철회되면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고, 작년 8월에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대해 강경파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은 큰 혼란을 겪었다.

당시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강경파들의 강력한 항의에 새누리당과의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을 파기해야했고, 재합의안마저 의총에서 추인 받지 못하면서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세월호법 합의 파기와 관련해서는 새정치연합 운동권 출신 비례대표들이 장외세력과 연계해 당시 합의 파기를 주도했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 내부에서도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운동권적 마인드인 분노의 정치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정치연합의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 이진복 연구위원은 새정치연합이 양극화의 정치를 넘어 조용한 다수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수 강경파가 당론 주도 '좌클릭'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 벗어나야"

언제까지 민주 대 반민주의 도덕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안이한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시끄러운 소수의 그릇된 좌우 편향을 거부하고 조용한 다수의 꿈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선명성 강화란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에 입각한 진영논리라며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부르짖고 있는 선명성 강화 노선을 정면으로 비판해 화제가 됐다.

운동권 인사들이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당내 화합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모든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운동권 출신끼리는 운동권 언어를 쓴다. 운동권 출신이 아닌 인사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은 같은 운동권 출신이라도 4년제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회 활동을 한 사람이 아니면 진짜 운동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니 당 내 화합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이 인사는 “당내에서 중도진영을 겨냥해 많은 인재들을 영입하려고 노력하는데 영입한 인사들이 조금이라도 새누리당의 입장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으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진다”며 “새누리당은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우리가 물리쳐야 할 적 정도로 생각하니 제대로 된 협상이 될 리가 없고,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이 나오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도 당내 강경파들의 폐쇄성에 대해 “새누리당은 100가지가 달라도 한 가지가 같으면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당은 100가지가 같아도 한 가지가 다르면 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유권자들의 성향은 점점 중도화되고 있는데 새정치연합이 운동권 출신 강경파들에 휘둘려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새누리당은 극우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정치연합의 영역까지 넘보며 중도전략을 펴고 있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선명성만 강조하며 좌클릭 행보만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이 적극 지지층만 신경쓰다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앞으로의 선거에서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이미 올초 천호선 당시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은 과거 운동권 이념을 완전히 털어버린 정당”이라며 운동권 꼬리표 떼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른바 운동권 문화가 내부 패권에만 몰두하고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당을 주도하면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주변의 지적 때문이었다.

천호선 당시 대표는 정의당이 현대화된 정당을 추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의당은 이때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의당이 운동권 정당에서 탈피했다고 강조해 왔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조차 운동권 꼬리표 떼기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 새정치연합은 운동권이라는 사실에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며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발 늦은 대응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독재에 저항했던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이 자랑스러운 훈장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며 “아직도 박근혜정권이 독재정권인 것처럼 정부 여당과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려는 태도는 일반 국민들의 정서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정권 심판만을 외칠 뿐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여러 번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운동권 방식의 이분법적 대결 구도로는 더 이상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제는 운동권적 시각에서 벗어나 대안 찾기에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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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